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18)
1117화 방천화극 대 방천화극
그는 황천각 노각주와 비교하면 훨씬 나이가 아래였다. 이제 사백 살이 되어가는지라, 오백년 전 싸움이 치열할 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선대 각주가 그에게 후사를 맡기면서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영소경에는 지극히 두려운 존재가 갇혀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그를 감금한 상태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하며 추호도 소홀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외부인을 영소경에 들여보내도 괜찮을까? 하지만 진백원이 대꾸하기도 전에 헌원무쌍이 냉소했다.
“영소경에서 수련하고 싶다고? 좋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판에 이겼을 때의 이야기지! 그렇지 않으면 영소경은커녕 원래 받기로 한 상품도 얻지 못할 것이다!”
초휴는 뒷짐을 지고 서서 담담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쯤이야 문제도 안 되니까.“
헌원무쌍이 대뜸 승낙해 버리자 진백원은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힘주어 말했다.
“초휴, 이미 도전을 받아들였으니 후회하지 말게나. 자네는 황천각을 대표해 출전한 만큼 네 번을 모두 이겨야 하네. 한 번이라도 지면 황천각의 패배일세. 그때 가서 우리 능소종이 기회를 이용해서 자넬 괴롭힌 것이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네.”
능소종 사람인 헌원무쌍이 이미 초휴의 요구를 승낙했다. 진백원 자신이 그것을 물리면 지금 이 많은 사람은 속이 좁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진백원은 특별히 우려하지는 않았다. 옛날 능소종 종주 시절 영소경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소경은 아주 컸고, 그 공포의 존재는 영소경 가장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었다. 한가운데의 대진을 깨부수지만 않으면 문제가 생길 일은 없었다. 사실 그렇게 거대한 동천복지를 계속 봉인만 해 놓는 것도 낭비였다.
진백원은 오백년 전 싸움을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 두려운 존재의 실력을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영소경을 열어 보았고, 제자들을 들여보내 수련시키기도 했다, 단, 진법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오랜 세월 동안 적잖은 제자들이 영소경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줄곧 아무 일도 없었다. 그래서 선대 종주인 진백원을 제외하면 능소종 모두가 영소경의 경계 상태에 신경을 곤두세우지는 않았다. 선선대 종주의 경고를 기억하는 사람도 진백원 하나뿐이었다.
초휴가 외부인이기는 하지만, 들여보낸 뒤에 진법에 접근하지 못하게 감시하면 그만일 터였다. 더군다나 이 싸움은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진백원은 황천각이 이번 시합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백원이 흔쾌하게 승낙하자 초휴는 일순 멍해지고 말았다.
영소경은 독고유아를 봉인한 곳 아닌가. 온갖 핑계를 대며 들여보내 줄 수 없다고 할 줄 알았다. 그래서 진백원의 성질을 돋울 말까지 준비해 뒀는데, 단숨에 승낙하다니.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됐는지 알 만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영역도, 신통도, 천지의 법칙도 아니고 바로 시간이었다.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흩어지고 흐려지고 사라지는 법이었다.
옛날 황천각 노각주는 당시의 싸움을 회상하기조차 꺼렸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독고유아의 공포는 낙인처럼 그의 마음에 새겨져 있었다.
능소종의 누구도, 심지어 노종주 진백원까지도 그 싸움을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다. 보지 못했으니 뚜렷이 느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독고유아에 대해서도 기껏해야 경계하는 정도일 뿐, 황천각 노각주처럼 두려움에 가까운 반응이 나올 수 없었다.
상황이 대강 정리되자 육삼금도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그는 책임감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초휴를 데려온 사람은 그였다. 초휴가 이미 나선 판국에 반대해서 무엇하겠는가?
더군다나 한강성을 위시한 여러 명은 명백히 황천각을 노리고 덤비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 피한다 해도 다음에 다시 달려들 게 뻔했다.
초휴는 육강하와 여봉선에게 말했다.
“능천검존의 전인인지 뭔지는 내가 상대할 테니, 나머지 중에 하나씩 고르면 되겠군.”
사람들은 초휴의 태도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초휴란 자는 정말 미치광이일까, 아니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저러는 걸까? 무명지배로 보이는 수하 두 사람더러 음혈려와 헌원무쌍 중에 아무나 골라서 상대하라니.
육강하가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혈하교 나부랭이를 내가 맡지.”
여봉선이 끄덕였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을 내가 맡으면 되겠군.”
헌원무쌍의 미간이 푹 팼다.
“누가 너 따위 무명지배와 싸운다더냐? 나는 초휴와 다시 싸울 거란 말이다!”
초휴는 우문복을 슬쩍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여기도 나와 싸우겠다고 하고, 저기도 나와 싸우겠다고 하니, 내가 분신술이라도 써야 하나? 차라리 둘이 먼저 겨뤄서 승부를 낸 뒤, 이긴 사람이 나와 싸우는 건 어떤가?”
우문복과 헌원무쌍은 동시에 코웃음을 쳤다. 그들도 머저리는 아니었다. 적수와 싸우기 위해 그렇게까지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우문복이 크게 웃었다.
“헌원 공자,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오. 당신은 이미 초휴와 싸워 봤잖소. 이번에는 내게 양보하시구려. 걱정할 것 없소이다. 저자를 형편없이 박살을 내서 당신의 화풀이를 해 줄 테니.”
우문복과 헌원무쌍, 하나는 자부심이 강했고 하나는 자만심이 강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헌원무쌍은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능소성이었다. 헌원무쌍 역시 능소종 사람이니, 능소종의 마지막 체면은 지켜야 했다. 우문복과 대놓고 다툴 수는 없었다.
초휴는 육삼금을 슬쩍 보았다.
“기무한을 이길 자신 있나?”
육삼금은 고개를 젓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당연히 없지. 하지만 그래도 싸워야 해! 작정하고 우리 황천각을 노리고 있으니까. 초 형의 사람들이 절반을 맡았으니 기무한은 당연히 내가 책임져야지. 이건 우리 황천각 일이니까.”
엄격히 말하면 초휴 일행은 외부인이라 황천각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외부인도 황천각을 대표해 참전하는 마당에, 황천각 동역 행주인 육삼금이 어찌 꼬리를 빼겠는가?
헌원무쌍이 더 못 참겠다는 듯 방천화극을 쥔 채 일어섰다. 그는 여봉선을 가리켰다.
“거기 애송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먼저 나서라. 빨리 판을 끝내야 할 게 아닌가. 초휴, 우문복을 상대로 다치지 않으면 나와 다시 한번 싸우자!”
그의 목표는 시종일관 초휴였다. 우문복이 초휴를 이긴다 해도 화풀이가 될 리가 없었다. 자신의 화는 자기가 직접 풀어야 할 게 아닌가.
여봉선은 실로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다. 헌원무쌍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화를 내지 않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자신의 방천화극을 꺼내고, 헌원무쌍에게 공수를 올렸다.
“저는 여······.”
“네 이름 따위엔 관심 없다!”
헌원무쌍은 곧장 손을 내밀어 상대가 하려는 말을 막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천하에 널리고 널린 게 약자다. 하나하나 이름을 기억하다가는 지쳐서 진이 빠져 죽겠지. 너는 나 헌원무쌍과 싸우는 영광을 경험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너도 방천화극을 쓰나? 마침 잘 되었군. 진정한 방천화극이 어떤 것인지, 진정 방천화극에 어울리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지, 내 몸소 한 수 가르쳐 주겠노라!”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입꼬리가 비틀렸다.
능소종의 천재 제자 헌원무쌍의 성격이 좀 이상하다는 말은 물론 들었다. 지금 보니 좀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콧대가 하늘을 뚫을 지경이 아닌가.
물론 그들도 별 이름도 없는 무사가 헌원무쌍을 이길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헌원무쌍의 오만방자한 태도에는 말문이 막혔다.
반대로 여봉선의 교양 있는 태도는 관전하던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그들 같았으면 헌원무쌍이 떠드는 말에 격분해서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봉선은 여전히 온화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그렇소? 그럼 어디 한 번 가르침을 받아 보지요.”
“안타깝구나. 몇 초 배우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헌원무쌍은 능소진룡극을 꽉 움켜쥐었다. 금빛 강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청난 강기의 파동이 무대에서 흘러넘치는 듯했다.
다들 안색이 변했다. 헌원무쌍의 힘이 엄청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었고 이제 모두가 직접 견식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강대한 힘이면 천지통현 강자와 별 차이도 없었다. 이런 자를 상대하는 여봉선에게 얼마간 동정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동정심을 충분히 곱씹기도 전에 여봉선의 몸에 강대한 마기가 가닥가닥 엉겨 붙기 시작했다. 마기의 구름이 하늘로 솟아올라 날씨마저 바뀔 지경이었다. 일순간 근방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방천화극 무쌍에서 흉악하기 이를 데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여봉선의 눈빛에도 광포한 피비린내가 감도는 듯했다. 기세만 놓고 보면 결코 헌원무쌍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 여봉선을 본 헌원무쌍은 눈썹을 살짝 움찔했다.
“재주가 조금 있긴 한가 보군. 어쩐지 감히 내게 도전하더라니. 하지만 그래 봐야 쓸모없다!”
헌원무쌍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능소진룡극이 내리 떨어졌다. 눈을 찌르는 금빛 강기가 아홉 마리 용의 형상으로 엉키며 그 일극에 힘을 보탰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듯했다. 강대한 힘의 파동이 공간 전체에 폭음을 울렸다.
먼젓번에 치른 초휴와의 일전 이후 헌원무쌍도 많이 발전했다.
그가 배운 유일한 교훈은,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하찮아도 결코 얕봐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력을 다할 각오로 임하고 있었다.
여봉선은 구소연마금신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거대한 마신의 허상이 등 뒤에 흐릿하게 나타났다. 신병 무쌍이 헌원무쌍의 능소진룡극을 맞받았다.
두 자루 방천화극이 부딪는 순간 금빛 강기와 칠흑 같은 마기가 터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강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연무장의 높은 대 위에 설치한 진법이 모조리 가동되며 두 사람의 교전이 빚어낸 거대한 파동을 상쇄했다.
쉼 없이 폭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막상 정면으로 부딪친 헌원무쌍은 낯빛이 변하고 말았다.
예상외의 힘이었다. 어마어마한 힘!
여봉선의 몸에서 폭발한 힘은 너무 강해서 도저히 정면으로 받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것은 강기의 힘이 아니라, 가장 순수한 육신의 힘이 아닌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지경이었다.
여봉선의 피부는 이미 검붉은 마문(魔紋)으로 뒤덮여 있었다. 구소연마금신을 극한까지 수련했을 때 나타나는 표지였다.
지금까지 초휴는 워낙 치고받고 싸운 경험이 많았다. 구소연마금신이라는 무공에 대한 이해 역시 그가 여봉선보다 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수련한 여봉선은 이미 초휴를 뛰어넘은 듯했다.
헌원무쌍은 강대한 육신의 힘을 도저히 대항하지 못하고 몸을 빼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여봉선의 무쌍이 그를 바싹 쫓아오며 내리 떨어졌다.
광포한 기운이 마구잡이로 휘몰아쳤다. 일순간 주변의 강기가 폭풍처럼 응집하기 시작했다. 마신무쌍극이었다. 호방하고 시원시원하기 그지없는 일극에는 광기 어린 투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연달아 내리 떨어지는 방천화극의 일격마다 극한에 이른 힘이 터져 나왔다. 강대하기 그지없는 육신의 힘을 한계까지 펼쳐내는 극법이었다. 굳이 진기를 쓰느라 시간을 낭비할 게 없었고, 어떤 기술로 대응할 것인가 생각할 필요도 없는 공격이었다.
오로지 순수한 힘으로만 맞부딪치는 것이다. 상대가 반격할 힘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말이다.
지금 헌원무쌍은 그런 압박을 받고 있었다. 한 발짝 물러났을 뿐인데 미친 듯한 공세의 폭풍에 정신없이 휘말리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이런 싸움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정신이 다 아찔했다.
“저리 꺼져!”
헌원무쌍은 노호성을 질렀다. 능소진룡극의 아홉 용이 한데 합쳐지며 극한의 위력이 폭발했다.
여봉선은 마신무쌍극을 펼친 순간부터 그 광포한 투지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살갗의 마문이 더욱 찬연하고 새빨갛게 빛났다.
초휴의 안색이 변했다. 여봉선이 설마 그 초식을 쓰려는 것일까?
그러나 다행히도 여봉선의 이성은 아직 온전한 상태였다. 마문이 한계에 이르기 전에 한발 앞서 일극을 내리쳤다.
진백원의 낯빛이 돌변했다. 그는 손을 뻗어 가로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순수한 육신의 힘이 폭발하는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무선 강자라 해도 막는 게 불가능했다.
강대한 육신의 힘이 무쌍에 응집되었다가 일순간에 터져 나왔다. 능소진룡극은 그대로 튕겨져서 날아가 버렸다.
극에 달려 있던 초승달 모양 칼날은 아예 깨져버렸다. 그 일격으로 무대 밖으로 나가떨어진 헌원무쌍은 진법의 벽에 부딪히며 울컥 선혈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