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45)
1045화 헌원무쌍의 미친 짓
육삼금이 전음으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에 초휴도 약간 놀랐다.
하계에서도 천재라 할 만한 사람은 많이 보았다. 놀라운 운을 지닌 여봉선이나, 검도의 천재 방칠소, 뇌명금단을 응집해 낸 장승정, 명왕인 하나로 공전의 성취를 이룬 종현. 그들 모두는 대라천에 갖다 놓아도 일급의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열 살에 무공을 고치고 바꿔서 자신만의 무도를 만들다니, 헌원무쌍은 거의 요물이라 해야 할 수준이 아닌가.
헌원무쌍은 육삼금을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육삼금, 지금 전음으로 내 욕을 하고 있겠지? 뭐 아무래도 좋다. 강자는 약자의 질시에 노하지 않는 법이니까. 너라는 인물은 나한테 그것밖에 안 되는 주제란 말이다.”
육삼금은 아주 넉살이 좋은 사람이었다. 초휴를 처음 만났을 때 싸울 뻔했지만, 그의 ‘진짜 신분’을 알고 나서는 일순간에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헌원무쌍 앞에서는 너무 화가 치솟아서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헌원무쌍은 그를 조롱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그래서 육삼금은 화가 났다. 이런 미친놈한테는 욕을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헌원무쌍! 대회는 며칠 있어야 시작인데 여긴 뭐하러 온 거냐? 비무 전에 한 판 해보겠다는 거냐?”
헌원무쌍은 육삼금을 힐끗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너를 찾아온 게 아니다.”
그는 초휴에게 눈을 돌렸다.
“당신이 황천각의 객경이 되기로 했다는 고존의 전인이오?”
초휴는 콧등을 매만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으나, 헌원무쌍 같은 자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
헌원무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행히도 잘못된 선택을 했군. 황천각의 선대 각주는 꽤 대단한 인물이었으나 이제는 늙어빠졌소. ‘천왕’ 이무상은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지만, 황천각에는 ‘지존’ 종추수도 있지. 둘이 서로 싸우느라 평안할 날이 없단 말이오. 그 아래야 육삼금 같은 자가 동역 행주를 맡고 있을 정도니 황천각에는 이미 인물이 없다는 소리가 아니겠소? 이런 때에 당신이 황천각에 들어간 것은 어리석은 일이오. 하지만 반대로 나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지. 내 당신에게 기회를 줄 테니 우리 능소종의 객경이 되시오. 황천각이 줄 수 있는 것은 능소종에서도 모두 줄 수 있고, 황천각이 줄 수 없는 것도 능소종은 줄 수 있으니까!”
육삼금은 헌원무쌍이 감히 자신의 면전에서 황천각을 깎아내릴 줄은 몰랐다. 그는 분노해서 소리쳤다.
“헌원무쌍, 그게 무슨 말인가? 황천각을 모욕하려는 거냐? 아니면 대회에서 꼴불견으로 질까 봐 걱정되어서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냐? 정말 황천각에 사람이 없는 줄 아나?”
육삼금이 격분하거나 말거나 헌원무쌍은 여전히 담담하면서도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결과는 이미 나온 거나 마찬가진데 질 걱정을 왜 한단 말인가? 그저 좀 깔끔하게 이기고 싶을 뿐이다. 비무에서는 세 판을 싸우지. 나는 세 판 모두 이길 생각이다. 만일 네가 데려온 이 고존의 전인이 우리 능소종 제자와 붙게 되면 그 폐물들이 무슨 수로 당해내겠는가.”
이번엔 초휴마저 놀랐다. 헌원무쌍 같은 자는 정말 처음 보았다. 황천각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편한테도 서슴없이 욕을 하고 있지 않은가.
헌원무쌍이 거침없이 그렇게 말하자 그의 뒤에 있던 능소종 무사들의 얼굴은 시커메져 있었다. 육삼금보다 더 어두웠다.
초휴는 헌원무쌍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녔는지 알 것 같았다. 저 태도, 저 말본새를 보건대 정말로 강한 실력이 없었으면 진작에 맞아 죽지 않았겠는가.
그냥 강한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강해야 했다. 너무 강해서 어떤 음모나 계략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해코지라도 당해서 죽었을 테니까.
초휴는 콧잔등을 문질렀다.
“미안하게 됐군. 사람은 신용이 있어야 하는 법이오. 나 초휴는 한 번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란 말이지. 이미 황천각 객경이 되겠다고 약속한 이상 무르는 건 불가능하오.”
헌원무쌍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군. 세상에는 늘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그릇된 길에서 고개도 돌리지 않는 자가 있기 마련이지. 당신이 황천각에 들어간 것 자체야 잘못이 아닐지도 모르지. 잘못은 하필 지금 황천각에 들어와서 나라는 상대와 싸우게 되었다는 거요. 물론 당신이야 나를 적수로 여길지도 모르지, 그러나 내 적수는 오로지 미래에 있을 뿐이오.”
그렇게 말한 헌원무쌍은 사람들을 이끌고 떠났다.
그는 대회 전에 미리 초휴에게 손을 쓴다든가 귀찮게 굴 가치 따위는 느끼지도 못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헌원무쌍은 그 어떤 음모나 계책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일을 맞닥뜨리건 모두 실력으로 돌파해 온 것이다. 그것이 그의 처세방식이었다.
모두 떠나자 그들의 대화를 관찰만 하고 있던 은령자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능소종의 천재 헌원무쌍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성격이라 듣기는 했소. 지금 보니 정말 그렇구려.”
육삼금이 냉소했다.
“형용하기 어렵기는, 그냥 미친놈인 거요!”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미치광이와 천재는 한 끗 차이요. 당신 말대로 저자의 실력은 틀림없이 대단할 거요. 저따위로 굴면서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게 바로 그 증거지.”
초휴의 말에 육삼금은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이 올라오자 그는 초휴와 은령자더러 먹으라고 권했다. 좋은 마음으로 밥을 먹으러 왔건만 헌원무쌍 때문에 분위기를 망친 셈이었다. 그러나 초휴에 대한 호감은 매우 커졌다.
육삼금은 언뜻 보면 아주 넉살이 좋고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타고나기를 사교성이 좋은 것뿐, 실제로 진정한 벗이라 여기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지금껏 초휴를 대해온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역 행주로서 자기 구역에서 고존의 전인이 나타났으니 가까워지려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초휴가 능소종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좀 감동했다. 사실 헌원무쌍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황천각과 능소종은 오래도록 서로 싸워 왔으나, 기실은 황천각이 밀릴 때가 더 많았다. 그리고 지금은 황천각이 열세에 처한 시기였다.
만일 황천각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면 육삼금이 능소종 제자를 폐해 버렸다고 욕을 먹고 대회 참가를 금지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칼에는 눈이 없고, 주먹에는 뜻이 없는 거 아니냐는 강경한 말을 하면서, 능소종의 항의를 무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태가 완전히 가라앉으면 육삼금에게 상이라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저쪽보다 실력이 못한 데다 시비를 걸 구실까지 주었으니 얌전하게 굴 수밖에 없었다.
사흘 뒤, 능소종과 황천각의 비무대회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
능소종 한가운데에 거대한 비무대가 세워졌다. 가로 세로가 천 장은 될 듯했고 위에는 무수한 진법이 펼쳐져 있었다.
네 귀퉁이마다 조각상이 서 있었는데, 능소종에 큰 공헌을 한 조사들의 상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를 거행하는 장소이자, 평소 능소종의 강자들이 도를 강연하는 곳이기도 했다.
옛날 두 문파 간의 비무는 개인적 은원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암묵적 관습이 되면서 외부 무사들도 적잖게 와서 관람했다. 능소종과 황천각은 남북 양쪽에 앉았고, 동서쪽 자리는 모두 구경하러 온 사람이었다.
초휴는 황천각 무리와 함께 앉아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육삼금이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
“초 형, 이따 능소종의 무선 강자가 도를 강연할 거요. 아마 그런 것을 들어본 적이 없을 듯해서 하는 말인데, 자세히 들어 두시구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아니겠소.”
초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초휴는 무선이라는 경지에 대해 온갖 추측과 짐작을 해 왔다.
하계에서 무선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자는 네 명 정도였다. 독고유아, 영현기, 종신수, 군무신. 초휴는 독고유아와 영현기는 무선 중에도 최절정 급의 강자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선경 안에서도 세부 등급이 나뉘는지는 초휴도 알 수 없었다. 방림군에서 긁어모은 기록이나 문풍각의 자료에도 그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육삼금과 은령자는 아마 알고 있을 듯했으나, 의심을 살까 봐 묻지 않았다.
진정한 최절정의 무선 강자를 상대해보면 초휴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쯤 되는 경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다.
비무대 근처가 한참이나 시끌시끌하더니 홀연히 조용해졌다. 흰옷을 입은 능소종 사람 한 무리가 걸어 나왔다. 노인 한 사람과 은백색으로 빛나는 비늘갑옷을 입은 중년인이 맨 앞에 서 있었다.
육삼금이 알려 주었다.
“저 노인은 능소종의 선대 종주인 진백원(秦百源)이고, 갑옷을 입은 사람은 능소종의 제일전장으로 능소문을 지키는 ‘투전신군(鬪戰神君)’ 영호선산(令狐仙山)이라는 인물이오. 아주 대단한 사람이지. 능소문은 능소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동천복지거든. 능소종의 역대 기록 전부와 진귀한 보물 또한 보관되어 있소. 이렇게 말하면 정확할 거요. 설령 멸문지경의 싸움이 벌어져 능소종 종주가 전사한다 해도, 영호선산은 능소종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로 남을 거요. 그가 죽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능소종의 멸망이라 할 수 있겠지.”
초휴는 턱을 매만졌다. 더 캐묻지는 않았지만, 능소종과 황천각의 실력을 대략 알 것 같았다.
황천각에는 무선이 두 사람 있다. 선대 각주와 지금 각주인 이무상이었다.
능소종이 황천각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은 여기에 무선 두 사람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능소종 종주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보니 비로소 확신이 들었다. 그가 짐작했던 네 사람은 모두 무선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초휴가 느꼈던 기운만 놓고 보면 종신수의 실력은 무조건 저 두 사람보다 강했다. 깊어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군무신도 늙은 진백원보다는 훨씬 강했다. 단순히 기세만으로 보자면 영호선산과 비슷할 듯했다.
물론 초휴가 느낌으로 판단한 것에 불과하니 틀릴 확률도 전혀 없진 않았다. 정말로 싸운다면 영호선산과 군무신 중 누가 강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두려워졌다. 초휴는 하계와 대라천 중 분명 대라천이 더 강할 거라고 여겼다. 사람의 자질 때문이라기보다 환경이 좋아서였다.
그러나 지금 보니 하계의 실력자들은 초휴의 생각보다 더 대단했던 셈이다. 하계에서도 무선에 오른 사람이 대라천에 오면 얼마나 더 강해질까?
능소종의 몇 마디 인사말이 있고, 바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첫 강연자는 진백원이었다.
사실 대라천에서 도를 강연하는 무사 대부분은 진백원처럼 실력과 명망을 갖춘 노선배였다. 전투력에서는 영호선산 같은 한창 장년의 강자를 당해내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무도의 깨달음에서는 확실히 더 나을 터였다.
진백원은 무대 중앙에 오르더니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입을 열었다.
“무도의 길이란 천지와 통하고 자신을 갈고닦아 천지를 깨닫는 것이오. 이것은 지금까지의 강연에서 이미 남들이 지겹도록 이야기했을 거외다. 해서 이 늙은이는 좀 신선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오.”
진백원은 주변을 한 바퀴 쭉 둘러본 후 묵직하게 말했다.
“오늘 내가 말하려는 것은 전투의 도리요.”
그 말에 모두 흥미로운 눈치였다. 능소종의 전투력이 사납고 용맹하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능소종의 강자가 전투의 도를 이야기하겠다니 흥미가 안 생길 수가 있겠는가.
“전투는 서로를 무기 삼아 병기를 쥐고 추는 춤과 같소. 무도란 곧 싸우고 죽이는 것이지요. 자신의 무도 기술을 얼마만큼 장악하느냐, 심경에 실낱같은 변화라도 일어나느냐······.”
진백원은 강연에 아주 익숙한 것이 분명했다. 무대에서 지치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눈치였으나 초휴는 잠깐 귀를 기울였다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가 오만해서 무선 강자의 강연을 한 귀로 흘리려는 게 아니었다. 진백원이 이야기하는 것은 초휴에게 별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