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99)
499화 다 된 밥이라 할 수 있을까? (7)
모용진.
그는 모용세가 이십칠대 가주였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모용세가는 진주언가, 황보세가와 함께 오외삼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대세가 바로 아래 위치했다.
“표결에서 이겼는데, 굳이 비무를 벌일 필요가 있을까?”
그의 물음에 답한 것은 황보세가 가주 황보연이었다.
“표의 차이가 크지 않으니, 이것만으로는 구파일방을 누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황보연의 생각은 제갈서준이나 용두방주 그리고 후개와 같은 이들의 생각과 같았다.
하지만 모용진은 그 이상의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장 맹주가 빤히 보이는 책략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모용세가는 제갈세가와 더불어 계책으로 유명했기에 사건을 마주하는 자세가 다른 문파와 달랐다.
“모용 가주, 걱정이 되시는 겁니까?”
비무에서 대협 장하가 패한다면 표결과 상관없이 진명도장이 무림맹주가 될 터였다.
“승패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면 무엇이 걱정입니까?”
“승부에 다른 면이 존재하지 않는가 싶어서 말입니다.”
황보연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모용 가주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단점입니다.”
그는 시선을 단상으로 돌리며 생각했다.
‘이쪽이 돈을 너무 좋아해서 대성하지 못한다면, 모용 가주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초절정에 이르지 못하는 것 같구나.’
모용진과 황보연.
두 사람 모두 초절정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
무림맹 총단 사람들은 명운이 자은사태를 꺾는 것을 본 바 있었기에 그의 무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진명도장의 무공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맹주님께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진명도장은 자은사태보다 조금 높은 정도일 것입니다.”
자은사태는 오악검파에서 손꼽히는 고수였기에 그녀보다 강하다는 것은 혹평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화산파 장문인에게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칭찬보다 혹평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태원각주 조명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정묘각주 형우제였다.
두 사람 모두 명운의 무공을 눈으로 목격한 바 있었다.
“이변이 없다면 맹주님께서 승리하실 겁니다.”
조명은 명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쪽은 아니었지만, 그의 무공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오악검파에서는 장 맹주의 무공을 따를 사람이 없다. 화산파에서 장 맹주와 겨룰 수 있는 이를 꼽는다면 얼마 전 선화한 검선만이 있을 뿐이다.’
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진명도장의 무공을 초절정의 끝자락 정도로 보고 있었다.
“진명도장,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진명도장이 고개를 돌리니 점창파 장문대리 종헌이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었다.
진명도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단상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마교 장로를 상대로 싸웠던 때가 생각나는군.’
이십 년 전.
진명도장은 매화검수의 신분으로 보위산 근처에서 마교 고수들과 마주했다. 그와 사형제들은 매화검의 날카로움과 정묘함으로 마교 고수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비록 두 사람이 중상을 입었지만, 마교 고수 셋을 베어 상황이 유리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교십장로 중 한 명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그는 매화검수들이 펼친 검진을 힘으로 찢어 버렸으며, 단 일격으로 매화검수의 목숨을 빼앗았다.
‘정말로 어려운 싸움이었지.’
매화검수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강적의 등장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당황함은 검진에 틈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이때 힘을 낸 것이 진명도장이었다. 그는 동귀어진의 각오로 검을 휘둘렀고, 끝내 십장로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승리의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십장로의 장격에 맞아 반년 이상을 요양해야 했고, 그의 사형제 중 세 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더욱 좋지 않았던 것은 그의 활약으로 십장로를 물리치긴 했지만, 추격에 실패했다는 사실이었다.
종남파 장문인 나운이 용두방주에게 물었다.
“개방의 정보력은 천하제일이라 들었습니다. 방주, 장 맹주가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소문은 사실입니까?”
그는 장하가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면 진명도장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일 할도 채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사실입니다.”
용두방주의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허! 장 맹주가 화경의 경지에 들었다는 말입니까?”
나운은 눈썹을 세웠으나 용두방주는 물이 아래로 흐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처럼 차분했다.
“장 맹주가 지난 영웅연에서 절정의 끝자락에 이르렀다는 자은사태를 가볍게 꺾었니, 그리 놀라운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흠, 자은사태의 무공이 절정이 끝자락이라 하면 초절정의 경지로도 가볍게 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운은 장하의 경지가 화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힘든 듯 보였다.
용두방주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나 장문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초절정과 절정은 굳이 둘을 나누지 않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그 차이가 적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초절정의 고수가 절정의 고수를 상대한다면 승패가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접전이 벌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으음…….”
구파일방에서 절정과 초절정을 나누는 기준은 검기와 검강의 사이에 있다는 검오기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초절정 고수의 검오기는 절정 고수의 검기를 능가하지만, 그것만으로 승패를 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자은사태의 무위는 초절정에 가까웠습니다.”
상황에 따라 또는 임기응변에 따라 검기를 사용하는 절정 고수가 검오기를 사용하는 초절정 고수를 얼마든지 이길 수 있었다.
물론, 초절정의 끝자락과 절정에 막 들어선 고수라면 그 차이는 적지 않다고 할 수도 있었다.
하나 자은사태는 절정에 막 들어선 고수가 아닌 절정의 끝자락 또는 초절정의 문에 들어선 이였다. 그런 그녀를 가볍게 꺾었다면 상대의 무위는 화경일 가능성이 컸다.
항산파 장문인 자은사태는 자신이 두 사람의 대화에 언급되고 있는 것을 모른 채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로 좌 맹주의 죽음에 구파일방이 관련되어 있을까요?”
그녀는 구파일방을 의심하여 혜명사태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었다.
“채 소저의 증언만으로 구파일방에 혐의를 씌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사한 바와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개운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익선은 좌건 암살 사건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구파일방이 연결되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구파일방이 좌 맹주의 암살을 의도한 것이 아닐 수는 있어도 현원문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일 것이다.’
현원문의 배후에 공동파가 있다는 사실은 결코 묵과할 수가 없었다.
탁.
단상 위에 진명도장이 올라서자 명운이 몸을 그에게 돌렸다.
“검으로 겨루시겠습니까?”
검이 아닌 손.
즉, 권과 장으로 승패를 가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명도장의 선택은 검이었다.
“여러 영웅께서 바라는 것은 화산의 검이 아니겠습니까?”
화산파는 권과 장으로 유명한 문파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가 이렇게 묻자 동의를 표했다.
“화산파 하면 매화검법이지!”
“암, 매화검법에 자하신공이라면 장 맹주도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거야.”
명운은 진명도장의 선택을 존중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검으로 겨루기로 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단상 뒤쪽에 선 삼각주에게 돌렸다.
“비무에 앞서 단상을 비우도록 하겠습니다.”
제갈서준을 비롯한 세 각주는 그의 명에 두 손을 모았다.
“맹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번에 내린 명령이 그가 무림맹주로서 내린 마지막 명령이 될 수도 있었다.
태원, 정묘, 연수 등 세 각주는 단상에서 내려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맹주의 명패를 들고 있던 제갈연연 또한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하나 그녀는 명패를 다른 이에게 건네지는 않았다.
“무겁지 않으십니까?”
하노대가 와서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슬쩍 단상 옆에 서 있는 하후문에게 물었다.
“사공 대협께서는 조금 편히 계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많은 눈이 있는 곳에서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하후문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암기는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수백 명이 넘는 군중 사이에서 암기가 발사된다면, 그것을 막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맹주님은 작은 암기에 당하실 분이 아니시지 않을까요?”
“검을 겨루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검을 겨루고 있는 상황.
제갈연연은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 말씀은…….”
“비무 도중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노대 또한 얼굴을 굳혔다.
“연무장 주변에 호위를 배치하겠습니다.”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 황보세가 출신 황보천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럴 필요 없네.”
하노대가 미간을 좁히며 말끝을 높였다.
“사공 대협의 이야기를 들으셨지 않습니까?”
“만에 하나 누군가 암기를 사용한다면 단상 아래 있는 구파일방 장문인들이 알게 될 걸세.”
구파일방 장문인들의 무위는 중원을 대표하는 수준이었다.
누군가 암기를 사용해 이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누군가 암기로 맹주님을 해하게 된다면…….”
“진명도장은 승리를 주장하지 않게 될 걸세.”
“하지만 그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명도장이 암기의 공격을 받게 되면, 역으로 이쪽이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황보천은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으음, 그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갈연연이 말했다.
“연무장 주변을 호위로 둘러싸는 것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려울 것입니다. 하나 황보 선배나 하 대협 같은 분들이 연무장 곳곳에 서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총단 소속 고수들이 단상 주변에 서서 만일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황보천은 그녀의 말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으니, 부각주의 이야기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하노대도 이 의견에는 찬성이었다. 그는 자신과 함께 단상 주위에 설 이들을 뽑았다.
‘시간이 빠듯해.’
다행인 것은 명운과 진명도장의 비무가 바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앞서서 비무의 규칙을 정하고자 했다.
“이번 비무는 승패를 가르기보다는 무공을 확인하는 것이니, 고하가 정해진다면 그대로 끝내기로 합시다.”
명운의 제안에 진명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의 말에 따르겠소.”
비무의 고하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명운과 진명도장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단상 아래 무림인들은 이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진명도장과 장 맹주는 무림의 일대종사이니, 검을 겨뤄 보면 바로 고하를 알 수 있을 것이야.”
“그것도 있지만, 단상 아래 있는 구파일방 장문인과 오대세가 가주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난다면, 그 즉시 패배를 인정할 것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자네 말을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군.”
후개는 규칙이 느슨한 것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변수가 너무 많군요.”
그는 뒤로 몇 걸음을 물러나면 진다든가 상대의 몸에 검이 닿으면 진다든가 하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력이 비슷할 경우 규칙이 느슨하면 승패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태인진인이 그의 말을 받았다.
“규칙이 느슨하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 아니겠나?”
상대를 압도할 자신이 있다.
후개는 맹주인 장하는 몰라도 진명도장에게 그런 자신감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진명도장은 패자부활전 같은 비무이기 때문에 장 맹주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쯧, 그런 식이라면 기세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그다음은 기세였다.
‘설마 이 또한 장 맹주의 안배인가?’
후개는 명운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 순간 태인진인이 말했다.
“시작하려는 것 같군.”
명운과 진명도장.
두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는 두 손을 모았다.
“장 맹주, 한 수 부탁드리오.”
진명도장이 고개를 숙이자 명운 또한 고개를 숙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도장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단상을 바라보았지만, 그 밖의 무림인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장 맹주와 진명도장이 비무를 벌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네.”
“저 정도 고수의 싸움은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이지.”
“오늘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앞으로 몇 년은 발을 동동 구르겠군.”
모용진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장 맹주가 노린 것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강남대협 장하는 오월교를 격파하며 천하에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중원 무림인 중에는 그가 활약하는 모습을 눈으로 본 이가 적었다.
그 때문에 중원 무림에서는 그의 공과 무위를 인정하지 않는 이가 적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 장하의 무공과 전공 자체를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었다.
만약 강남대협 장하가 진명도장과 비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면, 중원 무림인들은 진심으로 그의 무공을 인정하게 될 것이며, 공과 무위를 내려치는 이들 또한 사라지게 될 터였다.
‘무공을 직접 보여 주는 것보다 효과적인 증명은 없을 테니까.’
모용진은 그래도 이번 비무는 제법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만에 하나 여기서 패한다면 표결에서 이긴 것이 무의미해진다.’
그가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스으윽.
검을 뽑은 진명도장이 먼저 자세를 잡았다. 그의 자세는 아주 평이했다.
“화산검법의 기수식이군.”
“매화검법이 아니라 화산검법인가?”
넓은 의미에서 보면 매화검법도 화산검법의 한 종류였다. 하나 진명도장이 취한 기수식은 화산일도검 흔히 화산검법이라 불리는 검법의 기수식이었다.
종남파 장문인 나운은 진명도장의 기수식을 보고는 감상평을 말했다.
“초식의 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군요.”
화산일도검은 화산파에 입문하는 제자가 처음 배우는 검법이었기에 초식의 정묘함이 부족했다. 다만 빠름과 정교함, 그리고 강함의 균형은 다른 화산검법보다 낫다고 할 수 있었다.
“검의 극에 달하면 초식은 사라지고 형만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나운의 말을 받은 것은 검으로 유명한 청성파의 자현도장이었다.
나운이 그에게 물었다.
“장 맹주는 어떤 검을 쓸까요?”
장하의 무위가 대단하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그가 어떠한 무공을 사용하는지에 관한 소문은 많지 않았다.
“단리원이 불가에 적을 두고 있으니, 소림과 결이 비슷한 무공을 사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현도장의 대답은 제법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두 사람의 곁에 있던 용두방주는 그의 대답을 들으며 생각했다.
‘소림과 단리원은 수천 리 떨어져 있어, 같은 불가라고 해도 그 결이 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소림의 시작은 달마대사였고, 달마대사는 천축 출신이다.’
단리원이 위치한 대리는 중원과 천축 사이에 있었기에 단리원에 천축의 영향을 받은 검법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다시 말해 자현도장은 단리원의 위치와 불가라는 뿌리를 모두 고려한 뒤 대답한 것이었다.
스르릉.
명운이 검을 뽑자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든 검은 푸른빛이 은은하게 도는 명검이었다.
“저 검은…….”
견식이 넓은 이들은 명운이 들고 있는 검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청운검(靑雲劍)이군.”
청운검의 주인은 장항이라는 협객이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뒤 검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현재 청운검은 이야기 속에나 등장하는 검이 되어 버렸다.
“설마 장 대협이 장항의 후손이란 말인가?”
“하지만 장 대협은 단리원 출신이 아닌가?”
“장항의 후손이 단리원에 들어가 무공을 배웠을 수도 있지.”
“으음, 그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
명운은 장항과 관계가 없었으나 그의 가명 장하는 검의 원래 주인이었던 장항을 떠올리게 했다.
황보세가 가주 황보연은 무림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이쪽의 계책이 먹혔군.’
명운이 들고 있는 청운검은 그가 황보천을 통해 선물한 것으로 그는 이 검을 통해 사람들이 당대의 협객이었던 장항을 떠올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종남파 장문인 나운은 청운검보다는 명운의 자세를 주목했다.
“특별한 기수식은 아니군요.”
청성파 장문인 자현도장이 이마를 찌푸리며 그의 말을 받았다.
“저것은 기수식이 아닙니다.”
나운은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기수식이 아니라니요?”
“저것은……. 그냥 검을 아래로 내린 것뿐입니다.”
그냥 검을 아래로 내린 것뿐이다.
이것을 돋보이게 말하면 자연체라 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