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510)
510화 장강의 물결처럼 (7)
무봉을 내려온 백호대 대원들은 산 아래 낮은 언덕을 중심으로 진을 펼쳤다.
그들은 군데군데 방패를 놓아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수전이나 암기에 대비했다.
“적이 온다고 해도 언덕을 내려가지 말고 위치를 사수하라!”
각 조의 조장들은 대원들의 위치를 잡아 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적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겁먹지 마라! 교주님께서 보고 계시다!”
사마진은 백호대 조장들이 조원들을 다독이는 사이 무림맹의 군세를 살폈다.
‘군세를 셋으로 나뉘어 진군한다는 뜻은 무봉을 포위하겠다는 뜻이구나.’
만약 이대로 무림맹 군세가 밀려든다면 무봉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천봉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포위를 풀 수는 없을 것이다. 나라면 무봉의 포기를 명했을 것이다.’
하나 명운은 무봉을 포기하는 대신 허장성세를 보이라 명한 바 있었다.
‘교주님은 무슨 생각이실까?’
그녀는 백호대의 허장성세에 넘어가 진군을 무르기에는 무림맹의 기세가 너무 매섭다고 생각했다.
“대호법님, 적의 선봉이 멈췄습니다.”
백호대 삼조장 광유의 보고에 사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보았다.”
무림맹의 주력은 중군과 좌우 양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참마대에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선두에서 진군해 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누가 보아도 무림맹의 선봉이 참마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숫자에서는 무봉을 내려온 백호대가 참마대를 앞서고 있었다.
사마진이 참마대의 숫자를 헤아린 뒤 명령을 내렸다.
“백호대는 교주님의 명에 따라 적을 도발하라.”
“존명!”
삼조장 광유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중저음으로 명령을 전했다.
“다들 있는 힘껏 적을 도발하라.”
그의 목소리를 들은 백호대 대원들이 참마대를 향해 일제히 목청을 높였다.
“거기! 왜 걸음을 멈추는 것이냐? 설마 우리가 두려운 것이냐? 하하하! 지금이라도 엎드려 빈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백호대원들 중에는 특색을 가진 문파 제자들을 도발하기도 했다.
“땡중과 계집이 함께 있으니, 될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이냐? 땡중은 환속하고 계집과 아이나 낳으면 될 것이다!”
땡중은 소림사, 계집은 아미파 제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참마대 대원들은 백호대의 도발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놈들이!”
“뚫린 입이라고는!”
분개한 이들이 무기를 빼 들고는 화선진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주! 공격합시다!”
“적의 숫자가 많지 않으니, 일거에 도륙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화선진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들의 말을 받았다.
“멈춰라! 아직 전령이 오지 않았다!”
그는 맹주의 공격 명령이 있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적이 언덕을 내려와 공격하면 모를까? 우리가 먼저 치고 들어갈 수는 없다.’
게다가 그는 적이 노골적으로 도발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놈들이 우리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은…….’
십중팔구 백호대가 서 있는 언덕 아래에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 어설픈 도발에 말려들어 동료들을 잃을 것 같으냐!’
그가 미간을 좁히는 동안에도 백호대의 도발이 이어졌다.
“위군자! 말코도사 놈아! 계집의 향냄새가 그리운 것이냐? 어찌 거기 서 있단 말이냐?”
“어이! 거기! 개방귀 뀌는 소리라도 해 봐라! 어찌 귀머거리처럼 말이 없느냐!”
“개방 거지들은 어서 앞으로 나와라! 나리가 노잣돈이라도 보태 주마!”
백호대 대원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은 덕방과 오조가 이끄는 십여 명의 선발대였다. 이들은 길을 여는 동시에 기관진식을 파훼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젠장, 저놈들이!”
개방제자 덕방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자 같은 개방제자 오조가 어깨를 잡았다.
“적이 많아.”
“하지만 이렇게 놀림을 당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오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대주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데, 우리가 어찌 먼저 움직일 수 있겠나. 참게.”
덕방은 고개를 돌려 참마대 본대를 살폈다.
‘으음, 오조의 말대로 대주는 전혀 움직임이 없구나.’
그가 끓어오르는 화를 내리누르며 말끝을 높였다.
“조,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일단, 여기서 상황을 살피세.”
백호대 백여 명이 언덕에 포진하고 있으니, 그들 십여 명으로는 길을 열거나 기관을 파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자칫 잘못하면 포위 섬멸당할 수 있다.’
여차하면 위치를 버리고 뒤로 물러나야 할지도 몰랐다.
백호대 삼조장 광유는 참마대가 도발에 꿈쩍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사마진에게 말했다.
“대호법님, 적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본군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마진은 그와 생각이 조금 달랐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의 본군 또한 움직이지 않는구나.”
그녀는 언덕 위에 서 있었기에 무림맹 군세의 움직임을 쉬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면 계속해서 적을 도발할까요?”
사마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을 내렸다.
“교주님께서 우리에게 내린 명은 적을 도발하라는 것이다.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그 명을 계속 따라야 한다.”
계속해서 적을 도발하라는 명령이었다.
“존명.”
광유는 백호대 대원들을 둘로 나누어 한쪽에 휴식을 주었다.
이는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한데 말이야. 연기를 피우고 적을 도발하는 것만으로도 적을 물리칠 수 있을까?’
광유는 어제 그들이 만난 명운이 무림맹주 장하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나선 백호대원 오십 명이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참마대를 도발했다.
“중원의 겁쟁이들아! 감숙까지 무슨 일로 돌아왔느냐!”
“거기! 어서 썩 엎드리지 못할까?”
“애비애미도 없는 녀석들아! 어서 신교의 교주님께 절하고 목숨을 구해라!”
참마대 대원들은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백호대 대원들의 욕설과 도발을 참아 내고 있었다.
“명이 떨어지면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화선진인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분한 목소리에도 차분함을 잊지 않았다.
“다들 흥분하지 말게. 마교 녀석들의 입이 더러운 것은 어제오늘 일의 일이 아니니까.”
그는 사마외도 무리의 악행을 수없이 접한 바 있었다.
‘쯧쯧, 놈들의 악행에 비하면 오늘의 욕설은 귀여운 수준이지.’
그가 속으로 혀를 찼을 때였다.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젊은 무인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전령이 아니다.’
화선진인이 말을 타고 달리는 젊은 협객을 주시한 순간이었다.
무당파 삼대제자 지현이 명운을 알아보고 말끝을 높였다.
“저건 맹주님이 아닙니까?”
화선진인이 뭔가 답하려는 순간이었다.
쉬익!
명운이 파공성과 함께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가 몸을 솟구친 높이는 무려 십 장.
일류 고수들은 물론이고, 절정 고수들조차 엄두를 낼 수 없는 높이였다.
“저, 저럴 수가!”
“대단한 경공이다!”
“마치 새와 같구나!”
참마대 대원들이 감탄사를 터트리는 사이 명운은 그들의 머리를 지나 백호대가 진을 치고 있는 언덕 아래 내려섰다.
화선진인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나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경공이구나.’
명운의 경공은 높이만 높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십장 높이로 솟구쳐 오른 다음, 달리는 말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무엇이 나와 맹주의 차이를 만들었단 말인가?’
화선진인이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지현이 그에게 물었다.
“대주님, 맹주님의 뒤를 따를까요?”
화선진인은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럴 필요 없다.”
그는 자신들이 필요했다면 맹주가 직접 명을 내렸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랴! 이랴!”
높은 고함.
창을 꼬나 든 채 따라온 이는 하후문이었다. 그는 명운이 말을 버리고 경공을 전개하자 뒤를 쫓는 대신 명운이 타고 왔던 말의 고삐를 잡았다.
“워, 워!”
그는 창을 세우고는 미간을 좁혔다.
‘교주님께서는 무엇을 하시고자 하는 것인가?’
지금 명운의 신분은 무림맹주 장하였다.
‘설마 백호대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겠지?’
백호대 앞에 선 상황만을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 * *
사마진은 명운이 단기로 말을 달려온 것을 보고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건…….”
그의 옆에 선 삼조장 광유는 명운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복장으로 보면 무림맹 무인 같습니다.”
사마진이 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는 무림맹주다.”
광유는 무림맹주라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예? 저자가 바로 무림맹주 장하란 말입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주변 백호대원들이 귀를 바짝 세웠다.
‘무림맹주가 우리 앞에 와 있다고?’
‘설마 단기로 돌진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모두의 시선이 언덕 아래에 선 무림맹주 장하를 향했다.
명운이 언덕 아래에 선 그 순간에도 백호대의 도발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혼자 온 것을 보니, 홀아비구나!”
“계집처럼 얼굴이 흰 것을 보면 혹시 남색을 즐기는 것이 아니더냐?”
명운은 백호대의 도발을 듣고 난 뒤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후후후, 내가 백호대의 도발을 듣게 될 줄이야.’
그는 오른손으로 검갑을 잡은 채 주변의 기운을 모았다.
휘이이익.
주변의 바람이 그를 중심으로 일렁거렸다.
‘주변에 용맥은 없지만, 기는 충분하다.’
명운은 일찍이 대지의 기운을 사용하는 법을 익힌 바 있었다. 그리고 오월교와 싸우면서 대지의 기운을 넘어 세상의 기운을 사용하는 법까지 깨우쳤다.
슈우우우욱.
그의 주변을 몰아치던 바람이 멈췄다.
사방에서 모여든 기가 그의 단전에 맺힌 것이었다.
명운은 단전에 맺힌 기운을 목소리와 함께 토해 냈다.
“본좌는 무림맹주 장하다!”
그의 외침은 소림의 사자후 이상이었다.
수백 보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이들마저 머리가 흔들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크으윽…….”
“이 소리는 대체!”
언덕 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던 백호대 대원들 또한 무릎을 꿇었다.
“커헉.”
“머리가, 머리가 흔들린다.”
이백 보 넘게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사마진조차 가슴이 두근거렸다.
‘호신강기를 일으켰음에도 이 정도란 말인가? 교주님의 무공은 더욱 고강해졌구나.’
그녀의 예상대로 명운의 무위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황이었다.
삼조장 광유는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큭, 대단한 음공입니다.”
사마진은 명운의 무위에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겉으로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무림맹주라 하더니, 재주가 없어 보이진 않는구나.”
광유는 그녀의 목소리가 태연한 것을 깨닫고는 속으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호법은 미모와 교주님의 총애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구나.’
언덕 아래 있던 개방제자 덕방과 오조는 명운의 사자후에 기혈이 뒤틀려 가부좌를 틀지 않을 수 없었다.
‘맹주님의 사자후가 대단하구나.’
‘자칫 잘못하면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들 곁에는 함께 선행한 참마대 대원들이 있었는데, 그들 또한 가부좌를 틀며 끓어오르고 있는 기혈을 가라앉히고자 했다.
명운의 사자후는 비단 언덕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만 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그의 외침은 뒤에서 진군하고 있는 중군은 물론이고, 좌익과 우익에도 또렷이 전해졌다.
“맹주님께서 앞에 서신 것인가?”
“아무래도 진군을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는 것이 좋겠네.”
명운이 외침이 있은 직후, 무림맹 좌익과 우군의 움직임이 멈췄다.
“전원 정지!”
모든 이는 귀를 열고 명운의 말을 듣고자 했다.
명운은 사자후로 백호대의 도발을 처리한 뒤 말을 이었다.
“마교주에게 묻고자 한다. 그대는 어찌하여 선량한 이들을 핍박하는가? 강함은 남을 핍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 그대는 정녕 이를 모른단 말인가?”
무림맹주다운 이야기였다.
무봉과 천봉의 천마신교 무인들은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위군자 녀석이…….”
그들은 무림맹이 말하는 의나 협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무림맹 무인들의 표리부동과 불의를 수없이 경험한 바 있었다.
명운의 목소리는 앞서와 같은 사자후는 아니었지만, 목소리에 깊은 내공이 실려 있었기에 무봉은 물론이고, 천봉에 있는 이들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마교주, 그대는 어찌하여 대답하지 않는가!”
사마진은 명운의 한마디를 듣고는 아미를 찌푸렸다.
‘무봉에 있는 이는 교주님이 아니라 종영세다. 그의 내력으로는 교주님처럼 이야기할 수 없다.’
종영세는 그녀의 가르침 덕분에 명운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은 가능했지만, 이처럼 중후한 내공을 담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교주님께서는 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걸까?’
여기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면 천마신교 교주의 위명이 크게 훼손될 터였다.
‘설마, 무림맹주 장하의 위명을 높이기 위해 교주님 자신의 명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었다.
“큭…….”
사마진이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 손톱을 물어뜯었을 때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어왔다.
– 거창한 말은 거짓과 통하고, 홀로 나선 듯하지만, 실은 수천에 기대는구나.
사마진은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가 명운의 것임을 깨달았다.
‘교주님께서는 혼자서 두 사람의 역할을 하시고자 하신다.’
명운은 입으로는 무림맹주 장하를, 전음으로는 천마신교 교주 명운을 말하고자 했다.
– 진정으로 나와 정의를 논하고자 한다면 무봉으로 올라오라. 그러면 네 이야기를 들어 주마.
무림맹 무인들은 무봉에서 흘러나오는 전음에 경악했다.
“저, 전음이 이렇게까지 멀리 퍼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이 알고 있는 전음은 뛰어난 무인이라 해도 수십 보 정도가 한계였다.
그러나 천마신교 교주 명운의 전음은 수십 보가 아닌 십여 리에 미치고 있었다.
“마교주의 천마신공이 무섭다고 하더니,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구나.”
기세가 높았던 참마대 또한 명운의 전음에 기가 꺾이고 말았다.
화선진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봉 위에서 여기까지 전음을 날리다니, 이것은 사술인가?”
혼잣말에 가까운 그의 물음을 무당파 삼대제자 지현이 받았다.
“저것은 사술이라 아니라 마공에 의한 것일 겁니다.”
“마공? 천마신공인가?”
“아마도 그렇겠지요.”
지현은 이것이 마교주의 진짜 실력이라면 자신들 모두가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괴물이었을 줄이야.’
이곳에서 천마신교 교주 명운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맹주뿐이었다.
명운의 오른손이 검갑에서 검으로 움직였다.
“마교주여! 곳곳에 복병을 숨겨 둔 채 산에 오르라 말하는 것인가? 본좌는 그대의 도발에 휘말려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버리게 할 수 없다!”
그는 말을 마친 뒤 검을 뽑았다. 그러곤 크게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검에서 뻗어 나온 기광이 대지를 갈랐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팍!
돌가루와 먼지가 피어오르며 대지가 수백 보 이상 잘려 나갔다.
이를 본 참마대 대원들은 명운의 무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것은 검강이다!”
“땅을 수백 보 이상 베어 내다니! 믿기지 않는구나!”
간신히 정신을 차린 백호대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따, 땅을 베었다.”
“그냥 벤 게 아니야. 한 자 깊이로 파였어.”
“저 검강이 땅이 아니라 우리를 향했다면…….”
“여기 있는 이들 중 절반은 휩쓸려 나갔겠지.”
파팍! 파파파팍!
검강의 위력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일까?
파인 대지에서 연기와 함께 돌가루가 피어올랐다.
사마진은 그것을 보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무림맹주의 내공은 양강진기구나.”
삼조장 광유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양강진기라. 과연 무림맹주인가?’
그는 무림맹주 장하가 언덕을 향해 돌진한다면 절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명운은 검을 거두며 말했다.
“검으로 그대에게 경고하고자 한다. 그대와 그대의 수하들이 이 선을 넘는다면 나는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참마대 대주 화선진인은 그의 말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께서는 불필요한 피를 흘리지 않고자 하신다.”
지현도 그와 생각이 같았다.
“마교 고수 수백 명이 매복하고 있는 곳으로 대군을 이끌고 들어갔다가는 피해가 클 것입니다.”
이윽고 명운이 몸을 돌리며 외쳤다.
“전군 회군!”
그는 막대한 피를 흘리며 무봉을 탈환하기보다는 마교 교주에게 경고하는 것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중군의 개방 장로 노호운과 숭산파 장문인 홍익선은 그의 판단에 두 손을 모았다.
“맹주께서 공을 버리고 아군을 살리셨으니, 이는 대인의 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교를 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준비가 단단하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겠지요.”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적을 치는 것은 하책이라 할 수 있었다.
“맹주께서 단단히 경고하였으니, 마교는 산을 내려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산과 지형 그리고 기관에 의지해 우리를 해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추격은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사마진은 물러나는 무림맹 군세를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교주님께서는 천존(天尊)마저도 행하지 못한 것을 행하셨다.’
천마신교에서 천존은 곧 천마였다.
그 천마조차 행하지 못한 일.
그것은 바로 정(正)과 사(邪)를 양손에 쥐는 것이었다.
– 마도귀환록 외전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