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75)
1175화 중주에 운집하다 (2)
대라천 한가운데의 중주는 온통 진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실 옛날 대라천에는 중주라는 개념이 없었고 대라신궁뿐이었다. 그러다가 요귀가 나타났고 그것을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귀가 밖으로 나와 대라천에 화를 끼치는 것은 막아야 했으니, 결국 둘레에 넓게 진법을 쳐 놓는 수밖에 없었다.
수천년이 흐르는 동안 요귀는 줄곧 강대해졌고 진법의 범위도 계속 확장되었다. 그러다 지금에 와서는 숫제 거대한 구역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주였다. 종추수의 말에 따르면 중주의 넓이는 동역의 두 개 군 정도에 달한다고 했다.
초휴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온 사방이 무사 천지였다. 대부분은 낭인 무사였다.
대라신궁의 개방은 대문파에도 기회이긴 했으나 이런 낭인 무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러니 가득히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는 것이다.
동역에서는 능소종과 한강성이 모두 왔다. 능소종은 이십여 명이나 보낼 정도로 심후한 저력을 자랑했다. 그들 중 절반 정도만 중주에서 기연을 얻어도 그만큼의 무선이 생기는 셈이었다.
물론 헌원무쌍도 왔다. 초휴를 보는 그의 눈은 산 채로 씹어 삼키지 못해 한스러운 듯했다. 먼젓번 초휴가 남기고 간 말 때문에 그는 진백원에게 한 번 더 호되게 혼이 났기 때문이다.
옥도 깎아내야 쓸모있는 그릇이 된다는 둥, 심지어 마음가짐을 고쳐먹지 않으면 능소종의 후계자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능소종의 후계자는 차라리 평범한 게 낫지, 자기 기분대로만 일을 처리하거나 장문으로서의 결정을 희로애락으로 처리할 자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헌원무쌍도 얌전해졌다. 초휴를 씹어 삼키지 못해 한이지만 속으로 꾹꾹 참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초휴는 헌원무쌍의 모습을 보고 하찮다는 듯이 혀를 찼다. 헌원무쌍이 타고나기를 저런 성격이었겠는가? 주위에서 오냐오냐해 주어서 버르장머리를 망친 게 아닌가.
자신이 두 번쯤 버릇을 제대로 들여 주니 얌전해진 걸 보면 알 수 있잖은가 말이다.
한강성은 인원이 적어서 고작 둘이었다. 심지어 엽유공도 오지 않았다. 아마 요양 중인 것 같았다.
초휴는 다른 지역 사람들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남역 사람들은 대강 어느 문파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여러 대문파가 적잖은 인원을 보냈다. 천하검종이 제일 많았고, 대천문이 가장 적었다.
북역은 삼청전 일행 하나만으로 남역 무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리고 현천경이나 영보관 같은 도문 분파도 있었다. 도문 무사들이 함께 모여 있으니 몸에서 도온이 발산되어 몹시 눈에 띄었다.
서역은 명확하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천라보찰이요, 다른 하나는 범교였다.
천라보찰의 승려들은 하계의 대광명사나 수보리선원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계의 두 문파는 천라보찰의 전승에서 비롯된 곳이니까.
범교 쪽은 좀 더 기이하고 괴상했다. 온갖 힘이 한데 섞여 있었다.
범교의 무도 전승은 너무 많았다. 대전이 셋에 신궁이 수십 개나 되니, 무도 전승도 수십 가지였고 개중 무엇 하나 약한 것이 없었다.
인파 속에서 초휴를 본 신가라의 눈에 음침한 기색이 스쳤다.
이제 그는 태양신궁 궁주가 아니라 비슈누전의 전주였다. 선대 전주가 갑작스레 입적하는 바람에 무선에 들지 못했음에도 황급히 그 자리를 계승해야 했다.
그래서 그간 신가라는 정신없이 바빴다. 비슈누전의 온갖 사무를 인계받아야 했고 범교 내부에서 자신의 권력도 공고히 해야 했다. 초휴가 어쩌고 있는지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아도 초휴의 소문이 알아서 그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 천마궁과 연합해 극락마궁을 멸망시켜 버렸다지 않는가.
신가라의 경악은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초휴를 상대하려고 극락마궁을 끌어들인 장본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극락마궁의 멸문이라는 인과에 자신이 개입한 느낌이 들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결말을 짓지 않으면 인과가 엉켜 심지에마저 영향을 줄 것 같았다.
마리가의 일이건, 극락마궁 건이건, 그는 이번 대라신궁 선발전에서 초휴와 얽힌 인과를 모조리 정리할 작정이었다.
대라신궁 개방은 무도의 축제, 그것도 대라천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축제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동서남북 사역의 여러 대문파와 낭인 강자들까지 모인 중주 경계는 시끌벅적했다.
물론 중주에 들어가면 끝없는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누구도 중주의 기연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대라신궁 선발전의 사망률이 극히 높다는 걸 알면서도 수많은 사람이 기꺼이 들어가려 했다. 진화련신과 천지통현 정도 되는 무사들이 더 강한 힘을 지향하는 것을 어찌 멈출 수 있겠는가.
반나절이 지나서 정오가 되었다. 도문 쪽에서 무궁무진한 도온이 솟구치더니 허공에 상서로운 자색 구름이 나타나 그들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음양의 두 기운이 공중에서 선회하더니 도온으로 온몸이 둘러싸인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삼청전의 도존, 대라천 도문의 제일인이었다.
“이번 대라신궁 개방 기간은 한 달이오. 생사는 하늘에 달렸고, 기연은 손에 넣은 자의 몫이외다. 여러분, 들어가시오.”
도존은 다소 노쇠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불진을 가볍게 휘둘렀다. 중주에 펼쳐진 대진에서 날카로운 빛이 하늘을 꿰뚫을 기세로 치솟았다.
사람들의 눈앞에 빛나는 문이 열렸다. 삼청전의 노도사 여러 명이 질서 유지를 담당했다. 한 사람이 들어갈 때마다 영패를 하나씩 주었다.
대라신궁은 모든 문파가 공유하는 곳이지만 중주에 펼쳐 놓은 진법은 거의 삼청전이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대라신궁 선발전도 대개는 삼청전이 주최를 맡았다. 물론 삼청전의 실력이 여기 모인 강자들을 억누를 만큼 강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역의 대문파는 서로 간에 은원이 끊이지 않았고 낭인 강자들은 고집불통이었다. 고존의 전인은 오만불손했다.
그런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 것이다. 삼청전 정도의 강자가 관리하지 않는다면 중주에 들어가기도 전에 싸움이 벌어져 반은 죽어 나갈 터였다.
초휴는 여봉선을 비롯한 자기 사람들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중주에 들어가서는 결코 호기를 부려선 안 됩니다. 대라천에는 강자가 무수히 많고 저 중에는 무선에 들기 직전인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길 수 없으면 그냥 도망쳐도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육강하가 당당하게 대놓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본좌의 도망치는 재주는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으니까!”
대놓고 그런 말을 내뱉는 육강하를 육삼금과 황천각 사람들이 기괴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자랑도 참 황당하게 하는구나 싶었던 것이다.
매경령은 얼굴을 감싸 쥐고 초휴 뒤로 숨어 버렸다. 저 남부끄러운 사람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물론 육강하가 괴짜기는 했지만 초휴는 나름의 믿음이 있었다. 혈마신공이 있는 한 무선 일중천 정도의 강자라도 육강하를 단숨에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비장의 수단을 지니고 있었다. 최강의 실력은 아니라도 자기 한 몸 지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상천량과 위서애는 경험이 풍부하여 노련하고 침착했다. 이런 난전이야말로 그들이 실력을 발휘하기에 알맞은 무대였다.
매경령은 실력만 따지면 가장 약하겠지만, 그녀가 다루는 홍련업화는 요귀와 상극이었다. 요귀만 죽여도 적잖은 혼정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여봉선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여봉선의 운발이 어디 보통 운발이던가. 초휴는 그가 중주에서 뭔가 보물을 얻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행은 줄을 서서 들어갔다. 초휴가 제일 앞에서 영패를 받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손짓을 해 보이더니 가장 먼저 중주로 발을 내디뎠다.
* * *
진법의 흰 광선이 흩어지자 초휴는 즉시 신역을 펼쳤다. 흐릿한 안개 같은 영역이 주변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이것은 종추수가 그에게 전해 준 소소한 요령이었다. 아마 종추수 자신의 경험이기도 했을 것이다.
중주로 들어오는 진법은 무작위 전송 진법이었다. 그러니 전송되면 먼저 들어간 누군가가 이미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중주에 들어간 순간부터 대난투가 시작된 셈이고 사방이 적이었다. 그래서 전송되자마자 습격당하는 것을 막으려면 일단 영역을 펼쳐 방어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았고 초휴가 그렇게까지 재수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초휴가 전송된 곳에 있을 만큼 불운한 무사가 없을 거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영역을 거둔 초휴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눈앞의 광경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는 종주가 요귀가 횡행하는 지옥 같은 곳인 줄 알았다. 그러나 눈앞에는 푸른 산과 물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지 않은가.
천지 원기가 비정상적으로 짙었는데 원기 자체도 평범하지 않았다. 전혀 다른 속성이 없었다. 그것은 아주 근원에 가까운, 가장 순수한 천지 원기였다.
이런 곳에서는 도불마 삼맥 중 어디에 속하건 아무 문제 없이 수련이 가능할 터였다. 대단히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수많은 무사가 뛰어들 만도 했다.
중주의 존재는 그야말로 세계의 법칙을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여기서 수련하는 것은 일종의 편법에 가까웠다. 천지 법칙이 가하는 속박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수련에서 넘어야 할 고비가 없다는 뜻과도 같았다.
초휴는 시험 삼아 허공을 디뎌 보려 했다. 높은 곳에서 주변 상황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도 수십 장 위로는 더 올라갈 수 없었다.
그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마 중주에 펼쳐진 진법 때문인 듯했다.
요귀의 탈출을 막기 위해 중주 전체는 거대한 우리 같은 진법으로 덮여 있는 것이다. 지금 보니 우리의 천장이 좀 낮은 모양이었다. 위로는 올라갈 수 없으니, 초휴는 적당히 아무 방향으로나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중주 전체는 두 개 군만큼 크다고 했다. 수천 명을 그 안에 던져 놓았으니 그야말로 땅은 넓고 사람은 얼마 안 되는 셈이었다. 반 시진을 걸었으나 사람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순간 초휴의 앞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광경이 보였다.
그것은 작은 마을이었다. 논두렁과 밭이랑이 엇갈리고 밥 짓는 연기가 솔솔 피어올랐다. 그야말로 세상 밖 도원경 같았다.
마을 어귀에서 늙은 농부 하나가 밭을 갈고 있었다. 그는 초휴가 다가오자 온화하고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좀 쉬다 가시는 게 어떻겠소? 날도 저물어 가는데 밤에 길을 떠나면 위험하니 말이오.”
초휴는 싸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요귀인가?’
중주에 사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대뜸 마을이 나타났으니 아무리 머저리라도 무슨 상황인지를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감지력을 발휘해 봐도 마을에 수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 눈앞의 농부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고 손톱만큼도 이상한 곳이 없었다.
이래서 종추수가 미리 말했던 것이다. 중주에서는 자신의 눈이나 감지력, 그 어느 것도 믿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이 거짓일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초휴는 출수하지 않고 마주 웃어 보였다.
“그러지요. 노인장께 폐를 좀 끼치겠습니다.”
진화련신 무사라면 중주에서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죽음의 위협을 겪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휴의 가장 위험한 적은 늘 사람이었지, 이런 요귀 따위가 아니었다.
다만 요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궁금했다. 종추수의 모호한 설명을 들은 것이 전부라서 확실하게 감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초휴는 농부를 따라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전체가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여자와 아이들, 농사일로 바쁜 남자들 모두의 얼굴에 따스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너무 따스하다 못해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