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31)
1031화 일도
임애재는 그의 아버지가 남긴 구봉검종을 이어받았고, 장하파의 방장하는 맨손으로 혼자 가업을 일으켜 장하파를 키웠다. 그 점만 놓고 보더라도 방장하의 능력은 임애재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그때 방장하는 마침 문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기실 방장하는 검법을 쓸 줄 몰랐다. 그가 능한 것은 권법과 장법이었고, 굳이 검법을 익힐 생각도 없었다. 세 세력이 힘을 합쳤다지만 그에게 천절검전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천절검전을 빼앗자는 제안에 승낙했다. 검전은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다른 두 세력이 얻을 이득이라면 장하파도 손에 넣어야 했으니까.
옛날 임애재와 약간 교분이 있었지만, 그런 것이 이득 앞에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너무 악랄하게 굴지만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예전에는 구봉검종의 실력이 지금보다 좀 나았다. 그러나 임애재의 아버지가 죽은 뒤로는 서서히 쇠락해갔다. 실력이 모자라 제 것을 지키지 못하면서 남더러 탐욕스럽다고 욕하는 것도 한심한 일이 아닌가.
그때 제자 하나가 헐레벌떡 뛰쳐 들어왔다.
“장문, 구봉검종에서 쳐들어왔습니다!”
방장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임애재에게 그럴 배짱이 있었나? 내가 그자를 얕본 모양이군. 어디 나가 보자. 우리에게 덤빌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구경이나 해야겠다.”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방장하의 성품이 오만해서라기보다, 정말로 임애재가 안중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남역 대문파인 전무신종 출신이었다. 지금은 종문에서 쫓겨났다지만 무공 실력은 여전했다.
그가 절정급 대문파 제자로서 받은 교육과 자원은 임애재 같은 무사와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구봉검종의 뿌리가 북역 대문파 현천경과 이어져 있다지만, 그건 몇백 년 전의 일이었다. 지금의 임애재와는 털끝만큼도 관련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을 이끌고 나온 방장하는 구봉검종 정예가 모두 몰려온 것을 보고 냉소했다.
“임애재, 누구 보라고 이렇게 한껏 위세를 부리는 건가? 설마 고작 이 정도 힘으로 장하파를 어찌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임애재가 노해서 외쳤다.
“방장하! 네가 방림군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너를 박대했더냐? 장하파가 막 세워졌을 때 도움도 적잖게 주었건만, 그 보답을 이런 식으로 해!”
격노한 임애재와는 대조적으로 방장하는 담담했다.
“물 한 방울 은혜도 샘을 파서 갚아야 한다고는 하지. 그러나 사람이 너무 욕심을 부리면 곤란한 법이 아닌가. 남을 머저리 취급해도 안 되고 말이지. 구봉검종이 여러 대문파와 사이가 틀어져 위급했던 시기에 때마침 내가 나타난 게 아니었나? 자네는 자잘한 은혜를 베풀어 나를 방패로 삼았고 말이지. 나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 없이 자네 대신 그들을 막아 주었지. 그런데 인제 와서 그 보잘것없는 은혜 이야기를 꺼내다니, 내가 그렇게 머저리로 보이나? 천절검전을 지켜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내줄 생각이 없다고? 그럼 우리가 출수해도 독하다는 원망은 하지 말아야지!”
임애재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더 말하려 했으나 초휴가 손을 저었다.
“됐습니다. 무슨 말들이 그리 구구절절 많은지, 피곤하지도 않습니까? 이만큼 사이가 틀어졌으면 은혜고 나발이고, 다 죽이면 그만입니다.”
방장하는 초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초휴가 일부러 기세를 감추고 있기도 했거니와 외모로는 한창나이의 젊은이여서 임애재의 제자나 시종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초휴가 입을 연 순간 방장하의 얼굴은 그대로 굳었다. 이 젊은이의 실력과 경지를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지 않은가.
“그대는 누구시오?”
방장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임애재에게 그를 찾아올 배짱이 생긴 것은 이 신비의 젊은이 덕분일 터였다.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방 장문은 알 필요 없소. 어차피 죽을 테니까. 궁금증은 저승에 가서나 풀도록 해보시구려.”
“건방지구나!”
방장하가 코웃음을 쳤다. 젊은이의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었으나 자신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리가 없지 않은가. 누가 이길지는 싸워 봐야 알 일이 아닌가.
초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장하에게 쓸데없는 말을 더하기도 귀찮았다. 파진자를 빼 드는 순간 도신에서 번쩍이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도신의 강대한 기세는 그곳 모두를 경악시킬 정도였다.
임애재는 속으로 과연 고존의 전인이라 칼도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방장하는 흠칫 놀랐다. 저런 도를 쓰는 자라면 절대 범상한 인물일 리가 없었다.
그가 인결을 맺는 순간 몸이 발아래 대지와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변했다. 권인(拳印)이 산봉우리처럼 우뚝 솟구치며 날아들었다. 산처럼 굳건할 때는 해와 달도 막아내지만, 한 번 움직이면 태산이 무너지듯 닥쳐올 듯했다.
옆에서 임애재가 빠르게 말했다.
“전무신종의 비기 ‘반산(搬山, 산을 옮긴다는 뜻)’이오. 공격과 방어가 자유롭고 천변만화하니 아무쪼록 조심······.”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의 일도가 방장하에게 떨어져 내렸다.
일순간 눈 부신 빛이 천지를 관통했다. 그 일도 아래 모든 게 깨져나갔다. 그 자리의 모두가 잠시 착각을 일으켰다. 초휴의 일도 아래 이 세상천지가 아예 두 쪽이 난다고 느꼈던 것이다.
방장하의 기술, 반산은 방어 태세를 취하면 흔들리지 않는 산처럼 해와 달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초휴의 일도에는 해건, 달이건, 산봉우리건 모조리 일도양단 되고 말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방장하는 노호성을 질렀다. 정혈을 불태워 마지막 일격에 모든 걸 걸어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초휴의 일도는 너무도 빨랐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정도로 말이다. 방장하가 채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로 빨랐다.
그가 반응한 것은 초휴의 일도에 몸이 두 동강이 난 뒤였다. 갈라진 몸뚱이는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지고 선혈이 발아래 지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 순간 구봉검종도 장하파도 멍하니 넋이 나갔다. 한 문파의 장문이자 진화련신의 고수가 단 일도에 죽은 것이다.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한참 후에야 장하파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지르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초휴는 아직도 멍하니 굳어 있는 임애재에게 말했다.
“임 종주, 뭘 기다리십니까? 더 꾸물거리다간 다 도망칠 겁니다. 화근을 뿌리 뽑기는 게 영 내키지 않으십니까? 그러나 장하파 무사와 제자가 이렇게 많으니 구봉검종으로 거두기라도 해야 할 게 아닙니까.”
초휴의 말을 들은 임애재는 그제야 정신이 든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얼른 뒤처리를 하러 나섰다.
초휴를 바라보는 임애재의 눈에는 희미한 공포가 어려 있었다. 그는 스스로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실력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방장하의 실력은 임애재보다 강했다. 그런데 초휴 앞에서 일 초도 버티지 못하고 동강이 났다.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허를 찔려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초휴의 실력은 정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잠시 후 구봉검종은 완전히 장하파를 접수했다. 임애재가 물었다.
“초 형제, 이제 어찌하면 되겠소이까?”
언제부터인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가 초휴를 대하는 태도는 훨씬 공손해져 있었다.
초휴가 먼 곳을 쳐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그야 물론, 나머지 두 문파도 단숨에 처리해야지요.”
* * *
대라천 무사들은 초휴의 예상보다 실력이 좀 약했다. 아마 무도 입문이 너무 쉬워서 그런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계에 있는 같은 경지의 무사끼리 비교해 볼 때 대라천 무사들은 싸움과 단련의 경험이 적었다.
하계에서 진화련신에 오를 만한 사람이라면 종문을 지탱하는 기둥이었고 무수한 영웅호걸 중에서도 빼어나고 대단한 존재였다. 낭인 출신으로 진화련신이 되는 건 더 어려웠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과 맞서 싸우고서야 오를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임애재의 말에 의하면 방장하는 방림군 진화련신 고수 중 실력이 강한 편이라고 했다. 거기다 남역 대문파 출신이라지 않는가. 그래서 초휴도 파자 결 도의를 전력으로 출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임애재가 말한 강한 편이라는 것이 이 정도의 ‘강함’이었을 줄이야. 초휴가 하계에서 죽였던, 이미 기혈이 다 쇠한 세가 노야보다 나을 게 없었다.
초휴는 머뭇거리지 않고 구봉검종을 이끌고 나머지 두 세력인 기산(奇山) 요가(姚家)와 풍림검종(風林劍宗)으로 향했다. 다 비슷한 수준이라니 이 기회에 깡그리 쓸어버리면 그만 아니겠는가.
그때 두 문파는 풍림검종에 함께 모여 있었는데 다들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대라천의 진법은 하계보다 훨씬 발전했다. 하계에서는 절정급 대문파에서나 연락 진법 같은 것을 쓸 수 있었지만, 대라천에서는 실력이 조금이라도 되는 문파면 다 쓸 줄 알았다.
구봉검종은 종문 간의 싸움에 참여해 본 적은 있었으나 상대를 멸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일 처리가 깔끔하지 못해서 소식이 새어나간 것이다. 따라서 기산 요가와 풍림검종 모두 상황을 알게 되었다.
“방장하가 죽었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소? 임애재 그자가 얼마만 한 뒷배를 찾아냈기에? 설마 현천경의 천지통현 강자라도 데려온 건 아닐까?”
풍림검종 종주는 크게 당황한 상태였다. 방장하는 그와 사이가 아주 좋았다. 이번 일에 방장하를 끌어들인 사람도 그였던지라 방장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았다. 방장하가 상대방의 일도에 숨이 끊어졌다니, 그걸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요가 가주는 풍림검종 종주보다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무겁게 말했다.
“그럴 리는 없을 것이오. 임가가 현천경과 아직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해도 그렇지, 현천경이 동역에서 얼마나 먼 곳이오? 우리가 자신을 노리는 걸 미리 내다보고 현천경 사람을 그렇게 일찍 불러왔을 리는 없잖소?”
“하지만 현천경 사람이 아니라도 그렇지. 일도에 방장하를 죽여 버린 자를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이오?”
그 말에는 요가 가주도 머리를 긁적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더 근심할 틈도 없이 밖에서 제자가 소식을 전했다. 구봉검종에서 벌써 쳐들어왔다지 않는가.
두 사람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되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렇게나 빨리 움직이다니?
임애재는 지금은 방장하를 상대할 때처럼 분노하지 않았다. 풍림검종 종주와 요가 가주가 함께 나오자 그는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세상만사는 돌고 도는 법, 우리 구봉검종을 해칠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겠지? 이제 두 분에게 기회를 드리겠소. 얌전히 패배를 인정하고 구봉검종 아래로 들어오겠다면 장로 지위 정도는 줄 수도 있지.”
풍림검종 종주와 요가 가주의 낯빛이 시퍼레졌다. 문파 장문이나 종주 노릇을 하던 사람에게 장로 자리가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초휴가 임애재에게 말했다.
“누가 저들을 살려주겠다고 했지요?”
임애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면? 다 죽일 셈이오?”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나머지야 죽이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 둘을 살려둬서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임 종주, 그래도 한 종문의 종주이신데 그리 순진한 말은 다시는 하지 마십시오. 호랑이를 길러 화를 자초하는 것과 뭐가 다르냔 말입니다. 풍림검종과 요가를 집어삼키는 거야 좋습니다. 하지만 저 둘은 명망도 있고 실력도 갖춘 지도자입니다. 그러니 완전히 목숨을 끊어야 구봉검종이 안전해집니다. 살려줬다가 자기 위세를 이용해 남몰래 무슨 일을 꾸미기라도 하면 어찌 막으시렵니까? 골칫거리는 단칼에 베어 버리는 게 오래도록 발 뻗고 자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