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08)
1108화 포섭을 당해주다
초휴는 손뼉을 짝 쳤다.
“옳은 말씀입니다. 진짜 소인이 위군자보다는 나은 법이지요.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부각주, 나를 포섭했다 칩시다. 하지만 그렇게 한 다음 이무상을 이길 자신이 얼마나 있습니까? 노각주가 안 계시다지만 그래도 이무상은 무선이 아닙니까.”
그 말에 종추수가 냉소했다. 그가 한 손을 내밀자 한점의 강기가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정말 점처럼 미세한 아주 약간의 힘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뒤틀리고 요동치며 공간을 갈랐다. 경악할 정도의 강대한 힘이었다.
“무선경!”
그 힘을 보고서야 초휴는 이해가 갔다. 종추수가 이무상에게 공공연히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무선에 오른 때문이었다.
종추수는 싸늘하게 웃었다.
“이무상은 각주가 된 후로 권력에만 마음을 쏟았네. 마지막으로 폐관하고 수련에 골몰한 것이 언제 적 일인지 그 자신도 기억 못 할 걸세. 나는 원황경에 들어갈 자격을 얻지 못했으나, 내 직무를 처리하면 즉각 수련에 몰두했네. 지체한 일이 추호도 없단 말이지. 이무상은 자신이 각주 자리와 다른 모든 것을 어떻게 얻어냈는지를 전부 잊은 모양이더군. 엽유공에게 맞서겠다고? 그깟 인간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엽유공은 그만큼 나이를 먹었음에도 해마다 한 달씩은 시간을 만들어 폐관 수련을 하네. 그동안은 종문 일도 내려놓고 말이네. 반면 이무상은 무선이면서도 무도를 향한 마음이 한심하기 짝이 없단 말이지!”
초휴도 종추수의 그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과 권력을 비교하면 당연히 전자가 후자보다 중요했다. 힘이 없이 무슨 수로 권력을 얻고 지키겠는가? 그는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부각주는 이미 준비를 충분히 하신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제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무엇을 얻고 싶은가?”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간단합니다. 창오군, 혹은 남만 땅 전체를 제게 주시지요. 황천각 사람은 쫓아 보내도 되고, 지금처럼 내 휘하에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간섭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즉, 내가 남만의 주인이 되는 것이죠.”
종추수는 눈썹을 찡그렸다.
“자네는 고존의 전인 아닌가.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텐데, 남만에서 그리 큰 권력을 얻어 뭘 하려고?”
“그건 부각주가 관여하실 일은 아니고요. 제게 그 권한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종추수가 망설이자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부각주는 무선에 오르셨으니만큼 이미 자신이 있으시겠죠. 하지만 제가 두 명은 더 포섭해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각주께선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될 겁니다.”
“누구를?”
“동역 행주 육삼금과 방림군 군수 해영종입니다.”
종추수가 미간을 좁혔다.
“해영종이야 자네가 저번에 도와주었으니 아마 넘어올지도 모르지. 하지만 육삼금은 이무상의 사람인 걸 모두가 아는데, 설마 배반을 할까?”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육삼금은 이무상을 따른 적이 없어요. 노각주를 따랐을 뿐이죠. 부각주가 승낙만 하시면 반드시 육삼금을 포섭하겠습니다.”
그 말에 종추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네. 이번 계획이 성공하면 앞으로 남만 땅은 완전히 자네 관할일세. 황천각 총단이라 해도 자네에게 명령할 권한은 없네.”
초휴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부각주, 아니, 각주께서 부디 약속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종추수가 하찮다는 듯이 웃었다.
“말했잖나. 나는 이무상 같은 위군자와 다르다고. 나 종추수는 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약속한 일은 절대 무르지 않아.”
그렇게 말한 종추수는 곧장 일어섰다.
초휴는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육강하의 짐작이 거의 맞아떨어졌다. 황천각은 계기가 만들어지자마자 변란이 터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짐작 중 한 가지는 틀렸다. 큰 변고가 일어나도 황천각이 곧장 무너지지는 않을 터였다. 종추수라는 또 하나의 무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선의 지존 강자라면 황천각을 지기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 * *
다음날 사시(巳時), 황천각 대전에 장로와 군수, 제자 등이 모두 모였다. 하나같이 새하얀 상복 차림에 엄숙한 표정이었다.
이무상이 손에 제문을 들고 막 읽어나가려는데 종추수가 느닷없이 나서더니 말했다.
“이무상. 결정은 내렸나? 노각주를 어디로 모실 생각인가?”
이무상은 잠시 멈칫하더니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이미 말했잖나. 지금 형세를 생각해야 한다고. 노각주께선 당연히 원황경에 들어가실 자격이 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종추수, 자꾸 억지 부리지 마라. 이미 말했지만 황천각 각주는 ‘나’다!”
종추수의 얼굴에 기괴한 웃음이 걸렸다.
“각주는 ‘나’다? 각주 노릇도 수하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네가 무슨 각주란 말인가!”
그 선언에 좌중이 경악했다.
부각주가 왜 저러지? 이건 공공연히 각주에게 반기를 들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정작 이무상은 침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난데없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다. 네가 그리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 싶었어. 수십 년을 벗으러 지냈건만, 노각주가 떠나시자마자 끝장을 보게 생겼군. 종추수, 나는 정말이지 널 죽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무상은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종추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적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노각주가 억누르고 있었기에 간혹 대들기만 할 뿐, 선을 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노각주도 세상을 떠났으니, 종추수의 성격상 사고를 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무상도 이미 준비를 해 두었다.
서로의 속을 훤히 알고 으르렁거린 지가 수십 년이었다. 이제 결판을 볼 때가 된 것이다.
이무상의 눈에 음침한 살기가 떠올랐다.
밖을 치려면 안부터 다스려야 하는 법이다. 시종일관 골치 아픈 일을 만드는 종추수를 처리하지 않으면 무슨 수로 한강성을 막아내겠는가?
종추수가 크게 웃었다.
“이무상, 이무상! 정말 생각도 못 했군. 나는 우리가 그래도 백년은 넘는 친구 사이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한테는 고작 수십 년이었군 그래. 좋다. 어쩌면 옛날 네가 내 등에 칼을 꽂았을 때, 우리의 우정은 이미 끝난 건지도 모르지. 오늘 내가 이렇게 나선 것은 각주 자리 때문이 아니고, 묵은 옛 원한 때문도 아니다. 오로지 노각주를 위해서다! 옛날 노각주께선 내가 각주 감이 못 된다고 생각해 너를 택하셨다. 노각주는 일평생 수많은 사람을 만나보셨고 똑똑히 파악하셨지만, 유독 너 하나만은 잘못 보신 것이지! 이제 저승에 가서 노각주께 사죄해라!”
그렇게 말한 종추수는 한 발짝을 내디뎠다. 기세가 미친 듯이 부풀어 오르더니 법칙을 뒤틀고 천지를 바꿀 듯한 힘이 터져 나왔다. 무선 강자의 위세를 거침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무상은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원래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정정당당히 종추수를 처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종추수가 이미 무선에 올랐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대체 어느 틈에?
순간 종추수가 몹시 낯설게 느껴졌다. 그가 아는 종추수는 과격하고 극단적이었으며 성격이 불같았다. 언제나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다. 장군감일지는 몰라도 절대로 총사령관을 맡길 수는 없는 인물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종추수는 진작에 무선에 오르고도 그 사실을 감쪽같이 감춰온 게 아닌가. 이무상은 어째 돌아가는 상황이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선에 올랐다고? 잘하는 짓이군. 그런 희소식을 줄곧 감추고 있었단 말인가. 진작 무선이 되었으면서 한강성과 맞서서 황천각의 근심을 덜 생각은 않고 내분이나 일으켜? 종추수, 네놈이 이런 식으로 이리 같은 야심을 드러내는구나!”
이무상의 일갈에 종추수가 냉소했다.
“번드레한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내가 무선이 된 걸 알았으면, 이무상 네가 나를 그냥 두었겠느냐? 내가 본 실력을 드러냈다면 남은 길은 둘뿐이었을 거다. 하나는 나를 억지로 한강성에 보내서 목숨 걸고 싸우게 하는 것, 또 하나는 내가 궁지에 몰려 황천각을 떠나는 것이지. 이리 같은 야심이라고 떠들건, 오랫동안 음모를 꾸몄다고 하건 다 좋다. 어쨌건 이제 우리도 이 지겨운 관계에 매듭을 지을 때가 됐단 말이다!”
명성 같은 건 이미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바꿔 말해, 그간 쌓아 온 실력이 있는 이상 남들이 내뱉는 험담 같은 건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종추수가 일어서자 그와 가까이 지내던 장로와 집사 여럿이 그 뒤로 가서 섰다.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태도를 명백히 밝힌 것이다.
종추수는 처신을 꽤 잘해온 게 분명했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둘째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그의 편에 서서 이무상에게 반기를 든 황천각 제자가 한 무더기는 되었다.
이무상이 냉소했다.
“그간 인심깨나 사고 다닌 모양이군. 이 많은 자가 너를 따라 그릇된 길을 가려 하다니. 하지만 잊지 마라. 아직 황천각의 각주는 나다!”
그는 아직 나서지 않은 무사들을 향해 일갈했다.
“쳐라!”
그때 초휴 곁에는 육삼금과 해영종이 있었다.
두 사람 다 아직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사실 육삼금과 해영종이 진정으로 따랐던 사람은 노각주였다. 노각주가 은퇴하자 그들 역시 새 각주 편에 서는 모양새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무상이 공격하라고 명하자 그들도 무의식적으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초휴가 둘을 가로막았다.
해영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초 형제, 왜 이러는 거요?”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해 형, 내게 빚진 것도 있잖습니까? 이제 그 빚을 갚을 때가 된 듯하오. 방림군에서 위기에 빠진 당신을 구한 것은 황천각이 아니라 나였소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황천각은 당신을 버렸을 거란 말이오!”
그 말을 듣자마자 해영종도 비로소 깨달았다. 초휴는 이미 종추수 편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초휴의 선택에 별 반감은 들지 않았다. 해영종 역시 각주 이무상을 어느 정도는 원망하고 있었다. 특히 방림군 반란 이후로는 더 그랬다.
처음에는 해영종도 자신이 도를 넘게 계략을 꾸미다 그리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니 한강성이 뒤에서 농간을 부린 게 아닌가.
그런데도 황천각 총단에서는 구원군을 보내 주지 않았다. 모른 체하면서 그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만일 육삼금이 초휴를 데리고 와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초휴가 놀라운 실력과 쾌도난마의 기세로 반란 세력을 제압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대로 끝장났을 것이다.
초휴의 말을 들은 그는 걸음을 멈칫했다. 해영종은 이무상과 종추수를 한 번씩 바라보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육삼금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초휴를 바라보았다.
“초 형, 지금 종추수 편을 드는 건가?”
그간 육삼금 역시 종추수와 적지 않게 부딪쳤다. 그는 노각주 편이었고, 노각주는 각주인 이무상을 지지했으니까.
그러니 육삼금으로서는 종추수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무상 편에 서려 했다.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종추수에게 넘어간 게 아닐세. 이무상은 각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뿐이야. 육 형, 내가 창오군에서 한 일을 잘 알잖나.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도 알 테고 말이지. 이무상 같은 자에게 각주 자격이 있다고 보나? 황천각의 미래가 그 손에 달렸지만, 이래서야 미래가 암울하지 않으냔 말이네? 나도 돌아가신 노각주를 존경하네. 하지만 이무상 그자는 아무리 봐도 내 우러름을 받을 자격이 없단 말이네! 육 형, 잊지 마시게. 당신은 이무상의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잖은가. 어디까지나 노각주의 사람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