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23)
1023화 위서애, 거센 풍랑을 되돌리다
불공화상이 나서서 탄식했다.
“무근성화는 오백년간 봉인되어 있었소. 오백년 동안 강호는 큰 풍파 없이 조용했지만, 무근성화의 봉인이 풀리자 이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소. 그러니 만악의 근원임이 명확하다는 말이오. 빈도는 오백 년 전에 그것을 봉인했는데, 이제 한 번 더 나설 때가 왔구려. 오백 년 전 나를 막으려던 자들은 모두 도망쳤거나 혹은 죽었소. 자 이제 여러분은 어느 쪽을 택하려 하오?”
상천량 일행을 바라보는 불공화상의 눈은 기이할 정도로 온화했다.
마치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할 마음씨 좋은 노승 같지 않은가.
그러나 그를 정말 평범한 노승으로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공화상은 오백 년 전에 무심마존과 싸워서 살아남았고, 수보리선원을 이끌고 곤륜마교를 멸망시켰다. 그는 무수한 마도 무사의 피를 손에 묻힌 인물인 것이다.
일순간 엄청난 압력이 상천량에게 닥쳐들었다. 도저히 받아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곤륜에서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껏해야 무근성화만 양보하면 되는 일 아닌가.
바로 그때 곤륜산 아래쪽에서 강대한 마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사람들은 의혹에 찬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누구지? 초휴인가? 초휴라기에는 어딘가 좀 이상한데.
어렴풋이 상황을 짐작한 저무기만은 희색이 만면했다.
“대머리 놈들이 말은 아주 그럴듯하게 떠드는구나! 아무 야심도 없이 고분고분 너희의 개 노릇이나 해야 착한 마도 무사란 말이냐? 웃기지도 않는 소리!”
말이 끝나자마자 강대한 마기가 곤륜산 정상을 휩쓸었다.
위서애의 모습이 허공에서 나타나자 모든 사람이 놀라서 입을 벌렸다.
위서애의 기운은 강대하고도 충만했다. 얼굴도 전보다 젊어 보였다. 여전히 노인의 모습이기는 했으나 정기신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천지통현에 오른 게 분명했다.
위서애가 지존신단을 소화하려고 폐관에 들어간 지가 일년 가까이 지났다. 지존신단이라는 것은 전설에나 나오는 물건이었다.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무슨 방법을 써서 체화할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위서애 자신이 직접 모든 수를 써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년의 시간을 들인 위서애는 결국 성공한 것이다. 수명이 다하기 일보 직전에 천지통현에 오른 것이다. 이제는 수명도 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그를 바라보는 허자와 다른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위서애는 옛날부터 은마 일맥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위명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다들 위서애와 마주친 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초휴의 출현 후로는 더욱 그랬다. 그 때문에 다들 위서애에 대해서는 퍽 익숙했다.
위서애의 전투력이나 자질이 약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아무래도 이미 나이가 많았다. 그러니 천지통현에 들어설 자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위서애 같은 사람도 돌파할 수 있다면, 수보리선원의 윗세대 고행승이나 대광명사 뒷산에서 은거하는 선배 무사들도 모조리 천지통현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있었다. 위서애는 정말로 천지통현의 지존 강자가 되었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낸 것일까?
불공화상이 탄식했다.
“오백 년 전 우리는 무근성화를 봉인하며 수많은 대가를 치렀소. 무수한 동도가 희생되었지. 이번에도 역시 적잖이 사람이 죽어 나갈 모양이군그래.”
나마는 아무 말이 없었으나 이미 출수할 태세였다. 그는 늘 그런 식이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나섰다.
모든 곤륜마교 무사의 눈이 위서애를 향했다.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모두 위서애의 명령을 따를 작정이었다.
이제 위서애가 나타났으니 반쯤은 대들보가 생긴 셈이었다. 초휴는 없지만 위서애라면 지금 이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마도 일맥의 무사 치고 위서애가 은마권을 위해 해온 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진조선이나 유마애처럼 서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라 해도 위서애에 대해서는 탄복하고 있었다.
마도 출신은 아니지만, 초휴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위서애는 초휴의 스승이자 선배였다. 초휴가 공경하고 존중하는 웃어른이니 그들 역시 공손하게 대했다.
어느 쪽에서 보건, 위서애라면 인심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설령 천지통현에 오르지 못했어도 상천량보다 더 사기를 북돋울 수 있을 터였다.
“무근성화를 봉인하겠다? 그때는 우리 마도가 쇠약해져 너희들을 막을 수 없었지. 오백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도 일맥이 너희 마음대로 찌르고 썰어댈 수 있는 고깃덩이로 보이느냐?”
말이 끝나자마자 위서애의 얼굴은 기이하고 오묘한 마문(魔紋)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인결을 맺는 순간, 무근성화의 어마어마한 불길이 위서애한테로 옮겨붙었다.
본래 천지통현 초기 정도였던 위세가 크게 불어나더니 불공화상조차 짐작할 수 없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허자와 나마는 별 반응이 없었으나 줄곧 담담하던 불공화상의 낯빛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무근성화를 몸에 끌어들이다니, 대체 무슨 수법을 쓴 것인가?
무근성화는 옛 곤륜마교의 가장 핵심이 되는 지보 중 하나였다. 병기도 주조할 수 있고 단약도 만들 수 있었다. 그 힘을 약간 빌려와 무공 수련에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근성화의 힘을 직접 몸에 끌어들인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건 옛날 사대 마존조차 해내지 못한 일인 것이다.
무근성화는 용맥에서 탄생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 역시 천지의 힘이기는 했다. 그러나 최절정에 다다른 천지의 힘, 전혀 다룰 방법이 없는 힘이었다. 지금 위서애가 펼친 초식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위서애는 무근성화가 옮겨붙자 성격도 포악하게 변해 버린 것 같았다. 일권을 날린 순간 무근성화가 은색으로 타오르고, 강대한 천지의 힘이 굉음과 함께 터져 나와 불문 무사들을 공격했다.
“물러나라!”
허자가 고함을 질렀다. 그의 손바닥에서 찬란한 불광이 일어나더니 수천수만의 불국이 만들어졌다. 모든 부처가 불호를 외듯이 범어를 영창하며 무근성화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무근성화가 어떤 힘인가. 가장 순수한 천지의 힘인 것이다.
너무 순수한 나머지 아예 실체를 지니게 된 힘. 그 강대한 힘은 허자의 천만 불국을 완전히 녹여 버렸다. 범어 영창은 귀에 감도는 여운만 남겼다.
다음 순간 나마가 한 발짝 나섰다. 발아래 금빛 연꽃이 피어나며 무근성화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녹아 버리고 말았다.
불공화상은 탄식했다. 오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곤륜마교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합장을 올리자 불광과 원기가 끊임없이 고동쳤다. 눈부신 금빛 불광이 허공마저 금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금빛 불광에서 수백 장은 될 듯한 거대한 부처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 부처는 특이하게도 불공화상과 팔할쯤은 닮은 모습이었다.
위서애가 선보인 실력에 경악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 자리의 천지통현 강자는 모두 경지 초기를 지난 사람들이었다. 해서 갓 천지통현에 오른 무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위서애가 그 나이에 천지통현에 오른 것만도 경악할 일인데 이런 전투력까지 발휘하다니? 도무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일 대 삼으로 불문 강자 셋을 제압할 정도라면 배월교의 야소남에 근접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위서애가 손을 움켜쥐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불기둥이 손아귀에 엉기더니 강과 바다를 뒤집을 듯한 곤으로 변했다. 불공화상이 만들어낸 백 장의 부처가 불인을 맺어 곤을 막아내려 했으나 그 힘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허자와 나마도 연이어 출수했다. 그러나 위서애가 다른 한 손을 휘두르자 무근성화가 하늘을 뒤덮는 무수한 화살로 변하더니 쏘아 나갔다. 너무나 강대한 위력이라 허자와 나마로서도 간신히 막는 게 고작이었다.
두 사람은 안색이 변해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불공화상마저 출수를 멈추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더는 싸울 방법이 없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들은 위서애가 아니라 용맥에 응결되어 뿜어져 나오는 무근성화와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천지 용맥이 변하여 실체화한 강대한 힘이었다. 무사로서 상상할 수 있는 천지의 위력조차 뛰어넘었으니 누구도 무근성화의 힘을 막을 수 없었다.
위서애가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은 우리 성교에도 사정이 있어 크게 일을 벌일 생각이 없다. 그러나 굳이 우리를 핍박하겠다면 우리 성교도 기꺼이 어울려 주는 수밖에!”
허자 등은 서로 마주 보았으나 아무 방도가 없었다. 그들은 불호를 읊조리고는 더 대항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지금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 위서애는 뭔가 수상했다. 틀림없이 어떤 비법 같은 것을 얻어냈으리라. 무근성화를 마음대로 다루다니.
물론 위서애도 곤륜산 정상에서만 무근성화를 다룰 수 있을 뿐, 이곳을 벗어나면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가 지키고 있는 한 곤륜마교를 쓰러뜨리기는 불가능했다. 그러니 지금은 물러날 수밖에.
산기슭까지 내려온 허자가 탄식했다.
“아직은 마도 일맥의 명운이 다하지 않은 모양이오.”
본래 초휴가 죽은 지금이야말로 곤륜마교에 타격을 가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하필이면 천지통현에 오른 위서애와 부딪힌 것이다.
그는 심지어 무근성화에서 터져 나오는 강대한 힘을 마음대로 다루기까지 했다. 이래서야 도저히 곤륜마교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위서애가 가볍게 양대 불종을 쫓아 버리자 곤륜산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정작 위서애는 비틀거리는 듯하더니 일순간에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저무기가 얼른 다가가서 부축했다.
“위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위서애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무근성화의 힘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게야. 내가 힘을 다룰 수는 있었다만 그 충격까지는 다 억누르기는 어렵군그래.”
위서애가 천지통현에 오르고 이렇게 강대한 전투력까지 지니게 된 것은 초휴가 준 지존신단 덕분이었다. 지존신단의 효과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천곡마존은 거기에 수많은 것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그는 천지통현에 오른 뒤에야 지존신단의 강대한 힘을 깨달았다. 천곡마존은 이것을 만들 때 독고유아에게 부탁해 무근성화 근원의 힘을 녹여서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금 무근성화를 써서 신단을 만들어냈다.
무근성화 근원의 힘이 있으면 무근성화가 옆에 있을 때, 그 힘을 끌어서 극강의 위력을 폭발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천곡마존은 본래 지존신단을 직접 쓸 생각이 없었다. 천지통현의 마존 하나를 더 양성해서 무근성화와 그 주변 진법을 제어하게 할 셈이었다.
교주와 사대 마존이 모두 자리를 비울 때는 새로 양성된 마존이 곤륜마교를 방어하도록 말이다. 그러면 무근성화의 근원이 있는 한은 곤륜산 정상에 올라 곤륜마교를 무찌르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 될 터였다. 그러나 천곡마존이 조건에 맞는 새로운 마존감을 찾아내기도 전에 곤륜마교는 멸망하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가 지존신단 한가운데에 새겨져 있었다. 위서애는 신단을 다 녹여 소화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폐관을 끝내고 나오자 진무당을 지키던 무사들은 그간 일어났던 일을 간략히 알려 주었다. 초휴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사태가 위급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초휴가 죽었으니 정도 종문은 성교가 곤륜산에 자리 잡은 꼴을 그냥 보아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찾아와서 싸움을 걸 게 분명했다.
그래서 위서애는 곧장 곤륜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다행히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올 수 있었다.
물론 허자 무리는 위서애의 상태를 자세히 몰랐다. 그가 무근성화의 힘을 무한정 빌려 쓸 수 있는 것으로 알았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위서애 자신도 그 힘의 충격과 위력을 무한정 견딜 수 있어야 했다. 만약 계속해서 강공을 퍼부었다면 위서애가 먼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