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13)
삼청전과 천라보찰은 아예 건드릴 엄두를 못 낼 상대였다. 구양성 뒤에 버티고 있는 그분도 감히 거스를 수 없었다. 현천경은 사람 수가 많으니 역시 곤란했다.
오직 초휴만 혼자였다. 육강하가 옆에 있긴 했으나, 탁불범에게는 그는 ‘있는’ 것으로 쳐줄 실력이 못 되었다.
그리고 동역과 남역은 어차피 조만간 싸우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 지금 초휴를 건드린다 해도 굳이 후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구양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오? 혼정과 영패는 이미 충분한데 뭐하러 싸움을 걸어서 더 빼앗는단 말이오? 탁불범, 자기 몫이 모자란다고 나를 끌어들여서 숫자를 채우려 하는 거요? 이 구양성이 머저리로 보이시오? 그리고 초휴의 실력은 당신도 봤지 않소. 일도로 무선의 육신을 가루 내고, 일 초로 무선의 원신을 멸했소. 그런 실력자에게 감히 덤빌 정도로 담이 큰 줄은 몰랐구려?”
탁불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양 형을 무시하는 게 아니오. 내가 초휴의 영패를 원하는 것은 맞소. 하지만 초휴를 무너뜨리면 구양 형에게도 나쁠 것이 없잖소. 구양 형도 초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옆에서 부채질했잖소. 그러니 초휴와 잘 지내기는 틀렸단 말이오. 아마 중주에 오기 전에는 초휴를 잘 몰랐을 거요. 하지만 저자는 속이 시커멓고 수단이 더러우며 티끌만 한 원한도 반드시 갚는 인물이오. 극락마궁도 본래 저자를 죽이려 했소. 그런데 초휴가 천마궁과 연합해 온 남역을 뒤흔들고 한발 먼저 극락마궁을 없애 버린 거요.”
“원양천존 일맥의 실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런 적을 건드려 놓은 이상 미리 해치우는 게 낫소. 초휴가 대라신궁에 들어가 무선에 오르도록 놔둔다면 구양 형으로서는 후환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이오. 게다가 초휴는 기실 구양 형이 생각하는 만큼 강하지 않소. 물론 반보 무선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저자가 신가라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곁의 다른 자들이 모종의 비술을 펼친 덕분이었소. 지금은 별로 강하지도 않은 놈 하나밖에 없는데, 그런 방법을 쓸 수는 없을 거요.”
구양성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탁불범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허장과 진구룡이 초휴에게 죽었다고 합디다.”
“뭐라고? 어디서 들은 말이오? 그게 사실이오?”
구양성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 둘과 교분이 그리 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고, 사문의 웃어른 간에도 왕래가 있었다.
탁불범이 말했다.
“직접 본 무사가 둘이나 있소. 내가 알기로 고존 일맥은 모두 전인이 하나뿐이라 들었소. 그러니 온갖 비법이 있을 게 아니오. 전인이 누구 손에 죽었는지를 어찌 모르겠소? 내가 이런 일로 구양 형을 속일 리도 없고 말이오. 중주에서 나간 뒤 그 둘의 스승이었던 고존에게 물어보면 바로 알게 될 일이외다.”
구양성은 아직 그 말의 충격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인데, 초휴가 문득 일어서더니 탁불범에게 다가왔다.
“탁불범, 나는 너를 건드린 적이 없다. 그런데 너는 내게 시비를 걸지 못해 안달이군. 대라신궁에 들어가는 건 포기한 거냐?”
그가 냉소하는 순간, 온몸의 기세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있었다.
탁불범의 안색이 확 변했다.
“초휴! 함부로 사람을 모함하지 마라! 나는 구양 형과 대라신궁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뭘 근거로 시비를 건다고 모함하는 거냐? 증거라도 있나?”
동급 무사 간에 오가는 전음은 절대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무선 일중천이라 해도 탐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방금 다른 사람들이 본 것은 탁불범과 구양성의 안색이 변하는 모습뿐이었다. 그들이 전음을 주고받는 것은 눈치챘으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사실 초휴도 탁불범이 구양성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요귀의 혼정을 소화한 뒤로, 그리고 육도윤회탁을 지니면서부터 초휴의 감지력은 이상할 정도로 예민해졌다. 탁불범이 그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뚜렷한 악의가 느껴졌던 것이다. 확실한 악의를 품었다면 말이야 뭐라고 했건 대수겠는가.
“근거 없는 모함? 증거가 있느냐고?”
초휴가 냉소했다.
“나는 원래 뭘 할 때 증거를 따지지 않는다. 그냥 탁불범 네놈이 눈에 거슬리니 탈락시키고 싶군그래. 이 정도면 이유로 충분한가?”
말을 맺는 것과 동시에 초휴는 표묘참을 휘둘렀다. 무형의 도세가 순식간에 탁불범을 뒤덮었다.
그 찰나 옆에 있던 구양성은 몸을 날려 한 줄기 금빛으로 변해서 비켜났다. 그는 십중팔구 대라신궁에 들어갈 게 확실했으니 쓸데없는 골칫거리에 얽히기 싫었다.
그리고 허장과 진구룡이 정말 초휴 손에 죽었다 한들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그간의 교분을 보아 좀 도와주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죽고 없지 않은가. 구양성은 죽은 사람의 복수를 하려고 피를 흘릴 생각은 없었다.
탁불범은 구양성더러 초휴를 치자면서, 상천량과 다른 일행이 없으면 초휴는 그 일도를 쓰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초휴의 적수가 못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초휴를 본 건 저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는 진작에 사람을 시켜 초휴에 관한 자료를 찾아두었다. 사실은 초휴가 천마궁과 손을 잡고 극락마궁을 멸문하자, 남역의 모든 대문파가 초휴의 정보를 찾았던 거지만 말이다.
극락마궁 멸문을 함께했던 군소 세력 무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초휴는 경천동지할 일도로 안비풍의 육신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바꾸어 말하면 상천량과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도 어마어마한 신통을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대가가 좀 더 클 뿐이다.
그래서 방금 한 말은 구양성처럼 강하고 믿음직한 지원군을 끌어들이려고 떠든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원군을 영입하기도 전에 재앙이 먼저 닥칠 줄이야.
형체도 질량도 없는 표묘참의 칼날 앞에 탁불범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듯했다. 대체 그 일도가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음 순간 그는 노호성을 터뜨렸다. 청동 갑옷의 겉면에서 주문이 번쩍이더니, 탁불범이 인결을 맺자 안개처럼 흐릿한 빛이 온몸에서 퍼져 나왔다.
굉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는 몇 발이나 뒤로 물러섰다. 갑옷의 주문도 빛을 잃고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 일도를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탁불범이 반격하기도 전에 무형의 칼날이 연이어 떨어져 내렸다. 초휴의 손에서 파진자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칼날은 마치 폭풍처럼 완전히 탁불범을 포위했다.
쇠가 터져 나가는 폭음이 끊이지 않았다. 탁불범은 신병도 막을 수 있는 상고 시대 갑옷과 비법을 써서 방어했으나,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사실 전무신종의 장기는 방어가 아니라 근접한 거리에서 강공을 퍼붓는 육박전에 능했다. 계속 이렇게 공격을 막기에 급급하다간, 신가라처럼 일 초도 써보지 못하고 숨이 끊어질지 모를 일이 아닌가.
그 순간 탁불범의 몸이 기혈의 빛으로 뒤덮였다. 몸이 거대하게 불어나더니 등 뒤에 마신의 법상이 나타나며 온 천지를 뒤흔들듯 쩌렁쩌렁 포효했다. 상고의 강대한 마신이 드넓은 황무지를 달리며 해와 달을 뒤쫓는 듯한 기세였다.
어떤 힘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신이 초휴의 칼날에 맞섰다. 표묘참의 힘이 마신의 법상에 부딪힌 순간 마신의 일부가 그대로 깎여나갔다. 그러나 탁불범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법상의 힘으로 초휴의 칼날을 마주 받았다.
그리고 법상의 힘이 바닥나자 일권을 내찔렀다. 기혈이 폭발하며 뒤틀린 주변 공간이 폭음을 터뜨렸다. 공간을 박살 낼 듯한 일권이었다.
전무신종의 무사는 이런 근접전에서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강대한 육박전 기술로 상대방을 완전히 자신의 기세에 휘말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탁불범의 일권을 한결같은 일도가 받아쳤다. 탄천이었다!
그 일도가 내리 떨어지는 순간 공간 전체가 소리 없이 뒤흔들렸다. 천지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극한에 달한 힘이 거대한 공동을 만들어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말세가 강림한 듯한 모습이었다. 탄천의 일도가 법칙을 끊어 버린 것이다.
“칠대한!”
줄곧 눈을 감고 있던, 심지어 초휴와 탁불범이 싸우기 시작했을 때도 무표정 일변도로 한결같던 허귀산이 세 글자를 뱉었다.
대라천 무사들에게 칠대한은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그렇게 불길한 무공을 정말로 수련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지금 초휴가 쓴 것은 칠대한 중에도 최강의 초식인 탄천 아닌가. 무도 기술로는 유일하게 신통에 가까운 위력을 내는 초식인 것이다. 신통에 근접한 정도가 아니라 약한 신통보다 더 강하다는 말까지 있었다.
신통은 본질적으로 법칙의 힘을 조종하는 것이고, 법칙인 이상 강약의 구분이 있기 마련이다. 탄천은 절대적인 힘으로 법칙조차 베어버리는 기술이었다. 그러니 좀 약한 신통이 탄천의 일도와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 그 힘을 당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탄천의 일도가 휘둘러진 순간 탁불범의 낯빛이 확 변했다.
극한에 달한 힘, 법칙마저 베어버릴 정도로 강대한 위력이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 일도는 막을 수 없다고!
탁불범은 이를 악물었다. 온몸에 기혈의 힘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기혈을 불태우려는 게 아니었다.
기혈이 자신의 힘과 결합하여 미친 듯이 주위의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단숨에 거대한 허상이 응집되었다.
그 거대한 허상은 마치 상고의 마신 같았다. 상반신뿐이었지만 팔이 네 개나 되었고 머리에는 뿔이 한 쌍 돋아 있었다.
그것이 강림한 순간 어마어마한 힘이 대지에까지 스며들었다. 그 역시 신통이었다.
마신의 몸에서 뻗어 나온 네 개의 팔은 초휴의 일도를 막는 것과 동시에 대지로 파고들었다.
네 개의 팔이 탁불범의 발아래 대지를 움켜잡고 그대로 뽑아냈다. 마치 작은 산 같은 땅덩어리가 그의 앞을 방패처럼 막았다.
방일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전무신종의 신통 ‘이산(移山, 산을 옮기다)’이군요. 퍽 참신한데요. 땅 위에 산이 없다고 땅속에서 ‘산’을 옮겨오다니. 신통 이산은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완전한 이산을 쓰면 마신의 몸도 온전한 형태로 나타나고, 그때는 이미 ‘이산’이 아니라 ‘적월(摘月, 달을 따다)’이 된다고 말이죠.”
허귀산은 담담했다.
“이산이건, 적월이건 탁불범은 패할 거야. 전무신종의 비술과 신통은 공격성이 강하지. 모두 강맹하고 격렬하기 이를 데 없어. 신통은 법칙을 움직이지만, 쓰는 사람 자신의 심지에도 영향을 받는 법이거든. 천지와 맞서 싸우며 너른 땅을 끌어안으니, 분노의 긴 노래는 그칠 줄 모르노라. 전무신종의 무사는 그런 천하무쌍의 전의를 지니고 죽기로 싸울 때만 비술과 신통의 위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거야.”
“애석하게도, 전무신종이 남역 대문파가 된 이래 실력은 강해졌지만 그런 심지를 지닌 무사는 점점 적어졌지. 초휴와 맞싸우면서 탁불범은 연신 물러나고 있군그래. 죽음을 무릅쓰고 맞서 공격하겠다는 마음조차 없단 말이지. 심지어 방어를 위해 이산을 쓴 시점에서 이미 패한 거나 마찬가지야 바꾸어 말하면, 탁불범이 잔꾀를 부려 초휴를 해치려 했을 때부터 진 거와 같아. 그것은 전무신종의 방식이 아니니까. 음모와 계략을 쓰느니 주먹으로 이야기하는 게 백번 낫다, 그것이야말로 전무신종의 방식이니까. 아쉽게도 이제는 변한 지 오래지만.”
방일진이 생글생글 웃었다.
“사람이야 다 변하는 것 아닙니까. 참, 일전에 진청제라는 자를 만났는데 그자의 주먹도 어지간히 단단하더군요. 제 발이 빨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가진 것을 다 털릴 뻔했습니다. 사형이 말씀하시는 전무신종의 진정한 의의는 그 진청제에게 있는 것 같더라니까요. 탁불범보다 훨씬 더 전무신종 무사 같은 자였지요.”
허귀산이 그를 힐끗 보았다.
“그래서 재빠르게 도망쳤다고 자랑하는 건가? 삼청전의 제자가 부리나케 줄행랑을 쳤다는 것이 영광스러운가 보군.”
방일진은 묵묵히 고기를 입에 욱여넣었다. 허귀산에게 무슨 말을 해 봐야 속만 터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탁불범은 전력을 다해 이산으로 초휴의 탄천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초휴의 일도는 산하를 부수고 천지를 무너뜨리는 위력을 지녔다. 마신의 허상은 완전히 가루로 부서지고, 탁불범은 선혈을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걸음을 옮기는 초휴의 눈에는 살기가 충천했다. 그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한결같이 탁불범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다들 소름이 오싹 끼쳤다.
초휴는 정말 탁불범을 죽일 생각이다!
사실 중주에서의 싸움이 격렬한 건 초반뿐이었다. 나중에 가면 대부분 실력이 엇비슷한 사람들만 남는 것이다.
범교와 천라보찰처럼 끝도 없는 원수지간이 아닌 이상, 상대를 패배시키더라도 한 가닥 살길은 터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