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05)
육강하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얼굴로 당황스레 말했다.
“교주는 느끼지 못했어? 저 뼈 피리 소리가 나를 놈들의 기억 속으로 끌어들였다고.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지더니 그 지랄 맞은 규칙의 왜곡 때문에 순간적으로 요귀로 변하기까지 했었다니까!”
초휴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못 느꼈다. 피리 소리가 요사하기 짝이 없었으나, 말 그대로 요사한 데 지나지 않았다.
초휴에게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가 육강하보다 원신이 강하기 때문인 걸까? 혹은 일전에 요귀의 혼정을 체화한 적이 있어서일까?
이 대목에 생각이 미치자 초휴의 낯빛이 돌변했다. 먼젓번에도 고급 요귀의 혼정을 체화시킨 바람에 고급 요귀의 표적이 되지 않았던가!
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문틈을 내다보려 했다. 순간 문틈으로 시뻘건 눈동자가 불쑥 나타났다. 그 악의에 찌들대로 찌든 눈빛의 주인이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이 쥐새끼들, 드디어 찾았다!”
초휴가 냅다 파진자를 내리치자 강대한 도망이 순식간에 집 전체를 가격했다. 그와 육강하는 무너져 내리는 집에서 빛의 속도로 빠져나왔다.
이때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폭삭 주저앉을 줄만 알았던 집이 다시 원상복구 되는 게 아닌가!
환술은 아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불가 출신으로 추정되는 금갑 요귀가 초휴를 가리키며 일갈했다.
“나의 동포를 죽이고 왕사성에 무단 침입했다. 마땅히 죽음으로 죄를 씻어야 할 것이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금갑 요귀는 흉악한 악귀 모습이 새겨진 기다란 곤봉을 휘두르더니 초휴를 향해 내리쳤다. 이를 신호탄으로 해서 다른 요귀 병사들도 일제히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키 큰 상복 차림의 귀영(鬼影)들도 일제히 수중의 뼈 피리를 불어댔다. 소리가 종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자 초휴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마성의 음이 고막을 꿰뚫더니 그의 원신을 밖으로 끌어내려는 듯 끊임없이 뇌리를 두들겼다.
이에 초휴가 신역을 펼치자 음양오행이 전도되며 금갑 요귀 및 그 외 요귀 병사들의 힘을 줄기차게 압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출수를 해보니 저들의 힘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임이 느껴졌다.
다시 말해 이들은 먼젓번 귀장과 마찬가지로 허상과 실제 사이에 걸쳐 존재하는 게 아닌, 실제로 힘을 가진 실체라는 말이다.
귀장을 겪어본 적 없는 육강하는 삽시간에 요귀 병사들에게 포위당하자 어쩔 바를 몰라고 놀라서 허둥거렸다.
“이것들은 다 뭐야? 피와 살도 없는 것들이 어떻게 힘은 진짜일 수가 있지? 이것들, 정말 요귀 맞아?”
통상적인 요귀는 심경에 침입하는 힘만 가졌다. 따라서 그런 요귀를 상대하는 데는 혈신마공이 그런대로 유용했다. 적어도 상대가 허상인지 실제인지는 구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듯 피와 살도 없으면서 힘만은 실존하는 요귀를 상대하려니 혈신마공의 활용도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휴가 나직이 말했다.
“허와 실이 공존하는 존재니까 당연히 요귀가 맞지. 내가 먼젓번 겪었던 고급 요귀도 저런 종류였거든. 하지만 저번 요귀는 예기치 못했던 일로 변형된 거였어. 그러니 놈과 비슷한 형태인 이 요귀들도 절대 정상일 리 없겠지.”
“그럼 인제 어쩌지?”
초휴가 또 한 번 파진자를 내리치자 형체도 없는 날 선 도망이 육강하 바로 앞에 있던 요귀를 단번에 동강 내 버렸다.
“어쩌긴 뭘 어째? 죄다 죽여 없애야지!”
육도윤회의 굴레에서 한참이나 시달린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체 없이 심경만 공략하는 고급 요귀들은 초휴에게 별 위협이 되지 못했다.
물론 실체가 없으니 상대하기 까다로운 부분도 있긴 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렇듯 실체가 있어 몸을 파괴할 수 있는 편이 더 처리하기 쉬울 수 있을 터였다.
신역의 개진과 함께 영역 내 건곤 음양이 비틀어지며 모든 걸 압살해갔다. 이 때문에 요귀 병사들의 몸놀림이 느려지자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육강하가 죄다 해치워 버렸다. 이와 더불어 초휴가 파진자를 내리치자 천지를 쪼갤듯한 강대한 도망이 금갑 귀장의 몸을 갈라놓았다.
그러나 금갑이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어찌나 견고한지 저절로 원상복구 되는 게 아닌가. 초휴가 아무리 힘껏 도를 내리쳐도 범문이 새겨진 금갑은 미친 듯이 주위 힘을 흡수해서 갈라진 틈을 도로 메꾸었다.
“아무래도 내가 예전에 겪었던 귀장과 비슷한 놈 같은데···.”
초휴가 눈썹을 치켜뜨더니 수인을 결해 대비주를 시전했다. 거대한 마신의 허영이 천공을 가르며 나타나더니 손을 뻗어 금갑 귀장을 땅바닥에 짓눌러버렸다.
이 틈을 노려 초휴가 잇따라 파진자를 내리치자 도망이 지나는 족족 주변의 집들마저 사정없이 박살 났다. 하지만 파손된 집들 역시 곧 원상복구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요귀가 걸친 범문 금갑을 완전히 조각내는 데는 성공했다. 전갑을 도로 이어 붙이려는 시도는 계속되었지만, 초휴의 괴력에 놈은 몸부림만 치다가 결국 흑무 덩이로 변해버렸다.
이번에는 초휴 팔목의 육도윤회탁에서 금빛 불광이 한가득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흑무 덩이를 팔찌 속으로 끌어들이더니 미친 듯이 파훼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흑무가 완전히 사라진 자리에는 금색 혼정 한 알만 남았다. 혼정의 겉면에는 여전히 기이한 범문이 있었다.
초휴가 뒤를 돌아보니 육강하 쪽은 아직 마무리가 덜 된 상태였다.
초휴가 혀를 끌끌 찼다.
“느려 터져서는.”
말과 함께 신역의 위력이 순식간에 열 배도 넘게 증폭되었다. 미친 듯이 불어난 천지 원기가 폭발을 일으키며 남은 요귀 무리를 쓸어 버렸다.
놈들이 죽은 자리에는 혼정이 한 알씩 떨어져 있었다. 하나같이 일반 중급 요귀의 혼정만 한 작은 크기로, 무게도 한 근이 채 안 되어 보였다.
육강하가 맥없이 투덜댔다.
“기혈도 없는 것들을 상대하는데 무슨 수로 빨리 처리한단 말야.”
순간, 섬뜩한 귀곡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여러 종류의 악기가 합주라도 벌이듯 어우러져 초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초휴는 깜짝 놀라 외쳤다.
“일단 튀어!”
만약 방금 해치운 금갑 귀장과 같은 놈이라면 딱히 두려울 건 없었다. 무선에 필적할 실력도 못 되니, 대적하기에 어렵진 않을 터였다.
하지만 이곳 왕사성에는 도처에 괴이한 기운이 가득하니 종전보다 더 강한 놈이 안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일단 육강하와 함께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피하자 더는 괴이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초휴는 그제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육 형, 뭐 이상한 낌새 못 느꼈어?”
“흥! 물론 느꼈지. 이런 요귀 천지에서 못 느끼는 놈이 병신이지. 이럴 줄 진작 알았더라면 교주 당신을 따라오는 게 아니었어.”
초휴가 눈을 흘겨 뜨며 금갑 요귀의 혼정을 내밀었다.
“내 말뜻은 그게 아니고, 이 요귀가 좀 이상하지 않으냐는 거야. 내가 고급 요귀 세 놈을 해치웠거든. 육 형도 요귀를 많이 겪어봤겠지만 내가 겪은 놈들은 괴이한 건 물론이고 하나같이 비정상적이었단 말이지. 다들 중주 내 규칙이 왜곡되면서 괴물로 변한 거니 본능만 있을 뿐, 생각이라곤 없었어. 그런데 이 금갑 요귀만큼은 다르더군. 일단 말을 할 줄 아니 우리와 소통도 가능했잖아? 분노하는 걸 보니 감정도 있는 모양이고 말이야. 의미심장한 건 우리가 자기 ‘동족’을 죽였다고 놈이 말했다는 거야. 자기한테 동족이 있다고 생각하는 요귀, 다시 말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있는 요귀를 괴물로 칠 수 있을까?”
육강하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남발해댔다.
“그러니까 교주의 말인즉슨, 여기 요귀들은 이미 자아가 생겼을 정도로 진화했다는 거야?”
초휴가 고개를 저었다.
“그야 모르지. 하지만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닌 건만은 분명해.”
말과 함께 자기 수중의 황금색 혼정을 내려다보던 그가 말했다.
“육 형, 호법 좀 서줘. 이걸 체화해 봐야겠으니.”
육강하가 길길이 날뛰었다.
“미쳤어? 이봐, 대단하신 교주님!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면서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겠어? 엄청 사특한 놈들이라고 자기 입으로 말해놓고 굳이 그걸 체화하겠다니!”
“직접 해보지 않으면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찌 알겠어? 무도의 근간은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데 있는 법이야. 신중하기만 하면 평생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인생이 끝날 거라고.”
육강하는 제자리걸음 하는 게 멋대로 설치다 죽음을 자초하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을 떼기도 전에 초휴는 이미 체화에 들어갔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하라는 대로 옆에서 호법이나 설 수밖에.
이 황금색 혼정에 실린 힘 자체는 일반적인 고급 요귀의 혼정만 못했다. 다만 그 힘 안에 통상적인 원신의 힘 말고도, 극도로 정순한 불문의 힘까지 깃들어 있는 점이 특이했다.
그 힘이 초휴의 체내로 흘러든 순간, 잠시 혼란스러웠던 초휴의 머릿속이 돌연 환해졌다. 이제 한 가지 사실은 명확해졌다.
원래 중주 내 요귀의 힘에는 실체가 없다. 제아무리 천변만화가 가능한 힘이라도 중주 내에서만 통했다.
그러나 왕사성에서는 실체가 없던 힘이 실체화될 수 있었기에, 힘이 실체화된 요귀도 생겨날 수 있었던 거다.
금갑 요귀는 생전에 불문 무사였을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놈이 응집해낸 힘에 불문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것이리라.
육강하는 몇 시진 동안 초휴를 지켰다. 그가 체화를 마치자 질문했다.
“어때? 느낌이 이상하진 않아?”
초휴가 아래턱을 매만지며 답했다.
“여러 가지 힘이 느껴지는데 하나같이 정련을 거쳐 정순하기 그지없는 힘이군그래. 내가 이 혼정을 체화한 건 천지통현 무사가 자신을 희생해가며 내게 일신의 공법을 통째로 전수해준 거와 같다고 봐야지. 한마디로 내가 보물을 삼킨 셈이야. 아예 이런 놈들을 몇 놈 더 죽여야겠군. 힘의 축적에 관한 한 이런 종류의 혼정이 일반적인 혼정보다 훨씬 더 유용할 테니까.”
그러자 육강하가 한 방향을 가리키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몇 놈 더 죽이고 싶으면 까짓것 저쪽으로 한번 가보자고. 저기라면 요귀들이 들끓을 테지.”
사실 육강하가 굳이 말할 것도 없이, 저쪽에서 온갖 해괴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초휴가 맞닥뜨렸던 요귀들이 한두 마리 모여 있는 게 아닌 듯했다. 그곳을 향해 육강하가 앞장서 빠른 걸음으로 가던 중 푸념하듯 말했다.
“이런 망할! 여기 집들도 감지력을 차단하는 게 아까와 다를 바 없어. 이거 아예 동서남북이 제대로 분간이 안 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