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19)
1218화 오해
종리목이 정말 사리사욕에 물든 인간이었는지는 알 바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종리목은 진심으로 풍운검총을 강성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간혹 출관할 때면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쪼개 후배들을 가르쳤다.
기실 그것은 종리목 자신의 수명과 바꾼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일 줄곧 폐관만 하고 있었더라면 검혼이 탄생할 때까지 몇십 년은 더 버텼을 것이다.
연지는 종리목의 손을 가슴팍에서 내리고, 나직하게 말했다.
“조사님의 뜻을 알겠습니다. 우리 풍운검총은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는 일이 거의 없었지요. 하지만 당한 모욕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천하맹의 진청제에게 똑똑히 알려주겠습니다. 과연 그자의 주먹이 단단한지, 아니면 우리 풍운검총의 검이 더 날카로운지!”
옛날 진청제는 일권으로 풍운검총의 진법을 가루로 만들고, 다시 일권을 날려 풍운검총의 노야 종리목에게 중상을 입혔다. 풍운검총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 뒤로 일년이 넘도록 풍운검총 사람들은 다시 강호에 나서지 않았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종리목은 진청제에게 복수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 원한, 이 인과는 그가 대신 나서서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연지는 자신이 종리목의 뜻을 완전히 오해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진청제에게 당한 패배는 종리목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복수하겠다는 원한도 품었다. 그러나 결국은 바로 그 일권 덕분에 생각이 완전히 트였고, 마음의 매듭도 풀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 것은 연지에게 복수를 해 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연지 자신의 본심을 굳게 지키라는 의미였다.
자신처럼 외부의 영향을 받아 검사의 본성을 잃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숨이 끊어지는 바람에 하려던 말을 하지 못했고, 결국 연지는 결정적인 오해를 한 것이다.
연지는 종리목의 시신을 안고 검총을 나섰다. 바깥에 이미 적잖은 풍운검총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조금 전 파동이 너무나 끔찍했던 탓이었다. 그들은 법칙을 찢어발길 정도로 강대한 검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종리목의 시신을 본 사람들은 슬픔에 잠겼으나 놀란 기색은 없었다.
종리목은 이미 오백년 가까이 살았다. 노천사 같은 괴물을 제외하면 강호에서 가장 오래 산 무사였다.
먼젓번 진청제의 일권에 중상을 입었던 종리목은 폐관에 들지 않았다. 폐관 수련을 해 봐야 의미가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생기가 소모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풍운검총 무사들은 종리목이 언제든 세상을 뜰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연지는 침중하게 말했다.
“한 달 후, 천하맹을 치겠소. 우리 풍운검총이 잃은 것을 반드시 우리 자신의 검으로 되찾아야 하오!”
풍운검총 무사들의 눈에서 강렬한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풍운검총이 줄곧 신중하게 처신해 오기는 했다. 그러나 풍운검총 출신 무사는 기실 누구보다도 오만했다. 다른 검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왕성? 견식이 얕아 검을 단순한 살육 도구라고 여기는 자들이 아닌가.
좌망검려? 그간 쌓은 저력이 조금 있기는 하나 검사의 예기를 잃어 한심하기 그지없는 무리일 뿐이다.
월녀궁? 여자들이 무슨 큰일을 하겠나.
장검산장? 하하, 쓰레기일 뿐이다.
풍운검총은 자신들이 오대 검파의 수장이라고 자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검황 심창무가 있었을 때조차 그러지 않았다. 그러나 오대 검파의 수장을 자처하지 않아도, 풍운검총이야말로 검도 일맥의 근본이라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진청제의 일권은 그들의 오만함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버렸다. 이제 그때 잃어버린 것을 자신들의 손으로 되찾을 때였다.
한 달 후, 검혼의 힘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연지는 풍운검총 제자 수백을 이끌고 천하맹을 치러 출발했다.
움직임을 숨기려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수백 명이 당당하게 곧장 천하맹을 향해 진군한 것이다.
풍운검총은 속임수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 어떤 계획도 꾸미지 않았다. 연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지는 한 달에 걸쳐 검혼의 힘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강한 힘을 얻은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종리목이, 그리고 그 사부 심창무가 하늘과 사람의 간극을 뛰어넘는 힘을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지도 알게 되었다.
하늘이 사람을 농락한다는 것이 이런 경우일까. 이 힘을 간절히 원했던 사람은 모두 죽었고, 자초지종을 전혀 몰랐던 그의 것이 되었다.
* * *
천하맹 문을 드나드는 무사들의 얼굴에는 담담한 자신감과 오만함이 혼재했다. 단순한 오만이라기보다 그들의 신분을 자랑스레 여기는 탓이었다.
본래 초야 출신인 천하맹은 남들에게 적잖이 업신여김당했다. 특히 저력과 전승이 심후한 대문파는 천하맹 같은 곳을 무시했다.
오늘날의 천하맹은 순전히 진청제가 무쇠 같은 주먹으로 일궈낸 것이다.
얼마 전 진청제는 풍운검총에 쳐들어가 종리목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래서 온 강호가 똑똑히 알게 된 것이다. 강호의 판세를 뒤흔들 만한 지존의 강자가 또 하나 나타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바로 진청제다. 천하맹의 진청제!
그 뒤로 천하맹은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진청제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천하맹은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 누구도 천하맹을 업신여길 수 없는 것이다.
천하맹 총단의 대전에는 한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술 단지를 들고 마시다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하며 천하맹의 여러 잡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바로 천하맹 부맹주 ‘적성검(摘星劍)’ 방청등(方靑藤)이었다.
방청등은 본래 좌망검려에서 도망친 제자였다. 사문의 실력자에게 밉보여서 쫓기고 있었는데, 아직 천하맹을 세우기 전이었던 진청제의 도움을 받았다. 그 뒤로 줄곧 그를 따라 지금까지 온 것이다.
처음 천하맹에는 부맹주가 없었다. 그러나 일년 전쯤 진청제가 난데없이 부맹주 자리를 만들더니 그를 앉혔다. 천하맹 관리를 도우라는 것이었다.
‘천하맹에는 온통 무식한 놈들밖에 없지만, 자네는 대문파 출신 아닌가. 경험도 있고 능력도 있잖나. 자네 말고 누구에게 맡기겠나?’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방청등은 하기 싫다고 불평했으나, 진청제가 맡긴 임무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의 목숨은 진청제가 구해 주었기 때문이다.
진청제가 아니었으면 그는 좌망검려로 다시 끌려가 무공이 폐해졌을 것이다.
그의 천부적 자질이 썩 괜찮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쁘지 않은 수준에 불과했다.
본래는 일평생 힘써 수련해 보아야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가 진단경일 터였다. 그러나 진청제를 따른 뒤로는 달라졌다.
진청제가 그에게 무공을 직접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무도를 적잖게 전수해 주어 진화련신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달 전. 진청제가 느닷없이 돌아오더니 웬 덩어리를 몇 개 주며 그것을 소화해 보라는 게 아닌가.
거기 담긴 힘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수십 년 동안 꽉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고비가 단숨에 뚫리더니 천지통현에 오른 것이다. 방청등으로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경지였다.
무사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 법이라는데, 이런 마음이 아니겠는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진청제가 그에게 베푼 것을 떠올리면, 천하맹 관리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기꺼이 바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멀고 아득한 검의 울음이 들려오더니 천하맹 상공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진청제! 썩 나와라!”
천하맹은 창건 이래 다른 세력의 공격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강해서가 아니라, 그럴 만한 가치가 없어서였다.
천하맹은 초야 방파에 불과했다. 그리고 서초의 강호인이면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진청제는 미치광이 같은 인간이었다. 시비를 거는 자가 누구든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일단 진청제의 목표가 되면 좋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절대적 이익이 걸려 있지 않는 한, 아무도 진청제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수지가 안 맞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온 방청등은 연지가 풍운검총 무사들을 이끌고 온 것을 보았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했다.
먼젓번에 진청제는 일권으로 종리목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 뒤로 풍운검총이 천하맹을 귀찮게 군 일은 없었다.
해서 방청등은 그 일을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풍운검총이 인제 와서 들이닥칠 줄이야.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는 지금 천지통현에 올랐는데도 연지의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지 않은가.
방청등이 기억하기로 연지는 분명 자신과 같은 천지통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정도로 실력이 급상승한 것일까?
의구심이 들었으나, 방청등은 그들의 앞으로 나가서 힘주어 말했다.
“연지, 풍운검총의 의도가 뭐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몰려온 거냔 말이요! 우리 천하맹과 또 한바탕 싸워 보겠다는 거요?”
연지는 담담했다.
“진청제는 우리 조사님을 죽이고 풍운검총을 모욕했소. 해서 나는 풍운검총이 잃은 것을 되찾으려고 왔소이다. 진청제는 어디에 있소? 앞으로 나설 담조차 없는 건 아니겠지?”
방청등은 코웃음을 쳤다.
“연지, 시시비비를 뒤섞지 마시오! 우리 천하맹은 먼저 나서서 문제를 만드는 법이 없소. 풍운검총에서 대문파랍시고 유세를 부리며 먼저 우리 천하맹 소주를 건드렸지. 그 때문에 맹주님이 출수하셨던 게 아니오. 심지어 맹주는 종리목의 나이를 보아 손에 사정을 두셔서, 그 자리에서 숨통을 끊지도 않으셨소. 그리고 그 뒤로 시간이 꽤 흐르지 않았소? 인제 와서 그가 죽은 것을 맹주님의 탓으로 뒤집어씌우겠다고? 아예 몇백년 전 일까지 다 끄집어내지 그러시오?”
방청등은 본래 정통 대문파 출신이었다. 그러나 초야 출신인 천하맹에서 오랫동안 굴러먹다 보니 직설적인 화법에 익숙해졌다. 적어도 연지가 말로 그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연지는 손을 내저었다.
“여기서 당신과 도리를 따지러 온 게 아니오. 진청제더러 썩 나오라고 하시오! 그가 없다면 그의 제자를 죽일 것이고, 그의 제자가 없다면 천하맹을 멸문해 버릴 테니까! 설마 진청제가 가만히 앉아서 자기 기반이 무너지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테지!”
연지의 등 뒤에서 흐릿한 흑룡이 포효하더니, 엄청난 검의를 뿜어내며 허공을 흔들었다.
방청등의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그가 뭐라 말하는 것보다 연지의 손짓이 더 빨랐다.
“쳐라!”
방금 말했듯이 그는 도리를 따지러 온 게 아니었다. 연지는 이미 종리목의 죽음을 진청제 탓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종리목이 꼭 진청제에게 복수해 달라는 사실상의 유언을 남긴 거라는 오해까지 했다. 그러니 진청제가 없다면 일단 천하맹부터 멸할 생각이었다.
연지 자신은 몰랐으나, 검혼과 융합한 후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냉담하고 날카로워졌다. 원래 연지는 그렇게 강경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청제 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천하맹을 멸문하는 일에 털끝만큼도 부담이나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
풍운검총이 달려드는 것을 보는 방청등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는 천하맹의 실력을 잘 알았다. 진청제 한 사람, 그리고 그를 줄곧 받들어온 자신을 제외하고 강자라 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천하맹은 세워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초야 출신이다 보니 쌓인 저력도 이렇다 할 게 없었다. 그러니 진청제 없이 무슨 수로 풍운검총을 당해내겠는가?
그래서 방청등은 결단을 내렸다. 그는 등 뒤의 사람들에게 크게 고함을 질렀다.
“모두 도망쳐라! 가서 남만 땅의 곤륜마교 분전에 도움을 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