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74)
1174화 중주에 운집하다 (1)
초휴는 눈썹을 살짝 움찔했다. 서로 싸워 죽고 죽이는 방식의 선발전이라니, 대라천 사람들도 꽤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추수가 말을 이었다.
“물론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방법은 서로 죽고 죽여서 영패를 빼앗는 것이지, 그러나 다른 방법도 있네. 요귀를 죽여 그 혼정(魂晶)을 손에 넣는 것일세. 혼정 한 근은 영패 하나로 쳐준단 말이지.”
거기까지 말한 종추수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내가 말하는 것을 명심하여 똑똑히 기억해 두게. 중주에서 선발전을 진행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요귀야. 아마 자네들은 요귀가 무엇인지 들어본 적도 없겠지. 요귀란 기실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야. 그러니 중주 바깥에는 없어. 옛날 우리는 조상의 땅에서 대라천으로 왔네. 세계를 건너온 것이지. 우리 황천각 같은 대문파의 무사는 당연히 두 세계 사이를 지날 때 몰아닥치는 공간 폭풍을 막을 수단이 있었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부속 종문이나 부리던 노복 같은 사람들도 함께 공간을 건너야 했지. 그들은 확실한 수단을 갖추지 못했어. 그래서 오는 길에 적잖은 사람이 죽었네.”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은 흩어지지. 특수한 비법으로 진령과 원신을 보존해야만 한 가닥 생기라도 남길 수 있네. 하지만 요귀는 달라. 그건 사람도, 요괴도, 귀신도 아닌 존재인 걸세. 두 세계 사이의 통로에서 명을 달리한 사람들이지. 그곳은 시간과 공간, 심지어 법칙마저 왜곡되어 뒤바뀌는 곳이야. 그래서 본래 죽어서 혼이 흩어져야 했을 사람들이 요귀로 변한 것이란 말이지. 처음에는 아무도 요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네. 하지만 처음으로 열린 대라신궁 선발전에서 참가자가 구 할이나 죽었지. 그제야 요귀가 얼마나 두려운지를 알게 되었지.”
”중주는 법칙이 뒤틀린 곳이네. 대라신궁 선발전에서는 반드시 다치고 죽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야.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요귀가 되어 버리네. 그래서 중주의 요귀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요귀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해졌고, 이제는 중주의 엄청난 우환이 되어버렸어. 진법에 막혀 중주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지만. 대라신궁 선발전은 사실 중주 요귀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네. 그래서 혼정을 가져와도 성적으로 쳐 주는 것이야. 그래서 동료를 살육하고 싶지 않아 중주에서 요귀를 참살하고, 그렇게 얻은 혼정만으로 대라신궁에 들어갈 자격을 쟁취한 자도 있었다네.”
“요귀라는 건 대체 어떤 존재입니까? 상대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까?”
초휴가 물었다. 종추수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렵군. 원신과 실체의 중간쯤 된다고 할까. 두 가지 상태를 오가며 전환할 수 있는 존재니까. 가장 큰 문제는 법칙이 뒤틀린 지역인 중주에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여러가지 환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일세.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환영이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말이네. 진짜이기도 하고 가짜이기도 하니까. 그것들의 본체를 찾아내야만 없앨 수 있는 걸세.
요귀의 수법은 아주 괴이하네. 기척도 없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지. 그러니 절대 수월한 상대가 아니야. 동급 무사의 영패를 빼앗는 것보다 요귀 하나를 없애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어. 그러니 꼭 명심하게. 중주에 들어서면 자기 눈을 믿어서는 안 돼. 감지력도 마찬가지일세.”
육삼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뭘 믿습니까? 아무것도 못 보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일 것 같은데요?”
종추수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마음을 믿어야지. 눈으로 보이는 것은 가짜일 수도 있고, 감지력으로 느낀 것도 환각일 수 있으나 본심만은 참과 거짓을 밝혀낼 수 있는 법이야.”
육삼금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여전히 아리송한 기분이었다.
물론 아리송하거나 말거나 큰 상관은 없었다. 육삼금은 실력을 쌓으려고 선발전에 참여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잘 알았다. 모두 여섯 명을 뽑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자기 차례는 안 올 것이다.
문득 초휴가 물었다.
“각주님도 혹시 들어가 보신 적이 있습니까? 몇 등쯤 하셨는지요?”
종추수의 표정이 확 나빠졌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들어갔을 때도 예년보다 앞당겨 열렸네. 그때 나는 고작 천지통현 초입이었어. 그러니 등수 같은 게 있었겠나?”
자세한 말을 하지는 않았으나 초휴는 짐작이 갔다. 종추수는 필경 대라신궁 선발전에서 실컷 두들겨 맞았던 것이다. 아니면 저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지 않은가.
종추수가 손을 내저었다.
“됐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 참, 그리고 또 명심할 게 있네. 요귀도 요귀지만 거기 들어가면 무선 지존 강자와 싸우게 될지도 몰라.”
육삼금은 화들짝 놀랐다.
“무선에 오른 사람도 들어갈 수 있단 말입니까?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안 되지. 하지만 무선에 오를 수 있는데도 일부러 실력을 억누르고 경지를 뚫지 않는 자가 있단 말이지. 중주에 들어간 뒤에야 경지를 뚫어 단번에 여러 단계를 건너뛸 속셈인 거야. 그런 사람은 언제나 있었어. 무선이 대라신궁에서 수련하면 실력이 일중천에서 이중천, 심지어 삼중천까지 오르기도 하니까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네.”
하긴 어떤 규칙이건 파고들 허점이 있으니 대라신궁쯤 되는 곳이면 더할 것이다.
대라신궁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대라천 모두의 공간이다. 그러니 허점을 아는 사람이 숱하게 많아도 어느 한 곳 나서서 막으려 들지 않았다.
남이 파고들 수 있는 허점이면 난들 왜 파고들지 못하겠는가. 대문파 출신 무사일수록 그런 생각이 강했다. 차이가 있다면 당장 자기 종문에 무선이 될 실력을 억누르고 있는 자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였다.
종추수가 나직하게 말했다.
“해야 할 이야기는 다 했네. 중주에 들어가면 뿔뿔이 무작위로 전송되니 서로를 도울 수가 없네. 우연히 만날 수는 있어도 말이지. 그러니 자네들이 그 안에서 명심할 것은 조심해가며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세. 영패나 혼정을 포기할지언정 나쁜 사고를 당하는 건 절대 피해야 하네.”
육삼금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초휴가 느닷없이 물었다.
“각주님, 중주에 들어갈 때는 세력별로 인원 제한이 있습니까?”
종추수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니. 제한은 없네. 진화련신이나 천지통현이면 다 갈 수 있지. 자네 수하들을 데려가려고 그러나? 발상은 나쁘지 않지만, 신중히 생각하게. 다들 실력이 뛰어난 편이기는 하지. 대라신궁에 들어가지 않고 중주에서 단련만 좀 해도 얻는 바는 많을 거야 하지만 중주에서 죽어 나오는 사람만 해도 절반이 넘어. 한 사람이라도 잃으면 자네한테는 큰 손실이 아닌가.”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큰 문제가 안 되겠군요. 생사는 운명에 달렸고 부귀는 하늘에 달린 게 아닙니까. 중주에 들어가는 것은 기회입니다. 수십년, 심지어 백년을 기다려야 생기는 기회 아닙니까. 수하들에게 사실대로 말해 주고 스스로 선택하라고 하겠습니다.”
종추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중주는 한 달 뒤에 개방될 걸세. 이십일 후에 일행과 함께 황천각 총단으로 오게.”
그렇게 말한 종추수는 육삼금에게로 눈을 돌렸다.
“애송아, 너는 내가 천황경(天皇境)을 열어 그곳의 원기로 네 몸뚱이를 단련시켜 주마. 그 정도면 천지통현에 오르기는 충분하겠지.”
육삼금은 깜짝 놀라 다급히 말했다.
“각주님, 천황경은 황천각 각주만······.”
종추수가 손을 내저었다.
“됐다. 여러 소리 할 것 없다. 내가 천황경의 원기를 써 봐야 일중천도 더 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네가 천지통현에 오를 건 확실하지. 진화련신이 중주에 들어가는 건 나를 잡아먹으시오 하고 요행만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야. 누가 뭐래도 너는 우리 황천각의 후계자다. 들어가자마자 남의 손에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 * *
황천각이 준비하는 동안 초휴 역시 창오군에 돌아와 폐관 중이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냈다. 아예 진청제까지 데려와서 종추수한테 들은 걸 다 이야기해 주었다.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대라신궁 입장 정원은 여섯 명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중주 안에서 수련할 수만 있어도 실력을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연인 셈이지요. 하지만 종추수의 말에 따르면 중주는 대단히 위험한 곳인가 봅니다. 사망률이 반을 넘는다고 하니까요. 대라천의 고수들이 구름처럼 모일 겁니다. 그리고 정체는 뚜렷이 모르겠으나 무시무시한 존재인 요귀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내 휘하지만, 이런 일은 내가 해라 마라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그러니 가고 싶은 사람만 나와 함께 황천각으로 갑시다.”
진청제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당연히 가겠다!”
상천량과 위서애가 마주 보더니 동시에 말했다.
“우리도 가겠다.”
상천량과 위서애는 둘 다 무선에 오를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까지 겪어 온 일을 생각하면 대라신궁 선발전 같은 다툼과 싸움이 특별히 험악할 것도 없었다.
육강하도 흐흐 웃었다.
“엄청난 난전이겠군. 딱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여봉선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나는 치고받고 싸우는 것에 별 흥미가 없네. 하지만 요귀에 관해서는 호기심이 생기는군. 그러니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 무작위로 보내진다고는 하지만, 만일 운이 좋아 초 형 일행과 만나게 되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테지.”
매경령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요귀라는 건 허허실실이라, 무사의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든다고요? 그거 아주 재미있네. 나도 한번 보고 싶군요.”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의자에 늘어져 있던 저무기가 웃으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들 다녀오시지요. 저는 시끌벅적한 일이 싫으니 여기서 집이나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초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짐작과 비슷했다. 저무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갈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무기가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힘에 대해 특별한 집착이 없고 쉽게 만족하는 성품 때문이었다.
그도 전에는 은마권에서 중견급 역량을 발휘해야 했으니 추호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초휴가 곤륜마교 주인이 되었고 휘하에도 고수가 무수히 많았다.
그러니 그는 굳이 나서고 싶지 않았다. 수련 같은 거야 되는 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진화련신에 불과했다. 동급 중에서는 약하지 않았으나 절정급이라 할 수도 없다. 매경령의 홍련업화 같은 비장의 절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가 봐야 위험만 있고, 득보다 실이 클 게 뻔했다.
마음을 정한 사람들은 준비를 마치고 이십 일 후에 황천각 총단으로 향했다.
종추수는 초휴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힘에 환장해서 목숨이야 어찌 되든 좋다는 생각인 걸까? 선발전이 끝난 뒤에 절반만 살아 돌아와도 다행이겠다 싶었다.
황천각에서는 딱 세 명만 보낼 생각이었는데 하나는 육삼금, 다른 하나는 해영종이었다.
육삼금은 워낙 힘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고 해영종은 집사 장로 중 나이가 많지 않으나, 그 역시 천지통현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세 명이면 족했다. 더 많이 들여보냈다가 인명 손실이 크게 나기라도 하면 종추수로서는 뒷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한데 모인 사람들은 다 같이 황천각을 출발해 중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