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59)
1159화 진정한 표묘참
“초 소협, 동역과 남역 사이에 어느 정도의 은원이 있건 우리 천마궁은 그대의 적이 아니란 뜻이오. 그래서 다시 물어보기로 하지. 독고유아의 정혈에 담긴 무도를 거래할 생각이 있소?”
초휴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께 여쭤보았습니다. 교환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원공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초휴가 거래에 응하겠다니 헛걸음을 한 건 아니게 되었으니까.
바로 그때 초휴가 딴소리를 했다.
“하지만 스승님께서는 무도가 아니라 정혈 자체를 교환하고 싶으시답니다.”
원공성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도가 아니라 정혈 자체를 교환하자고? 자신이 정혈에 담긴 무도를 완전히 빼내지 못했을까 봐서 그러는 걸까?
“초 소협, 혹시 사부께서 오해하신 것은 아니오? 우리 천마궁은 몇백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혈에 담겨 있던 무도를 모조리 추출했단 말이지. 절대 빠뜨린 게 없으니 그냥 무도를 교환하면 되지 않겠소.”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원 궁주,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스승님이 연구하시는 무공 중 강자의 선혈을 매개로 삼는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대라천에 수많은 강자가 있다지만, 오백년 전의 그 사람에 비길 만한 이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혈에 담긴 무도를 모조리 빼냈다면 어차피 천마궁에서는 더 쓸 데가 없지 않습니까. 나는 다른 무도도 함께 얹어드릴 생각이 있는데, 원 궁주의 뜻은 어떻습니까?”
원공성은 잠시 망설였으나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유아의 정혈에는 지극히 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이론적으로야 그런 강자가 남긴 정혈은 그 자체로 보물이었다.
그러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독이 되는 보물이기도 했다.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정혈에 남은 표지는 너무 강했고 힘도 너무 강대했다. 소화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으나 온몸이 터져 죽고 말았다. 설령 무선이라 해도 반작용을 받을 수준인 것이다.
그러니 거기에 담긴 무공과 무도를 모조리 추출한 후에는 계륵과 다를 바 없게 된 것이다. 적어도 천마궁으로서는 쓸모가 없었다.
원공성은 이번 동천복지 행에 독고유아의 정혈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오기 전에 최대한 서둘러 움직여서 한 달 만에 정혈 다섯 방울을 갖고 온 것이다.
초휴는 독고유아의 무공과 무도를 적잖게 지니고 있었다. 천혼에게 들은 게 아니라 옛날 독고유아와 영현기가 싸웠던 공간의 틈새에서 손에 넣은 것이었다. 그런 것쯤은 원공성에게 내주어도 별로 아깝지 않았다.
무공이나 무도는 설령 일맥의 독자 전승이라 해도 똑같이 수련해낼 수 없는 법이다. 그러니 그것들을 천마궁에 넘겨준들 천마궁에서 제이의 독고유아가 나올 가능성은 없었다. 더군다나 거기에 표묘참 급의 무공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독고유아의 선혈 다섯 방울을 손에 넣은 초휴는 그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정말 얻기 어려운 물건이 아닌가. 하계에서 독고유아를 다치게 할 만한 존재는 그야말로 손에 꼽았으니까.
검성 고경성은 무선 몇 중천쯤이었을까? 그가 자신의 목숨을 던져 폭발시킨 최강의 일검으로도 고작 독고유아의 피 한 방울을 흘리게 했을 뿐이었다.
반면 대라천 싸움에서는 천마궁이 모은 것만 다섯 방울이나 되었으니, 얼마나 처참하고 격렬한 싸움이었을지 짐작이 갔다.
초휴는 독고유아의 정혈을 서둘러 소화하려 들지 않았다. 독고유아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지는 말라고 천혼이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초휴는 천혼이 시키는 대로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하계에 있을 때도 독고유아의 정혈 한 방울을 소화한 적이 있었다. 육강하가 간직해 둔 것이었다.
이미 한 방울을 소화해 보았으니 다섯 방울을 더 삼켜도 효과는 같을 것이다. 불의의 사고가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금 초휴의 기초적인 저력으로 보자면, 폐관 수련을 몇 년씩 한다 해도 큰 효과를 얻기 어려웠다. 남은 것은 무선 돌파뿐이다. 하지만 독고유아의 정혈을 소화한다면 뜻밖의 성과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폐관 밀실 문을 닫았다. 정혈에 대한 건 천혼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초휴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정혈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다섯 방울의 정혈을 삼킨 순간 극강의 힘이 체내로 흘러들었으나 마신의 피와 달리 반작용은 전혀 없었다. 그 다섯 방울의 피는 초휴의 몸속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마치 본래 초휴의 피였던 양, 그의 힘을 응축시켰다가 다시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냈다.
그와 동시에 초휴의 머릿속에는 온갖 환상이 떠올랐는데, 오백년 전 대라천에서의 싸움이었다.
무선이었다. 온 천지가 무선투성이였다.
대문파의 고수, 고존 강자, 은거하던 고인까지 대라천의 무선이란 무선은 다 모인 것 같았다. 온 세상이 강대한 법칙의 힘에 뒤틀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독고유아가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검은 옷자락이 피로 물들었으나 얼굴은 무표정했다.
들끓는 투지도, 광기와 분노도 없었다. 위축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은 더더욱 없었다.
마치 늘 그랬던 것처럼 평온했다. 그 모습은 천지가 갈라질 듯, 맹렬한 전장과 대비되어 몹시 위화감이 들었다.
그 자리의 대라천 무선들과는 정반대였다. 하나같이 대문파를 이끄는 자들이었고 대라천의 최정상에 선 이들이었다. 그러나 강대한 강기조차 그들의 눈에 서린 공포를, 마음속의 공황을 감출 수는 없었다.
“죽어라!”
누가 외쳤는지 모를 고함을 시작으로, 뒤틀리는 법칙 속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천지 강기를 밟으며 독고유아를 향해 덮쳐들었다.
독고유아는 문득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마치 도를 들어 베는 것처럼 한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청춘우는 그의 손에 없었다. 싸우다가 기령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칼도 없는 빈손이었으나 그 지극한 예기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파삭’ 하고 작게 울린 소리는 그 어떤 강기의 폭발음보다도 날카롭게 귀를 파고들었다.
몇 중천일지 모를 어느 무선의 얼굴에 당황과 공포가 어렸다. 그의 전신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는 산산이 찢겨서 조각이 났다.
표묘참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표묘참이었다!
일도를 베는 순간, 칼날은 흔적 없이 아득한 허무 사이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독고유아가 방금 휘두른 것은 일도라기보다 하나의 법칙인지도 몰랐다. 그 일도는 거의 신통에 가까웠다.
“나를 죽이겠다고? 웃기는 소리!”
담담한 목소리가 온 세상에 울리고, 신통의 법칙이 모든 것을 뒤틀었다. 초휴가 보던 환상은 우그러지는 공간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힘은 응축과 정련을 거쳐 한 단계 더 상승했다. 그러나 표묘참의 진정한 사용법이야말로 다섯 방울의 정혈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이었다.
초휴가 처음으로 접한 홍진표묘참은 독고유아가 하계의 대문파 철황보를 상대로 쓴 것이었다. 그러나 초휴는 철황보가 너무 약했던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때 독고유아는 아무렇게나 일도를 날렸을 뿐, 기실은 표묘참의 십 분의 일도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환상을 본 뒤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인지 자꾸만 ‘네 사람’의 독고유아가 있는 것 같았다.
천혼의 말에 따르면 지금 황천천에 있는 명혼만이 진정한 독고유아고, 독고유아의 근원과 의식을 지닌 존재였다.
천혼 자신은 의식이 생긴 후로 독고유아와 성격이 달라졌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초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에게는 독고유아의 기억 한 조각조차 없었으니까.
그러나 황천천의 독고유아와 분혼술을 쓰기 전의 독고유아도 서로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지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분위기가 달라서일 수도 있고, 그저 느낌만 다른 것일 수도 있었다.
초휴는 그런 생각을 접고 그 문제를 굳이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독고유아가 천혼과 지혼을 갈라내면서 변한 곳이 있거나, 아니면 황천천에서 수련하는 동안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어쨌거나 독고유아의 정혈 다섯 방울을 흡수한 초휴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렸다.
무선 돌파를 당장 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독고유아의 정혈을 소화하여 힘을 끌어모으면 전투력을 올리는 건 가능할 터였다.
천마궁에 있던 정혈은 이번 거래로 모조리 손에 넣었다. 다른 자들은 어떨까?
옛날 독고유아와 싸웠던 대라천의 강자는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독고유아의 육신을 부숴버리기까지 했다.
그 정도의 강자라면 독고유아의 정혈에 담긴 힘을 알아볼 만한 안목과 견문이 충분하지 않겠는가. 필경 정혈을 적잖게 수집해 갔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초휴는 황천각에도 그런 것이 있는지 종추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 * *
요즘 황천각 사람들의 경계심은 최고조였다.
한강성이 몰고 온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남역이 동역을 치리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방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초휴가 총단에 오자 종추수는 크게 놀라서 다급하게 물었다.
“남역의 공격인가?”
초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각주님, 진정하시지요. 당황하실 거 없습니다. 남역이 정말 공격해 왔으면 제가 오기 전에 진법으로 소식을 전했겠지요. 무엇 하러 여기까지 직접 오겠습니까?”
종추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당황하지 말라고? 그러기가 힘드니 어쩌겠나. 이제는 이무상을 죽인 게 후회가 될 지경이네. 각주 자리는 역시 평범한 사람이 할 만한 것이 아닌 것 같아.”
초휴는 위쪽을 가리켜 보였다.
“하늘이 무너지면 키 큰 사람이 맞는다고, 지금 제일 크게 당황해야 할 자들은 능소종입니다. 남역의 공격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것도 능소종이고 말입니다.”
종추수는 손을 내저었다.
“알았네, 이 얘기는 그만하지. 그래, 무슨 일로 왔나?”
독고유아의 정혈에 관해 굳이 숨기는 척할 건 없었다.
초휴는 원공성에게 둘러댔던 핑계 그대로 이야기했다.
종추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노각주가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던 것 같군. 원래 두 방울인가 모으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요?”
“버리셨다네.”
“그걸 버렸단 말입니까!”
초휴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으나 종추수는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우리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잖은가. 소화도 못 하는 물건인 데다가 거기 담긴 마기도 너무 강했다더군. 마도 것을 활용할 수단도 없고, 거기서 뭔가를 꺼낼 방법도 없었다는 거지. 결국은 진법이나 다른 수단을 써서 그 선혈을 분해해 보려다가, 반작용이 일어나는 바람에 진법은 박살이 나고 선혈의 힘도 완전히 끝이 났다더군. 그러니 놔둬서 뭐하겠나.”
초휴는 할 말을 잃었다. 황천각이 정혈 두 방울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놀랄 일이 아니긴 했다. 천마궁이 독고유아의 정혈에서 마도 무공을 추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정통 마도라서였다. 천마궁은 그 방면에 이해가 깊었지만 다른 종문도 그럴 리는 없지 않은가.
황천각에서 아무런 수확을 얻지 못한 그는 능소종으로 향했다.
능소성 대문을 들어서자 헌원무쌍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휴, 네가 웬일이냐?”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헌원무쌍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헌원무쌍, 능소종에서는 손님을 이렇게 맞나? 손님이 왔는데 영접은 고사하고 눈에 불을 키고 내쫓을 태세를 취하다니 가관이군. 그리고 볼 때마다 수련하는 모습은 안 보이는군그래. 그러니 전투력이 그 모양이지. 타고난 자질만 믿고 수련도 제대로 안 하는데 무슨 발전이 있겠나?”
후배에게 일침을 가하듯 초휴가 훈계를 늘어놓자 헌원무쌍은 화가 솟구쳐 속이 터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