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09)
1109화 반기
초휴와 말은 육삼금의 심금을 울렸다. 일순 소름이 오싹 끼쳤다.
사실 육삼금 역시 이무상에게 이런저런 불만이 많았다. 초휴 건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이었다.
이무상의 일 처리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 문제에 대해서 건의했으나 매번 면박만 당했다.
육삼금은 내심 마땅찮았다. 그러나 노각주는 이무상이 각주인 만큼 각주다운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쉽게 수하의 말에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이무상의 명령대로 따랐다.
지금 종추수는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반기를 들었다. 초휴 역시 이무상 편에 서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육삼금 또한 의문이 들었다.
‘이무상이 정말 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 걸까?’
“초휴! 이런 죽일 놈!”
상황을 본 이무상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사실 초휴가 어느 편에 서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무상은 한 번도 초휴를 자기 사람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강호에 고존의 전인이 한둘이 아니지만, 정말 강호에 남을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그는 황천각에서 공을 들여 초휴를 키워 본들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초휴가 황천각에 남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삼금은 달랐다. 그는 동역 행주이자 노각주가 정한 후계자가 아닌가. 황천각 전체를 통틀어도 그의 명망은 아주 대단했다.
다른 사람이 돌아서는 것은 괜찮았다. 그러나 육삼금이 등을 돌리면 황천각 무사들이 대거 그를 따라 창끝을 자신에게 겨눌 터였다.
“육삼금, 초휴의 헛소리를 귀에 담지 마라. 그자는 우리 황천각 사람이 아니라서 불순한 속셈을 품고 하는 짓이다! 지금 우리 황천각은 위기에 처했고, 밖에서는 한강성이 지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황천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꼴을 좌시할 참이냐?”
그 소리에 육삼금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초휴가 냉소했다.
“내가 황천각 사람이 아니라고? 그 많은 일을 했건만 각주께는 이 초휴가 외부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단 말이군요. 본래 창오군의 형세는 엉망진창이었소. 나도 노각주께서 친히 부탁하셨기에 갔던 거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되었소? 일년 만에 나는 창오군을 완전히 안정시켰고, 만족 역시 우리 황천각이 평온하게 다스리고 있소. 그리고 그간 우리 황천각이 한강성에 업신여김당하면서 얼마나 많은 굴욕을 참아왔소? 내가 엽천청을 죽인 것은 우리 황천각의 분을 풀어주는 쾌거였단 말이오. 그리고 방림군 반란 건도 있지. 우리 황천각 소속의 군에서 생긴 사태를 각주 당신은 모르는 척했지. 심지어 은연중에 해영종을 포기하려는 뜻까지 비쳤소. 내가 나서서 해영종을 도와 방림군 반란을 해결했단 말이오. 이토록 많은 일을 했는데, 각주 당신은 내가 불순한 속셈을 품은 외부인이라 말하는 거요? 정말 서글프고도 우습기 짝이 없군!”
아직 어느 편을 들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황천각 무사들은 초휴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초휴가 남인 것은 사실이었다. 객경이라고는 하지만, 객경이 곧 외부인 아닌가?
그러나 황천각 사람들 대부분은 육삼금이 초휴를 포섭해 객경으로 삼은 것은 매우 수지맞는 장사였다고 생각했다. 비무에서도 육삼금 대신 출전해 능소종한테 승리를 거뒀다. 초휴가 황천각에 들어와서 해낸 일들은 모두가 똑똑히 보았다.
초휴가 공공연히 반기를 든 만큼, 이무상이 그더러 배반자라고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남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아무래도 지나쳤다. 정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종추수가 대소했다.
“육삼금, 이 녀석아! 그간 네가 이무상을 돕느라 나와 부딪친 일이 퍽 많았지. 네가 내게 맞서니 나도 너에게 대립각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부딪치는 동안 내가 한 번이라도 비열한 술수를 쓴 적이 있었더냐? 너와 나의 처지가 달랐을 뿐이니 그간의 일은 마음에 담아둘 게 없다. 너는 어디까지나 노각주께서 뽑아 키우신 사람이지. 나 역시 그렇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 같은 처지란 말이다! 나는 그저 노각주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한을 풀기 위해서 나선 것이야. 꼭 각주 자리에 앉고 싶어 이러는 게 아니다. 이무상을 없애면 동역 행주인 네가 각주가 되어도 좋다! 너 역시 노각주가 고르신 사람이니까. 사실 나는 네가 이무상보다 훨씬 믿음직하다고 생각한다. 네가 각주가 된다면 나는 전력을 다해 너를 보좌하고, 죽을 때까지 각주 자리를 탐내지 않겠다. 이 맹세를 어긴다면 나의 육신과 영혼은 모조리 사라지고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종추수가 크게 토해낸 말에 모두가 얼어붙고 말았다. 이무상 역시 그랬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내뱉은 말이니 돌이킬 여지가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황천각에서 종추수의 이름은 완전히 땅에 떨어질 테고, 제자들은 모두 그를 등질 것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종추수가 각주 자리에 앉으려 한 게 아니었다니. 그저 한을 풀기 위해서, 이무상을 끌어내리기 위해 이 엄청난 일을 꾸몄다니.
육삼금은 잠시 침묵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지금의 저는 각주 자리를 이어받을 자격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이무상은 노각주께서 친히 정하신 각주이니 저로서는 거스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개입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냥 지켜보기만 하겠습니다.”
말로는 나서지 않겠다고 했으나, 사실 종추수 편에 선 것이나 다름없는 선언이었다.
중립을 지키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붙들 대들보가 생긴 것처럼 육삼금 뒤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각주와 부각주간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중립을 지키는 것이 딱 좋았다. 어차피 어느 쪽이 이기든 그들을 써야 할 테니까.
대다수가 중립을 선택하자 이무상에게 진정 충성하는 사람은 몇 명 남지 않았다. 심지어 종추수 편보다도 숫자가 적었다.
초휴가 보기에 이무상의 처신이나 용인술은 몹시 ‘구식’이어서 낡아빠졌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무상은 자신이 각주 자리를 지키는 이상 누구나 자신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권력은 각주라는 지위에서 나왔다. 그래서 이무상이 남에게 주는 인상은 황천각 각주로서의 위엄이 전부였다.
물론 그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이무상은 그 위엄의 원천이 무엇에서 나오는 건지를 잊고 있었다.
그가 더는 각주 자리에 있지 않을 때, 혹은 지금처럼 그의 자리가 심각한 도전을 받았을 때, 이무상을 기다리는 것은 모두로부터 버려진 고립무원의 길뿐이었다.
제 편에 고작 몇 명만 남은 것을 본 이무상이 허망하게 웃었다.
“잘한다, 잘해! 내가 그 오랜 세월 황천각을 다스리며 키워낸 자들이 모두 불충 불의한 무리였구나!”
종추수는 담담했다.
“저들의 충의는 황천각을 향한 것이지, 이무상 너를 위한 게 아니다. 이무상, 너도 잘 생각해 봐라. 네가 저들의 충의를 요구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무상은 코웃음을 치더니 손을 휙 내저었다.
“이런 사태는 정말 예상치 못했다. 종추수 네가 이토록 주도면밀하게 일을 꾸미다니. 오늘 이날을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했을 테지? 하지만 넌 가장 중요한 것을 잊었다. 그건 바로 실력이다! 옛날에도 내가 너보다 먼저 무선에 들었기에 황천각 각주가 되었던 것이었지. 네가 언제 무선에 올랐는지는 몰라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몇 중천인가? 일중천, 아니면 이중천? 무선에도 강약의 구분이 있다는 걸 알아야지!”
그러자 종추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너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군. 너는 처음부터 나만 못했어! 원황경의 천지 원기가 없었다면 나보다 먼저 무선이 되는 게 가능했을 것 같나? 실력이라고? 나는 세력만 믿고 나선 게 아니다. 실력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무기란 소리다!”
종추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몸에서 파동이 일더니, 마치 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곧장 이무상을 덮쳤다.
이무상의 몸에서 눈 부신 빛이 번쩍였다. 그 역시 주먹을 내질러 종추수의 일권을 맞받아쳤다. 일순 엄청난 파동이 폭발하고, 근방 힘의 법칙마저 미친 듯이 번쩍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무선 강자의 싸움에서 터지는 파동은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사람들은 안색이 변해 뒤로 물러섰다. 대전 내에 설치된 진법까지 가동되었다.
이무상은 경악한 얼굴로 종추수를 보고 있었다.
“사중천이라니, 그럴 리가! 대체 언제 무선에 오른 것이냐? 어떻게 사중천까지 도달했단 말이냐?”
“너보다 훨씬 늦었지! 하지만 네놈이 권력과 이득을 좇느라 혈안일 때 나는 무도를 수련했다. 네가 각주로서의 위엄을 공고히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무도의 길은 먼저 도달하는 자가 선배인 법이다. 단순히 세월만 갖고 논할 수 없는 것이란 말이다! 여기서는 힘을 다 펼치기가 어렵고 노각주님의 시신이 손상될 우려도 있으니 밖으로 나가자!”
종추수가 말을 맺자 두 사람은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황천각 전역에서 둘이 맞붙는 파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초휴는 종추수 편에 선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가만히 서서 뭘 하는 거요? 윗분이 모든 걸 걸고 싸우러 밖으로 나갔으니, 당신들도 상대를 처리해야 할 게 아니오? 설마 저들을 남겨둬도 괜찮다고 생각하시오?”
중립을 선택한 사람들은 종추수도 절대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 황천각의 역량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무상의 편에 선 사람들, 그에게 죽기로 충성을 맹세한 자들은 반드시 처리해야만 했다.
종추수의 수하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격전에 돌입했다.
초휴는 해영종한테도 말했다.
“해 형, 종추수에게 투신할 생각이라면 지금 나서시오. 더 우물쭈물하다가는 아예 기회가 없을 거요.”
해영종은 이를 악물더니 즉각 싸움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무상의 사람은 아니었으나 권력욕이 매우 컸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지 황천각 총단으로 돌아와 수련할 수 있는 권력을 원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이무상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겠노라 말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황천각 총단으로 돌아오려면 적잖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이번 싸움에서 종추수가 이긴다면 방림군에서 계속 허송세월할 필요 없이 즉각 총단으로 복귀하는 게 가능할지도 몰랐다.
종추수 편이 이무상 편보다 숫자가 많고 실력도 강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울 게 없는 싸움이었다. 해서 초휴는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종추수에게 투신한 것이 아니라 종추수와 합작하려는 것이었으므로.
하지만 그는 육삼금의 팔을 잡아당겼다.
“무선 강자들의 싸움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잖나. 가서 지켜보세.”
육삼금은 복잡한 표정으로 초휴를 따라나섰다. 사실 그로서는 이무상과 종추수가 서로 죽고 죽이는 광경을 굳이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역시 물정 모르고 천진한 사람은 아니었다. 만일 이무상과 종추수가 황천각 쌍웅으로서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였다면 오늘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둘은 완전히 적대 관계가 되었고, 둘 중 하나가 확실한 승자가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황천각은 영영 평안할 날이 없을 테니까.
육삼금은 내심 종추수가 이기기를 바랐다. 이무상에게 완전히 실망해 버렸기 때문이다. 황천각은 결국 이무상 때문에 이런 꼴이 된 게 아닌가. 종추수가 각주 노릇을 제대로 했더라면 아무리 엉망이어도 이 지경까지야 됐겠는가?
종추수와 이무상은 황천각 밖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무선이 어떤 점에서 천지통현보다 강한지는 사실 초휴도 잘 몰랐다. 황천각의 수많은 무공 비급과 기록을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대개 알 듯 모를 듯한 설명뿐이었고 그마저도 사람마다 달랐으니까.
그러나 지금 종추수와 이무상의 교전을 보니 대략이나마 알 것도 같았다. 무선이 어떤 존재인지를 말이다.
맨 처음 그 경지를 무선이라 이름 붙인 사람이 퍽 설명을 잘한 셈이기도 했다. 무도의 선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무릇 선인이라면 곧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제아무리 강한 천지통현이라 해도 그 힘과 영역, 그가 장악한 모든 것의 근원은 천지였다. 그러나 무선의 단계에 이르면 천지의 범주마저 벗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