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9)
9화 호위무사 (1)
명운이 인재 영입을 지시한 지 사흘.
강하원이 상기된 표정으로 나타났다.
“속하, 공자님을 뵙니다.”
명운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일은 잘되었나?”
강하원이 깊이 한숨을 내쉬며 반문했다.
“하아…… 정녕 이대로 가도 괜찮은 겁니까?”
명운은 그의 한숨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깊은 한숨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나?’
다섯 명 모두를 다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깊이 한숨을 내쉴 일은 아니었다.
그가 말끝을 살짝 높였다.
“괜찮지 않으면 어찌하자는 말인가?”
강하원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공자님,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라니?”
강하원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명단을 보낸 쪽과 연을 끊어야 합니다.”
명운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 명단을 작성한 것은 바로 나인데…….’
그가 달래듯 물었다.
“강 총관,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것인가? 자세히 말해 보게.”
강하원이 허리를 곧게 세운 채로 말했다.
“그들은 공자님을 이용하고자 할 뿐입니다.”
“이용이라니? 명단이 그렇게 이상한가?”
강하원이 대답했다.
“이상한 정도가 아닙니다. 명단에 적힌 이들은 하나같이 쓸모가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하나같이 쓸모가 없다.
명운으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문 정도는 아니어도 명단에 적힌 이들은 대부분 흑살대 부대주 권욱 정도는 되는 인물들이다.’
그가 미간을 좁히자 강하원이 덧붙이듯 말했다.
“주작대의 조광까지는 단순한 무명이라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호대의 팽헌충은 게으른 술고래에 무공 또한 바닥입니다.”
명운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
‘무공이 바닥에 술고래라. 그 친구가 그랬었나?’
그가 알고 있는 팽헌충은 술과는 거리가 있는 성실한 무인이었다.
‘강 총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팽헌충은 나이가 들면서 술을 줄인 모양이군.’
그것이 아니라면 무공에 전념하기 위해 금주를 선택했을 수도 있었다.
“다음은?”
강하원이 빠른 어조로 말했다.
“적풍대의 관흠도 문제입니다. 그는 하극상을 일으켜 지하 뇌옥에 수감 중인 상태입니다. 그런 자를 호위로 두셔도 정말 괜찮은 겁니까?”
명운은 하극상과 지하 뇌옥이라는 말에 멈칫했다.
‘그 순둥이가 지하 뇌옥에? 하극상은 또 무엇인가? 상관을 폭행하기라도 한 건가?’
그가 알고 있는 관흠은 심지가 굳은 무인이었다.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이들과 다르다.’
명운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하후문과 종영세는?”
강하원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하후문은 도벽이 있어서 중앙에서 쓸 인물이 못 되고, 종영세는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기원에서 산다고 합니다. 이런 자들을 어찌 호위로 들이시려 하는 겁니까?”
명운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으음…….”
강하원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공자님,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단한 기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들을 들이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명운이 으득 하고 이를 깨물며 말했다.
“괜찮아.”
강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자님!”
명운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팽헌충의 술은 끊게 하면 되고, 관흠은 두들겨 패서라도 그 성격을 고치면 된다!”
강하원은 생각했다.
‘누가 관흠을 두들겨 팬단 말인가? 공자님의 뒤를 봐주는 이들이 손을 쓴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가?’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해지는 미래였다.
“공자님, 불가합니다. 제대로 된 이들을 뽑으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명운이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강 총관, 제대로 된 인재들이 우리 서숙에 오겠는가? 행실에 부족함은 있으나 무공에 대한 재능은 확실하니, 그들을 써 보도록 하세.”
강하원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공자님,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없는 것만 못합니다. 차라리 제가 시종들을 단련시켜 보겠습니다.”
서숙에서 일하는 시종들 중에는 경은처럼 무공을 익힌 이들이 많았다.
강하원은 그들로 호위대를 꾸리는 것이 문제아들을 영입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최소한 말은 들을 것 아닌가?’
그러나 명운은 미래의 고수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서숙의 시종들을 단련시킨다고 그대와 같은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나?”
경은 같은 시종들이 십비 수준의 무위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그것은…….”
“불가능한 일 아닌가?”
강하원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님께서는 그들이 십비와 같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명운이 대답했다.
“그 이상이라 생각하네.”
강하원이 눈을 크게 떴다.
“그 이상이란 말입니까?”
명운은 명단에 적힌 다섯 명의 재능을 확신했다.
‘두 명은 대주, 나머지 세 명은 부대주와 전주에 올랐다.’
서숙의 시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능.
“그리고…… 그들을 등용한 뒤, 실패한다고 해도 잃을 것이 없지 않은가?”
강하원이 멈칫했다.
“잃을 것이 없다는 말씀은…….”
“무명에 평판도 좋지 않은 자들이 아닌가? 후에 그들을 내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진 않을 걸세.”
강하원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흠, 확실히 맞는 말씀이다. 문제가 많은 이들이니, 그들을 갑작스럽게 내친다고 해도 서숙의 평판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부담이 적다는 말에는 그도 동의했다.
“하면 적당히 시험을 해 보고 쓰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명운이 얼굴을 펴며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은 것 같군. 내일 연무장에서 그들을 시험해 보겠네.”
강하원이 두 손을 모으며 명을 받았다.
“공자님의 지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명운은 강하원이 떠난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조광만 빼고 다 이상하단 말이지? 뭐 됐어. 재능은 있는 친구들이니까.”
그는 철을 제련하듯 그들의 재능을 제련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문제의 다섯 사내가 연무장에 모였다.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미간을 좁혔다.
‘뭐 하는 것들이지?’
‘이 시시한 녀석들과 내가 왜 서 있는 걸까?’
‘설마 저 녀석들하고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다섯 중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조광이 입을 열었다.
“다들 서숙에서 일하게 된 건가?”
눈이 반쯤 풀린 팽헌충이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일한다고? 잔치가 있어서 술 마시러 온 것 아니야?”
조광이 반문했다.
“난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닌가?”
얼굴이 희고 몸이 마른 종영세가 손을 내저었다.
“난 어디든 상관없어. 미인만 있으면 되니까.”
그는 누가 보아도 호색한이었다.
가장 왼쪽에 있던 관흠이 잔뜩 미간을 좁혔다.
“쯧, 기생오라비 같은 놈.”
다음 순간, 종영세의 손이 관흠의 얼굴을 노렸다.
관흠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의 손을 막아 내고는 주먹을 뻗었다.
슉!
주먹이 복부를 강타하려는 순간 종영세의 몸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하후문이 손뼉을 쳤다.
“추영신법(鰍泳神法)이군!”
관흠과 종영세는 십여 초식을 주고받으며 공방전을 펼쳤다.
“그만두지!”
조광이 두 사람을 막으려 했지만, 그들은 손을 쉬지 않았다.
“죽여 버리겠어!”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관흠은 싸움을 즐겼고, 종영세는 성격이 나빴다.
“이런!”
조광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강하원이 안으로 들어섰다.
“무엇 하는 짓들이냐!”
그의 호통에도 두 사람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하…….”
긴 한숨과 동시에 몸을 날리려는 찰나 명운이 뒤이어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인가?”
강하원이 허리를 숙이며 두 손을 모았다.
“뜻하지 않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명운은 시선을 연무장 한가운데로 돌렸다.
‘쯧, 시작부터 싸움인가?’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강하원에게 말했다.
“멋대로 싸움을 시작한 것인가?”
강하원이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문제가 많은 자들입니다.”
그는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이왕 싸우기 시작했으니, 솜씨가 어느 정도인지 지켜보고 이야기해 주게.”
명운이 자리에 앉자 강하원이 두 사람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얼굴이 희고 체구가 가는 자는 종영세라는 자인데 싸우는 것을 보면, 동작이 민첩하고 기교가 있습니다.”
명운은 그의 설명에 동의했다.
‘손놀림과 발동작을 보니, 변초의 종영세라는 말이 허풍은 아니었군.’
그는 시선을 관흠에게 돌렸다.
“저 친구는 어떤가?”
“관흠은 적풍대 출신인데 힘으로 상대를 내리누르려 하고 있습니다.”
관흠은 패기가 넘쳐 안하무인에 가까운 것 같았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지금으로서는 호각입니다.”
명운이 고개를 강하원에게 돌렸다.
“호각이라니, 유능제강(柔能制剛)이 아닌가?”
강하원이 대답했다.
“기교만 보면 종영세가 더 높을 수 있으나, 관흠이 힘에서 많이 앞서 쉬이 승패를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관흠이 공격하면 종영세가 그것을 피하고, 종영세가 위협하면 관흠이 물러나는 그런 형세가 되풀이되었다.
명운은 두 사람의 무공이 오성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수는 면했지만, 아직 중수라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이군.’
그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강 총관,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 자네가 말려 주게.”
“존명.”
강하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앞으로 나갔다. 그러곤 두 사람의 뒷목을 잡고 양쪽으로 날려 버렸다.
쿵…….
바닥에 떨어진 관흠이 신음을 흘렸다.
“크윽…….”
반면 종영세는 허공에서 몸을 돌려 바닥과 충돌하는 것을 피했다.
“누구냐?”
그는 날카롭게 물었지만, 강하원에게 감히 달려들진 못했다.
조광과 나머지 인원들은 강하원의 무공이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고수구나.’
‘이자가 우리를 부른 것인가?’
강하원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서숙의 총관 강하원이라고 한다! 다들 공자께 인사를 올리도록 하라!”
명운은 열두 살 소년에 불과했으나 무려 천마신교 교주의 아들이었다.
신분만 따지면 다섯 망나니는 명운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허리를 굽혔다.
“공자께 인사 올립니다.”
명운은 인사가 끝나자 관흠에게 물었다.
“장난 같은 짓은 왜 하고 있는가?”
관흠이 험상궂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저 녀석이 먼저 손을 썼습니다. 그리고 장난은 아니었습니다.”
명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종영세를 향했다.
종영세는 명운과 시선이 마주치자 목에 핏대를 세웠다.
“놈이 절 모독했습니다.”
명운은 두 손을 모았다.
“한쪽은 공격을 당했고, 한쪽은 모독을 당했다?”
“그렇습니다.”
명운은 그나마 멀쩡한 조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광이 대답했다.
“두 사람 모두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는 두 사람을 말리지 못한 자신에게까지 죄를 묻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명운이 그에게 재차 물었다.
“그래서 해결책은?”
조광은 그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그것이…….”
그는 임기응변에 능한 사내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서툴렀다.
‘대체 왜 내게 해결책을 묻는 거야.’
명운은 역시라고 생각했다.
‘하, 이쪽도 내가 알고 있는 조광이 아니군.’
그가 알고 있는 조광은 판단력이 뛰어난 사내였다.
“강 총관.”
“예, 공자님.”
“자네가 보기에는 어떠한가?”
강하원이 대답했다.
“싸움을 그치라는 명에 따르지 않았으니, 원래라면 뇌옥행입니다. 하나 사상자가 나지 않았고, 아직 서로를 모르는 터라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운은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이번만은 그대를 봐서라도 용서하도록 하지.”
그는 다섯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 너희를 이곳에 부른 것은 서숙의 호위무사를 뽑기 위함이다.”
호위무사 선발.
다섯 사내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누가 뽑아 달라고 했나?’
‘서숙의 호위무사라고? 그걸 누가 알아준단 말이야.’
‘대충하고는 술이나 마시러 가야지.’
명운은 사내들의 표정을 보고는 얼굴을 굳혔다.
‘서숙을 얕보고 있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발에 탈락한 자들은 바로 보위산(保衛山)에 보낼 것이다.”
보위산은 천마신교의 최전선이었다.
다섯 사내는 명운의 말에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