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94)
1094화 하늘도 무심하시지
한 달쯤 지나자 수보리선원에 머물던 초휴의 상세는 구할 가까이 회복되었다.
신통이란 천지자연의 법칙을 다루는 힘이다. 충분한 기초 없이 쓰는 것은 자살행위와 비슷했다.
운개명월 청천조영 신통을 써 보니 초휴도 알 것 같았다. 독고유아가 법천상지를 보고도 무심마존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쓰지 않았던 이유를 말이다. 법천상지를 깨닫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에게는 불필요해서였다.
독고유아가 장악한 신통은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으리라. 법천상지 같은 신통은 초휴가 보기에는 어마어마한 위력이었지만, 독고유아에게는 일부러 익히기도 귀찮은 기술에 불과했던 것이다.
부상이 나은 후 초휴는 비로소 수보리선원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대광명사에서는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었다. 허자는 평소에는 아주 온화하고 침착한 성격 같았으나 일단 작심하고 출수하니 정말 지독했다. 적을 끌어들여 동귀어진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일만 년간 대광명사가 쌓아온 모든 것을 없애 버렸으니 말이다.
수보리선원은 달랐다. 싸움이 벌어지기 전, 소마가는 패배할 경우 수보리선원 최후의 전승을 가지고 떠나라는 나마의 당부를 받았다. 그래서 적잖은 무공과 단약, 수련 자원 등을 갖고 갔다.
그러나 이만한 대문파쯤 되면 가져갈 수 없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수보리선원에는 건물에 새겨진 공법도 있었다. 그런 것은 급박한 와중에 가져갈 수도, 없애 버릴 수도 없었다.
물론 수보리선원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우담바라와 수보리보수였다.
우담바라는 여봉선의 공격에 꽃잎 하나가 부서졌을 뿐, 본체는 건재했다. 생기와 힘만 충분히 주면 다시 피는 게 가능할 터였다.
수보리보수 역시 초휴가 부순 것은 그 힘의 화신에 불과했으니 나무의 본체는 아무 탈이 없었다. 수보리보수는 무근성화와 비슷했다. 하늘과 땅이 낳고 키운 것이니, 이 일대의 천지가 건재한 이상 망가뜨릴 수 없는 존재였다.
초휴는 수보리선원의 부도탑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부도탑은 역대 수보리선원 고승들의 손으로 갈수록 강고해졌다. 세대마다 방장 혹은 고승들이 불법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을 이 탑에 남겼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무공은 없고 불법에 관한 것뿐이지 않은가. 불문 무사에게는 둘도 없는 보물이겠으나 초휴한테는 별로 쓸데가 없었다.
그는 우담바라도 자세히 관찰하였다. 어마어마한 천연 보물이었으나, 그것 역시 불종에서나 보물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초휴는 원길을 불러서 물었다.
“저것으로 지존신단을 만들 수 있겠소?”
원길은 고개를 저었다.
“저한테는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초휴의 미간이 푹 팼다.
“천곡마존의 전승을 다 넘겨줬는데도 모르겠단 말이오?”
원길은 억울하기 그지없는 얼굴이 되었다.
“대인, 대인이 주신 것은 진법과 점술에 관한 전승뿐이었습니다. 제가 연단을 어찌 알겠습니까.”
초휴는 제 머리를 ‘탁’ 쳤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단약과 관련된 것은 모두 신의 풍불평에게 주지 않았던가.
천곡마존은 다재다능한 인재였다. 그는 줄곧 원길을 천곡마존처럼 써먹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원길은 천곡마존과 달랐다.
그래서 초휴는 풍불평을 데려오도록 했다.
풍불평도 이제 곤륜마교에 들어온 지 꽤 시간이 지났다. 그는 진무당 시절부터 초휴를 따랐다. 그가 남만까지 함께 온 덕에 전투 중에 다친 곤륜마교 제자들도 재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우담바라를 본 풍불평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담바라는 불종의 신성한 꽃이지요. 이런 수준의 지보는 강호에 단 하나뿐일 겁니다. 이치상 이것으로 지존신단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담바라는 완전히 피어날 때 힘이 최절정에 달하는 법이죠. 지금 상태로는 단약으로 만들어도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천곡마존이 지존신단의 연단 방법을 남겨 놓긴 했으나, 그 역시 시도해 보았다가 요행히 성공한 것입니다. 천곡마존더러 다시 만들라고 해도 성패를 장담하지 못할 텐데 저야 말할 것도 없지요.”
풍불평의 말대로라면 우담바라도 초휴에게 별 쓸모가 없는 셈이었다. 지존신단으로 만들 수 없다면 그냥 놔두는 수밖에. 나중에 풍불평이 다시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초휴가 정말 흥미를 느낀 것은 수보리보수였다. 수보리보수의 진정한 위력을 톡톡히 맛보았기 때문이다.
수보리보수 아래서는 상천량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초휴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보리수 아래서 불법이라도 깨달아 보려는 겁니까?”
상천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그쪽으로는 소질이 없어서 말이지. 그냥 이것이 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탐구해 보는 걸세. 이것도 나무인 이상 필경 조금씩 자라났을 게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여기 맺힌 열매에 천지 법칙의 힘이 담기게 된 걸까? 만일 가지를 하나 꺾어서 땅에 심으면 새 수보리보수가 자랄까? 내 힘을 불어넣어 키우면 어떨까? 나무가 다 자란 뒤에 혹시 내가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초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천량은 정말 농사에 미친 사람 같았다. 뭘 봐도 일단 심어보고 싶어 하니 말이다. 그는 딱 잘라 말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죠. 수보리보수는 천지에서 생겨난 것이지요. 곤륜산의 무근성화와 성질이 같단 말입니다. 다만 구현된 방식이 다를 뿐이죠. 하나는 불로, 하나는 나무로. 설령 심어서 싹을 틔운다 해 봐야 아무 쓸모 없을 겁니다. 처음 수보리보수에는 열매가 없었으니까요.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지금 같은 모습으로 자란 겁니다. 상고 시대부터 존재해 왔고, 하계에서 일만 년을 자라는 동안 맺힌 열매가 단 두 개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을 심어서 열매가 맺힐 때쯤에는 아마 상 성주가 죽어서 무덤가에 자란 나무가 보리수보다도 클 거요. 그때까지 성주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토끼 머리에 뿔 날 확률과 비슷할 거고 말이죠.”
상천량은 그를 노려보았다.
좋은 말로 하면 어디가 덧나나? 꼭 육강하 그놈한테 말하는 것처럼 비아냥거리면 좋은가?
그는 정작 자신도 입이 험하다는 것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초휴는 그를 내버려 두고 혼자 수보리보수 아래 앉았다. 불인을 맺은 채 눈을 감고 참선에 들려는 자세를 취하자 상천량은 냉소를 참지 못했다.
“초휴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 불문 제자를 그리도 많이 잡아 죽이고 마공까지 익혔으면서, 수보리보수의 힘을 깨치겠다는 겐가? 정말로 황당무계한 생각을 하는구먼. 자네가 정말 수보리보수의 힘을 깨닫는다면 하늘도 무심한 거지.”
초휴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꾸했다.
“왜 못한다는 거요? 나는 불문 무공도 익혔소이다. 사람에게야 마도와 불문의 구분이 존재하지만, 힘은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게 아니겠소. 불법의 힘 역시 이 세상의 여러 힘 중 하나에 불과하오. 승려가 다룰 수 있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어디 있겠소?”
상천량은 코웃음이 나왔다.
정말 초휴의 말이 옳다면 마교 마두들 모두가 불문 무공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불문 무공을 심오한 수준으로 익히려면 불문 경전도 많이 보아야 했고, 불법에 대한 식견도 꽤 높아야 했다. 그래야 무공의 힘도 최절정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초휴처럼 무턱대고 수보리보수 아래 앉아서 단번에 깨달음을 얻겠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초휴가 하는 꼴이 진짜 가관이라고 상천량이 생각하는 순간, 수보리보수 가지에서 찬란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수정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열매에서 별 같은 힘이 점점이 터져 나오더니 초휴의 몸에 흘러들었다. 일순 초휴의 몸은 일곱 빛깔 불광에 둘러싸였다. 그 모습은 두 손에 피를 가득 묻힌 마두가 아니라 득도한 고승처럼 보였다.
상천량은 눈이 휘둥그레져 입을 떡 벌렸다. 그리고 이내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염병할!”
그것 외에는 도저히 지금 자신의 기분을 형용할 길이 없었다. 정말 어쩌면 하늘이 이렇게도 어처구니없는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은 수보리보수 아래서 십여 일을 이러고 앉았으나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그런데 초휴 이 마두 놈은 수보리보수 아래에 앉자마자 저렇게 놀라운 반응이 오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 세상에 어떻게 이다지도 불공평한 일이 있단 말인가.
초휴의 몸속에 흘러든 불광의 힘은 그의 본래의 힘을 끌어내어 이리저리 바꾸며 변화시키고 있었다.
처음에 상천량에게 말했던 대로였다. 그는 수보리보수를 불종의 지보라고 생각하지 않고 무근성화와 비슷한 존재라고 파악했던 것이다.
천지의 법칙이 구현된 힘인 이상, 그 힘 자체만 감지할 수 있으면 족했다. 불도든 마도든 상관이 있을 턱이 없었다.
어쩌면 옛날 성승 담연이 그에게 전승을 넘겨주었을 때, 힘의 근원까지 함께 주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사실 그로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바였다. 그러나 수보리보수의 힘을 끌어내려고 시도하자마자 성공할 줄이야.
불광의 근원이 초휴의 몸속에서 끊임없이 흐르다가 마지막에 한데 모였다. 초휴의 손에서 기이한 연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꽃잎이 열십자 모양이라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온통 새하얗고 깨끗한 꽃이 지고무상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걸 본 초휴는 연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연꽃이란 몹시 정결한 것이다. 진흙에서 자라지만 더럽지 않고, 혼탁한 사바세계에 떨어져도 제빛과 정결함을 잃지 않는다.
열십자는 구원을 의미한다. 전후좌우, 사방의 천지를 감싸 안아 온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다.
십자연화인(十字蓮華印)은 세상을 정화하고 구원하는 힘이었다. 초휴는 수보리보수를 통해 신통을 깨달은 것이다.
곤륜마교 사람들도 불광에 이끌려서 왔다가 이 광경을 보고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초휴가 불문 무공을 익힌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보리보수 아래서 도를 깨달은 불문 무사는 역대로 손에 꼽았다.
하지만 초휴는 승려도 아닌 마도 무사면서 수보리보수 아래서 신통을 깨달은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부조리한 일이 또 있을까.
잠시 후 십자 연꽃이 흩어져 사라지자 초휴도 깨어났다. 모두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모두 날 구경이라도 하듯 보는 거요?”
상천량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성공했나? 설마 이렇게 간단하게 불문 신통을 깨달았단 말인가!”
초휴는 어깨를 으쓱했다.
“간단하게 성공했지요. 신통은 천지 법칙을 구체화한 것이니까요. 수련할 필요도 없고, 수련할 수도 없단 말입니다, 그러니 대성과 소성의 차이도 없지요. 깨닫기만 하면 할 수 있는 것 아니오. 다만 신통이 발휘하는 위력에 자신의 실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뿐이죠.”
입으로는 당연하지 않으냐는 투로 말했지만, 사실은 초휴 자신도 좀 의아했다. 너무 쉽게 된 거 아닌가?
신통을 단순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한눈에 보고 깨닫지만, 어떤 사람은 몇백년을 연구해도 깨우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격차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지금 초휴에게는 신통이 세 가지 있었다. 법천상지, 청천조영도, 그리고 지금 막 깨달은 십자연화인까지, 지금의 신통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레 얻은 것이다. 너무 순조로워서 초휴 자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맨 처음은 그렇지 않았다. 법천상지는 초휴가 처음 손에 넣은 신통이었다. 그때도 상천량과 한참을 연구했으나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군무신이 정두칠전으로 기습했을 때, 원시마굴에서 얻었다가 파진자를 벼려내면서 나타난 한 가닥 마기를 끌어 쓰자 조각상이 녹아내리며 법천상지를 깨달은 것이다. 그때만 해도 초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신의 잠재력이 폭발해서 깨달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 뒤에는 청천조영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독고유아 간에는 긴밀한 연관이 있지 않은가. 독고유아의 것이었던 무공과 신통을 빠르게 익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그에게 옛날 담연대사가 남겨준 무도의 근원이 있다고 한들, 담연대사는 최절정까지 올랐을 때도 진화련신이었다.
그가 이렇게 큰 영향을 남겼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결국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그 정체 모를 기이한 마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