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18)
1018화 신통(神通)에 당하다
초휴와 육장류가 싸우지 않겠노라 약속했으나 곽소풍은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말이야 저렇게 하지만, 정마 양맥의 갈등을 누가 진정으로 억제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어차피 막을 방법이 없으니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탄식했다.
“독고유아와 영현기의 일은 이제 먼 과거요. 이 넓은 강호에서 꼭 그렇게 옛 은원에 집착할 필요가 있겠소? 사실 독고유아와 영현기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르오.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 결전은 격렬하기 이를 데 없었소. 독고유아가 지니고 다니던 공간 비전함과 영현기의 도검이 모두 깨져나가 흩어져 있었단 말이오. 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더구려. 생전에 방 장주가 추측하기를, 아마 그 둘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합디다. 그대로 공간을 뚫고 나가 다른 세상으로 갔으리라는 거요.”
그렇게 말한 곽소풍은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는 독한 성품이 아닌지라 좀처럼 사람을 죽일 결심을 할 수가 없었다. 강호를 매우 오래 종횡한 곽소풍이었으나 지금껏 자신이 죽인 사람은 다 죽어 마땅한 자들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한평이 어쩌다 이곳에 들어온 것은 그가 방심한 탓이었다. 수십년간 아무 일이 없었던지라, 괜찮겠지 하고 술을 마시느라 잠깐 자리를 비운 게 화근이었다.
그 사이에 한평이 들어와 안에서 이것저것 꺼내 갔다. 상황을 알아차렸을 때, 독하게 한평을 처치하고 이 일을 아는 한가 사람을 모조리 도륙했다면 실마리는 끊기고 아무도 려성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곽소풍이었기에 그런 독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공간에는 거리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일각이 좀 못 되게 걷는 동안 앞에 보이는 허상은 끊임없이 진동하며 바뀌었다. 허공에 그림자도 떠올랐다.
초휴가 녹도에서 본 적이 있는 독고유아와 영현기의 영상과 비슷했다.
하나는 검은 옷, 하나는 도포를 입었다. 흐릿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서 풍기는 기운만으로도 신선처럼 우러름을 받기에 충분할 듯했다.
거의 흩어져 가던 녹도의 허상과 비교하면 눈앞의 이 허상은 힘도 훨씬 강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운까지 은은히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마치 지금, 자기 눈으로 두 고수의 싸움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들 두 강자가 교전하는 영상에 푹 빠져 있었다. 이해를 할 수 있건 없건, 거기서 쌀알만 한 뭔가라도 깨우친다면 무궁한 쓸모가 있지 않겠는가.
그 힘 때문에 다들 바닥에 흩어져 있는 물건에조차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것들은 각종 비전함과 기록, 단약, 병기 파편 따위였다.
마지막 일전은 정말 격렬하기 그지없었던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두 사람 다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한 셈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진귀한 것은 두 강자가 남긴 표지였고, 그런 물건들이야 자잘하고 하찮은 것에 불과했다.
여기 들어왔던 한평은 평범한 하급 무사여서, 영상을 보고도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손에 닿는 대로 단약과 무공, 청춘우의 칼집을 챙겨 들고 다급하게 나왔던 것이다. 정작 가장 진귀한 것을 완전히 놓쳤다는 건 전혀 모른 채.
곽소풍은 걱정스레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소리 없이 탄식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줄곧 두려워했던 상황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극한의 힘을 추구한다. 허자나 나마 같은 출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장소가 일단 발견된 이상, 조용하고 평온하게 천지 법칙의 운행을 몇십 년간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초휴는 이미 영상이 주는 깨달음에서 벗어났다. 그는 바닥에 흩어진 독고유아의 물건들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방청람도 곽소풍도 정말 도리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독고유아의 전승을 갖고 나온 사람은 한풍뿐이었다. 그나마도 독고유아가 초기에 쓰던 것이라 큰 쓸모는 없었지만.
초휴의 움직임을 보고 허자와 나마, 능운자가 일제히 그를 가로막았다.
초휴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요? 우리 성교 것을 되찾아 가겠다는데 날 막을 셈인가? 영현기가 남긴 것은 건드리지 않겠소. 하지만 교주의 물건은 반드시 곤륜산으로 갖고 돌아가야 하오.”
허자는 고개를 저었다.
”오백년 전 곤륜마교는 강호 전체의 자원을 강탈해서 손에 넣었지. 따라서 그것들은 곤륜마교가 아니라 강호인 모두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네.“
초휴는 곽소풍을 향해 대소했다.
“곽 방주, 나는 정말이지 싸울 생각이 없소이다. 하지만 이것 좀 보시오. 꼭 내가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든단 말이오! 오백년 전에 성교 것이었으면 지금도 우리 성교의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휴는 독고유아가 남긴 물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나마와 다른 이들이 즉각 막으러 나섰다. 사람들이 한데 엉켜 싸우기 시작하자 곽소풍의 안색이 돌변했다.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다들 싸우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말로 해결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일단 건져갈 게 보이자 곽소풍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런 약속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곽소풍이라고 가만히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초휴를 막아야 하나, 아니면 나마 일행을 막아야 할까?
여기에는 초휴와 나마 일행 외에 상수 영가, 하후가도 있었다. 정도 연맹 편이기는 했으나 순수한 정도 세력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자들이었다. 뭔가 진귀한 게 보이면 곧장 달려들어 빼앗을 뿐, 그것이 정도 물건인지, 마도 물건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초휴의 몸에서 마기가 거세게 일었다. 한없이 아득하고 깊은 마기가 모든 빛을 덮어 버릴 듯했다. 그 순간 공간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독고유아의 영상에서 힘이 한 가닥씩 뻗어 나와 초휴에게로 엉켜 들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실 같은 힘이었으나, 초휴가 그 힘을 이용해 일도를 내리치자 강대한 마기가 모든 것을 부숴 버릴 기세로 가장 앞에 있던 허자를 날려 버렸다.
그 순간 모두가 멍하니 굳었다. 초휴가 독고유아의 힘을 끌어내어 쓰다니?
하지만 초휴가 먼저 물건을 챙기려 든 것은 경솔해서가 아니었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지금 상황은 확실히 초휴에게 불리했다. 상천량도 없이 혼자서 정도 연맹의 강자들과 맞서야 했다. 그래서 초휴는 원래 기회를 보아 가장 귀한 것을 손에 넣는 대로 줄행랑칠 작정이었다.
그러나 독고유아가 남긴 영상과 마주친 순간, 몸 안의 어떤 힘이 독고유아의 영상과 통하는 게 아닌가. 그것은 독고유아의 불멸천마전에 속한 힘이었다.
줄곧 자신의 몸에 잠복해 있었던 힘이었으나 초휴는 그것을 쓸 줄 몰랐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촉발될 뿐이었다. 이번에는 아마 그 영상과 서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듯했다.
불멸천마전의 힘도 쓸 수 있고, 표지의 힘도 끌어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초휴는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의 자신은 천지통현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이 아닌가? 다른 천지통현은 천지의 힘과 통하고, 초휴는 독고유아가 남긴 힘과 통하는 것만이 다를 뿐이었다.
초휴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마염이 일었다. 대흑천마신의 법상이 나타나더니 타오르는 멸세지화가 그의 몸을 감싸며 주변의 모든 것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갈 방법조차 없었다. 멸세지화의 힘에는 독고유아의 지극한 마기가 섞여 있었다. 불광이고 도온이고 모조리 소멸시켜 버렸다. 평소의 멸세지화보다 훨씬 더 패도적인 힘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육장류를 향했다. 초휴는 곤륜마교 사람이고, 독고유아의 전승도 일부 지니고 있다.
그러니 그가 독고유아의 힘을 끌어오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그렇다면 육장류는 진무교의 적통 전인이니, 영현기가 남긴 힘으로 초휴를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중인들의 시선을 받은 육장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가짜 전인이 아닌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초휴는 독고유아의 힘을 끌어오는데, 왜 자신은 영현기의 표지에서 반 푼의 반응도 끌어내지 못한단 말인가?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있나!
육장류에게 별 방법이 없으니 나마와 다른 사람들이 협공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마가 합장하며 범어를 읊었다. 찰나 무수한 금색 연꽃이 멸세지화를 향해 쏟아져 내리더니, 거센 불꽃과 마기 속으로 길을 열었다.
초휴가 일도를 내리치자 강대한 마기가 일순간에 공간을 완전히 암흑으로 물들였다. 일도가 지나치는 모든 것이 극음의 힘으로 바뀌고, 어떤 것은 아예 마기가 되어 초휴의 일도로 흘러들었다.
허자의 등 뒤에서 부처의 법상이 나타났다. 장엄한 불광이 찬란히 빛나더니 초휴의 일도 앞에 부처의 법상이 두 손을 합장했다.
일순간 금빛 불광이 거대하게 일더니 강대한 힘이 하나하나 범어 주문으로 변하여 초휴의 도신을 봉쇄했다.
동시에 능운자가 검을 휘두르자 천만 갈래 검광이 한데 모여들어 작렬하는 순양검광으로 변하여 온 천지를 환하게 밝혔다.
세 사람의 천지통현 강자가 힘을 합친 협공이었다. 지금 강호에서 이런 대우를 받는 자는 야소남을 제외하면 초휴뿐일 것이다.
그 순간 초휴는 눈을 확 치켜떴다. 눈 속에 새카만 마기가 응집되더니 허공에 거대한 폭풍이 일었다. 순양검광이 찢기고 부서지며 능운자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초휴는 긴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강대한 힘을 손에 쥐고 휘두르니 기분이 짜릿했다.
하지만 오래 통제할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그 자신의 힘이 아니었으니까.
자신의 것이 아닌 힘을 오래 다루면 그 안에 함몰되기 쉽다. 힘을 빌려올 수 있다지만 결국 그 힘을 쓰는 것은 초휴 자신이니 말이다.
이 힘을 쓸 수는 있었지만 영 버거웠다. 오래 끌면 힘이 새어나가는 것을 통제할 수 없을 듯했다.
사람들을 밀어낸 후 그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독고유아가 남긴 것을 쓸어 담았다. 충분히 긁어모은 후 곧장 곤륜으로 돌아갈 셈이었다.
* * *
초휴가 한창 격렬하게 싸울 때, 천문에서는 제천효가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조그맣고 통통한 손을 덜덜 떨면서 허공에 붓으로 기이한 주문을 그렸다.
한참 후에야 제천효는 말했다.
“문주님, 초휴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좀 이상하군요. 초휴는 곤륜마교가 아니라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다른 때에 다시 시도하는 게 어떨까요?”
먼젓번에 제천효가 초휴의 인과를 짚어내는 데 실패한 후, 군무신은 일단 초휴를 건드리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단’이었다.
천문 신장을 둘이나 죽인 자가 평안히 살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초휴는 천문이 복수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독고유아는 아닌 것이다.
군무신은 줄곧 생각해 왔다. 어떻게 해야 종신수를 피해 초휴를 죽일 수 있을까? 그는 엄청난 공을 들여서, 천문의 온갖 비법 중에서 그것을 가능케 할 수단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비법이라기보다 ‘신통(神通)’이라 불러야 했다.
군무신 앞에는 허수아비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온갖 기이하고 사악한 주문이 가득 붙어 있었는데, 개중 어떤 것은 꾸물거리며 움직이기까지 했다. 요사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제천효의 말에 군무신은 담담히 대꾸했다.
“정두칠전(釘頭七箭, 본래는 명대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등장하는 비술)의 준비는 다 끝났으니 무를 수 없다. 정두칠전을 쓸 기회는 한 번뿐이다. 두 번을 쓰면 힘의 근원까지 소모하게 되니, 그건 곤란하지. 초휴의 위치를 말해라.”
신통은 무술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신통을 얻어도 그것을 쓰지 못한다. 배우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기록에 쓰여 있는 설명을 눈앞에 펼쳐 들이대도 익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다. 그런 것이 격차였다.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으면 무슨 수를 써도 하지 못하는 게 신통이었다.
상고 시대에는 신통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상고 대겁난 이후로 인간의 무도는 완전히 보존되지 못했고, 신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신통은 위력이 강대하지만, 무사가 수련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만 년의 변화를 있은 지금, 강호인들이 수련하는 무도는 이미 만 년 전의 무도와 큰 차이가 생겼다. 상한선이 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하한선은 아주 낮아졌다.
누구든, 심지어 팔다리가 성치 않은 사람조차도 무도를 익히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하급 무사가 대거 양산됨으로써 강호는 드디어 무도의 성세를 맞이하게 되었다.
신통 정두칠전은 줄곧 천문에서 보존되어 왔다. 다른 사람은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했다. 군무신 자신의 무도는 이 신통과 맞지 않았으나, 며칠을 연구해 보니 이해할 수는 있었다.
초휴의 위치를 알아낸 군무신은 한 손을 휘둘렀다. 몸속의 선혈이 허공에 엉키더니 일곱 발의 화살로 변해서 초휴 대신 세워둔 허수아비에게 날아들었다.
종신수가 한동안은 초휴를 지켜줄지 몰라도 일평생 지킬 수는 없다. 초휴에게 얽힌 인과도, 그가 죽으면 종신수가 군무신을 찾아와 복수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