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98)
98화 대협객 (3)
장심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루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이의 몸 안에서 기를 움직인다는 것.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이에게 내력을 불어넣는 것과 불어넣은 기운을 움직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명운과 같은 고수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입을 닫았다.
그러나 루는 그와 입장이 달랐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녀는 혈도가 풀리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아혈이 풀려 목소리를 낼 수가 있었다.
“몸이 이상하잖아!”
루는 자신의 몸 안에 뭔가가 들어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새로운 고문인가?’
일함이 어떻게든 움직이려는 그녀에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요. 공자님께서는 마마의 몸을 살피는 것뿐이에요.”
“내 몸을 살핀다고?”
“네,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명운은 오장육부 안에서 이맘이 쓴 금제를 찾고자 했다.
‘위는 없다. 더 아래에 있을까?’
그는 소화기를 따라 기를 이동시켰다. 그리고 잠시 뒤, 금제의 원인으로 보이는 물건을 찾아냈다.
‘찾았다. 단단한 환단이다.’
명운은 기를 회수한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함이 그에게 물었다.
“어떤가요?”
“찾았습니다.”
“찾으셨어요?”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는 그의 말을 듣고는 아미를 위로 올렸다.
“날 살릴 수 있다고?”
“이맘이 그대에게 환단을 먹이지 않았습니까?”
“내 몸 안에 아직 그 환단이 있는 건가?”
“환단이 깨져 그 안에 있는 독이 흘러나왔다면, 당신은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일은 중원의 말을 몰랐기 때문에 루에게 물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죠?”
루가 대답했다.
“그가 내가 먹은 사단(死團)을 몸 안에서 찾았다고 하는구나.”
“사단을 찾았다고요?”
“그래.”
명운이 말했다.
“난 당신의 몸에서 그 환단을 꺼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루는 명운이 자신의 몸 안에 있는 환단을 꺼낼 수 있다는 말에 크게 놀랐다.
“그, 그게 가능하다고요?”
“당신이 내 물음에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구해 주지 않을 겁니다.”
루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입으로만 대답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구해 주겠다는 말인가요?”
“짧게 줄이면 그렇습니다.”
아주 간단한 아니 쉬운 조건이었다.
루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요. 당신의 물음에 답하겠어요.”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아라산입니까?”
루는 첫 질문부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고문을 당하면서 대답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이것이 나을 것이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일함은 그녀의 대답에 적지 않게 놀랐다.
“루 마마, 당신이 아라산의 암살자였다고요?”
그녀는 아라산의 암살자가 이렇게 신분이 높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공자께서 궁전에 암살자나 첩자가 있을 것이라 하셨는데 그녀가 바로 암살자였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루가 입술 끝을 살짝 올렸다.
“실망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명운은 두 사람의 대화를 무시하고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목숨을 구해 준다면 그대는 주인을 바꿀 것입니까?”
그녀의 원래 주인은 아라산의 예언자 이맘이었다.
루는 이번 질문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맘은 죽었다. 새로운 주인을 얻는 것은 내 자유다.’
그녀가 대답했다.
“목숨을 구해 준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할 수 있습니까?”
“맹세하겠습니다.”
루는 모든 대답에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질문에 답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는 쉬우니까.’
명운은 이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당신을 구해 드리죠.”
루는 그의 말에 말끝을 올렸다.
“겨우 이것만 묻고 날 구해 준다고요?”
“당신이 충성을 맹세했으니, 나머지 질문은 다음에 하면 됩니다.”
맞는 말이었다.
충성을 맹세했으니, 이제 그녀는 그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바뀌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겁니까?”
“그렇게 되더라도 별일 없을 겁니다. 은혜를 베풀고 배신을 당하는 바보가 될 뿐이죠.”
루는 그의 한마디에 피식했다.
“당신,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일함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루 마마, 공자님은 제 사람이니, 다른 생각을 하지 마세요.”
이 한마디는 서역 말로 했기 때문에 명운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알았습니다. 당신은 공자를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군요.”
“네, 많이 좋아합니다.”
명운은 그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모른 채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집중을 해야 하니, 말을 줄여 주십시오.”
일함과 루가 동시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명운은 조금 전보다 더 강한 기운을 그녀의 몸에 불어넣었다.
‘이번에는 환단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움직여야 한다.’
그는 환단이 있는 곳을 향해 한음진기를 밀어 넣었다.
명운이 한음진기를 이용한 것은 양강지기를 이용할 경우 환단이 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움직이자.’
한음진기가 환단에 닿자 조금씩 환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검술을 펼치기보다도 까다롭군.’
한음진기로 작은 환단을 움직이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바느질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늘을 이어 가듯 환단을 움직였다.
반 시진 정도 한음진기를 움직이자 환단이 대장에 이르렀다.
명운은 거의 끝까지 환단을 밀어 넣은 뒤 등에서 손을 뗐다.
“내일 아침이면 몸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루가 그의 말을 받았다.
“어째서 내일 아침인가요?”
“어쩌면 오늘 저녁에도 가능할지 모르죠.”
루는 명운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아, 알았어요.”
일함은 고개를 갸웃하며 명운에게 물었다.
“정말 고쳐진 건가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구 할은 고쳤습니다.”
“나머지 일 할은요?”
“그것은 때가 되면 해결될 것입니다.”
루가 명운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이미 충성을 맹세했으니, 내 몸을 풀어 주면 안 될까요?”
명운은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팍! 팍! 팍!
루는 혈도가 풀리자마자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공자께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일은 그녀가 명운에게 충성 서약을 하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랐다.
“언니! 그게 무슨 짓이에요!”
그녀는 변해 버린 루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러나 루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다시 한번 명운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명운은 그녀의 행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 된 겁니까?”
“나의 주인이시여.”
루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워 일함은 재차 이마를 찌푸렸다.
‘남자를 유혹하려는 목소리잖아!’
그러나 그녀가 말하기 전 명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아이에게도 살고 싶은지 물어봐 주십시오.”
그는 루가 충성을 맹세했음에도 말을 쉬이 하지 않았다.
이는 왕의 후궁이라는 그녀의 신분을 고려한 것이었다.
“제 동생을 살려 주실 것인가요?”
“충성을 맹세한다면 살려 줄 것입니다.”
루는 다시 한번 그의 발등에 입을 맞춘 뒤, 일에게 향했다.
그녀가 일을 설득하는 동안 일함이 말했다.
“공자님께서 정말로 그녀를 구해 주셨나 봐요.”
명운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정말로 구했지. 가짜로 구했겠습니까?”
“저렇게 공손한 루 마마는 처음이에요.”
“군주.”
“예, 공자님.”
“그녀가 아라산이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 주십시오.”
일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루 마마가 아라산의 암살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버님도 큰 충격을 받으실 테니까요.”
루가 일을 설득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은 반신반의하며 명운을 바라보았다.
‘정말 고칠 수 있는 건가?’
루가 명운에게 말했다.
“동생이 공자께 충성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탁.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진기가 자물쇠를 무 자르듯 잘라 버렸다.
루는 그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녀는 그의 무공이 신의 경지에 달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셨구나.’
루는 지금까지 명운처럼 강한 자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밖으로 나오라.”
루가 명운의 말을 일에게 전했다.
일은 그가 손짓 한 번으로 자물쇠를 자르자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명운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목소리에 실린 감정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좋다. 앉으면 치료를 시작할 것이다.”
루가 명운의 말을 다시 한번 일에게 전했다.
일은 명운의 앞에 앉았고, 명운은 그녀의 등에 장심을 가져갔다.
‘조금 쉬운 곳에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환단이 문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 앞으로 이동하는 것이 쉬웠다.
명운은 기를 뻗어 환단을 찾았다.
‘운이 좋군.’
일의 환단은 루의 그것보다 위치가 좋았다.
명운은 한음진기를 그녀의 몸에 밀어 넣었고, 재차 그것을 움직였다.
일식경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명운이 손을 거두며 말했다.
“끝났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루가 재빨리 그의 말을 옮겼다.
일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언니의 재촉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명운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녀는 어제의 적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으나 목숨을 구해 줬으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명운이 그녀에게 말했다.
“충성을 맹세했으니, 그대를 다시 감옥에 가두지 않을 것이다. 하나 그대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이다.”
루가 그의 말을 재차 옮기자 일이 그의 발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주인께 절대 복종하겠나이다.”
루는 그녀의 말을 명운에게 옮겼다.
명운은 루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에게 묻겠습니다. 아라산의 남은 암살자는 얼마나 됩니까?”
루가 대답했다.
“우란산의 암살자가 다 죽었다면, 나와 동생을 빼고 열세 명이 남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천산의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습니다.”
명운이 재차 물었다.
“당신처럼 신분이 높은 자가 또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런 자가 얼마나 됩니까?”
“절반은 신분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함은 루가 대답을 할 때마다 속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아! 모든 나라의 궁전에 아라산의 암살자가 있었구나!’
그녀는 이런 상황이면 아라산의 암살자를 막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명운의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까?”
이번 질문은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응한다면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당신의 뜻을 전할 것입니까?”
“암살자들이 사용하는 비어(秘語)가 있습니다.”
“당신의 동생도 사용할 수 있습니까?”
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좋습니다.”
명운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루에게 말했다.
“당신은 도민국의 마마님이니,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생은 나를 따라 다른 나라로 갈 수 있겠죠.”
“공자님, 무엇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다른 나라에 숨어 있는 암살자들에게 당신들과 같은 기회를 주려 합니다.”
루는 명운이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공자님은 새로운 예언자가 되시려 하시는 것입니까?”
명운이 대답했다.
“나는 그처럼 당신들을 다루진 않을 것입니다. 나는 그들의 목숨을 구해 줄 것이고, 그들은 나를 도와주면 되는 겁니다.”
루는 그가 새로운 금제를 걸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그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언제 어디서든 주인님을 도울 것입니다.”
일함은 생각했다.
‘공자님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잘 알고 계시다.’
그녀의 마음속에 명운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대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