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70)
70화 개문(開門) (6)
축 어깨를 늘어뜨린 중년인이 초점 없는 눈으로 말 위에 올랐다.
“괜찮으십니까?”
중년인은 걱정이 서린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네.”
누가 보아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 얼굴.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보다 못해 앞으로 한 걸음 나선 것은 관흠이었다.
“괜찮다니까.”
목소리를 살짝 높인 중년인은 바로 강하원이었다.
조광이 관흠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그러면 살펴 가십시오.”
강하원은 고개를 두 번 정도 끄덕이고는 말을 몰아 낙산원을 떠났다.
그가 떠난 뒤 관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강 총관께서 저리되신 걸까?”
조광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을 받았다.
“어제 공자님의 무공을 보고 저리되었다는 소문이 있어.”
“공자님의 무공?”
“내 생각인데 말이야. 강 총관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이 아닌가 싶네.”
관흠이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기대가 컸다면, 공자님께서 절정고수가 되어 나오길 바랐다는 건가?”
조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 비슷한 것이겠지. 하나 단 삼 년의 폐관수련으로 절정고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단 말이지.”
“흠, 정말로 공자님께서 절정고수가 되길 바랐다면, 강 총관님께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해.”
관흠은 아직 약관이 채 되지 않은 명운에게 절정고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일곱 분의 공자님들 중 절정고수라 불리는 이는 둘째 공자님뿐이다.’
장공자 명천이나 삼공자 명원조차 오르지 못한 절정의 경지.
그는 그것을 명운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 생각했다.
“조광,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광이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무엇을?”
“공자님께서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히셨을 것 같나?”
조광이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공자님의 무공 지식은 폐관수련에 들어가시기 전부터 해박했어. 절정이나 화경 같은 경지는 아니라도 나름의 성과는 거두지 않았을까?”
“흠, 나름의 성과인가?”
조광은 명운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자님은 명사의 지도를 받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무공을 연마했다. 그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관흠이나 종영세 정도만 되어도 훌륭한 것이다.’
그는 명운이 전장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관흠이 재차 물었다.
“그래도 고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광은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네는 공자님 나이에 고수라는 소리를 들었던가?”
“내가 공자님 나이였을 때 말인가?”
“그래.”
관흠이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하수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을 때지. 하지만 공자님을 우리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어. 공자님은 대업을 해내셔야 하는 분이니까.”
조광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우리도 고수가 되지 못했는데, 그것을 공자님께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일일세.”
그는 명운에게 거는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시각.
경은이 명운을 찾아왔다.
“제자, 사부님께 인사드립니다.”
명운은 그녀가 큰 상자를 들고 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뭔가?”
경은이 상자를 명운의 앞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금석이 만든 묵검(墨劍)입니다.”
명운은 폐관수련에 들어가기 전 하후문과 함께 우가촌을 찾은 바 있었다.
“이제 겨우 검이 만들어진 것인가?”
경은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검이 도착한 것은 일 년 전입니다.”
“일 년 전인가? 그래도 만드는 데 일 년 이상 걸렸군.”
“강 총관의 말에 따르면 묵철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금석이 만든 묵검은 일반 강철이 아닌 묵철로 만들어 평범한 검과는 비교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강 총관이 수고했겠군.”
경은이 상자를 열며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사부님.”
명운은 그녀의 목소리에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음?”
“강 총관 말입니다.”
“강 총관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
경은이 되물었다.
“사부님께서 뭔가 안 좋은 이야기라도 하신 것 아닙니까?”
그녀는 명운이 그에게 이상한 무공을 보여 주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명운이 강하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던가? 더는 어린아이가 아니니 내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명운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끝을 올렸다.
“안 좋은 이야기라니?”
경은은 명운이 시치미를 떼자 아미를 찌푸렸다.
“강 총관의 얼굴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명운은 그녀의 표정이 변하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너라면 모르는 척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경은이 흠칫하며 물었다.
“제가 실수한 것일까요?”
명운이 묵검을 확인하며 되물었다.
“경은, 낙산원에 비선이나 첩자가 없다고 확신하나?”
“그것은…….”
“없다고 속단할 수 없겠지. 아니,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간 새로 들어온 노비나 하인은 없었습니다.”
명운이 물었다.
“호위무사는?”
순간 경은은 말문이 막혔다.
‘호위무사들은 강 총관께서 보낸 이들이다. 하나 그들 중 비선이 섞여 있지 않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녀가 대답하지 못하자 명운이 말을 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호위무사 중 비선이나 첩자가 없다고 해도 낙산원의 모두를 믿을 수는 없지. 내가 적이었다면 낙산원에서 일하는 이들 중 몇 명은 돈으로 매수했을 테니까.”
비선이 없다면,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경은이 물었다.
“하면 강 총관의 실망한 얼굴은 비선을 속이기 위한 연기라는 것입니까?”
명운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연기는 아니지.”
경은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연기가 아니라고요?”
“연기한 것은 이쪽일세.”
“그러면 그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낙산원에는 명운이 강하원에게 보여 준 무공이 형편없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명운은 두 손으로 묵검을 들어 올렸다.
“훌륭한 검이군. 금석이 이 정도로 검을 잘 만들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사부님!”
“금석에게 사례해야 할 것 같아.”
경은은 명운이 의도적으로 말을 돌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부님,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 총관은 속이면 안 되었습니다.”
명운이 묵검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적을 속이기 이전에 아군을 속이라는 말을 모르는가?”
“하나 강 총관은 다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속여야 적도 속일 수 있네.”
경은이 미간을 좁히며 말끝을 올렸다.
“그러면 제게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겁니까?”
그녀는 강하원을 속이고자 했다면, 자신도 속여야 했다고 생각했다.
명운이 힘없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글쎄.”
경은은 그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강 총관님은 사부님과 가장 가까우신 분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분을 속이면 안 되었다.’
그녀가 명운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사부님, 지금이라도 제가 가서 이야기를…….”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좋지 않은 생각이야.”
“사부님.”
명운이 상자를 닫으며 말끝을 올렸다.
“조금 전에 물었지. 왜 네게 이야기를 해 주느냐고?”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야.”
그는 그녀가 들어오기 전 기를 사방으로 뻗어 비선이 없음을 확인했다.
경은은 그것은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 총관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불러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적이라면 소문을 교차 검증할 거야.”
소문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강하원의 실망한 얼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강 총관이 걱정을 거듭한 끝에 병을 얻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명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경은.”
“사부님.”
“대업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은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강 총관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말입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낙산원에 있고, 강 총관은 서숙에 있다. 이것이면 설명이 되겠느냐?”
서숙은 대명궁에 위치했고, 대명궁에는 그의 경쟁자와 적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즉, 강하원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어야 상대를 더 쉽게 속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사부님,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하지만, 가슴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명운은 생각했다.
‘이 아이는 마음이 따뜻하구나.’
그녀는 냉철한 야심가와 거리가 멀었다.
“넌 궁금하지 않느냐?”
경은이 눈을 살짝 위로 떴다.
“궁금하다니요? 무엇을 말입니까?”
“내 성취 말이다.”
“사부님의 성취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전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명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상관하지 않는다?”
“제게 사부님은 무엇을 하셔도 사부님이니까요.”
명운은 그녀의 말에 웃었다.
“하하, 훌륭한 대답이구나.”
그는 상자를 닫은 뒤 목소리를 바꾸었다.
“경은, 명을 내리겠다.”
경은은 명운의 한마디에 허리를 굽히며 두 손을 모았다.
“하명하시지요.”
“시녀들에게 내 무공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며, 나름의 성취가 있었다고 소문을 퍼트려라.”
경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소문과 반대가 아닙니까?”
“나를 높게 보는 이들이 있다면, 앞선 소문은 믿지 않을 것이다.”
이번 소문은 신중한 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여러 소문을 퍼트리면 각자가 믿고 싶은 것을 선택해 믿게 될 것이다.”
경은은 명운의 심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삼 년의 폐관수련에도 사부님의 계책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목에 힘을 주었다.
“제자, 사부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운은 그녀가 물러간 뒤 천장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호쾌하게 싸워서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야.”
큰 싸움을 벌이기에는 아직 모든 것이 부족했다.
* * *
비로궁 태양전.
이곳은 화려한 황금색으로 사방이 도배되어 있었다.
“공자님을 뵙니다.”
장공자 명천은 황금색 무복을 입은 채로 말끝을 올렸다.
“무슨 일이냐?”
그의 앞에 부복한 이는 묘원수라는 자였다.
“칠공자의 폐관수련이 두 달 앞서 끝났다고 합니다.”
삼 년 전.
명천은 명운의 계책에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명운을 자신의 아래에 두고자 했다.
하나 명운은 폐관수련을 선언함으로써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흠, 그래서?”
그가 원한 것은 더 자세한 보고였다.
“강하원이 낙산원에 다녀갔으나 어두운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어둡다?”
“소문에 따르면 칠공자의 무공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합니다.”
명천은 팔짱을 꼈다.
“삼 년 폐관으로 대단한 성취를 얻을 수는 없다.”
그는 명운의 무공에 진전이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자님, 다른 소문도 있습니다.”
“다른 소문이라고?”
“칠공자가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으며, 강하원의 걱정은 지나친 욕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소문입니다.”
명천은 담담하게 그 말을 받아넘겼다.
“기대치가 높았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 다른 것은 없느냐?”
“이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명천은 생각했다.
‘삼 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에 와서 약간의 성취는 아무 의미가 없겠지.’
지금 중요한 것은 명운의 거취나 무공이 아니라 보위산 공략이었다.
‘보위산 공략만 성공한다면,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은 바로 내가 될 것이다.’
그는 소교주 위가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물러가라.”
명을 내렸음에도 묘원수는 물러가지 않았다.
“더 할 말이 있는가?”
묘원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공자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명천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가까이 오라.”
묘원수는 거리를 좁힌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공자가 술에 빠져 지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각이?”
명각은 삼 년 전 실각했지만, 아직도 그의 최대 경쟁자였다.
“사람을 풀어 알아볼까요?”
명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돈과 인력은 얼마든지 써도 좋다. 확실한 소식을 가져와라.”
“존명.”
만에 하나 명각이 경쟁을 포기했다면, 그는 보위산 공략 결과에 상관없이 소교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