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11)
1011화 진짜 혹은 가짜
하지만 한평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큰소리를 쳐댔다.
“지레 겁먹기는! 본존이 오백년전 거느렸던 세력이 어느 정도의 규모였는지 그대도 잘 알지 않소? 무슨 대광명사 허운이니, 순양도문 능운자이니 그런 빈 쭉정이들이 감히 본존에게 덤벼들 베짱이나 있을 것 같나? 이참에 건방지게 본존의 곤륜산을 차지하고 앉은 초휴 놈에게도 기회를 한번 줄까 하여 전갈을 넣었소. 떨거지 수하들까지 데리고 하산하여 친히 본존을 영접하고 곤륜산으로 모시면 당주 자리 정도는 내어주겠다고 말이지. 그리고 대대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누가 나를 알아보기나 하겠소? 그대만 해도 내 신분을 몰랐다면 먼저 다가와 나의 사람이 되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에 방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 그런데 교주, 여쭤볼 일이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 마운당 공법 중 일부와 마풍당(魔風堂)의 것이 상호 보완 관계에 있었다던데, 애석하게도 해당 공법이 소실되고 말았지 뭡니까. 교주께서 그 공법을 하사해주시면 이 늙은이의 실력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듯합니다.”
사실 방운도의 이 말에는 상대를 떠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처음에는 방운도도 그가 환생한 독고유아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평의 수중에 독고유아만의 비법이 적지 않았는데, 그 비법들에 관한 기록은 마운당의 자료 중에도 고스란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청춘우 칼집과 더불어 곤륜마교의 직계들 사이에서나 전해지는 증표들까지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는 십팔년 전 갑신년 출생인 데다, 태어난 그 날 하늘에 기현상이 벌어졌다.
남부 전역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이며 폭풍우가 심하게 일더니, 벼락 한 줄기가 둥근 형상으로 화하여 한가 문 앞에 내리꽂혔던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한평의 비범함을 말해주는 듯했다. 다만 한가 사람들이 워낙 소심했다. 그 기상이변이 불길한 징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한평’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평생 요절하지 말고 평탄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였다.
그러고는 시간이 흘러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독고유아의 환생 소식이 들려온 그제야 한가 사람들은 당시의 기현상이 단순히 불길한 징조가 아닐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뭔가 하늘의 계시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 모든 내용이 다 방운도 스스로 조사해서 알아낸 사실들이었다. 그러니 여러 정황상 그가 교주의 환생이라는 믿음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따라서 이 옹고집 노인네의 눈으로 볼 때, 초휴 편에 붙은 은마 일맥은 죄다 배신자들인 셈이었다.
초휴 그놈이 뭐라고 감히 곤륜산을 올라 마교를 재건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참새 주제에 봉황의 둥지를 차지하고 앉은 격이 아닌가. 하여 방운도는 콧방귀를 뀌며 초휴를 무시했음은 물론, 급기야 그를 혐오하고 적대시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한평에게 충성을 다했다.
하지만 막상 한평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그가 왕년의 곤륜마교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가.
곤륜마교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도 부족해서, 심지어 방운도 자신보다도 아는 게 적었다. 게다가 행동거지나 일 처리 방식에서도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따로 없었다. 기본적으로 두서가 전혀 없어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일을 저지르려 들 뿐이었다.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한 자가 정말로 환생한 교주일 수 있을까? 방운도는 점점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초휴가 비록 개차반처럼 굴긴 해도, 최소한 실력과 능력에 있어 당당히 강호의 공인을 받은 몸이다. 이 점만큼은 방운도도 부정하기 어려웠다.
반면, 눈앞의 이 자칭 독고유아는 능력 면에서 초휴와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 결국 참다 못한 방운도가 시험 삼아 질문을 던져 본 것이었다.
한평도 눈치는 있는지라 방운도의 말본새가 평소와는 좀 다른 걸 눈치채곤 어조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방 옹, 내가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아 그렇소. 내가 자그마치 오백년 동안을 깊이 잠들었다가 환생한 게 십팔 년 전이 아니오? 얼마 전에야 확실히 각성했다고는 해도, 그간 입은 손상이 실로 컸던 모양이오. 심지어 기억력도 손상을 입었는지 이렇게나 오락가락, 잊은 것투성이인 걸 보면 말이지. 하지만 방 옹, 염려 마시오. 내가 완전히 실력을 회복하면 기억도 자연히 복구되지 않겠소? 그때 가서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내어주리다. 본존은 절대 공신의 충심을 잊지 않는 사람이니까. 막말로 초휴가 곤륜마교 세력 전체를 통으로 내게 갖다 바친다 해도 나는 그에게는 당주 자리 하나만 허락할 거요. 하지만 방 옹, 그대에게는 사대마존 중의 한 자리를 약속하지!”
비록 독고유아 환생설 자체는 초휴가 날조한 것이지만, 그 세세한 한 내용 중에는 진실과 부합하는 부분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용중 사실인 것은 물론이려니와, 날조된 내용과도 일일이 부합하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한평이 내놓은 해명은 꽤 그럴듯하게 들리는지라, 방운도는 잠시나마 품었던 의구심을 떨쳐버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한평은 지난 열여덟 해 동안 주류에 들지 못하는 촌구석 한미한 세가의 자식으로 살아왔으니 견식의 수준도 얕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금으로서는 속히 그가 예전의 실력을 회복하여 기억력도 온전해져서, 지난날 독고유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도록 돕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한평 무리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이 무렵 정도 종문 무사들이 동제 남부에 집결을 마친 상태였다.
지금껏 정도 측에서 온갖 노력을 기울여 찾았음에도 소득이라곤 하나도 없더니만, 역설적이게도 독고유아가 제 발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게 아닌가. 이 뜻밖의 사실에 능운자 등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고 당혹스러웠다.
독고유아는 전설 속에서나 접해본 지존급 마주다. 강호를 마염으로 불태웠던 이 세상 최강 존재인 것이다.
미지의 존재야말로 가장 두려운 법이다. 상대가 지금 버젓이 서성 내에 있고 아직 왕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임을 뻔히 알면서도, 능운자 등은 섣불리 움직이기가 꺼려졌다.
하여 일단 서성 밖에 진을 치고 상황을 엿보는 중이었다. 막사 내에는 능운자, 육장류, 장도령, 이상 삼대 도문의 수장들이 모여 있었다. 불문 측에서도 대광명사 허자와 수보리선원 나마가 와 있었다.
수보리선원에는 천지통현 강자가 나마 외에도 불공화상이 있었지만, 그는 한창 폐관 중인지라 이번에는 오지 못했다. 불사선의 수련으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정신과 원신에 남은 손상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먼젓번 곤륜산 진격 건은 워낙 상황이 긴박한지라 곤륜마교부터 처리한 후 폐관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에서 참여한 것이었다. 물론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 끝나버렸지만 말이다.
그나마 소득이 있었다면 자신의 원신이 생각보다 심하게 손상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할까. 옛날에 있었던 어떤 일들을 잊은 듯한데, 그게 무언지를 잘 알 수 없는 증상이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초휴를 보고 꽤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정작 어디가 어떻게 익숙한 건지는 묘연하기만 했다. 하여 수보리선원으로 돌아오자 아무도 그를 방해할 수 없는 고강도의 폐관에 들어간 것이었다.
능운자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장도령에게 말했다.
“장 도형, 노천사께서는 어찌 아직도 모습을 안 보이시오? 강호 전체를 통틀어 오직 그분만이 독고유아와 대면한 적이 있지 않소? 그자가 환생한 독고유아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아볼 사람은 노천사뿐인데, 왜 오지 않으셨단 말이오?”
좌중의 모두가 장도령을 바라보며 적절한 해명을 기대했다. 지난번 모두가 곤륜산에 올랐을 때, 유독 천사부 만이 쏙 빠졌던 이유에 대해서는 더는 캐묻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당시 천사부도 오긴 왔으되, 산을 오르는 대신 산자락에서 어슬렁대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알았고, 이를 계기로 천사부가 어떤 심보를 품었는지도 분명해진 셈이니까. 그 일이 있은 뒤로 다들 천사부에 대한 감정이 아주 불편해졌다.
당시 천사부가 보인 태도는 실로 사려 깊지 못했다. 하지만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사려 깊지 못했던 것뿐인지라 딱히 뭐라고 따지기도 곤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노천사가 불참했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여태 생존해 있는 사람들 가운데 독고유아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은 노천사뿐이라는 사실을 강호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니 한평이 독고유아의 환생이 확실한지 노천사가 확인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해준단 말인가?
장도령이 헛기침과 함께 운을 뗐다.
“여러분도 다들 주지하다시피 노천사께서 워낙 고령이시니 종문 일에서 손을 떼신지 오랩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몸 상태가 나빠지시니, 요즘은 천사부 뒷산에서 요양하시는 게 일과의 전부지 뭡니까. 그런 판에 요즘 들어 부쩍 더 안 좋아지셔서 아예 요양차 폐관에 들어가셨소이다. 도저히 천사부 밖으로 나서실 수 없는 상황이니 널리 양해를 부탁드리외다.”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답변에 좌중의 사람들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늘 진중하고 고지식한 모습만 보여온 장도령이 이렇게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눈도 깜박하지 않고 잘도 읊어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노천사가 엄청난 고령인 걸 누가 모를까. 불사선을 수련한 불공화상과 오랜 세월 봉인되어 있었던 육강하를 제외하면 당금 강호에서 그가 제일 연장자일 것이다.
하지만 노천사는 나이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인 노익장의 화신이 아닌가. 전투력만 해도 세월이 가면서 쇠퇴하기는커녕, 되레 더 강해지고 있었다.
여러 해 전에 야소남과 한판 붙었을 때도 비록 수세에 처하긴 했으나 절대 크게 패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노천사가 매일같이 온종일 햇볕만 쬐고 있다는 사실을 온 강호가 다 알건만, 굳이 따로 요양할 필요가 있을까?
하필 이런 시기에 몸이 안 좋아 문밖에도 나설 수 없다니,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믿어주는 척이라도 할 게 아니냔 말이다. 다들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런 자리에서 자기편끼리 낯을 붉힐 수도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좌중의 표정을 보고서야 장도령은 일전에 노천사가 좀 더 뻔뻔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 듯했다. 낯짝 두껍게 밀고 나가는 건 확실히 꽤 유용할 때가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다들 그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찌할 엄두를 못 내고 있지 않은가. 내심 장도령은 여태 맛본 적 없는 통쾌함을 느꼈다.
바로 이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긴장한 가운데 진무교 한구사가 나섰다.
“내가 나가보리다.”
기세도 당당히 막사를 나선 그는, 정도 진영의 막사 앞까지 쳐들어온 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순간, 얼굴 가득 적대감이 피어올랐다. 찾아온 인물이 초휴였기 때문이다.
사실 초휴가 여기 온 것은 시비를 걸려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얻어듣고자 함이었다. 아무래도 곤륜마교가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중원에 깔아놓은 정보망이 아직 완전치 못했다.
동제 쪽에서 낙비홍과 청룡회가 간간이 전해오는 정보가 다였다. 그나마도 단편적인 소식들에 불과한지라 상황 전반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정도 연맹은 일찌감치 한평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마쳤을 건 물론이고, 심지어 그의 윗대 조상들의 신상까지 탈탈 털었을 게 뻔하지 않은가. 그러니 잠시나마 이쪽의 눈과 귀에 신세를 져야 할 터였다.
“초휴, 여긴 왜 왔느냐!
한구사가 잡아먹을 듯이 따져 물었다. 초휴를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혐오하는 차원을 넘어서 철천지원수를 대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