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승천(昇天) (3)
하후문은 창을 내려놓고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못 당하겠군.”
그는 조광의 마지막 상대였다.
‘조광, 저 녀석 괴물같이 강해.’
조광은 모두를 이겼음에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공자님께서 폐관수련을 끝내고 돌아오시면, 우리는 그분의 옆을 지켜야 한다. 이런 상태라면 공자님의 옆을 지키기는커녕 그분의 짐이 될 것이다.”
팽헌충은 가장 먼저 패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젠장 언제 저렇게 강해진 거야.’
종영세나 관흠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천마신교에서는 강자가 곧 법이었다.
그나마 나은 것은 하후문이었다. 그가 조광의 말을 받았다.
“네 말이 옳아. 우리는 교만하고 나태했어.”
그는 조광과 오십 초식을 겨루며, 오늘 비무를 펼친 이 중 가장 긴 대결을 이어 갔다.
물론 그 하후문도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조광에게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거리의 이점을 살린 수비는 가능했지만, 조광을 밀어붙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조광이 하후문에게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후문이 대답했다.
“낙산원 북쪽에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어.”
그 오두막은 과거 백호대 대원들이 초소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사흘에 한 번 돌아오는 비번을 없애고, 한 달에 한 명씩, 오두막으로 올라가서 수련하는 것이 어때?”
조광은 그렇게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달에 한 번이라, 그쯤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그가 나머지 호위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 생각은 어때?”
종영세가 검을 들며 대답했다.
“난 상관없어.”
“관흠, 팽헌충, 너희 둘은?”
팽헌충이 팔짱을 끼며 답했다.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겠지.”
“관흠은?”
“하라면 하는 수밖에.”
관흠은 조광에게 완패해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빌어먹을,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야.’
처음 서숙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나 지금은 그 누구도 쉬이 이길 수 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좋아, 그럼 가장 먼저 관흠이 수련에 들어간다.”
관흠은 조광의 지명에 짙은 눈썹을 위로 올렸다.
“나부터라고?”
조광이 차갑게 대답했다.
“가장 약하니까.”
관흠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광, 한 달 뒤에 다시 대결하자!”
조광은 그 요청을 피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하후문은 조광을 보며 생각했다.
‘조광에게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 자신감과는 무관하다.’
그는 모두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광이 악역을 자청했다고 생각했다.
‘분하지만 악역은 그가 아니라 나태했던 우리 자신이다.’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종영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잠시나마 다른 생각을 했던 자신을 질책했다.
‘약자인 주제에 여인에게 이끌리다니, 어리석은 녀석.’
그는 마음속에서 여인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기로 했다.
‘강자가 되기 전까지는 오직 수련만 생각할 것이다.’
하후문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가서 경 총관과 교대하겠어.”
“괜찮겠어?”
팽헌충은 그가 가장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 싸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후문이 창을 툭 치며 답했다.
“그 정도로 쓰러지진 않아.”
조광은 하후문 정도면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후문은 공격은 부족해도 수비만큼은 탁월했다. 솔직히 말해 그가 장기전으로 승부를 끌고 갔으면, 백 초식을 넘겼을 것이다.’
모두가 하후문 같다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같은 시각.
경은은 석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
“공자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그녀의 머릿속 명운은 귀엽고 총명한 소년이었다.
“또 뭔가를 골똘히 연구하고 계시겠지?”
또래보다 훨씬 조숙하지만, 다른 한쪽으로 전혀 조숙하지 않은 소년.
“그래도 키는 좀 자랐으면 좋겠는데…….”
폐관수련에 들어갈 때까지 명운의 키는 그녀의 가슴에 살짝 닿는 정도였다.
“나보다는 커졌으면 좋으련만.”
명운이 조광이나 관흠처럼 건장한 사내가 되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경은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공자님은 공자님이니까.”
그녀가 머릿속에 그린 명운은 아담하면서 지적인 청년이었다.
* * *
폐관수련 사백사십구 일째.
명운은 두 눈을 감은 채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너무 짧게 기간을 잡았나?”
얼마 전까지 그는 삼 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고 외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음진기라는 벽에 막히자 그 길었던 삼 년이 짧게 느껴졌다.
‘한음진기를 극복하고, 내력을 키운 뒤, 깨달음까지 얻어야 한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중단전을 열었을 때만 해도 쉽게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세상일이란 역시 쉬운 것이 없었다.
‘그것이 내 일이면 더더욱 그렇지.’
명운은 두 눈을 감았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잠이 최고다.’
그러나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반 시진 만에 다시 눈을 떴다.
“하…….”
긴 한숨.
그는 답답한 속을 풀기 위해 물을 마셨다.
‘미지근해.’
물이 미지근하다는 것은 계절이 바뀌었다는 뜻이었다.
“밖은 봄이려나?”
머릿속에 꽃과 나비, 그리고 따스한 햇볕이 떠올랐다.
“밖에 있었을 때는 한 번도 그것들을 그리워한 적이 없었다.”
명운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그것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는 급히 가부좌를 틀었다.
‘해 보자.’
명운은 단전에서 내력을 불러일으켰다.
한 시진이 지나고, 다시 한 시진이 지났다.
하나 명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가부좌를 취한 채 연공을 계속하고 있었다.
‘해낼 수 있다. 이것이라면!’
명운은 연공에 들어간 지 두 시진.
그는 전정혈을 열었다.
전정을 열자 한음진기가 백회를 거쳐 독맥으로 쏟아졌다.
서늘한 기운이 머리에서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음진기를 저장할 곳은 단전이 아닌 이곳이다.’
명운은 독맥과 임맥을 비운 뒤, 이 두 대맥으로 한음진기를 이끌었다.
잠시 뒤, 두 대맥에 한음진기가 가득 찼다.
‘독맥과 임맥의 한음진기가 더 커지면, 몸이 견딜 수 없이 차가워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육맥에 양강진기를 흐르게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있다.’
명운은 독맥과 임맥에 한음진기를 넣은 뒤 다른 육맥으로 그것을 감쌀 생각이었다.
‘몸이 점점 차가워진다.’
두 대맥에 쌓이고 있는 한음진기는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충맥과 대맥으로 막을 수 있을까?’
망설일 때가 아니었다.
그는 단전에서 양강진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그 기운을 충맥과 대맥으로 흘려보냈다.
‘믿는다.’
충맥과 대맥에 양강진기가 흘러들어 가자 몸이 차가워지는 속도가 늦춰졌다.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명운은 양유맥과 음유맥에도 내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몸이 차가워지는 것이 멈췄다.
‘예상대로야!’
하지만 이래서는 한음진기가 완전히 그의 것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한음진기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고인 물이 썩듯 내력도 한곳에 고이게 되면 그 힘을 잃고 말았다.
그는 양교맥으로 한음진기를 흘려보냈다.
‘조금씩, 천천히.’
양교맥으로 흘러들어 간 한음진기는 여러 혈을 돈 다음 다시 임맥과 독맥으로 돌아갔다.
‘서, 성공했다!’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면, 만세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내공을 수련할 때는 평정심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명운은 끓어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의 숨결에는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함께 섞여 있었다.
이는 그가 음과 양, 두 기운을 모두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반 시진 뒤.
명운은 천정을 닫은 뒤, 한음진기를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해냈다!”
한음진기.
몇 달 동안 그를 막아섰던 벽.
명운은 그 벽을 단숨에 뛰어넘어 버렸다.
* * *
운남성 경홍.
이곳은 대월로 가는 입구이자 황제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변방 중 변방이었다.
“결국 밀려났군요.”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설진가의 새로운 가주 진백청이었다.
“절 비웃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고생한 수하들을 비웃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이공자 명각은 굳은 얼굴이었다.
“화가 나신 겁니까?”
“그럼 웃을까요?”
명각이 이끄는 검혼대는 대월의 일부를 정복했으나 후족과 대월의 연합군에 밀려 운남으로 퇴각하고 말았다.
“차라리 운남을 정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운남성은 황제의 영토였으나 이곳을 다스리는 것은 황제가 아닌 대리단가(大理段家)였다.
그들은 총독이나 진무 같은 직책을 대물림하며 운남에 군림하고 있었다.
이공자 명각이 말끝을 올렸다.
“단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자는 말입니까?”
과거 대리국을 세웠던 대리단가는 대월국 못지않은 강적이었다.
“승리한다면 사천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명각은 알고 있었다.
승리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 비웃는 것이군요.”
“그 정도 공이라면 교주님께서도 다시 볼 것입니다.”
명각이 주먹을 꾹 쥐었다.
“언젠가는 대명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진백청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공자께서는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서 계시는지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명각은 오른손을 들었다.
“비웃는 것은 그만하시죠.”
그의 인내심은 점점 타들어 가고 있었다.
“비웃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진가는 후원을 끊을 것입니다.”
대설진가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면, 명각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말았다.
“협박입니까?”
“협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진백청이 말했다.
“패전보다 나쁜 것은 패전한 이유를 모르는 것입니다.”
명각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받았다.
“가르침이라면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하지만 비웃음이라면 멈춰 주십시오.”
진백청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비웃을 것이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면 가르침입니까?”
“공자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말입니다.”
명각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장로께서는 그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진백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께서는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셨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
명각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제가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했단 말입니까?”
진백청은 태연한 얼굴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
“무공을 연마하고, 부하를 기르고, 밖으로 나가 공을 세운다. 공자께서는 이것만으로 소교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명각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진백청이 대답했다.
“장공자는 그 이상을 해냈습니다.”
장공자 명천.
그의 공은 분명 명각 아래였다.
그런데도 그는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였다.
명각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형이 그 이상을 해냈다고요?”
진백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상대의 약점을 알고, 그곳을 찔렀습니다.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공자께서는 자신만 생각하고 다른 이들을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계신 것입니다.”
압도적인 재능과 전공이 있었기에 자만에 빠졌다.
진백청은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명각은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다른 형제를 무시한 것은 사실이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군요.”
진백청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시겠습니까?”
명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