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182)
1182화 약점을 찾아라!
지난날 종추수가 중주에 들어갔을 때는 비록 천지통현이었어도 실력이 강한 축에는 들지 못했었다. 단적인 비유를 들자면 초휴에게 가진 걸 죄다 털렸던 무사들의 수준, 그러니까 우왕좌왕 우르르 몰려다니는 부류들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가 겪은 경험이라고 해야, 그 정도 수준의 무사들이 겪었을 법한 경험에 그쳤고, 초휴에게 귀띔해주는 데도 한계가 뚜렷했던 것이다. 하긴 알았다고 한들, 초휴가 중주에 들어가자마자 서슴없이 고급 요귀를 죽이고 대담하게도 그 자리에서 그것을 체화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만.
그제야 허장이 한숨 돌리며 우문복에게 말했다.
“우문 형, 어쨌거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니 일단 갑시다. 초휴야 귀장이 해치우게 놔두면 될 일이 아니오. 저놈은 절대로 귀장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요.”
그러자 우문복이 차갑게 받아쳤다.
“가자고? 그건 안 될 말이오. 나는 내 눈으로 초휴가 죽는 걸 똑똑히 본 다음에 가야겠소!”
허장이 펄쩍 뛰었다.
“아니 우문 형, 집착할 일이 따로 있지.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초휴는 죽은 목숨이오. 그런데도 공연히 여기서 얼쩡대다가 불똥이라도 튀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저건 요귀이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 않소!”
괜히 남의 집 불구경하다가 그 불이 내 집에 옮겨붙는 경우도 허다한 법이다. 허장은 성격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런 그가 이번에 우문복의 요청에 응했던 것은 두 사람 간의 교분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초휴가 지닌 그 많은 영패가 탐나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초휴의 매운맛을 본 지금, 내심 이 일에 끼어든 게 후회막심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초휴나 귀장의 실력을 알게 되자, 애당초 이 싸움은 자기가 끼어들 수준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문복은 여전히 단호했다.
“집착이라고 했소? 사실 나는 당신 생각처럼 편집증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오. 당신들 설마 초휴가 지닌 영패를 잊은 건 아니겠지? 놈이 지닌 혼정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소. 귀장처럼 특별한 요귀는 혼정도 집어삼켜 버리니까. 하지만 그 영패들은 삼청전이 특수 비법으로 주조한 것이오. 신병으로 내리쳐도 부서지지 않으니 그것까지는 요귀가 삼키지 못하겠지. 만에 하나 우리가 떠난 뒤에 누군가가 이곳을 지나다가 놈의 시체에서 그 많은 영패를 발견하는 날엔 죽 쑤어 개 주는 격이 아니면 뭐겠는가 말이오. 고생은 우리가 실컷 다 해놓고 남 좋은 일만 시키려는 건 생각이요?”
이에 허장이 자기 이마를 ‘탁’ 쳤다. 그제야 영패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은 그렇게 했어도 멀찍이서 숨죽인 채 지켜보고만 있을 뿐, 감히 초휴와 귀장 곁에 가까이 다가갈 엄두도 못 냈다.
* * *
그 무렵 귀장은 최대 속도로 초휴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었다. 초휴가 수련한 무도가 한두 가지도 아니건만, 하필 속도에 최적화된 비법은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건 결점이라고 할 것도 못 되었다. 초휴의 육신이 워낙 강건한지라, 굳이 비법의 효과를 빌릴 필요도 없이 그 강대한 육신의 힘으로 터트리는 속도만으로도 상대를 기함케 하고도 남았으니까.
게다가 그가 익힌 비법도 워낙 다양한지라 딱히 누구를 추격할 일 자체가 드물었다. 상대가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를 가졌어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남에게 쫓기는 상황에 부닥치자 얘기가 달랐다. 지금으로서는 혈마변천대법을 시전해 혈둔법으로 도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혈마변천대법을 운용하려면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 했다. 그만큼 소모가 극심한지라 도주에 성공해도 최소한 보름은 요양해야 기혈을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보름이나 안전하게 요양할 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라도, 대라신궁 선발전 기간은 고작 한 달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중 절반의 시간을 요양하느라 허비한다면 애당초 여기에 온 이유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초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두 눈에 전의를 불태웠다. 고급 요괴면 대수인가? 그런 존재라면 이미 하나를 처치했다. 둘이라고 해서 못 죽이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귀장의 힘은 대단히 강했다. 적어도 지금 초휴가 느낀 거로는 일부 무선들보다도 강했다.
하지만 요귀란 어디까지나 요사한 귀물이다. 이런 속성의 존재는 십자연화인으로 대적하면 승산이 있을 듯했다.
머리에 계획이 선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가 몸을 돌리는 즉시 십자연화인을 결하자 강대한 불광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 십자 연화가 무성하게 피어나니, 성결한 불광이 전방에 짙게 깔린 구천의 힘을 정화 시켰다. 그리고 불영이 그의 뒤에 나타나며 범어 영창소리가 퍼지자, 초휴의 모습은 더없이 성결해 보였다.
귀장이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는가 싶더니 흑무로 뒤덮인 몸체가 저만치 튕겨 나가고 말았다. 흑무가 사방으로 흩어지자 요귀의 전갑 만이 원래 위치에 우두커니 서 있지 않은가.
그 광경에 허장 무리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어럽쇼, 무선에 대적할 힘을 가진 고급 요귀라더니?
방금 자기들을 쫓아올 때는 그리도 흉맹하던 것이 초휴의 일격에 맥을 못 추고 망가졌다고? 이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지 않았는가.
이때 사공담은 우문복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일을 그르친 것으로도 부족해서 굳이 끝까지 남아서 봐야 한다고 우기더니만 이제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꼼짝없이 자기들이 초휴의 다음 표적이 생겼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초휴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십자연화인의 위력은 실력의 향상과 더불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하지만 방금 그 일격은 귀장의 전신을 휘감았던 흑무를 흩어버리는 데 그쳤다. 귀장의 기운이 뚜렷이 남아있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십자연화인의 힘이 완전히 사라지자 주위에 흩어져 있던 구천의 귀기가 다시 응집되며 실체를 띠더니 맹렬히 전갑 내로 모여들었다.
되살아난 귀장이 자신의 부활을 알리기라도 하듯 성큼 한 발을 내딛자 대지가 흔들렸다. 그리고 언월도를 내리치니, 그 위력은 가히 천하무적이었다.
초휴도 바람을 가르는 호쾌한 소리와 더불어 일도를 내리쳤으나 상대의 괴력에 그대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놈은 무선과 비견될 만했다. 적어도 힘에 있어서만큼은 이중천 전후와 맞먹고도 남을 듯했다.
근본적으로 지금 초휴의 실력으로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란 사실이었다.
귀장이 출수할 때마다 주위 천지 원기가 부쩍 옅어지는 게 느껴졌다. 원기가 사라져서 생긴 공백을 차가운 구천 귀기가 신속하게 대신 채우고 있지 않은가.
귀장이 무선은 아니지만, 천지 규칙에 족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였다. 다만 무선이 자기 의지로 그렇게 한다면, 귀장은 의지도 없이 움직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귀장이 포효하며 연신 도를 내리칠 때마다 초휴는 필사적으로 피하려 했으나, 결국 번번이 나가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초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신역을 펼쳐서 귀장을 그 안에 가두어버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신역 내 힘이 귀장의 몸에 감도는 구천 귀기를 압살하긴 했다. 하지만 압살 되는 속도보다 다시 채워지는 속도가 더 빠른지라, 별반 위해를 가하지 못했다.
바로 이때 신역의 속성이 일순간 변화를 일으켰다. 연무가 낀 듯 몽롱하니 혼탁하던 힘이, 더없이 눈부신 불광으로 변한 것이다! 불광의 찬란함 속에 귀장의 힘은 증발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불광의 힘으로도 귀장의 힘을 억제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십자연화인처럼 치명상을 입힐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불광이 타들어 가며 가해지는 압력으로 귀장은 짓눌리면서도 끝까지 두 눈을 치켜뜬 채 초휴를 노려보았다. 순간 시뻘건 광망이 놈의 눈에서 터져 나오더니 예리한 비수처럼 초휴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초휴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뇌리에서 환상의 향연이 펼쳐졌다. 자신의 몸이 가없는 망망 혈해 속으로 한없이 침몰하는 듯했다.
미친 아귀가 물어뜯고 음랭한 바람이 뼈를 깎았다. 환상이라 하기에는 그 느낌이 너무 생생했다. 그래도 얼마 전에 체화시켰던 고급 요귀의 혼정 덕에 정신력과 원신의 힘이 폭증한 상태인지라, 몇 호흡 만에 몽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혼정은 병도 주고 약도 준 셈이 되었다. 애당초 그게 아니었으면 귀장의 표적이 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게 아닌가. 한마디로 모든 게 운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초휴의 눈에 청명한 빛이 돌아오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귀장의 언월도가 덮쳐왔다. 강력한 힘이 실린 그 일도가 지나는 족족, 구천으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졌다.
사실 귀장의 수법은 딱히 변화가 없었다. 그냥 반복해서 단조로운 일도를 내리치는 것뿐이었다. 문제는 그 힘이 계속 초휴가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닌지라 연신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후퇴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초휴는 이를 악물며 재차 십자연화인을 터뜨렸다.
밝게 빛나는 불광의 정화 아래, 전갑 안의 귀장의 몸을 이루던 흑무가 다시 흩어졌다. 초휴는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고 여세를 몰아 매섭게 도망을 발하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칠대한, 표묘참, 파자결 등 강력한 도법을 골라 귀장의 전갑을 연달아 내리쳤다.
이번에도 귀장 전갑의 내부를 채운 흑무는 흩어지자마자 다시 모여들었다. 이에 초휴는 전갑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부숴버려도 과연 귀장이 변함없이 흑무를 재결집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볼 작정이었다.
청춘우가 합체된 파진자는 신병 중에서도 극상품 신병으로 거듭난 상태였다. 단순히 예기로만 따지면, 왕년에 청춘우가 독고유아의 수중에 있었던 시절에도 지금의 파진자보다는 못했었다.
더욱이 그 전갑은 오랜 세월에 걸쳐 중주 내에서 죽은 무사들의 전갑과 병기들로 형성된 것인 만큼, 재질에 있어 파진자보다 약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초휴가 전갑을 겨냥해 있는 힘껏 파진자를 내리쳤다. 그러자 귀장이 흑무를 모아들이기도 전에 전갑이 산산이 쪼개졌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흑무가 귀장의 체내로 다시 유입되자 그 시뻘건 눈에서 광채가 터지더니, 흑무 속에서 더듬이 형상의 무언가가 하나둘 잇따라 뻗어 나오는 게 아닌가.
그것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전갑 조각들을 끌어당기는 족족 자신의 몸에 갖다 붙였고, 흑무의 작용 아래 한데 붙기 시작한 전갑은 어느덧 완전한 형상을 되찾은 것이다.
그 광경에 초휴는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단단히 잘못 짚었다.’
귀장의 급소는 전갑이 아니었다. 전갑은 흑무와 마찬가지로 부서졌다가도 금방 다시 붙어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요귀가 재차 일도를 내리치자 초휴는 주저 없이 십자연화인으로 응수했다. 이번에는 전갑을 공략하는 대신, 흑무가 흩어진 틈을 노려 대일여래인을 출수했다.
맞바로 그 시뻘건 눈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순간 강대한 불광이 귀장을 뒤덮었다.
흑무 속에서 처절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이번만큼은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눈은 없어졌으되, 흑무는 여전히 전갑 내에 응집되기를 거듭했다. 다만 종전과 차이가 있었으니, 다시 몸을 응집한 뒤에도 그 살벌하던 눈빛이 한결 어두워진 것이, 아까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
이제는 분명히 알 듯했다. 눈 공격이 먹힌 것으로 봐서 귀장의 급소는 눈이 분명했다.
문제는, 급기야 신통을 써서 그 눈을 재차 공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되살아났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