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19)
1019화 정두칠전
군무신이 정두칠전을 내쏜 순간.
종신수는 동해 바다 한가운데, 열풍해 무사들마저 거의 갈 일이 없는 해역에 있었다.
향유고래의 머리 위에 정좌를 한 채로 앉아 있던 그는 서쪽을 응시하다가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두칠전? 참으로 악독하군. 인과를 망가뜨리면 천지의 운기에 영향이 갈 터인데.”
종신수는 담담하게 중얼거렸을 뿐, 더는 말이 없었다.
그와 초휴 간의 인과는 그 한 번이 전부였다. 한 번 출수했으니 둘의 인과도 끝이 난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종신수는 다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저쪽이 서쪽이었나? 또 틀렸구나.”
종신수는 향유고래를 토닥이며 말했다.
“잘못 왔구나. 미안하지만 다시 가야겠다.”
고래가 길게 울었다. 종신수를 태운 향유고래는 파도를 가르며 방향을 틀어 동해의 가장 깊은 곳을 향했다.
* * *
려성의 공간 속에서, 초휴는 독고유아의 힘을 빌려 천지통현 지존 강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독고유아의 물건은 벌써 팔 할쯤 긁어모았다.
더는 힘을 통제할 수 없겠다는 느낌이 슬슬 왔다. 그래서 육강하 일행에게 이만 떠나자고 하려던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초휴의 가슴에서 극도의 위기감이 맹렬하게 치솟았다. 삶과 죽음 사이의 거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그런 육감은 모든 무사가 지니고 있다. 영적 감응력이 강할수록 그 감각도 강력한 법이다. 이제는 심장까지 격렬하게 뛰면서 그에게 위기가 닥치는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초휴는 나마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초휴가 독고유아의 물건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려들 뿐. 목숨을 걸고 죽이려 드는 상황은 아니었다.
누구도 죽을 기세로 덤비지는 않았다. 적어도 지금 여기서 초휴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저들이 아니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 순간 허공에서 파문이 일었다. 피처럼 새빨간 일곱 발의 화살이 나타나더니 무수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초휴를 향해 날아들었다.
일곱 발의 화살이 닥쳐오는 순간 초휴의 위기감은 극한까지 치솟았다.
나마 무리마저 안색이 변해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 일곱 발 화살의 위력은 가공할만한 것이었다. 사악하고 기이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정체를 꿰뚫어 볼 수는 없었으나 얼마나 위험한지는 뚜렷이 느껴졌다.
이곳의 정도 사람들은 초휴와 원한이 있었고, 모두 초휴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도 같았다. 설마 이들 중 누군가 몰래 손을 쓴 걸까?
그러나 다들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수준의 힘은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힘을 다룰 수 있었다면 초휴를 지금까지 살려뒀을 리가 없었다.
일곱 발의 핏빛 화살은 거의 모든 힘을 무시하면서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초휴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았다. 얼마 되지 않는 독고유아의 불멸천마전에 담긴 힘까지 완전히 폭발시켰다.
첫 번째 화살은 그대로 터져 사라지고, 두 번째 화살은 혈무가 되어 폭발했다.
그러나 초휴가 쓸 수 있는 힘은 이제 얼마 되지 않았다. 세 번째 화살을 막느라 마지막 한 가닥의 힘까지 전부 써 버렸다. 남은 네 발이 초휴에게 날아들었다.
독고유아의 힘은 이미 다 써버렸다. 끝없는 멸세지화가 터져 나왔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네 발의 핏빛 화살은 멸세지화마저 그대로 뚫어버리고 날아들었다.
초휴는 표묘참과 파자 결 도의를 연이어 시전했다. 하지만 네 발의 화살은 마치 초휴와 다른 공간에 있는 듯했다. 도는 아무것도 베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는 데 그쳤다.
화살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초휴는 낮게 기합을 질렀다. 온몸을 끝없는 핏빛 안개가 감쌌다. 강대한 기운이 천지의 힘을 끌어들이자 공간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혈마변천대법!
초휴는 정말 목숨을 걸고 전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곽소풍은 주변 공간을 근심에 찬 눈으로 둘러보았다. 이러다가 정말로 공간이 뚫려 저편과 연결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지금 여기서 목숨 걸고 맞서는 초휴를 막을 수도 없었다.
엄청난 기운이 강림했다. 초휴가 불인을 맺는 순간 핏빛 부처의 법상이 등 뒤에 나타났다.
난데없이 핏빛 해가 어두운 허공에서 떠오르더니 핏빛 부처의 불인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나마쯤 되는 실력자라도 신중하게 맞서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세였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마와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굳어졌다. 그들도 느낄 수 있었다. 화살을 쏜 자의 실력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한 힘이었다.
초휴는 지금까지의 모든 출수에 전력을 쏟아서 화살을 막고 있었다. 그들이었다 해도 쉽게 막아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저 작은 핏빛 화살을 상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은 오로지 독고유아의 힘뿐이었다. 세 발은 막아냈지만, 초휴가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나머지 네 발을 없애지는 못했다.
초휴의 머릿속에서는 심마가 끊임없이 고함을 질렀다.
“삼혼칠백(三魂七魄)의 칠백이다! 저 일곱 발의 화살은 너의 칠백에 고정되어 있다! 저것을 막지 못하면 칠백 중의 사백이 다 흩어지고 너도 반드시 죽게 된다!”
심마는 초휴의 머릿속에 붙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초휴가 죽어도 심마는 죽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 네 발의 화살은 초휴의 사백을 직접 노리고 있지 않은가. 심마로서도 저 화살이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으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었다.
“칠백에 고정된 건지 아닌지, 그딴 걸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야? 무슨 수로 저 망할 것을 막아내느냐가 문제란 말이다!”
초휴는 이미 가지고 있던 비장의 패를 모조리 써 버렸다. 혈마변천대법 같은 최후의 비법마저 썼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은 힘인지라 막을 수 없고, 없앨 수도 없었다.
그는 쉽게 포기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초휴는 한 번 죽어보았기에, 목숨의 소중함을 보통 사람보다 더 잘 알았다. 미치광이처럼 살아왔지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죽을 수 없었다!
일순간 초휴의 몸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내력진화가 아니라 원신의 불꽃이었다.
기혈을 태우는 것보다 더 극단적인 수단이 바로 원신을 불사르는 것이다. 초휴는 원신의 힘을 불태워 천자망기술을 써서 그 핏빛 화살의 힘을 어떻게든 뚫어보려 시도했다.
아무리 기이한 비법이라도 세상에 완벽한 기술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반드시 한 군데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초휴는 원신을 불태움으로써 처음으로 천자망기술을 극한까지 펼쳤다.
매경령과 육강하는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으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보통 강호에서 진화련신 정도면 강자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는 구경꾼에 불과했다. 아니, 이런 힘 앞에서는 그들은 구경꾼이 될 자격조차 없으니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휴는 인정할 수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아무리 완벽하게 갖춰진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말이다.
원신의 불길이 극한까지 타오른 찰나, 그는 드디어 뭔가를 보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네 발의 핏빛 화살 뒤로 검붉은 실이 흐릿하게 이어져 있지 않은가. 까마득히 먼 서쪽까지 한없이 이어진 실은 어둡고 깊은 대전으로 향했다. 허공에 떠오른 핏빛 화살 앞에 조잡하고 볼품없는 허수아비가 세워져 있었다.
허수아비의 겉면에 검은 마문(魔紋)이 꿈틀거렸다. 언제부터인지, 그 검은 마문이 어둠 속에서 무수한 검은색 실을 뿜어내어 허수아비와 초휴를 이어 놓고 있었다.
허수아비 앞에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붉은 머리에 검은 옷, 두 눈의 싸늘한 냉기는 마치 만물을 얼려 버릴 듯했다.
군무신! 그는 군무신이었다!
초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은 상대,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실력을 지닌 상대는 매우 드물었다. 군무신은 개중 하나였다.
먼젓번 초휴는 종신수의 손을 빌려 그를 물러나게 했었다. 군무신이 자신과 종신수의 관계를 오해하게 만드는 계략도 성공했다. 그러니 더는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군무신을 얕본 것이었다.
이 세상에 군무신이 정말 건드리지 못할 사람은 종신수 하나뿐이었다. 종신수가 초휴를 잠깐 지켜줄 수는 있어도 일평생 지켜줄 수는 없었다. 기회만 온다면 군무신은 절대 초휴를 살려두지 않을 터였다.
초휴는 천자망기술을 극한까지 사용해서 상황을 파악했으나 더 큰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군무신이 펼친 비술을 깨뜨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허수아비를 치우거나 그 앞에 장애물을 놓아 초휴와 허수아비의 연결을 끊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군무신은 만 리 너머에서 그를 죽이려 하는 것이니, 초휴는 만 리 너머의 허수아비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순간 초휴는 몸속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지금 그는 천자망기술을 절정으로 시전한 상태였으니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
언제부터인지 심맥 안에 한 가닥 마기가 잠복해 있었다. 아주 흐릿했다. 너무 엷어서 천자망기술을 극한까지 펼친 상태가 아니었다면 찾아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희미하게 기억이 날 듯도 했다. 그것은 파진자를 주조했을 때 무근성화에서 나타났던 그 마기였다.
초휴는 그 마기의 효과가 대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동원해서 그 마기를 움직였다.
일순간 초휴의 몸은 한없이 어둡고 깊은 마기로 둘러싸였다. 공간 비전함에서 부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조각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그윽한 마기 속에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 석상은 초휴가 무심마존의 전승물 중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육강하는 거기에 기록된 것이 신통이지만.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나중에 초휴는 그것을 연구해 보았고, 상천량까지 불러 함께 조사도 해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수확이 없었고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도 실패했다.
마기가 조각상의 표면을 녹이자 겉에 새겨진 마문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초휴는 여전히 그 의미를 해독할 수 없었으나 어째서인지 그 마문은 낙인처럼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네 발의 핏빛 화살은 이미 코앞까지 닥쳐들고 있었다. 그때 초휴의 몸이 별안간 불어나기 시작했다. 법상 같은 게 아니라 그의 몸 자체가 불어난 것이다.
초휴의 형체는 무한한 마기에 둘러싸여 폭발하듯 커지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높이로 늘어났다. 그 모습은 마치 까마득한 하늘까지 솟은 상고의 마신처럼 보였다.
그가 일권을 내리치자 하늘과 땅을 찢어발길 듯한 위력이 핏빛 화살 한 발을 가루로 만들었다. 두 힘이 충돌하며 일으킨 폭발에 공간 전체가 떨리는 듯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알아차렸다. 떨리는 듯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떨리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모두 안색이 변했다. 이제는 여기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매경령은 남아서 초휴를 보고 있으려 했으나 육강하에게 질질 끌려갔다.
“음마종 계집애야, 정신 차려! 이런 수준의 전투면 너는 지켜볼 자격도 없다! 걱정하지 마라. 선한 자는 명줄이 짧고 재앙과도 같은 놈은 천년을 산다고 하지 않더냐. 초휴처럼 악독한 놈은 쉽게 안 죽는단 말이다!”
매경령은 걱정이 되어 미칠듯한 얼굴로 공간에서 전해져 오는 끔찍한 힘의 파동을 바라보았다. 그 힘 앞에서 자신은 마치 하찮은 개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 무력한 기분이 너무도 싫었다. 옛날 음마종 멸망 때도 바로 이렇게 무력하고 무능한 기분이었던 까닭이었다.
곽소풍은 아예 땅바닥에 주저앉더니 탄식을 터뜨렸다.
‘끝장이다. 전부 끝장나고 말았다.’
초휴와 다른 사람들의 싸움도 위세가 대단하기는 했으나 공간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힘은 이미 공간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이러다 두 세계가 완전히 연결될지도 몰랐다. 수십 년간 이곳을 지켜왔건만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곽소풍의 본래 다른 사람을 원망할 줄 모르는 성격이었다. 자신이 일을 철저히 하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한스러웠다.
허자와 나마 등은 어두운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핏빛 화살의 기이한 위력도, 마지막에 초휴가 폭발시킨 힘도 그들의 상상을 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스스로가 강호 최절정이라 자부해왔다. 손을 들어 올리면 하늘도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하늘은 그들에게서 까마득히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