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의남매 (1)
사마진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단 하나의 무공으로 절대적인 강함을 얻을 수 있다고?”
“하나의 무공이 아닌 천마신공입니다.”
천마신공은 성존 천마의 분신이나 다름이 없는 무공이었다.
‘명각의 천마선은 상대가 불가능한 무공이었다. 아니, 그것은 무공이라 부를 수 없는 하나의 경지였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모두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명각에게 살해당한 과거는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어찌할 수 있단 말인가?’
사마진이 그에게 물었다.
“천마신공이라. 지금의 너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인 것이냐?”
명운은 그녀가 지금까지 겨룬 고수 중 최고였다.
“비교가 불가합니다.”
“그렇게 압도적이란 말인가?”
사마진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운도 이렇게 강한데, 교주님은 더 강하단 말인가?’
무(武)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그녀는 이러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운이 답했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천마신공을 완성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검기를 쓰는 고수와 그것을 쓰지 못하는 중수의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진은 명운이 자신과 아버지 명증의 차이를 풀어 설명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운은 충분히 강하다. 어쩌면 무극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천마신공이 천하를 오시하는 무공이라 해도 그 정도 차이가 날 리 없다.’
그녀는 명운이 자신을 너무 낮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천마신공이 정말로 그렇게 강력한 무공이라면, 본교는 왜 천하를 차지하지 못한 채 십만대산에 웅크리고 있단 말이냐?”
명운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일대일이라면 그 누구도 천마신공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 무림맹과 구파일방에는 수많은 고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림방장과 무당장문인, 그리고 화산장문인 세 사람이 협공한다면, 천마신공이 있다고 해도 쉬이 그들을 제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마진은 반론을 제기했다.
“이쪽에도 적지 않은 고수가 있다. 십장로와 좌우양사가 나선다면, 구파일방 고수들은 교주님을 협격할 수 없을 것이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수로 따지면 본교는 무림맹을 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이쪽은 말씀하신 것처럼 수십 명의 고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림맹에는 수십이 아닌 수백의 고수가 있습니다.”
구파일방에는 장문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대 고수라 할 수 있는 장로들과 장문인의 사형제인 일대제자들, 그리고 그 일대제자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이대제자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여기에 중소문파 장문인들과 은거 고수들까지 포함한다면, 명운의 설명은 과한 것이 아니었다.
“네 말에 따르면 무림맹이 우리를 지금까지 살려 둔 것이구나.”
“그것은 아닙니다.”
“아니라고?”
명운은 그 이유를 천천히 설명했다.
“그들이 모든 전력을 십만대산에 집중하면 본교는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하나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때문에 힘을 하나로 모을 수가 없습니다.”
사마진은 그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끝을 올렸다.
“겨우 서로 간의 견제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았단 말인가?”
명운은 그녀에게 힘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서로 간의 견제라 말씀하셨지만, 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소림 방장과 무당 장문인이 본교의 교주를 물리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면, 두 문파의 많은 고수가 희생될 것이고, 그 두 문파는 화산이나 종남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 줄 수도 있습니다.”
사마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본교와 싸움이 일어났을 때 고루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니, 무림맹에 속한 문파들은 쉬이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냐?”
명운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한마디 더 덧붙이면, 선봉에 서는 문파를 정하는 것이 본교 교주의 천마신공을 상대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입니다.”
정사대전이 일어날 경우, 선봉에 서는 문파는 괴멸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뻔했다.
‘그 어떤 장문인도 자신의 문파가 소멸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사마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다. 네 말대로 그 누구도 선봉에 서려 하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그들은 교주님의 명으로 싸우는 우리와 다릅니다.”
천마신교의 경우 삼단이나 사신대 중 하나가 전멸한다고 해도 교의 존속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무림맹에 속한 문파들은 장문인과 일대제자들의 죽음만으로도 문파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하물며 선봉에 서서 문파의 고수들이 전멸한다면?
그 문파는 멸문지화를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될 터였다.
사마진이 좁혔던 미간을 펴면서 미소를 지었다.
“운, 넌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것이냐?”
명운은 그녀의 칭찬에 머리를 긁적였다.
“단주님, 전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넌 똑똑해.”
사마진은 패배의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다.
“후후후…….”
명운은 그녀의 웃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왜 웃으십니까?”
사마진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선택했구나 싶어서.”
“예?”
“난 널 밀기로 했다.”
명운은 그녀의 말에 멈칫했다.
“절 밀다니요?”
“내가 네 후견인이 되고자 한다. 불만이 있는 것이냐?”
사마진이 후견인으로 나선다면, 이는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신교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석 장로 이상이다.’
그러나 명운은 넙죽 그녀의 말을 받지 않았다.
“불만은 없습니다만… 갑작스러운 일이라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사마진이 오른손 식지를 들었다.
“똑똑한 녀석이니, 이유를 꼭 알아야겠다는 것이냐?”
“단주님.”
“알고자 한다면, 알려 주마.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다.”
명운이 물었다.
“그것은 무공 때문입니까?”
사마진이 오른손 식지를 빙글 돌렸다.
“무공 때문이라면 진즉 이공자를 선택했겠지. 난 그저 네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명운은 몸을 바짝 낮췄다.
“단주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단주님께 드릴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사실이었다.
명운은 일곱 명의 공자 중 가진 것이 가장 적었다.
사마진은 살짝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러면 이쪽의 첫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든가?”
그녀가 농담을 섞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명운은 그녀의 농담에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패배에 대한 책임이라고?’
순간 한 단어가 그의 머릿속을 관통했다.
– 비무초진.
뛰어난 무공을 지닌 여인이 처음으로 자신을 꺾은 사내를 인생의 반려자로 택한다.
‘역시 그랬던 것인가?’
명운은 그녀의 감정이 뒤죽박죽이었던 것이 모두 비무초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책임지기로 했으니, 망설일 필요는 없겠지.’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단주님, 어떠한 책임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책임.
사마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흠, 무슨 소리지?’
그녀가 책임을 지라고 한 것은 자신을 낭패하게 만든 것에 대한 보상을 말하는 것이었다.
“책임이라니?”
“그러니까 제가 단주님을 이겼기 때문에 단주님의 정혼자가 되어야 한다면 그 책임을…….”
순간 사마진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정혼자라고? 운은 그런 생각을 한 건가?”
“…….”
그녀가 명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하하하, 내가 처음으로 날 이긴 사람에게 시집을 가려 했다고 생각했단 말이냐?”
명운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비무초진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는 고개를 숙였다.
“단주님꼐서 비무에 대한 책임이라고 하셔서…….”
“그래서 비무초진을 생각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사마진이 오른손을 부채처럼 흔들며 말했다.
“비무초진이라.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이미 잔혹마도의 부인이 되었을 것이다.”
잔혹마도는 그녀의 상사 양대충의 별호였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여러 번 무공을 겨룬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마다 패한 것은 그녀였다.
즉, 그녀를 처음으로 이긴 이는 명운이 아니라 신교좌사 양대충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사마진은 다행이라는 말에 아미를 살짝 위로 올렸다.
“다행이라? 그 말은 곤란하네.”
명운은 그녀의 한마디가 서릿발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이 반응은 대체… 내가 또 실수한 것인가? 여인의 마음은 짐작하는 것이 크게 힘들구나.’
그가 멈칫하자 사마진이 말끝을 올렸다.
“그 말은 한마디로! 이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이 아닌가?”
명운은 자신의 한마디가 그녀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다행이라는 말이 문제였구나.’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사마진은 당황하고 있는 명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긴 하네.’
그녀는 진심으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후후후… 이쪽이 아무리 미인이라고 해도 나이 차이가 크니, 연심을 품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다행이라는 말은 납득할 수 없단 말이지.’
그가 이십 년만 빨리 나타났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무엇이 아니란 말이냐?”
명운은 그녀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지나치지 않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야 했다.
‘생각하자. 생각해.’
잠시 뒤, 그가 포권을 취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죄송합니다. 단주님께서 제 누이와 비슷한 나이라 생각해 연심을 품고 말았습니다.”
연심(聯心).
명운의 이 한마디는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를 책임을 지고자 했으니까.’
사마진 같은 미인에게 이끌리지 않는다면 그는 남자가 아니었다.
“누님과 비슷한 나이라?”
교주 명증의 딸 중에는 이십 대에 접어든 이들이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사마진의 나이는 그녀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의외로 흔들린 것은 사마진이었다.
‘운이 정말로 내게 연심을 품었단 말인가?’
그녀에게 흑심(黑心)을 품은 사내들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명운의 그 한마디는 왠지 싫지 않았다.
“단주님, 혹시 단주님을 누님으로 모시면 안 될까요?”
누님.
그 한마디가 묘하게 그녀의 가슴을 울렸다.
사마진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녀는 표정을 관리하며 말끝을 올렸다.
“의남매를 맺자는 말이냐?”
명운이 두 손을 모은 채 답했다.
“단주님처럼 아름다운 누이가 생긴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마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좋아.”
명운은 그녀의 화가 풀린 것을 알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떻게든 매듭을 지었구나.’
그가 두 손을 풀며 말했다.
“그러면 오늘부터 누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사마진은 그의 한마디에 피식 하고 웃었다.
“바로 호칭을 바꾸는구나.”
명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받았다.
“누님에게 누님이라 부르지 무엇이라 부르겠습니까? 그리고 누님께서는 제게 먼저 말을 놓기까지 하셨습니다.”
실제로 사마진은 감정이 격해진 다음부터 그에게 존대하지 않았다.
사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각자가 원하는 대로 하자꾸나.”
“그렇게 하시죠. 누님.”
사마진의 눈썹이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휘었다.
“운?”
취혼술이라도 쓴 것일까?
단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명운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의동생에게 취혼술을 쓴 것은 아니겠지?’
이는 지나친 생각이었다.
설사 사마진이 취혼술을 썼다고 해도 그의 내공은 그녀를 넘어섰기 때문에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이었다.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입니까?”
사마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책임질 거야?”
명운은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끝난 이야기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는 사마진에게 집요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대명좌에 오르면, 누님을 부교주 아니 대장로로 모시겠습니다.”
사마진은 그의 제안에 다시 한번 피식했다.
“부교주나 대장로 자리가 필요하진 않지만, 운이 준다면 받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
그와 검을 겨루기 전까지, 그녀는 천마신교의 부교주 자리를 탐내고 있었다.
하지만 명운과 검을 겨룬 뒤, 그녀는 그런 자리는 어찌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나는 정말 이상하구나.’
패배의 충격 때문일까?
아니면 예상하지 못한 여러 전개 때문일까?
그녀의 심장은 명운 이상으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계속 이러면 곤란하다.’
사마진은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운, 넌 네가 강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형들과 무공을 비교하면 어떻지?”
무공은 천마신교 후계자 경쟁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다.
명운은 잠시 생각을 한 뒤에 오른손을 들었다.
“큰형보다는 제가 나을 겁니다.”
사마진이 계속해서 물었다.
“명각과 비교하면?”
이공자 명각은 형제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난 이였다.
“둘째 형과 비교해도 제가 나을 것입니다. 다만, 둘째 형이 감춰 둔 수가 있다면 동수를 이룰 수도 있습니다.”
사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하면 네가 형제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나다는 말이네.”
명운은 그녀의 결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마 그럴 겁니다.”
“무공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은 세력이야.”
명운은 그녀가 후계자 경쟁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농을 주고받는 시간은 지나갔구나.’
그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세력은 제가 가장 열세일 것입니다.”
“명탁보다?”
“제 뒤에 귀주석가가 있지만, 그들은 절 권좌에 앉히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마진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러면?”
명운이 또렷한 음색으로 대답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제가 그들이 원하는 다른 형을 돕는 것입니다.”
“후계자가 아니라 좋은 패로 쓰겠다는 말이군.”
이는 그녀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 셈이죠.”
사마진이 말끝을 올렸다.
“운은 그것을 다 알고 허락한 건가?”
“제게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사마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운이 석가와 그런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야.’
그녀는 자신과 명운 사이에 귀주석가가 끼어 있는 것이 불편했다.
“누님, 석가의 본래 뜻이 그렇다고 해도 이쪽에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마진이 이유를 물었다.
“왜 그렇지?”
“그쪽이 절 이용하듯 저도 그쪽을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서로 이용하는 관계다?”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사마진은 명운이 똑똑하다고 해도 귀주석가의 독계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주석가는 이리에 누구보다 밝아. 특히 석비연 그 아이는 조심해야 해.”
시녀장 석비연은 문무를 모두 갖춘 기재로 귀주석가를 대표하는 고수였다.
명운은 석비연과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시녀장을 변호한다면, 그녀가 화를 내겠지?’
그는 그냥 고개를 숙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사마진이 오른손 식지를 세웠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석가를 상대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해.”
“그들과 대화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사마진은 두 번을 강조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급하게 세력을 확장하기보다 우리 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명운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고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사마진이 물었다.
“그 말은 사람을 고르는 것은 내게 맡긴다는 이야기야?”
“그렇죠. 아무래도 이쪽은 누님의 경험이 더 많을 테니까요.”
사마진은 누님이라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쪽은 누나에게 맡겨.”
그녀는 누님을 넘어 누나라는 말까지 사용할 정도로 명운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남매 사이도 나쁘지 않을지도.’
명운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누님, 다른 사람이 있을 때 호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마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연히 예전처럼 가야지.”
“그러면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이란 말입니까?”
사마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공도, 우리의 비무 결과도, 의남매가 된 것도 모두 비밀이야.”
그녀는 명운의 실력을 당분간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이 고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를 크게 경계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다.’
사마진은 문제가 될 시에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일이 벌어지고 나면 늦으니까.’
명운이 물었다.
“누님,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사마진은 잠시 생각한 뒤 그의 물음에 답했다.
“약간의 성과를 확인했으나 고수라 칭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하지.”
명운이 재차 물었다.
“이미 퍼진 소문에 맞추라는 말씀이십니까?”
사마진이 되물었다.
“그 소문, 네가 퍼트린 것 아니야?”
명운은 가볍게 말끝을 올렸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마진은 그의 물음에 빙글 몸을 돌렸다.
“나도 바보는 아니야. 그 정도는 딱 보면 알 수 있지.”
그녀는 공복진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계책을 짜낼 수 있는 여인이었다.
‘이쪽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명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 이번 비무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그러면 다 결정된 것인가요?”
사마진은 그의 물음에 손을 내밀었다.
“검을 돌려줘.”
명운은 재빨리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사마진은 검을 받은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지금까지 내가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널 만나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번 비무는 그녀의 자존심을 크게 깨뜨리고 말았다.
“단주님, 아니 누님은 지금도 강합니다.”
사마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크게 이겨 놓고 이제 띄워 주려는 것이냐?”
“제가 이긴 것은 누님이 방심한 탓도 있습니다.”
“첫 일격은 그랬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어.”
두 번째 대결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지만, 명운의 가형검을 막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검이었지.’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네가 움직이기 전 무형검기가 사방에서 느껴졌다. 그것은 어떻게 한 것이지?”
명운이 답했다.
“검으로 호를 그리면서 발 아래로 기를 뿌린 것입니다.”
발 아래로 기를 뿌렸다.
사마진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무공이었다.
“검으로 호를 그리는 것은 상대의 시선을 끌기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이구나.”
“그렇죠.”
“하나 더 물어도 될까?”
명운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님이라면 둘이나 셋도 가능합니다.”
사마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 무형검기, 멈추지 않는다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건가?”
명운이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내공이 약한 자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호신강기가 없는 자는 무형검기를 막을 수 없다.
사마진은 명운의 대답을 이렇게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