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56)
56화 폐관수련 (2)
“형님.”
명정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마. 너와 난 대업을 이룰 가능성이 없다. 내게는 재주가 없고, 넌 재주가 있지만, 배경이 미약하다. 하지만 우리 둘이 손을 잡게 되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명운은 그가 사공자 명준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철없이 날뛴 넷째 형과 다르게 다섯째 형은 자신의 입장이 어떠한지 정확히 알고 있구나.’
그가 말한 것처럼 그는 명증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작았다.
그리고 이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그 가능성마저 완전히 사라지게 될 터였다.
명운이 그에게 물었다.
“형님, 형님이 생각하신 것을 원 장로께서도 알고 계십니까?”
오공자 명정의 배경이 되는 것은 대산팔가 중 하나인 복주원가였다.
명정이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물론이다. 이곳에 오기 전 외조부를 먼저 설득하고 왔다.”
이쯤 되면, 그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설픈 생각으로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니라는 말이군.’
명정은 나름대로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명운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형님, 한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검혼대주가 자결하고, 명각이 근신에 들어간 근본적인 원인은 명탁이 명각에게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명정은 명운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내가 교주가 되면, 넌 부교주가 되는 것이다. 아니, 내 이후에는 네가 교주가 될 수 있도록 하마!”
황태자가 아닌 황태제를 세우겠다는 말.
명운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섯째 형은 허풍이 심하고, 과장 된 행동을 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악인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내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전 생이였다면, 명정과 힘을 합쳐 명천, 명각을 누르는 이야기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 있는 힘을 다해 싸워 보겠다고 맹세를 한 터였다.
‘날 이곳으로 보내 준 이와 약속을 어길 수는 없다.’
약속을 어기게 된다면, 암흑 속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형님의 뜻은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전 형님께 도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명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운아!”
명운은 자신의 왼손을 잡은 명정의 두 손에 오른손을 얹었다.
“형님, 전 곧 폐관수련에 들어갈 것입니다.”
명정이 멈칫했다.
“폐관수련이라고?”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의 무공으로는 공을 세우기는커녕 몸을 지킬 수조차 없습니다. 다행히 좋은 스승을 만나 그분과 함께 삼 년 폐관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명정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폐관이라니…….”
삼 년 동안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명운은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형님께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점, 아쉽게 생각합니다.”
명정의 눈빛이 흐려졌다.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명운은 명정이 이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형님께 제가 조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명정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마.”
명운이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둘째 형이 근신에 들어갔으니, 큰형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하나 형님께서는 큰형에게 기울면 안 됩니다.”
명정이 이유를 묻자 명운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둘째 형을 위태롭게 만든 것은 수하들의 교만이었습니다. 하나 큰형의 수하들은 둘째 형의 수하들보다 더 오만하고 욕심이 많습니다. 큰형이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그들의 언행은 과해질 것입니다.”
명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큰형도 결국 둘째 형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구나.”
“몸을 낮추며, 아버님의 말씀을 귀담아듣는다면,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형들에게 휩쓸린다면 여섯째 형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명정은 속으로 깊은숨을 내쉬었다.
‘후우…… 운은 언제나 계책을 꺼냄에 있어 거침이 없구나.’
그는 형제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이 명운이라 생각했다.
‘둘째 형도 훌륭하지만, 내가 본 가장 뛰어난 이는 운이다.’
명정은 명운과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그가 두 손을 놓으며 말했다.
“네 조언을 잊지 않겠다.”
명운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형님,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재를 중용하셔야 합니다. 한고조는 용맹하지도, 지모가 뛰어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재를 두루 쓴 결과 천하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명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난 그 인재가 바로 너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명운은 문밖까지 나와 그를 전송했다.
명정이 돌아간 뒤.
명운은 강하원을 불러들여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네.”
강하원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공자님을 주시하고 있는 이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명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큰형이나 둘째 형의 눈에 들기 전에 폐관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언젠가는 그 두 사람과 맞서야 합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겠지.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닐세.”
명운도 폐관수련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폐관수련이 가장 좋은 선택지다.’
그가 음색을 바꾸었다.
“강 총관.”
강하원은 그가 음색을 바꾸자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공자님, 하명하십시오.”
명운이 다소 굳은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내가 폐관에 들어가면 서숙은 봉문을 할 것이다.”
강하원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완전한 봉문입니까?”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다. 서숙은 내가 폐관에 들어간 이후에도 움직여야 한다. 봉문을 하는 것은 정문뿐이다.”
모든 문을 봉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정문을 봉한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공자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운은 지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폐관에 들어간 이후에도 광산에서 나오는 돈은 줄어들지 않을 걸세. 자네는 그 돈을 이용해 인재를 모으도록 하게.”
“그들을 가르치는 것은 누가 합니까?”
“낙산원의 조광에게 맡기게.”
인재를 모은 뒤, 낙산원으로 보내라는 말.
강하원은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인재를 모으며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명운은 몇 가지 지시를 더 내린 뒤, 붓을 들었다.
“사흘 뒤, 이것을 태화전에 올리게.”
태화전은 교주 명증이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즉, 그가 쓰고 있는 편지는 아버지 명증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 * *
낙산원으로 돌아온 명운.
그는 돌아오자마자 호위무사들과 경은을 연공실로 불렀다.
그들은 명운의 소집에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대명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보다는 방비를 더 삼엄하게 하라는 명을 내리시지 않을까 싶군.”
“어쩌면 대명궁에서 새로 가져온 선물을 나눠 주실 수도 있어.”
조광이 팽헌충을 꾸짖었다.
“태평한 소리!”
팽헌충은 얼굴을 찌푸린 뒤, 고개를 하후문에게 돌렸다. 그는 명운과 함께 비로궁을 다녀온 유일한 호위무사였다.
“하후문, 뭐 들은 것 없나?”
하후문은 낙산원으로 돌아온 이후,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공자님께 들은 것은 없네.”
그는 명운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그리고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공자님께 선택을 받은 것은 행운이다.’
그는 명운과 함께라면 자신의 뜻을 크게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팽헌충이 재차 물었다.
“그래도 뭔가 들은 게 있지 않아?”
하후문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관흠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포기해. 저 녀석은 언제나 저러니까.”
그는 하후문에게 끈끈한 전우애는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 녀석하고 종영세. 둘은 좀 아니지.’
관흠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팽헌충과 조광, 두 사람뿐이었다.
“모두 조용!”
목소리를 높인 것은 경은이었다.
다섯 호위는 그녀의 말에 자세를 바로 했다.
끼익. 끼익.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무후차를 탄 명운이 등장했다.
명운은 가면을 쓰고 있었기 그들은 자신들을 가르치는 고수가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간 공자님을 수행하고 있었나?’
‘역시 공자님의 배후는 저자인가?’
이윽고 무후차가 멈췄다.
명운은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가면을 벗었다.
“모두 모였나?”
일행은 명운이 가면을 벗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 공자님.”
“공자님?”
명운은 놀라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상한가?”
조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공자님께서 지금까지 저희를 가르치신 것입니까?”
명운이 가면을 다시 쓰며 대답했다.
“그렇다.”
관흠과 팽헌충은 너무 놀란 나머지 탄성을 터트렸다.
“아…….”
놀라지 않은 것은 명운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경은뿐이었다.
‘공자님께서 이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시는 것은 상황이 변했다는 뜻이다.’
그녀는 명운이 단순히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모두를 모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놀랐는가?”
“그렇습니다.”
하후문은 다소 놀라긴 했지만, 지금까지 명운이 보여 준 언행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공자님께서는 때를 기다리시는 잠룡이시다.’
명운이 재차 가면을 벗으며 말했다.
“내가 너희를 모은 이유는 앞으로 무공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에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진 것은 경은이었다.
“공자님,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것입니까?”
명운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곧 폐관수련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폐관수련에 관한 이야기는 그녀도 들은 바가 없었다.
“폐관수련이라면 얼마나 하시는 것입니까?”
“삼 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성취가 없다면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경은은 그의 말에 나직이 탄식했다.
“하면…… 공자님을 삼 년이나 뵐 수 없는 것이군요.”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경은, 내가 없다고 해서 수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는 다시 모두에게 시선을 돌렸다.
“폐관수련에 들어갈 때까지 매일 너희를 가르칠 것이다. 그러니 단단히 준비를 하라!”
조광을 비롯한 모두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명운은 조광과 호위무사들을 내보낸 뒤, 경은만을 남겼다.
“네게는 따로 할 말이 있다.”
경은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받았다.
“사부님, 명을 내려 주십시오.”
명운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쉬운 일이라 할 수도 없다.”
“어떤 일입니까?”
“내가 폐관에 들어가면 강 총관이 인재를 모아 이곳으로 보낼 것이다.”
경은이 재차 물었다.
“그들을 가르치라는 말씀이십니까?”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그들을 가르칠 수는 없겠지. 그들을 가르치는 것은 조광에게 맡기고자 한다.”
“하면 전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넌 그들을 관리하고, 살펴야 한다. 그리하여 그릇된 이가 있으면, 조광과 상의하여 내보내도록 하라.”
명운이 그녀에게 맡긴 일은 옥석을 고르는 것이었다.
“사부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경은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어떠한 일이든 맡겨 주십시오.”
그녀는 강하원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나름의 능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상행에 능숙한 이들을 찾아 상단을 구성하라.”
“상단 말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낙산원의 광산만으로는 그 돈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은은 명운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사부님, 전 지금까지 상행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곳을 떠날 수도 없습니다.”
명운 또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바 있었다.
‘하나 그녀가 아니면 이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서북상단에서 널 도와줄 것이다.”
경은은 서북상단이라는 말에 얼굴이 밝아졌다.
“자명단에서 도움을 준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녀는 자명단과 서북상단이 도움을 준다면, 해 볼 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명운은 품속에서 두 통의 편지를 꺼냈다.
“하나는 자명단주에게 보내는 것이고, 하나는 네 것이다.”
경은이 편지를 받자 명운이 말했다.
“자명단주가 돌아오면 그 편지로 도움을 청하라. 그리고 네게 보낸 편지는 칠성단을 복용할 날이 되면 열어 보도록 하라.”
경은은 명운이 자신에게 왜 편지를 남겼는지 알 수 있었다.
‘칠성단이 있는 곳을 적은 편지구나.’
그녀는 아직 칠성단의 금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