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85)
1085화 잠시 대라천으로
초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파진자와 청춘우를 한데 녹여 합치는 것이었다.
사실 그는 병기를 제련할 줄 몰랐다. 그러나 육강하가 말하기를 똑같은 천연의 것끼리는 서로 반응할 테니, 그냥 던져 넣으면 될 거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긴 했으나, 어쨌든 효과가 있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초휴는 무근성화 앞까지 가서도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은 청춘우와 파진자를 모두 불길 속에 던져 넣었다.
일순간 타오르는 무근성화가 두 자루의 칼을 완전히 감쌌다. 파진자는 무근성화 속에서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그러나 청춘우는 불길에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쇳물로 변해 파진자의 도신에 스며들었다.
아마 청춘우에는 기령이 빠져나가고 없어서 그런 듯했다. 두 자루의 칼은 파진자의 외형을 기초로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무게가 두 배는 무거워졌고, 도신도 좀 더 둥글게 변했으며 더욱 예리해졌다. 그리고 청춘우가 녹아들면서 새카만 점 같은 표지가 점점이 생겨났다.
완성된 파진자를 움켜쥔 순간, 초휴의 머릿속에 흐릿하고 불분명하면서도 기이한 운율을 품은 광경들이 스쳐 갔다. 그것들은 오락가락 번쩍이더니 마지막에는 초휴의 머릿속에 완전히 융합되었다.
그것은 옛날 독고유아가 청춘우를 썼을 때 남은 표지이자 동시에 청춘우에 기록된 본능이었다. 무근성화의 담금질을 거치며 완전히 융합된 것이다.
청춘우와 융합한 파진자의 위력이 강해졌는지는 지금 당장 시험해 볼 수 없었다. 칼끝의 예기가 전보다 더욱 강해진 것 같긴 했지만.
독고유아의 도법에서 비롯된 표지는 무공과는 좀 달라서 정확히 말하면 경험 비슷한 것에 가까웠다. 초휴의 체내에 녹아들기는 했으나 단시간 내에 소화하기는 무리였다. 아마 실전을 치러야 완전히 터득할 수 있을 듯했다.
파진자의 제련을 끝낸 초휴는 남몰래 대라천에 다녀올 준비를 했다.
지금 그와 곤륜마교의 힘으로 수보리선원을 격파할 수 있겠다는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초휴가 원하는 것은 절대적인 확신이었는데, 지금 실력으로 그런 확신을 가지기에는 부족했다.
그럼 어디서 전력을 보충할까?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대라천밖에 더 있겠는가.
전원을 소집한 초휴는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위서애와 상천량에게 말했다.
“위 선배님, 상 성주, 제가 다녀올 동안 여기는 두 분께서 맡아 주시지요.”
위서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천량은 뒷짐을 진 채, 시큰둥하게 말했다.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뭐하러 하나? 곤륜마교는 자네가 없었던 일년 동안에도 멀쩡히 버텼단 말이네.”
초휴는 눈썹을 움찔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천량은 곤륜마교가 가장 위급했던 시기에도 떠나지 않고 내부 결속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했다. 초휴로서도 그 일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노인은 영 성격이 나빴다. 매일같이 농사를 지으며 심신을 수양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이것은 싫고, 저것은 별로라는 태도가 너무 뚜렷했다. 누구에게든 싫은 소리를 안 하고는 못 배겼다.
초휴는 이제 상천량보다 훨씬 강한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상천량은 곤륜마교 마주인 그에게 모래알만 한 존중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때 매경령이 끼어들었다.
“나도 함께 가요. 전설 속의 상고 시대 강자들이 갔던 곳이라니 궁금하잖아요, 꼭 좀 구경했으면 좋겠어요.”
초휴가 답하기도 전에 목자의도 손을 들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매경령이 고운 눈매를 슬쩍 치켜뜨며 목자의를 바라보았다.
‘요 어린 것이 아주 깜찍한 짓을 배웠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저도 가만히 있고, 내가 뭘 하겠다고 하자마자 자신도 금방 따라 하려 들다니.
초휴는 골이 아파지는 느낌에 머리를 주물렀다. 그러나 그녀들을 데려가는 거야 상관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데려갈 생각이기도 했으니까.
그가 막 승낙하려는데 육강하가 말했다.
“본존도 가겠다! 대라천에서 눈에 거슬리는 놈이 있거든 그냥 내게 맡겨! 상고 시대 사람들의 기혈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니까.”
그렇게 말하자 매경령과 목자의가 그를 노려보았다.
칼날처럼 날아드는 시퍼런 눈빛에 육강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뭐야, 내가 뭘 어쨌다고 노려보는 건데?’
다들 가겠다고 하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초휴는 아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여 형과 저 선배도 같이 갑시다. 겸사겸사 대라천의 힘에 한 번 적응들 해 보세요. 그리고 다른 분들은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곤륜산 밖으로 나서지 말고 강호의 동향만 관찰해 주십시오.”
초휴가 그렇게 말하자 매경령과 목자의는 또 육강하를 노려보았다.
육강하는 시선을 피한 채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두 여자와 얽히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오백년 전에도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세상에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초휴나 독고 교주처럼 실력은 강하지만 속이 좁아터진 인간, 다른 하나는 여자.
여러 사람을 데리고 대라천에 가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수보리선원에 발각당하는 것만 조심하면 되니까.
다행히 수보리선원은 초휴의 공격을 예상하고 모든 힘을 종문으로 불러들인 상태였다. 초휴 일행도 가는 내내 힘을 극한까지 숨겼으므로 수보리선원 무사는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았다.
두 세계가 중첩되는 통로에는 아무 위험도 없었다. 초휴가 지나갈 수 있었으니 매경령과 다른 사람들도 수월히 건넜다.
옛날 대흑천신궁도 수많은 사람이 하계에 진입했다. 그들이 정예이기는 했지만, 모두가 천지통현 강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통로에 접근하자마자 곧장 빨려 들어갔다. 다시 나왔을 때는 동굴 속으로 돌아와 있었다.
대라천의 공기를 접한 육강하가 장탄식했다.
“정말 신선이 사는 비경 같은 땅이로군. 우리 성교의 전성기에 진법을 있는 대로 펼쳐 천지 원기를 끌어모았지만, 이만큼 농후하지는 못했단 말이지.”
여봉선과 다른 사람들도 경악한 기색이었다. 대라천의 천지 원기는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한참 지나서야 좀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육강하는 조금 들떴다.
“얼른 가서 보자고. 네가 장악했다는 그 창오군이 어떤지 궁금하니까.”
“뭘 그리 서둘러? 그리고 가기 전에 일단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일단 말씨부터 바꿔야 해.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
오는 길에 초휴는 대라천과 하계의 억양 차이를 낱낱이 설명해 주었다. 무의식중에 탄로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창오군에 갈 때는 각자 신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없으면 자신을 뭐라고 소개하겠습니까?”
매경령이 목자의를 끌어당기며 생긋 웃어 보였다.
“그거야 쉽지. 나랑 목 소저는 당신 시녀라고 해요. 당당한 고존의 전인이 곁에 시녀 한둘쯤 두고 시중을 받는 거야 당연하잖아요. 안 그래요, 초 공자?”
목자의는 어색한 얼굴로 매경령의 손길을 벗어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녀는 이제 막 진단경에 올랐으니 매경령에 비하면 실력이 까마득히 아래였다.
초휴는 여봉선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럼 여 형, 자네는 다른 고존의 전인이라고 해두지. 나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고.”
여봉선이 의아해했다.
“누구의 전승을 받았느냐고 물으면 뭐라 해야지?”
“상고 마신 여온후 일맥의 전인이라고 해. 그 정도면 충분히 먹힐 거야.”
여봉선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대라천이 아니라 하계 여온후의 전인인데······.”
초휴가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다를 것도 없지. 어쨌거나 정통 여온후 전인이잖아. 나이, 실력, 무공. 상고 마신 여온후의 존재도 진짜고 말야. 여온후에게 전인이 있었는지, 대라천에 왔는지, 그런 것을 누가 세세하게 알겠나? 자네 정도면야 정통 전인인 체해도 충분해.”
초휴가 특정 상고 강자의 전인을 자처하지 못했던 것은 혹시 진짜 전인이 따로 있으면 들킬 위험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여봉선은 명명백백한 여온후의 전승을 지녔으니 그렇게 자칭해도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
육강하가 옆에서 물었다.
“그럼 나는? 나는 누구의 전인인 걸로 하지?”
“육형은 내가 포섭한 낭인 무사야.”
초휴가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
육강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낭인 무사야?”
초휴는 태연했다.
“고존의 전인 중, 당신처럼 나이도 많고 말도 많은 자가 있을 리가 없으니 그렇지.”
옆에서 저무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내 주제를 안다네. 나이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나도 낭인 무사가 적당할 듯하네.”
의논을 마친 일행은 동굴에서 나와 창오군으로 향했다.
육강하를 비롯해 다들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러나 티 나지 않을 정도로만 주변을 살필 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처럼 굴지는 않았다.
* * *
흑라부 무사들은 여전히 외곽을 경계하며 직분을 다하고 있었다. 녹비마저 직접 나와 있던 참이었다.
초휴가 일행을 한 무더기 데리고 오는 것을 본 녹비는 내심 의아했다.
어디서 저런 강자들을 찾아온 것일까? 여기는 흑라부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어 있는데 어떻게 들어왔을까?
하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그녀는 흑걸보다 심계가 깊었다. 흑라부로서는 사자 대인이 무슨 말을 하건 그대로 잘 따르기면 반드시 이득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녹비는 매경령 일행을 잠깐 바라보았을 뿐, 초휴를 향해 공손히 예를 올렸다.
“사자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매경령이 뒤에서 찬바람이 쌩쌩 부는 미소를 지으며 전음으로 말했다.
“어머나, 이민족 미인이네! 피부는 좀 까무잡잡하지만 몸매가 참 좋군요. 우리 초 공자께서 여기 있으면서 여자 취향이 확 바뀌셨나 봐?”
초휴도 전음으로 답했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정신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전음을 들을지도 몰라요.”
초휴는 녹비에게 물었다.
“흑걸은?”
“제라산맥 깊은 곳의 부족과 영토 분배에 관해 상의하고 있습니다. 제라산맥 중심의 부족은 실력이 꽤 강하죠. 사신(邪神)을 숭배하는 자들이지만 지금은 우리 흑라부로서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어서 일단 강화를 맺은 상태지요.”
초휴는 끄덕였다.
“알았네. 흑걸이 돌아오면 다른 일에는 나서지 말라고 이르게. 내가 시킬 일이 있으니까.”
녹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자 대인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육강하와 사람들은 옆에서 혀를 내둘렀다. 초휴가 대체 무슨 수로 속여 넘겼기에 대라천의 만족들이 이렇게 고분고분 공손히 따르는 걸까?
하계에도 만족이 있다. 그러나 대라천 만족과 비하면 하계 만족은 중원인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실력도 대라천 만족보다 못해서 별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계 남만 땅의 만족은 사실 수보리선원의 말을 제일 잘 따랐다. 그러나 그것도 수보리선원이 남만에 자리 잡은 지 일만 년이 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마 같은 역대 방장들은 불법을 전도하고 그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암암리에 큰 노력을 쏟았다. 덕분에 남만 땅의 인심을 살 수 있었고, 남만의 만족은 수보리선원 승려들을 예로써 대우했던 것이다.
그러나 초휴는 대라천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벌써 이만큼 해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 할 만했다.
창오군 군수부에 도착하자 서봉산과 다른 사람들이 마중을 나왔다. 여봉선 등을 본 그들도 좀 놀랐다. 한참을 떠나 있더니 웬 사람을 이리 많이 데리고 왔단 말인가?
초휴는 매경령과 목자의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은 내 시녀고, 이쪽은 고존의 전인으로 상고 마신 여온후 일맥인 여봉선, 여 형이오. 내 절친한 벗이기도 하지. 이 두 사람은 내가 데려온 낭인 강자, 육강하와 저무기라 하는데 우리 창오군의 객경이 될 거요. 지금 우리 창오군의 전력이 많이 부족한 듯해서 말이지. 황천각 총단에서 실력자들을 데려올 가망이 안 보이니 내가 직접 손을 써봤소.”
서봉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고존의 전인이란 귀한 신분 아닌가. 시녀 한둘 거느리는 정도야 이상할 것이 없었다. 모든 전인이 고행승처럼 사는 건 아니었으니까.
여봉선은 나이와 경지를 봐도 그렇고, 초휴의 보증까지 있는 이상 고존의 전인이 틀림없다 싶었다.
낭인 둘 중, 저무기는 퍽 평범해 보였다. 육강하는 흉악한 표정에 살기가 가득한 데다 그 무엇도 거리낄 게 없다는 듯,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실력은 있으나 오만불손한 낭인 무사 같았다. 치열한 전투에서 방패막이로 쓰기에 딱 좋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