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8)
8화 마도지존 (4)
강하원은 연무장을 정비하라는 명운의 지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시종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라는 말씀이십니까?”
명운이 책을 덮으며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시종들이라니, 연무장은 내가 쓸 것일세.”
강하원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공도 배우지 않으셨으면서 연무장을 쓰시겠다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인지 알 수가 없구나.’
그가 물러가지 않자 명운이 물었다.
“할 말이 있나?”
강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연무장을 어떻게 쓰시려는 겁니까?”
“어떻게 쓰다니, 당연히 무공을 연마하는 데 써야지.”
“무공이라니요. 공자님께서는 무공을 배우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명운이 책을 두드리며 말했다.
“책으로 배웠네.”
스승이 없어 책으로 무공을 배웠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차라리 스승을 초빙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명운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네.”
“공자님.”
“이쪽에서 스승을 구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이가 구해지지 않을 걸세. 만에 하나 구했다고 해도, 우리는 그가 원하는 대우를 해 줄 수가 없네.”
강하원이 말했다.
“교주님께서 내리신 은자가 있지 않습니까?”
부면이 끝난 뒤, 명증은 서숙에 천 냥의 은자를 내렸다.
“그 돈은 따로 쓸 곳이 있네.”
강하원이 멈칫했다.
“이미 쓸 곳을 정해 두신 것입니까?”
“그렇다네.”
강하원이 명운과 거리를 좁히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혹시 공자님께 무공을 전수하려는 가문이 있는 것입니까?”
그는 명운의 뒤에 든든한 배경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는 않네.”
“하면…….”
“제대로 된 스승을 모시기 전에 기초를 다져 두는 것일세.”
기초를 다진다.
강하원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라면 납득할 수 있지.’
그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무공의 기초라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하원은 현무대 십비와 견줄 수 있는 실력자였다.
무공의 기초를 잡아 주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명운은 오른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네. 그리고 자네에게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네.”
“제가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명운은 오른손을 내린 뒤, 책상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가져가게.”
강하원은 종이를 받아들고는 미간을 좁혔다.
“여기 적힌 것은…… 이름이 아닙니까?”
명운이 대답했다.
“그 목록에 적힌 자들을 영입하게.”
강하원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영입이라니요?”
“서숙에도 호위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호위무사를 두겠다는 말.
강하원이 의심 섞인 질문을 던졌다.
“믿을 수 있는 자들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네.”
강하원은 소매에 명단을 넣으며 생각했다.
‘공자님은 서숙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여기 이름이 적힌 이들은 공자님의 배경이 되는 이들이 추천한 자들일 것이다.’
명운의 뒤를 밀어 주고 있는 이들의 추천.
그렇다면 믿을 수 있다.
강하원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가 뒷걸음으로 물러나려 할 때였다.
“그러고 보니, 깜빡한 것이 있군.”
강하원은 허리를 굽혔다.
“어떤 것입니까?”
명운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숙에 머물고 있는 시종들의 숙소와 복식을 개선하게. 그리고 집안이 어려운 이가 있다면 그들도 돕고.”
강하원이 허리를 펴며 물었다.
“공자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는 과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께 돈을 받은 명분이 바로 그들일세.”
“…….”
“아랫사람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싶다고 아뢰었네.”
명분이 이렇다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강하원이 물었다.
“얼마나 쓰면 되겠습니까?”
명운이 오른손 식지를 세우며 되물었다.
“백 냥이면 되겠나?”
강하원이 오른손을 펴며 대답했다.
“흡족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라……. 그 정도로는 곤란하지. 이백 냥까지 늘리도록 하게.”
강하원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렇게 많이 쓰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명운이 목에 살짝 힘을 주었다.
“돈을 받은 명분이 그들 때문인데, 그들에게 돈을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한 것이 되지 않겠나?”
강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그가 물러나려는 순간 명운이 다시 그를 불렀다.
“강 총관.”
강하원이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또 잊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명운이 되물었다.
“정문은 어떻게 되고 있나?”
강하원이 대답했다.
“청하령에 사람을 보냈으니, 곧 소식이 올 것입니다.”
명운은 정문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처음으로 공을 들인 인재가 아닌가? 놓치면 곤란하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를 계속 주시하도록 하게.”
“공자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강하원은 공손한 자세로 두 손을 모으면서 허리를 숙였다.
* * *
다음 날.
명운은 잘 정리된 연무장에 섰다.
“후우…….”
심호흡을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검을 휘둘러 보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그가 마지막으로 검을 휘두른 것은 흑살대와의 혈전이었다.
‘그때는 조금 곤란했지.’
명운은 손에 든 수련용 목검(木劍)을 고쳐 잡았다.
“자, 시작해 볼까?”
그는 대산검법의 기수식을 취한 다음 검을 앞으로 뻗었다.
휙!
검이 움직였으나 바람은 일지 않았다.
“합!”
기합까지 섞어 보았지만, 위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연무장 좌우에 나열한 시녀 중 경은이라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묵가촌(墨家村) 출신으로, 무공을 배웠기에 나름의 평을 내릴 수 있었다.
‘대산검법인가?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강 총관? 자세는 완벽하지만 내력이 없어 위력이 나오지 않는구나. 이래서는 실전에서 쓸 수 없다.’
명운이 좌우에 시녀들을 서 있게 한 것은 그녀와 같은 이들을 위해서였다.
‘비선(첩자)이 있다면 잘 지켜보라고.’
그는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난 무력하니 당신들은 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합!”
기합과 함께 다시 검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명운은 위력이 크지 않았음에도 미소를 지었다.
‘검이 뜻한 곳으로 정확하게 날아간다.’
내력은 부족했지만, 처음 검법을 배웠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 정도라면 머지않아 오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천마신교에서 오성이라면 하수를 넘어선 중수를 뜻했다.
중수가 되면 현무대를 비롯한 천마신교의 무력 집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휙!
수평으로 나아간 검이 아래로 흐르며 묘한 검로를 그렸다.
이것을 본 경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대산검법이 아니다!’
흥이 지나쳤을까?
이번 한수는 대산검법이 아닌 환영검이었다.
‘아차.’
명운은 즉시 검법을 되돌렸다.
“합!”
아래로 흘렀던 검이 바닥을 쓸며 위로 올라섰다.
이는 대산검법의 초식이었지만, 묘한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경은은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를 불쑥 던지고 말았다.
“좋다.”
명운은 검을 멈추고는 경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구냐?”
경은은 순간 무릎을 꿇었다.
“소녀,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명운은 자세를 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벌을 내리진 않을 것이다. 너희들 앞에서 검을 휘두른 것은 바로 나니까.”
그는 앞으로 나아간 뒤 그녀에게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경은입니다.”
명운이 재차 물었다.
“무공을 아느냐?”
경은이 대답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조금 배웠습니다.”
서숙에는 그녀 말고도 무공을 배운 이들이 많았다.
‘이 아이가 무공을 배웠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당장 강하원만 해도 십비와 견줄 수 있는 고수였다.
“무공을 배웠다면, 앞으로 연무장 청소와 정리는 네가 맡도록 해라.”
경은은 무릎을 꿇은 채로 그의 명을 받았다.
“공자님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다.’
천마신교에서 시종의 목숨은 주인의 마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명운은 몸을 돌리며 생각했다.
‘흠…… 강 총관은 잘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그가 강하원에게 영입하라 지시한 인물들은 앞으로 이름을 날리게 될 인재들이었다.
‘절반만 이쪽으로 끌어와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명운은 자신의 호위 부대를 정문과 새로운 인재들로 채울 생각이었다.
* * *
주작대주 이건석은 강하원을 앞에 두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요구 사항이 맞는 것인가?”
강하원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
“공자님께서 직접 지명하셨습니다.”
“으음.”
이건석이 낮게 신음을 흘린 이유는 편지에 적힌 이름 때문이었다.
‘조광이라.’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재능이 있는 무인이라면, 조장급이 아니라 해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말이야.’
그는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목소리에 내공을 실었다.
“강 총관, 아는 것이 있다면 다 말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그의 한마디는 강하원의 가슴에 깊이 막혔다.
강하원은 즉시 그가 손을 썼음을 깨달았다.
‘반음공(班音功)인가?’
반음공은 목소리에 내력을 실어 상대를 공격하는 음공의 일종으로, 가볍게 쓸 때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것을 펼치면 상대는 깊은 내상을 피할 수 없었다.
‘서숙의 총관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말이군.’
강하원은 내력을 불러일으켜 심맥을 보호했다. 그리고는 강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자께서는 자신을 보호할 호위를 원하고 계십니다.”
이건석이 반음공을 반쯤 거두며 물었다.
“호위를 원한다고?”
강하원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최근 서숙의 살림이 나아져 호위를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건석은 의문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턱을 쓰다듬으며 재차 물었다.
“질문을 바꾸지. 어째서 조광인가?”
강하원은 자신의 대답 여부에 따라 일의 성사가 달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설픈 대답은 의심만 키울 것이다.’
속으로 심호흡을 한 뒤 대답했다.
“서숙의 살림이 나아졌다고 하나, 이름난 고수를 초빙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석이 반음공을 완전히 거두며 확인하듯 물었다.
“돈이 부족하니, 무명의 무인을 호위로 세우겠다는 말인가?”
“부끄럽지만 그러합니다.”
이건석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무명의 무인을 세우겠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한데 왜 조광인가?”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공자님은 자신과 연이 닿은 이들을 선호합니다. 얼마 전 현무대 십칠조 조장 정문과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건석은 현무대 조장 정문의 이름이 언급되자 의심을 덜었다.
‘현무대 조장과도 연이 있었다. 흠…… 실력보다는 인맥 위주란 말이군.’
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공자의 부탁을 검토해 보도록 하지.”
강하원은 두 손을 모은 채로 허리를 굽혔다.
“공자님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그는 주작대 무관을 나온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반음공이라니, 십년감수했군.”
천마신교에는 이건석처럼 힘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고수들이 많았다.
“앞으로 넷이나 이런 이들을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명운이 그에게 요구한 인재는 모두 다섯.
강하원은 오늘 하루가 꽤 험난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