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47)
1047화 운 없는 헌원무쌍 (1)
“저렇게 대단한 실력이라면 이번 판의 승부는 어떤 결말이 날지 모르겠군.”
상황을 보던 진백원이 미간을 찡그렸다.
영호선산이 담담히 말했다.
“무쌍이 지면 지는 거지요. 그게 뭐 대수입니까. 한 번 지는 것쯤은 상관없습니다. 평생 패배자로 살지만 않으면 됩니다.”
진백원이 한숨을 쉬었다.
“무쌍이 그렇게 마음을 비우면 좋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심지에 타격을 받을까 걱정이 아닌가.”
영호선산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타격을 좀 받으면 어떻습니까? 성격이 변한들 지금보다 더 나빠지기도 불가능 할 텐데요.”
그 말에 진백원은 아연한 얼굴이 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헌원무쌍의 성격은 이미 악랄하기 짝이 없으니 변해봐야 얼마나 더 변하겠는가.
무대 위의 헌원무쌍은 연기와 먼지 속에서 기어 일어나고 있었다. 눈에는 분노와 경악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이 초휴에게 한 방 먹었다는 것에 분노했다. 상대의 실력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좋아! 아주 좋군! 정말 좋아! 나를 화나게 하는 데 성공하다니. 사실 나는 본래 전력을 다할 생각이 없었다. 잘못해서 너를 다치게 하면 육삼금, 그 머저리처럼 벌을 받을 테니 말이지. 하지만 나를 이렇게 화나게 만들었으니 이젠 문제가 다르지!”
그러나 헌원무쌍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는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도를 휘둘렀다. 여전히 표묘참과 파자결의 도의였다.
세상을 통째로 가를 듯한 강대한 도의에 헌원무쌍은 못다 한 말을 그대로 삼켰다. 정말 밉살맞은 주둥이인지라 초휴는 그가 떠드는 소리를 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헌원무쌍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휘둘러 강대한 천지 원기를 완전히 장악했다. 천지 원기는 거대한 용처럼 그의 양손에 잡혀서 서로 얽혀들더니, 울부짖는 듯한 소리와 함께 초휴를 물어뜯으려 달려들었다.
파자결의 도의는 눈앞의 모든 것을 찢어 버렸지만, 원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은 서로 엉키며 끊임없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어 그 일도의 힘을 갉아먹었다.
헌원무쌍은 공간 비전함에서 자신의 병기를 꺼냈는데, 그것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방천화극이었다. 금빛 용이 똬리를 틀고 올라가는 자루 위로 초승달 같은 날이 찬란하게 빛났다.
능소진룡극(凌霄鎭龍戟)은 헌원무쌍이 능소종 청년 세대의 제일인이 되었을 때 만들어졌다. 진귀한 재료를 무수히 조달해서 병기 주조에 능한 고존을 모셔다가, 그만을 위해 만든 극상품의 신병이었다. 능소종 전체를 통틀어도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무사는 거의 없었다.
능소진룡극을 쥔 헌원무쌍의 전신을 은색 강기가 감싸고 돌았다. 그는 마치 상고 시대의 마신처럼 보였다. 금색과 은색의 날카로운 빛이 얽히더니 일극이 초휴의 파진자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일순간 강대한 힘의 파동이 터져 나왔다. 능소종이 세운 비무대는 천지통현 강자의 위세도 버틸 만한 것이었으나 그 힘을 이기지 못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초휴는 육체적 힘과 강기의 힘은 이미 동급 무사 중에서도 최고 수준에 달해 있었다. 헌원무쌍은 육체적 힘이 초휴보다 뒤떨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경맥 없는 체질로 태어나 강기의 힘을 온몸의 뼈와 살에 스며들게 한 사람이었다. 강기의 힘이 충만하기로는 초휴보다 더했다.
일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공세를 버텨냈다. 헌원무쌍이 싸늘하게 말했다.
“말했지. 내가 전력을 다하게 만든 것은 너의 큰 실수······.”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싸늘하기 그지없는 극음의 힘이 터져 나와 그를 감싸 버렸다. 다음 순간 멸세지화가 격렬하게 타오르더니 헌원무쌍을 그 안에 완전히 가뒀다.
초휴는 오른손으로 도를 쥔 채 왼손으로 일장을 내리쳤다. 충만하기 그지없는 마기가 모여들더니 거대한 수인이 되어 헌원무쌍을 날려 버렸다.
그것은 천마장이었다.
초휴는 독고유아가 남겼던 물품에서 적잖은 무공 비급을 찾아냈다. 그러나 홍진표묘참 같은 살초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독고유아가 강호를 제패하기 전에 쓴 기술이었다.
그는 그런 기술을 열심히 익히지 않았으나, 입문 수준으로 읽어는 두었다.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천마장도 그렇게 익혀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의 사람들을 진정 놀라게 한 것은 천마장이 아니라 멸세지화였다.
하계에는 원래 멸세지화를 아는 사람이 없었으나 초휴가 구사하기 시작한 후로 그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라천 사람들에게 멸세지화란 서역 범교의 대흑천신궁에 내려오는 비전의 무공으로, 기이하고 사특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범교는 결코 외문 제자를 받는 법이 없었다.
초휴가 승려였을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멸세지화를 쓴단 말인가?
영호선산이 말했다.
“방금 자료를 보니 초휴 일맥의 전승은 상고 대겁난 이전까지 올라간다고 되어있군요. 아마 그 시절에 범교의 무공이 외부로 유출된 건지도 모릅니다. 그 무렵에는 흔한 일이었지요.”
진백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런 일은 드물지 않았다.
상고 대겁난 직전에는 온 천하가 혈투를 벌이는 난세였다. 대라천에 들어갈 자격을 얻으려고 온갖 문파가 서로 싸우고 죽였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내버릴 수 있었던 시절이니 무공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초휴가 구사한 일장에 헌원무쌍은 어쩔 줄을 모르며 당황했다.
지금까지는 초휴의 무도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강맹하고 시원시원한 유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사악하고 기이한 멸세지화를 내뿜다니.
멸세지화가 강기와 원신을 불살랐다. 헌원무쌍은 다시 한번 엉망진창이 되어 나가떨어졌다. 당혹감이 섞인 그의 분노는 극한까지 치솟았다.
그는 일전에 자기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자는 약자라고 비웃듯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니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이제 헌원무쌍은 더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가 능소진룡극을 꽉 움켜쥐자 전신에서 기이한 무늬가 은은히 나타나더니 천지의 힘이 미친 듯이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폭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으나 헌원무쌍은 그 천지 원기를 모조리 자신의 체내로 받아들였다.
그 힘을 느낀 초휴의 안색이 슬쩍 변했다. 그의 손에서 정순한 마기가 떠오르는가 싶더니 멸삼련성전이 연달아 쏘아져 나갔다. 헌원무쌍이 계속해서 천지 원기를 집어삼키는 것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헌원무쌍의 몸에서 기이한 문양이 나타나 화살을 모조리 가로막는 게 아닌가. 가장 정순한 원기로 적멸의 힘을 정화해 버린 것이다.
다음 순간 헌원무쌍의 몸은 눈부신 원기의 금빛으로 둘러싸였다. 그는 인결을 맺으며 노호했다.
“전혼(戰魂)이여, 들어오소서!”
그러자 머나먼 어둠 속에서 어떤 힘이 끌려 나오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허공에서 마기가 미친 듯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헌원무쌍의 뒤에 수백 장은 될 듯한 허상이 흐릿하게 맺혔다. 흑룡의 갑옷을 걸치고 손에는 방천화극을 쥔 모습이었는데, 하늘을 덮을 듯한 마염의 위세가 놀랍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의 눈에 경악의 기색이 서렸다. 헌원무쌍은 지금 정말로 전력을 쏟고 있었다.
지금 그가 쓴 수단은 정확히 말하면 이미 무도 기술의 범위를 넘어선 일종의 비술이었다. 능소종이 옛날에 얻었던 비술로, 태고의 마신이 남긴 물건을 이용해 마신의 낙인을 몸에 불러들임으로써 강대한 힘과 맞바꾸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이미 멸망한 상고 시대 만족의 비술이었다. 능소종은 그것을 고쳐서 옛 강자가 남긴 물건을 매개로 세상에 남은 그의 의지를 끌어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그 비술의 이름은 전혼결(戰魂訣)이었다.
절정의 무선경은 진정 천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강대한 존재가 된다. 오백 년 전 독고유아의 힘도 허공에 표지를 남길 정도였으니 전설 속의 강자도 당연히 그럴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만한 강자가 남긴 낙인의 힘이라면, 아무리 물건을 써서 끌어온다 한들 몸으로 받아낸 후에 거대한 반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혼결을 연구한 능소종도 그 비술을 구석진 곳에 모셔만 두었다. 역대 능소종 무사 중 이것을 수련한 사람은 세 명도 되지 않았다.
헌원무쌍은 워낙 타고난 자질이 대단한지라 강대한 천지 원기로 전혼을 공양하여 몸에 불러들임으로써 이것을 수련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모두 입을 벌리고 경악했으나, 초휴만은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헌원무쌍이 불러들인 전혼의 정체를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상고 마신 여온후였다.
여온후는 옛날 흉악한 위세를 떨쳤던 대마신이었고 온 천하 무사들의 연합 공격을 받았었다. 그의 소행은 능히 독고유아와 비교할 정도였으니 당연히 전혼으로 불려올 자격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 여온후의 전승은 초휴 자신에게도 있었다. 옛날 여봉선이 여온후의 전승을 얻은 후 연체공법인 구소연마금신을 초휴에게 주었으니까. 초휴는 이미 그 무공을 대성의 경지까지 수련했다.
그리고 헌원무쌍이 여온후의 전혼을 불러와서 초휴와 싸우는 데 써먹으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여온후를 사칭하는 것일까?
헌원무쌍의 은색 강기는 이미 사라졌고 대신 깊고 어두운 마기가 넘실거렸다. 그는 초휴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잘했다. 아주 잘했어! 동역을 통틀어 나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광인 줄로 알아라!”
“그런가?”
초휴는 파진자를 거두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몸의 마기가 강해지더니 마지막에는 전신에서 마염이 불타올랐다. 그의 강대한 육신마저 불사를 것 같은 힘이 진동하며 터져 나왔다.
안목이 있는 자는 모두 알아볼 수 있었는데, 초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전혼을 몸에 불어넣은 헌원무쌍과 완전히 똑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마기는 헌원무쌍보다 더 정순했다.
헌원무쌍의 마기는 여온후의 전혼을 몸에 불어넣은 뒤, 주변의 천지 원기를 흡수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반면 초휴의 마기는 자신이 구소연마금신을 대성하여 형성한 기운이었다.
헌원무쌍 역시 그 기운을 느꼈는데, 자신의 몸속 전혼이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그는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일인지 알 수가 없어 아연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초휴의 일권이 날아들고 있었다. 마염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치솟고 권의는 모든 것을 으깨버릴 기세였다.
헌원무쌍은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맞섰다. 하지만 여온후의 허상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어서 전혼결의 위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방해가 될 정도였다.
그의 움직임은 몹시 굼떠졌고,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전혼을 억누르는데 힘 대부분을 써야 했다. 결국 초휴의 일권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초휴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는 근접해서 벌이는 육탄전에도 아주 능했다. 일련의 공세 앞에 헌원무쌍은 사정없이 두들겨 맞을 뿐, 변변한 반격 한 번 하지 못했다. 전혼결을 구사하기 전보다도 못했다.
사실 헌원무쌍은 선택을 잘못한 셈이었다. 그는 대문파 능소종 출신이니, 당연히 전혼결 외에도 비장의 패가 수두룩하게 많았다. 착실한 방법으로 초휴와 맞섰다면 지더라도 이렇게 엉망으로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전혼결을 쓰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여온후의 표지를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그러니 초휴가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여온후는 진작 죽었고 마지막 한 조각 진령까지 여봉선에게 흡수되었다. 그러니 그가 남긴 표지라고 해 봐야 일종의 본능에 불과했다.
자신이 옛날 지니고 다녔던 물건에 영향을 받아서 끌려올 정도라면 자신의 무공에도 당연히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그것도 더 심하게 말이다.
초휴한테 연달아 한계까지 몰린 헌원무쌍은 눈이 찢어질 듯했다. 거의 광기에 빠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