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확인사살
그들 넷이 상황파악을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허술한 경계를 탓할 일도 못 되었다. 그들은 장로들의 문제에 한창 골몰해 있었으니까.
게다가 자기 집에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경계하고 있을 사람이 세상천지에 몇이나 되겠는가.
대노야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람 머리통 두 개가 그들 발치까지 데굴데굴 굴러왔다. 수급의 주인을 확인한 그들은 일순간 온몸의 피가 빨려 나간 느낌이었다. 조금 전에 나갔던 두 사람의 수급이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초휴가 느릿느릿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쓴 충격요법과는 달리 너무도 여유로운 등장이었다.
“이 방음 진법의 효과가 실로 놀랍지 않소! 한 번 쓰면 끝이란 건 아쉽지만 말이오. 아 참, 당신들도 이런 걸 갖고 있소?”
초휴는 회의실 밖에 방음 진법을 설치해놨었다.
임중군 측에서 탈취한 이것은, 진법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니 밖에서 둘이나 죽어 나가는 동안,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 것이다.
대개의 평범한 집안에서는 진법사를 따로 둘 형편이 못 된다.
하지만 왕년에 잘 나갔던 임중군 측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법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진법사를 둘 형편이 못되다 보니, 진법이 쓸수록 줄어들어 종내에는 방음 진법과 같이 평범한 보조용 진법만 남게 되었다.
“죽여!”
본능적으로 고함을 지른 대노야가 나머지 세 명과 함께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청룡회 살수가 대관절 왜 자기들을 공격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이미 둘이나 저자의 손에 죽어 나갔다. 따라서 이 일은 절대로 좋게 끝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사실 대노야는 임중군 쪽의 일에 예상치 못한 차질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불안했다. 청룡회의 규칙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고용한 살수가 되레 표적한테 당하면 청룡회가 빼든 복수의 칼날은 표적이 아닌 고용주에게로 향하게 되는 조항을 말이다.
그가 고용한 살수가 임중군 직계를 죽이러 갔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을뿐더러, 뒤늦게 말리러 갔던 장로 세 명도 연락이 끊겨버렸다. 그리고 이번엔 느닷없이 청룡회 살수가 들이닥쳐 고용주를 죽이려 들고 있다.
‘설마 자신이 임중군 측의 실력을 오판한 탓에, 청룡회 살수가 임무에 실패하고 죽었단 말인가. 그래서 우리한테 복수하러 온 건가? 정말로 일이 그렇게 된 거라면 눈앞의 살수를 물리친다 한들, 임중근 측은 또 어찌 처리한단 말인가.’
살수를 물리치는 실력을 지닌 그들이, 살수를 보낸 대산군 측을 가만히 놔둘 리가 만무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장로들도 임중군 측에 보복을 당한 걸까?
그러나 초휴와 맞붙은 순간, 대노야는 이런 잡념과 의문도 사치에 불과함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임중군이나 장로들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살수를 물리칠 방도를 강구할 때도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살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전부였다.
대노야도 초휴와 같은 내강경이었다. 하지만 초휴가 토해내는 위압감은 외경강과 별 차이가 없었다. 보슬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홍수도의 기세도 문제였다. 얼핏 큰 힘 들이지 않고 술렁술렁 휘두르는 듯해 보이는 도법이, 어찌 된 게 한 번 막아내기도 힘들었다.
좀 전에 대노야는 ‘죽여’ 대신 ‘도망쳐’를 외쳤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기회가 있었을지도 몰랐다.
괴이하고 매섭기 짝이 없는 홍수도의 기세에 대노야는 절벽 끝까지 내몰린 기분이었다. 다른 세 명의 무사가 도우러 달려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초휴가 칼을 거두고 물러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대기자금나수로 한 무사의 팔을 찢어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렸다.
뒤에 있던 무사가 양손에 붉은빛 강기를 응집시켜서는 초휴의 등 뒤에서 기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초휴는 뒤를 돌아보기가 무섭게 대자양수로 받아쳤다. 그 바람에 저 멀리 튕겨 나간 무사는 팔뚝 전체가 자흑색으로 변해버렸다.
그의 체내로 유입된 자양마염이 강력한 에너지를 발하며 터져 나온 순간, 무사는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몸을 뒤틀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그제야 대노야가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나머지 한 무사와 함께 미친 듯이 밖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초휴가 수리청룡을 구사해 홍수도를 잡더니 일기관일월의 힘을 실어 냅다 던졌다. 짙은 피의 살기로 뒤덮인 홍수도는 강기나 다름없는 위력을 발하며 곧장 대노야를 향해 날아갔다.
대노야는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칼을 향해 검을 쳐들었다. 자신의 검으로 상대의 칼을 쳐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누군들 상상이나 했을까. 홍수도를 휘감고 있던 피의 살기가 대노야와 불과 수척 떨어진 거리에서 돌연 폭발했다. 그 충격으로 대노야 수중의 장검이 튕겨 날아가 버렸다. 그와 동시에 대노야의 가슴을 파고든 홍수도가, 그의 몸을 통째로 대청 기둥에 꽂아버렸다.
마지막 남은 무사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동공도 풀린 채 그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분명 시작은 사대일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다 같은 내강경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칼을 세 초식도 제대로 막아낼 수 없었고, 종내에는 혼자만 살아남았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래도 살았어! 살아 있단 말이다!’
지금 장씨 저택에는 천 명에 가까운 제자들이 있다. 여기서 도망쳐서 소리 지르는 순간, 많은 제자가 우르르 몰려올 것이다. 그러면 까짓것 내강경 하나가 대수일까. 설령 놈이 외강경이라 할지라도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면 된다. 놈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줄기차게 덤비고 덤비면 그래도 승산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 무사가 막 회의실 문을 열려는 순간, 초휴가 마치 거머리처럼 그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더니 대기자금나수로 냅다 그의 양팔을 비틀어 끊어냈다. 그러고는 회의실 안쪽으로 그의 몸뚱이를 패대기치듯 던져버렸다.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되지 않아, 네 명의 내강경 무사가 죽거나 폐인이 되고 만 것이다.
아까 대자양수의 일장을 맞았던 무사는 죽지는 않았었다. 다만 가공할 만한 자양마염의 위력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온몸의 진기를 죄다 동원해 자양마염의 힘을 억제해 보려다가 죽음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런 노력이 되레 자양마염의 폭발을 촉발한 바람에 심맥이 끊어져 절명하고 만 것이다.
양팔을 잃은 무사가 마지막 생존자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청룡회에서 왜 우릴 죽이려 드는 거요? 이유는 모르겠으나 살려만 준다면 뭐든 원하는 대로 내어주리다.”
사실 지금 이 마당에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집안에 내강경이라고는 그 홀로 남았고, 장로 셋은 생사조차 모르는 판국이다. 일단은 목숨을 보전하고 봐야 했다.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해라. 허튼소리는 한마디도 넣지 말고.”
무사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영혼이라도 달라면 내어줄 기세로 말이다.
“여기에 반쪽짜리 전공옥간이 있느냐?”
무사가 잠시 생각 끝에 대답했다.
“있소.”
“어떻게 생겼지?”
무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잘 나가는 가문의 보고(寶庫) 안에, 물건들이 하나하나 전부 다 기억해낼 만큼밖에 없겠는가. 갑자기 옥간 모양을 읊어보라 하니,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한참 머리를 쥐어짠 후에야 머뭇거리며 말했다.
“호박색이었던 것 같소. 외관이 범상치는 않았소. 그러나 자세한 내력은 장로들만이 알고 있소,”
“그게 지금 어디 있느냐?”
“우리 집안 보고 안에 있소. 하지만 우리 제자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어서 당신 혼자서는 들어가기 힘들 거요. 무력을 써서 억지로 들어가려다간 일이 커질 거요. 그러니 이렇게 합시다. 나를 풀어주면 내가 물건을 찾아다 주겠소. 몸이 이 꼴이 된 마당에 내가 무슨 꼼수를 부릴 수 있겠소?”
“정말로 날 기만하지 않을 테냐?”
무사는 또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군. 그러나 나는 네놈 말을 못 믿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휴가 그의 가슴에 대자양수를 내리쳤다. 그리 큰 힘이 실린 일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사는 자양마염에 온몸이 고스란히 불타는 고통을 맛봐야만 했다.
그는 바닥을 구르며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안타깝게도 방음 진법이 설치된 탓에 밖에서는 아무도 비명을 들을 수가 없었다. 고통을 견뎌내지 못한 무사는 지각을 잃을 정도에 이르러, 비명 지를 힘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온몸이 수시로 경련을 일으키는 것만 제외하면, 바닥에 누워있는 송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초휴가 손을 써서 자양마염의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그의 축 처진 머리를 팔로 받쳐 든 초휴는 이혼대법을 시전했다. 초휴의 두 눈이 끝없는 심연처럼 변하는가 싶더니, 무사의 정신이 그 안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아직 이혼대법이 완성단계에 이른 건 아닌지라, 무사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단 그를 극도의 고통 속으로 내몰아 정신부터 붕괴시켰다. 상대의 정신이 취약해진 틈을 타서 공략하니, 이혼대법이 금세 효과를 발휘했다.
“다시 묻지. 전공옥간이 이 집의 보고에 있는 것이 맞느냐?”
무사가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했다.
“보고 안에는 평상시 쓰는 수련자원들만 있소. 진귀한 보물들은 죄다 뒷산 아래 밀실 이층에 보관되어 있고.”
“밀실에는 어떻게 들어가지?”
“밀실은 두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소. 우리 여섯 명이 각자의 몸에 열쇠 하나씩을 갖고 있는데, 그걸 한데 합쳐야 일층으로 진입할 수 있소. 거기서 이층으로 가려면 장로 세 명이 각자 소지한 열쇠들을 다시금 합쳐야만 하오.”
무사의 말이 끝나자 초휴가 한 번 더 그의 가슴에 일장을 내리쳤다. 이번에는 그의 심맥이 산산조각이 났다. 원체 의심이 많은 초휴는 상대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려 했다. 그래서 나름의 검증을 거친 후, 완전히 숨통을 끊어버린 것이다.
그의 짐작이 들어맞았다. 세상천지 어딜 가나 뒤통수를 조심해야 한다. 물론 남을 섣불리 믿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부터가 그런 인물인 탓도 컸다.
만약 무사의 간계에 넘어가 그를 풀어주었거나, 또는 초휴 본인이 직접 찾으러 나섰다면 십중팔구 지금쯤 장씨 가문 제자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인 상태일 터였다. 이처럼 상대의 정신을 지배하는 기괴한 무공의 존재를 장씨 무사가 알 리 없었다.
제아무리 거짓말을 하려 해도 혀를 끊어내 버리지 않는 한, 자기 뜻대로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게 바로 ‘이혼대법’이다. 물론 이혼대법에 걸려든 이상, 자살도 여의치 않았다.
이윽고 내강경 여섯 명의 몸에서 열쇠를 챙겨 든 그는 탄식을 내뱉었다. 장로들 몸에도 열쇠가 있다는데, 그걸 손에 넣지 못한 게 생각이 나서였다. 진작 잿더미로 변했을 텐데. 하지만 일단 급한 건 전공옥간을 찾는 일이었다. 일단 그것부터 손에 넣고, 나머지 일은 차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뒷산에 있다는 밀실에 이르렀다. 뜻밖에도 이곳에는 아무도 지키는 자가 없었다. 장씨 가문처럼 수 대에 걸쳐 내려온 대갓집들은 으레 비상시를 위한 방비책을 마련해두기 마련이다.
집안 내에 보란 듯이 가짜 하나, 진짜 하나, 이렇게 두 개의 보고를 만들어 놓은 데 그치지 않고, 정작 핵심적인 보물들은 이처럼 밖에다 숨겨두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일층 밀실은 내부의 반경이 수 장(丈)에 이르는 정도의 크기였다. 그곳에는 각종 비전함과 그 밖의 진귀한 자재로 만들어진 용기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 대부분이 평범한 것들에 불과한 걸 보니, 정말로 진귀한 것들은 이층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이층 밀실로 통하는 문을 깨부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다행히 반쪽 옥간은 일층에 있었다. 대수롭잖게 보이는 비전함에 든 채로, 한옆에 처박혀 있었던 탓에 금세 눈에 띄지 않은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임중군과는 달리 대산군은 이 옥간이 매우 귀한 것인 줄을 모른 듯했다. 되는대로 한구석에 던져둔 모양새가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내친김에 일층 밀실의 다른 물건들도 모조리 쓸어 담았다.
그리고 장가 저택을 떠나기에 앞서 회의실에 불을 지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로써 초휴가 이곳을 다녀간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