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36)
1036화 살인 경고
멋대로 일을 저지른 다음, 종주한테 그걸 알리는 현장을 잡혔으니 난감한 상황이었다. 초휴의 차가운 시선을 받은 조량옥은 연신 뒷걸음질 치면서도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초휴, 당신은 우리 구봉검종의 객경이니 당연히 구봉검종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도 당신은 우리 구봉검종을 불의와 위험으로 몰아넣는 짓을 저질렀다. 그러니 구봉검종의 제자인 내가 어찌 가만히 있겠느냐!”
아주 정정당당하고 의기에 찬 어조였다. 그러나 말과는 반대로 조량옥의 몸은 자신도 모르게 임애재 뒤로 숨고 있었다.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내가 구봉검종의 객경이기 때문에 나선 것이다. 종문에 법도가 없으면 결국은 망하는 법이지.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네 멋대로 내가 감금한 자를 풀어주고 그걸 종주에게 아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네가 지금까지 내 앞에서 기고만장 날뛴 것은 용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네가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소리지. 나는 귀찮은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야. 귀찮은 일이 생기면 당장 그것을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이다!.”
임애재는 초휴의 표정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역시 이번 일은 조량옥이 경솔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십여 년을 직접 가르친 제자 아닌가. 임애재는 초휴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초 형제, 이번 일은 량옥의 잘못이오. 걱정하지 마시구려. 이따 내가 잘 타이를 테니······.”
임애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혈신마공의 힘이 터져 나오더니 조량옥의 기혈이 온통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혈신마공의 강대함과 기이함 앞에서 임애재는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량옥의 심맥은 들끓는 기혈의 힘에 무참하게 으깨지고 말았다. 문동래를 풀어준 대가를 자신의 목숨으로 치른 것이다.
“초휴!”
임애재는 일순간 격노하고 말았다.
조량옥은 그가 십여 년을 키운 제자였다. 반쯤은 친아들처럼 대해왔다. 그런 조량옥을 초휴가 다짜고짜 죽인 것이다. 그것도 그의 눈앞에서 말이다. 이런 안하무인의 태도에 화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초휴가 무거운 낯빛으로 말했다.
“임 종주. 옛날 맹성하가 한강성을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성주 엽유공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종주는 절 믿지 않으시는군요. 구봉검종의 일개 제자가 공공연히 저를 적대하는데도 그자를 싸고돌다니, 제가 객경으로서 어찌 위엄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지금 구봉검종이 이만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제 덕분이 아닙니까. 구봉검종이 계속 지금의 위세를 누리려면 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며 걸림돌이 되는 걸 다 없애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죽였던 그 셋 외에 나머지는 모두 구봉검종 사람들 손에 죽었습니다. 그들이 종주를 더 원망할까요, 아니면 저를 더 원망하겠습니까? 임 종주, 사람이 이랬다저랬다 하면 안 되는 법입니다. 당신은 이미 돌아갈 길이 없단 말입니다.”
차갑게 할 말을 다 한 초휴는 등을 돌려 나가 버렸다.
혼자 남은 임애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조량옥은 전에도 그에게 말했었다. 초휴는 얽혀 봐야 좋을 것이 없는 자다. 위험하다,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고 말이다.
그간 초휴는 자신에게 퍽 깍듯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그의 다른 면모를 본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그렇다고 초휴와 싸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것은 불가능했다.
사실 초휴의 말대로였다. 요즘 구봉검종은 위세를 떨치고 있었고, 이미 죽여 놓은 사람도 잔뜩 있었다. 그러니 자신과 구봉검종에게 돌아갈 길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그제야 임애재의 마음속에 후회가 한 가닥 일었다.
초휴를 객경으로 삼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잘못된 결정이었을까?
그러나 임애재가 어떻게 생각하건 초휴는 관심이 없었다.
조량옥은 그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었다. 사실 초휴로서는 아무 때건 그를 해치울 수 있었다. 굳이 임애재 앞에서 죽인 것은 그에게 경고할 목적에서였다.
그간 임애재는 좀 들떠 있었다. 지금 구봉검종이 누리는 모든 것이 초휴 덕분임을 잊은 듯 행동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은 곤란했다. 그래서 초휴는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일깨워 주기로 한 것이다.
구봉검종은 초휴에게 일종의 디딤돌에 불과했고 쌍방의 인과도 진작 매듭을 지은 셈이었다. 그는 구봉검종을 이용해 대라천에 자리를 잡았고, 구봉검종 역시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
앞으로 구봉검종이 제이의 한강성이 되느냐 못 되느냐는 초휴가 아니라 그들 자신에게 달린 문제였다. 초휴는 대라천에서 종문 육성 놀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조량옥이 살해당한 일은 구봉검종에 별 풍파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구봉검종에서 대사형 조량옥의 명망은 별로 높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임봉무만도 못했다. 객경 대인인 초휴는 그들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었고, 대사형 조량옥은 유세나 떨고 다녔지 변변하게 종문에 이익이 될만한 일을 한 게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임봉무도 초휴에 대한 경외심이 더 깊어졌을 뿐,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사실 진작부터 조량옥이 질척거리는 것에 짜증이 난 상태였기도 했다. 그러나 초휴가 조량옥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오를 때면 임봉무도 소름이 오싹 돋았다.
* * *
풍문각 각주 문영태(聞永泰)는 어쩔 줄을 모르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주가에서 사람을 보내 초휴의 말을 전했을 때 문영태는 화가 솟구쳐 피를 토할 뻔했다. 재수 없는 아들놈이 미워서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문풍각은 강호 정보원을 자칭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입을 놀리게 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입을 잘 간수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말해도 되고 무엇을 말하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동래는 그 금과옥조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하지 말아야 할 말만 골라서 하는 바람에 그간 입으로 화를 부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먼젓번 임봉무의 헛소문을 퍼뜨렸을 때도 그랬다. 임봉무의 평판도 좀 떨어지기는 했으나, 문풍각도 남에게 적잖이 욕을 먹었다. 시간이 꽤 지나서야 만회할 수 있었다.
그래 놓고 이 개 같은 아들놈이 또 사고를 친 것이다. 문영태가 한창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데 제자가 와서 잡혀갔던 문동래가 돌아왔노라고 알렸다.
문동래를 보자 문영태는 노해서 욕을 퍼부었다.
“이 망할 놈이 잘도 돌아왔구나! 아예 구봉검종에서 뒈져 버리지 그랬느냐? 너 같은 아들은 없는 게 나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문영태가 욕을 퍼붓는데도 문동래는 헤헤 웃었다.
“에이 아버지, 제가 없으면 문풍각의 가업은 누구에게 넘기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문영태가 코웃음을 쳤다.
“네놈에게 물려줘 봐야 조만간 네 주둥이 때문에 망하고 말 거다! 어떻게 돌아온 게냐? 임애재가 풀어주더냐?”
문동래는 고개를 저었다.
“조량옥이 풀어줬습니다. 초휴는 지독하고 악랄한 자이니 제가 풀려나더라도 문풍각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더군요. 그러니 얼른 군수 대인께 찾아가서 그 초휴란 자를 눌러놔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문영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사실 그는 군수와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
그뿐 아니고 방림군의 무림 세력 전체가 군수와 얽히는 것을 꺼렸다. 일단 군수부에 들어가서 군수와 만나는 것은 가산을 거의 다 털어주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존의 전인과 척을 진 마당에, 군수한테 도움을 청하는 것 말고 무슨 수가 있겠는가? 보아하니 그 전인이란 자는 성격도 엄청나게 모가 난 인물인 모양인데.
문동래가 옆에서 말했다.
“우리 문풍각이 그만한 돈을 내는 게 버거울까 봐 근심하시는 거죠?”
문영태는 언짢은 기색이었다.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큰 출혈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겠지!”
문동래가 눈을 굴렸다.
“아버지, 구봉검종은 초휴가 부추기는 바람에 방림군에서 점점 도를 넘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정말 방림군 전체의 패주가 될지 몰라요. 이제는 우리 문풍각만의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차라리 이러면 어떨까요. 여러 종문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재물을 모으는 거죠. 그리고 그걸 다 모아서 군수 대인께 가야죠. 그만한 재물을 한 집에서 감당하려면 당연히 뼈아프지만, 방림군의 모든 무림 세력이 함께 낸다면 별 것 아니잖아요.”
문영태는 신기한 걸 보는 눈으로 아들을 힐끔 보았다. 제대로 된 일이라곤 하는 법이 없는 녀석이 이런 잔머리도 굴릴 줄은 몰랐다.
물론 잔꾀가 좀 있어 봐야 강호에서 구르려면 결국은 실력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아무리 잔재주를 부려도 실력 앞에서는 어쩔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문동래의 제안이 그럴듯한지라 문영태는 즉각 방림군 무림 세력을 설득하러 나섰다.
문풍각은 강호 정보를 다루는 일을 했으므로 신용이나 평판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가 직접 나서자 구 할 가량의 세력이 재물을 보태겠노라고 했다.
그리해서 문영태는 돌아다니며 모은 것을 헤아려 보니 애초 예상했던 액수보다 많았다. 그는 그것들을 들고 망설임 없이 안주 군수부로 향했다.
* * *
군수부는 안주부 한가운데에 있었다. 사실은 군수부라기보다 오히려 성안에 지어진 요새 비슷했는데 옛날에는 정말 요새였다. 숲과 들에 가득했던 흉수를 막기 위해서 지어진 요새 말이다.
문영태가 성안에서 반 각쯤 기다리고 있자, 체구가 크고 화려한 옷을 입은 위엄 있는 중년인이 대청으로 걸어들어왔다.
“수련하던 중이라 문 각주를 기다리게 했구려. 양해해 주시오.”
말로는 양해해 달라고 했으나, 어조나 태도는 까마득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뻔해서 전혀 양해를 구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문영태가 일어서서 겸손하고 비굴하게 굴었다.
“군수 대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느닷없이 찾아와 군수 대인을 방해했으니 송구하지요”
이 중년인의 신분은 범상치 않았다. 본래는 황천각의 집사 장로였던 자로 이름은 해영종(解英宗)이라 했다.
황천각의 집사는 기본적으로 진단경 아니면 진화련신이었다. 실력이 약한 자는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조금 많아 경지를 더 뚫기는 어려운 무사들이었다.
해영종 역시 그런 부류라서 황천각 내에서 한 번도 핵심 제자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집사 신분으로 경지를 돌파해 황천각에서 특별히 장로 자리를 받았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해영종은 방림군의 군수로 황천각을 대표하고 있었으나, 사실 본인은 그 자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다른 군소 세력들이 볼 때는 달랐다. 해영종의 배후에는 동역 절정의 대문파인 황천각이 있었다. 한 군에 가만히 버티고 앉아 무수한 종문과 세력으로부터 정중한 대접을 받으니 퍽 팔자 좋은 자리 아닌가.
하지만 해영종은 황천각에 돌아가 수련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강자는 강자와 함께 어울려야 진보가 빠른 법이다. 해영종이 황천각의 핵심 제자 출신은 아니었으나 나름의 야심이 있었다.
황천각에서 얻을 수 있는 수련 자원은 이런 촌구석 우두머리 노릇을 하면서 손에 쥐는 것보다 못하긴 했다. 그러나 그곳에 있으면 무선 강자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고 주변 분위기도 달랐다. 그는 아직 늙지 않았다. 좀 더 발전하고픈 야심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영종은 방림군 세력들이 자꾸 찾아오는 게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일이 벌어지면 늘 제때 나서서 해결하기는 했다. 막대한 재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마다 재물과 자원을 황천각에 바치면 그쪽에서도 당연히 해영종의 공로를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공이 충분히 쌓였을 때쯤 상부에 황천각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청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