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93)
1093화 구름 걷히니 달 빛나고, 푸른 하늘 아래 그림자 지네
사실 이런 상태로는 변용이 비교적 어려웠다. 한 가지 열매에서 한 가지 힘밖에 끌어올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 힘의 강대함은 정상적인 신통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공간이 점점 격렬하게 조여 들어오는 꼴이 이러다 으깨진 고깃덩이가 될 것 같았다.
상천량이 고함을 질렀다.
“빨리 그 수법을 써! 여기서 자네랑 같이 다진 고깃덩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초휴는 미간을 찡그렸다. 여기서 법천상지를 쓴다면 신통으로 신통을 제압하는 셈이다. 이 속박에서 벗어나는 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다음은? 수보리보수에는 보석 같은 열매가 십여 개는 달려 있었다. 열매 한 개마다 신통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지금 초휴의 상태로는 법천상지 상태에서 한, 두 초를 겨루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 그 이상 싸웠다간 근원이 상할 수도 있었다.
초휴는 이를 꽉 악물고 파진자를 움켜쥐었다. 서슬 퍼런 예기가 그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오묘한 수인이 하나하나 펼쳐지더니, 마기 가득한 먹구름이 나마와 초휴 일행이 있는 공간을 완전히 뒤덮었다. 공간 자체가 갈라져서 분리된 듯했다. 천지의 법칙마저 바뀌었다. 마기 안과 마기 바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나마의 안색이 슬쩍 변했다. 수보리보수와 융합한 지금 그의 감지력은 대단히 높은 상태였다. 그는 강대한 기운을 느꼈다. 수보리보수의 힘과도 비길 만한,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한 기운을 말이다.
나마가 반응하기도 전에 마기가 찢겨나가더니 밝은 달이 떠올라 지상을 비췄다. 그러나 자세히 다시 보니 달이 아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도광(刀光)에 나마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마는 극도의 위기감을 느꼈다. 수보리보수가 진동하며 강대한 기운이 파도치듯 일어났다. 그가 출수하려는 순간, 허공에 떠오른 달 같던 눈부신 예기는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예기 속에 비치던 나마의 몸도 달과 함께 부서졌다.
‘콰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손에 들린 수보리보수가 깨져나갔다. 나마 자신의 전신에도 균열이 가득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피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나마의 얼굴에는 아무런 희비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탄식하더니 한 마디를 내뱉었을 뿐이다.
“신통이로군.”
초휴가 정두칠전에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것을 본 이후, 나마는 수많은 상고 시대 기록을 뒤져 신통의 존재를 알아냈다.
그것은 풀 길이 없는 힘이었다. 막으려야 막을 수조차 없는 지금처럼 말이다. 균열이 가득 퍼진 나마의 몸은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상천량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토록 강대하고 기이한 힘이라니. 먼젓번 초휴가 대광명사에서 펼쳤던 신통과는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그보다 더 강했다.
“이것도 신통인가?”
그렇게 물으며 돌아봤으나 초휴는 몸을 가누기 힘들어 보였다. 상천량은 부축하려 했으나 초휴가 다급하게 말했다.
“건드리지 마시오!”
상천량은 멈칫했다. 그제야 초휴의 발아래 피가 고인 웅덩이가 눈에 띄었다. 두 손도 균열이 가득해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일순간에 상황을 이해하고, 다른 자들과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초휴 곁을 지켰다.
구름 걷히니 달 빛나고, 푸른 하늘에 그림자가 비치네.
운개명월(雲開明月) 청천조영(靑天照影)은 옛날 독고유아가 썼던 신통으로, 법천상지보다 위력이 더 강했다. 초휴가 받은 반작용도 그의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 초휴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상천량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그대로 땅에 쓰러질 테고 남들이 상태를 눈치를 챌 것이다.
그래서 상천량을 곁에 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는 선 채로, 전력을 다해 불멸마단의 힘으로 원기를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물론 상천량을 제외하면 초휴의 상세를 눈치채고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초휴가 펼친 신통에 경악하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그들의 경지를 완전히 초월할 만큼 강대한 힘이었다. 나마가 아니라 다른 누구였더라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머리로 이해할 수도 없고,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무엇으로 막는단 말인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위서애와 다른 사람들은 여세를 몰아 이대로 수보리선원을 끝장내려 했다. 그때 불공화상이 낮게 기합을 외쳤다.
그의 몸이 격렬하게 타올랐다. 마지막 한 가닥 생기와 기혈과 원신까지 모두 불타올랐다. 그 작렬하는 화염 때문에 위서애 일행이 물러서자, 불공화상은 그대로 불타 사라지고 말았다.
위서애는 멍하니 서 있었다.
불공화상이 뭘 한 것일까? 나마의 죽음과 수보리선원의 패배가 확정되자 절망해서 자살한 것인가?
그러나 그들이 어리둥절한 사이에 금빛으로 번쩍이는 사리자가 화염에서 튀어나오더니 거의 재가 되어가는 나마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나마는 이제 거의 머리만 남은 상태였다. 사리자는 그의 머리를 부숴 버리려는 것처럼 뚫고 지나가 한 줄기 금빛을 담고 소마가에게로 날아갔다.
소마가는 몇 번이나 얼굴색이 변했으나, 결국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퇴각한다!”
육도부도왕생대진이 별안간 두 배가 넘는 크기로 불어났다. 수보리선원을 공격하는 마교 무사의 구할이 진법에 붙들렸다. 승려들은 그 틈을 타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싸움은 곤륜마교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수보리선원 측을 몰살하려고 추적을 할 수는 없었다.
개인의 실력과 수양으로 보면 수보리선원 쪽이 우위였고 이쪽은 육도부도왕생대진에 구할의 발목이 묶인 상태였다. 나머지 일할의 인원으로 추적해 봐야 몰살을 시키긴커녕 되레 개죽음당하기에 십상이었다. 그래서 초휴 측은 그냥 수보리선원을 접수할 준비를 했다.
초휴는 느긋한 걸음으로 수보리선원에 들어섰다. 검은 장포가 바람을 맞아 부풀어 오르며 은은한 혈살의 기운이 퍼졌다.
남들은 초휴가 자신의 권력을 선포하고 무력을 뽐내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초휴는 너무 심하게 다쳐 빨리 걷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물론 혈살의 기운이야 진짜였다. 피를 그렇게 많이 흘렸으니 혈살의 기운이 없을 수가 없었으니까.
수보리선원에 들어서자 육강하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초휴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입을 열었다.
“수보리선원 승려 놈들이 정말 네 손에 끝장날 줄은 몰랐다. 오백년 전 저놈들이 어땠냐 하면 ······.”
그러나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육강하는 놀라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강기를 쓴 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 어울리지 않게 왜 연약한 척을 하고 자빠진 거냐고?
초휴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단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밖에서는 단약도 먹을 수 없었다. 힘이 다 소모되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초휴가 쓰러질 정도로 엄청나게 힘을 소모한 것을 눈치챈 매경령과 목자의가 다가와서 물었다.
“괜찮아요?”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반작용일 뿐입니다. 좀 쉬면 괜찮을 겁니다.”
그때 육강하가 시선을 돌리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아리따운 매경령과 목자의가 초휴를 감싸듯 하며 걱정스러워 했다.
그러나 역시 엄청나게 힘을 소모한 데다 반작용까지 받은 여봉선 곁에는 기괴한 몰골의 수무상 일행뿐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쯧,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구먼.”
잠깐 숨을 돌린 초휴가 위서애에게 물었다.
“우리 성교 측 손실은 어떻습니까?”
위서애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 심하지는 않다. 다만 아쉬운 것은 수보리선원 측의 손실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게야. 본래 우담바라의 보호를 받고 있었고, 나중에는 육도부도왕생대진을 발동했으니 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걸 피할 수 있었던 게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무래도 나마가 죽지 않은 것 같다.”
육강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래. 불공화상이 별 볼 일 없는 자로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 늙은이는 불사선을 수련해서 까다롭기 그지없는 놈이란 말이지. 옛날 무심마존조차 그를 죽이지 못했으니까. 그는 스스로 사리자가 되어 나마의 진령 한 가닥을 품고 갔다. 분명히 무언가 계획이 있었겠지. 자신을 희생해 나마의 마지막 한 가닥 생기를 지키려 했던 게 틀림없어.”
불공화상의 마지막 모습은 모두가 보면서도 막지 못했다. 소마가가 나마의 진령일지 모르는 사리자를 가지고, 사람들과 함께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남만 땅만 장악할 수 있으면 됩니다. 당장 곤륜에 돌아갈 것도 없어요. 여기 남아서 남만을 접수하고 나머지 세력을 모두 몰아내도록 합시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서 냉기가 스쳤다.
“좋은 말로 타이를 때 떠나겠다는 자들한테는 우리 성교도 편의를 봐줄 수 있겠죠. 그러나 절대로 못 떠나겠다는 자들은 죽이십시오.”
사실 초휴는 막무가내로 횡포를 부리는 편은 아니었다. 북연 무림을 장악했을 때도 무림 세력에게 공봉을 받는 대가로 질서와 보호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칠게 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엔 남만 땅 전체를 확실하게 손아귀에 쥐어야만 하는 것이다.
한동안 그는 남만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대세가 정해졌으니 바깥일은 모두 위서애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다.
사실 대라천에 돌아가서 치료하면 더 빨리 나을 터였다. 그곳은 천지 원기가 훨씬 풍족하지 않은가.
그러나 초휴 입장에서는 대라천 역시 사방에 위험이 가득한 곳이었다. 하계에서야 강호에 위세를 떨치는 곤륜마교 마주인 그였으나, 대라천에 가면 그에게 위협이 될 인물이 적잖게 있었다.
초휴가 폐관하고 요양하는 동안 강호의 풍향은 완전히 변했다.
남북 불종이 연이어 초휴의 손에 무너졌으니 온 강호가 마도의 위세로 뒤덮였다고 떠들썩했다. 천하를 지배했던 곤륜마교의 위세가 오백년이 흐른 지금 재현되는 듯했다.
풍만루의 태도도 변했다. 지금까지 풍만루는 초휴의 신분 때문에 그를 지존방에 올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초휴가 수보리선원을 멸문시키자 풍만루는 그를 지존방 육 위로 올렸다. 야소남의 아래요, 노천사의 윗자리였다.
원칙대로 따지면 초휴가 야소남보다 위에 있어야 했다. 지금 곤륜마교의 세력은 완전히 배월교를 능가했으니까. 그러나 야소남은 마종을 수련하느라 아직 출관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실력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일 풍만루가 초휴를 서슴없이 야소남 위에 올린다면, 초휴는 그들이 마도의 양대 문파를 이간질한다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그러니 신중하게 처신하는 게 좋았다.
강호 전체가, 자라 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 보고 놀라는 듯한 상태였다. 초휴의 출수를 똑똑히 보았으니 누구도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강호의 모든 세력이 옛 은원을 내려놓고, 모든 내분을 멈추고,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일제히 연합하여 목숨을 버릴 기세로 초휴와 싸운다면 행여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 한 세력이 단독으로 곤륜마교와 맞부딪치면 결과는 둘밖에 없었다. 온 집안이 개미 한 마리 안 남을 정도로 깔끔해지거나, 아니면 간신히 살아남은 잔당 일부만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거나.
그래서 초휴가 남만 땅의 무림 세력을 몰아낼 때도 아주 미미한 저항만 있을 뿐이었다.
사실 남만은 원래 무림 세력이랄 게 별로 없던 곳이었다. 그런 판에 지금 초휴의 위세 앞에서 저항한다는 것은 그냥 죽여 달라는 소리와 같았다. 그렇게 결기 있는 자들은 어디나 수가 적은 법이다.
초휴가 남만 무림 세력을 쫓아내고 남만을 점거할 뿐, 다른 곳을 공격하지 않자 무림 세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초휴가 여기서 멈추리라고 생각할 만큼 그들이 순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대처할 시간은 적잖게 번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