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77)
1177화 각자의 상황
수천 명의 무사가 중주에 진입했으나 들어가자마자 요귀와 마주치는 사람은 소수였다.
중주에 요귀가 많기는 하지만 땅바닥에 깔려 있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설령 마주친다 한들 초휴가 만난 것처럼 강한 요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초휴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 셈이었다.
물론 초휴보다 더 재수가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도 지나기 전에 수십 명의 무사가 명을 달리했는데 개중 반 이상은 요귀의 손에 죽은 것이었다.
높은 산봉우리를 달리는 신가라의 몸은 태양 같은 금빛으로 번쩍였다. 그는 산꼭대기에 도달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리자 힘의 법칙도, 천지의 힘도 모두 그의 발아래 놓였다.
허공을 걷는 땅 위의 선인! 신가라는 중주에 들어온 첫날에 이미 무선에 오른 것이다.
종추수가 초휴에게 말한 바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규칙의 허점을 노리고 일부러 힘을 억눌러 두었다가 중주에 들어와서 무선에 오른다고 말이다. 신가라가 그런 자였다.
범교 역시 대라천의 절정급 대문파이니 무선 구중천의 최정상 강자도 있었고 이런 중대사에 관해서는 종추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민감했다. 그래서 신가라는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초휴!”
신가라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초휴가 요귀에게 죽으면 곤란했다. 그에게서 마리가의 행방을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신가라가 해야 할 일은 초휴가 아니라 다른 범교 무사들을 찾는 것이었다. 중주는 천지의 법칙이 왜곡된 곳이라 진법 같은 연락 수단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대라천의 비법은 무궁무진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연락할 수단이 진법 하나만은 아닌 것이다.
신가라한테는 만족 제사장에게 얻어낸 비술이 있었다. 체내에 자신의 선혈을 가진 사람을 흐릿하게나마 감지하는 비술이었다. 중주에 있으니 감지력도 엄청나게 위축되었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 * *
초휴와 신가라는 약속이나 한 듯 상대를 해치울 생각을 품었으나 서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다.
초휴가 세 시진쯤 걸려 혼정을 완전히 소화하자 뒤통수에서 찬란한 금빛이 터져 나왔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눈에는 경탄의 빛이 어렸다.
다섯 근짜리 혼정이 정신력을 거의 일할 가까이나 끌어올린 것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효과였다.
정신력은 보통의 내력과는 달라서 수련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지금 수준에서 일 할을 더하려면 폐관을 몇 년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초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중주는 하늘도 온통 진법으로 뒤덮여 일월성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아득하고 흐릿한 빛깔로 가려져 있었다.
신가라가 범교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고 있을 때, 초휴 역시 여봉선이나 다른 사람들을 찾아보려 했다.
요귀의 강함을 직접 겪어보니 그들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영패 때문이기도 했다.
초휴의 실력이 강하지만 중주에는 수많은 무사가 있었다. 영패를 충분히 모으려면 아무래도 조력자가 있는 게 좋았다.
그 역시 종추수가 알려준 요령이었다. 결국 대라신궁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자는 대체로 대문파 출신이라고 했다. 뒤에서 일행이 모든 힘을 다해서 영패를 몰아주어서 그리되는 것이다.
무사들이 모두 돼지 무리처럼 몰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설령 초휴가 무적이라 한들 하나하나 쫓아다니며 영패를 모으려면, 추적하는 데만 시간이 크게 소모될 것이다.
그러나 초휴는 몰랐지만, 여봉선과 다른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그보다 운이 좋았다.
* * *
누렇게 말라붙은 사막은 마치 옛날 녹도의 풍경 같았다. 거대하게 부른 배에 길고 가느다란 팔다리를 한 아귀들이 몸부림치며 상천량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그는 냉소했다.
“다 굶어 죽게 생긴 몰골로 느릿느릿 기어오는 꼬락서니하고는! 살아서도 쓸모라고는 없었을 테지. 죽은 뒤에는 똥을 주워 먹으려 해도 다 식은 뒤에나 먹게 생겼군그래!”
그의 몸에서 성쇠의 힘이 폭발하자 주위에서 다가오던 아귀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상천량은 곧장 제일 마르고 약한 아귀의 배에 손을 집어넣어 엄지만 한 결정체를 끄집어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 괜찮군! 석 냥은 되겠어. 제법 큰걸.”
* * *
시커먼 마굴 속에서 끝없는 어둠이 위서애를 집어삼키려 했다. 나직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끊임없이 속삭였다. 이제 잠들라고, 그만 쉬어도 된다고.
위서애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대업을 아직 이루지 못했거늘, 이 늙은이가 어찌 편히 쉬겠느냐? 힘들다고 해서 다 내려놓는다면 이 험한 길을 끝까지 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줄기 빛이 손바닥에서 터져 나왔다. 그 한 줄기 빛은 곤륜산에서 타오르는 무근성화처럼 끝없는 밤을 찢어 갈랐다.
* * *
죽음의 성에서 썩어 문드러진 시체와 해골들이 밀물처럼 진청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한 것은 거대한 주먹이었다. 진청제의 일권은 그대로 성을 날려 버렸다.
초휴가 만났던 요귀처럼 박살이 난 죽음의 성은 다시 나타났다. 진청제는 다시 한번 일권을 날렸다. 그는 지친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나중에는 요귀마저 몇 번이나 회귀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진청제의 심경에는 추호의 동요도 없었다. 요귀의 본체를 알아내겠다는 계산 같은 것도 없었다.
결국은 요귀가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혹시 이 녀석이야말로 요귀가 아닐까?
더는 버틸 수가 없게 되자 자그마한 해골이 땅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슬그머니 다시 머리를 내밀자 사정없이 떨어져 내린 진청제의 발에 가루가 나 버렸다.
“드디어 찾았다!”
* * *
다 무너진 절이었다. 무수한 승려들이 경문과 발우를 든 채, 성질을 돋우는 불경을 쉼 없이 읊고 있었다.
육강하는 싸늘하게 웃었다. 온몸에서 무수한 피의 선이 터져 나오며 승려들의 몸을 뚫고 들어가 선혈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불경을 읊는 승려들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는 눈을 감고 냉소했다.
“초휴 그놈이 그러더군. 눈에 보이는 건 물론이고, 감지력 또한 믿어도 안 된다고. 본존은 내 느낌만 믿는다. 기혈에 대한 느낌! 아주 썩 진짜처럼 만들어 놨군그래. 기혈의 힘도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이 없어. 그렇다면 제일 사람 같지 않은 놈이 귀신이지!”
육강하는 별안간 등 뒤의 불상에 손을 뻗어 꿰뚫더니, 그 안에서 혼정을 끄집어냈다. 순식간에 절과 승려가 모조리 사라졌다.
* * *
등불이 찬란하게 빛나는 주루였다. 반듯하게 잘생긴 젊은 남자들이 매경령에게 고개를 숙여 아양을 떨고 있었다.
그렇다. 매경령이 보기에 그것은 애교를 부리며 아양을 떠는 작태였다. 그녀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리 남자가 부족해 보이나? 남의 속을 환히 꿰뚫어 보는가 보지?”
매경령이 옥 같은 손을 살포시 젓자 홍련업화가 타올라 모든 것을 불살라 버렸다.
뚱뚱하고 볼품없이 생긴 요귀가 불길을 뛰쳐나와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홍련업화는 이미 요귀의 몸에 옮겨붙었다. 요귀는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고 혼정만 남기고 불타 사라졌다.
* * *
산으로 올라간 여봉선은 요귀와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한창 아래쪽에서 싸우는 진화련신 무사 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동시에 살초를 펼쳐서 동귀어진하고 말았다.
다른 문파의 무도를 견식해 보려던 여봉선은 아연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내려가서 두 무사의 시신에서 영패를 꺼냈다.
“운이 꽤 좋군.”
여봉선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떠올랐다. 그는 싸우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았다. 피 흘리지 않고 영패를 두 개나 주웠으니 초휴에게 주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 * *
이렇게 해서 중주에 들어온 첫날 여봉선을 제외한 초휴 일행 모두는 요귀와 마주친 셈이었다. 하지만 다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해치웠다. 초휴가 상대한 것처럼 까다로운 요귀는 하나도 없었다.
초휴는 여봉선과 다른 사람들을 찾을 생각이었지만 여기저기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는 곧장 중앙의 대라신궁을 향해 나아갔다.
대라신궁 개방과 선발전은 이미 오랜 역사를 지녔다. 당연히 선배들이 파악해둔 경험과 요령이 존재했다.
선발전을 치르러 모인 사람들은 중주 땅에서 한 달 동안 싸움을 벌인다. 그런 뒤에야 대라신궁이 진정으로 개방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주 한가운데로 곧장 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우선 외곽에서 다른 무사들과 격전을 벌이거나 요귀를 잡아 죽였다. 그러다 보니 중주 전체가 시간대와 구역에 따라 셋으로 나뉘었다.
처음에는 외곽에서 일행을 찾으면서 요귀를 죽인다. 그렇게 열흘가량 지나면 절반 가까운 참가자가 정리되었다.
열흘 뒤부터는 중주 한가운데에서 싸움이 시작된다. 그때 남아 있는 사람은 대개 천지통현 이상이었다. 그쯤은 되어야 혼자서 중주를 다닐 실력이 되고 상급 요귀도 상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범위가 좁아져 각 종문이 한데 모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열흘에는 대라신궁 가까이에서 최후의 격전을 벌여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참혹하고 격렬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지금 초휴는 첫 단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중주 외곽에서 곧장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다.
이러면 여봉선과 일행을 만날 확률도 높아질 것이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남이 모아 놓은 영패와 혼정을 단번에 빼앗는 편이, 수고를 들여 일일이 찾는 것보다 훨씬 빠를 터였다.
중주 한가운데로 가는 골짜기 입구에 봉두난발의 더러운 노인이 보였다. 멍하니 앞만 바라보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초휴를 본 노인의 얼굴이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머리를 건네며 말했다.
“손님, 참외 좀 드시겠소? 방금 딴 것인데 껍질도 얇고 물이 많답니다.”
초휴는 눈썹을 움찔하더니 괴상하게 마주 웃어 보였다.
“요귀인가?”
노인은 못 들은 척 머리통을 건넸다.
순간 머리가 느닷없이 폭발하더니 엄청난 예기가 나타났다. 싸늘한 검광이 공간과 시간을 얼려 버릴 듯했다. 법칙의 힘이 노인을 중심으로 삼 장까지 압축되더니 초휴를 그 안에 가두었다.
검광이 미간에 닿을 때까지 초휴는 반 발짝도 뗄 수 없었다.
중주는 곳곳에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요귀만이 아니라 사람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노인의 얼굴에 싸늘한 웃음이 걸렸다. 이 수법에 걸려든 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냉소는 굳어 버리고 말았다.
싸늘한 검광에 꿰뚫린 초휴의 몸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이다.
“환술인가! 말도 안 돼!”
노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환술이 사람의 눈을 현혹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의 검광은 이미 초휴 반경 삼 장의 시간과 공간 법칙을 모두 봉쇄했다. 고작 삼 장이기는 했으나 이 가까운 거리에서 환술로 도망친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답은 하나뿐이었다. 초휴는 처음부터, 아예 그를 발견한 순간부터 요귀라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노인은 처음부터 환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쯧쯧, 귀신이 사람 흉내를 내는 것은 봤지만 사람이 귀신 흉내 내는 건 처음 보는군. 발상이 참신하기는 해.”
조롱하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다음 순간 싸늘한 도광이 노인을 뒤덮었다.
종적도 형체도 없는 허무였다.
노인은 싸늘한 도의가 온몸을 둘러싸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근원이 어디인지는 찾지 못했다.
차가운 검기가 법칙의 힘을 뒤틀었다. 일순간 노인의 주위 삼 장에 이르는 땅바닥이 사정없이 터져 나갔다. 급기야 발아래에 백 장은 될 법한 거대한 구덩이가 생길 지경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싸늘한 도광이 천지를 찢어발길 기세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초휴가 휘두르는 파진자였다. 가볍게 날린 일도였으나 도세는 맹렬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