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24)
1223화 천하맹 합병
이번에는 아무도 가로막는 사람이 없었다. 강호인들이 초휴를 하루 이틀 겪어 봤던가. 초휴가 살의를 품으면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건 모두가 잘 알았다.
그러나 또 대문파 하나가 초휴 손에 무너지는 것을 보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먼젓번 남북 불종을 멸문한 이래 곤륜마교는 줄곧 조용히 지냈다. 초휴는 거의 강호에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한때는 그가 천지통현에 올라 성격이 좀 점잖아져서 그렇겠거니 생각하기도 했다. 야소남처럼 무도에만 마음을 쏟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이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초휴와 진청제는 어마어마한 힘으로 순식간에 풍운검총을 없애 버렸다. 어찌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겠는가.
게다가 초휴 휘하 세력도 문제였다. 당아는 이번에 수하를 많이 데려오지 않아서 채 백 명도 안 되었다.
그들은 번갈아 가며 하계를 지키던 무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은 비정상적으로 강했다. 가장 약한 자도 진단경이 아닌가.
상수 영씨 같은 큰 세가라 해도 진단경이면 가문의 집사요 장로로서 중견급 역량이었다. 그런데 곤륜마교에서는 평범한 제자가 진단경이란 말인가? 설마 비밀리에 키우던 정예인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초휴가 태연히 말했다.
“다들 거기서 뭐하시오? 종문 하나를 없애려니 정신이 없어서 밥 대접도 못 하는데 말이오. 똑똑히 알아두시오. 풍운검총은 이 초 아무개가 포악하여 망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간덩이가 부풀어서 이렇게 되는 거요. 천지통현에서 더 오르면 절정이라? 하하, 언제나 산 너머에 더 높은 산이 있다는 걸 알아야지. 진정한 최절정은 한참 멀었단 말이오. 다들 돌아가시구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날 테니까.”
초휴의 말에 사람들은 의아해졌다. 절정 위에 또 절정이 있다?
초휴도 무선에 들기는 했지만, 어떻게 거기까지 올랐느냐고 감히 그에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초휴의 마지막 말 또한 신경이 쓰였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만날 거라니? 무엇을 꾸미고 있단 말인가?
다들 뒤숭숭한 마음으로 떠난 뒤, 당아 등도 싸움을 마무리했다.
* * *
연지가 죽자 풍운검총은 싸울 의지를 잃었다.
초휴는 자신이 풍운검총을 너무 높이 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도 실력으로만 놓고 말하면, 대부분 풍운검총 안에서 수련만 하는 자들이 비범한 데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곧 견문이 매우 좁다는 뜻이기도 했다. 심지도 약해서 투항한 자가 칠할이나 되었다.
초휴는 그들을 전부 끌고 가서 남만 분전을 수리하도록 했다. 남만 분전의 삼중 진법은 모두 연지의 손에 무너졌던 것이다.
원길과 조황은 그 아픔을 곱씹으며 진법을 한 차원 더 새롭게 보강하고 있었다. 진법을 펼치려면 무사의 강기가 대량으로 필요했고, 진법에 쓸 재료도 구해와야 했다. 이들에게 맡기기 딱 좋은 일이었다.
일 처리를 모두 끝낸 뒤, 초휴와 진청제는 풍운검총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강호인 대부분은 풍운검총을 신비한 곳으로 여겼다. 낭인 검도 강자 중에는 자신의 검과 함께 풍운검총에서 최후를 맞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다. 풍운검총이 검도의 시작점은 아니었으나, 종착점이기는 했다.
그러나 막상 검총에 들어간 두 사람은 약간 실망했다.
검총에는 수많은 검도 강자와 망가진 신병이 묻혀 있었다. 그로부터 빚어진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여 사방이 검기로 가득했다.
그러나 음침하고 요사한 기운 또한 매우 많이 섞여 있지 않은가. 그리고 잡된 상념도 많아서 수련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의 진청제와 초휴가 보기에 엄청나게 강하다 싶은 곳도 아니었다. 중주 대라신궁처럼 두 세계의 법칙이 뒤틀리고 엇갈리던 곳도 보지 않았던가. 인제 와서 풍운검총 정도가 놀랍지는 않았다.
그때 초휴의 머릿속에서 심마가 홀연히 말했다.
“검총 가장 깊숙한 곳에 뭔가 있다.”
초휴는 멈칫했다. 무엇을 그리 깊이 숨겨놨단 말인가? 지금 그의 원신 수준으로도 감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손을 내뻗어 법칙으로 공간을 뒤틀었다. 검총 가장 깊은 곳에 있던, 무시무시한 검기를 뿜어내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검은 용이 손에 잡혔다.
거기 담긴 힘은 연지가 쓰던 것과 똑같았다. 그는 검총에서 태어난 이것의 힘을 이용해 무선에 들었으리라.
“이것이 만들어내는 힘은 그리 강하지 않은 듯한데. 연지가 정말 이것의 힘으로 무선에 든 건가?”
심마가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그건 씨앗에 불과해. 검혼의 씨앗이란 말이지. 풍운검총 전체의 강대한 검기와 여러 힘을 빨아들여 자라나야 검혼이 된다.”
초휴는 눈썹을 한번 움찔하고 그것을 챙겨 넣었다. 이것을 천년이나 길러 또 검혼을 키워내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냥 씨앗 상태라도 퍽 쓸 만한 보물인 건 확실했다.
그때 진청제가 말했다.
“초 교주, 내 할 말이 있네.”
초휴는 살짝 멈칫했다. 진청제의 어조가 뭔가 이상했다.
그와 진청제와 오래된 사이였다. 초휴가 용호방에 이름을 올린 청년 준걸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말이다. 게다가 진청제의 제자 사소루가 그의 친구인 탓에, 진청제는 늘 웃어른이나 선배 같았다.
그러나 지금 진청제의 태도는 아주 진지해서 마치 공적인 일을 논하고자 하는 모습이, 이전과는 달랐다.
“진 맹주, 말씀하시지요.”
진청제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천하맹을 곤륜마교와 합병했으면 하네.”
초휴는 깜짝 놀라 멍해졌다. 진청제가 이런 말을 하다니.
천하맹은 진청제 한 사람만 있으면 얼마든지 발전해 나갈 수 있고, 그와 진청제는 맹우라 할 만한 사이 아닌가.
곤륜마교의 힘이 얼마나 더 커지건 천하맹에 위협이 될 리는 없었다. 그런데 왜 천하맹을 곤륜마교와 합치고 싶다는 것일까?
진청제가 탄식했다.
“이번 천하맹 일로 나도 배운 바가 있네. 나는 자네만 못해. 초 교주 자네는 강호에서 치고받고 싸우며 앞으로 나갔고, 휘하에 강자도 수없이 많잖은가. 나는 엄밀히 따져 방파의 수장으로서는 불합격일세. 너무 강하기 때문이지. 너무 강하여 천하맹과는 갈 길이 달라졌네. 결국 천하맹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었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맨손으로 일으켜 세운 기업 아닌가. 그래서 차마 버릴 순 없었지. 해서 지금 같은 상황이 된 것이야. 나 때문에 생긴 인과와 적을 나는 감당할 수 있으나, 내 휘하 사람들은 당해낼 수 없네. 천하맹과는 다르게 곤륜마교에는 강자와 고수가 구름처럼 많지. 자네는 혼자 힘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곤륜마교 전체가 강호에 우뚝 서게 되었어. 그래서 내가 자네만 못하다는 걸세. 하지만 남아있는 천하맹 사람들을 저버리고 싶지도 않네. 그러니 곤륜마교의 당구를 하나 내어주게. 앞으로 천하맹은 사라지고, 곤륜마교 휘하의 천하당만 남는 것이지. 대라천에서 무슨 골칫거리가 생기면 언제든 나를 부르게. 하지만 평소에도 내가 곤륜마교에 얌전히 붙어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말고. 어떤가. 나의 천하맹을 받아줄 텐가?”
초휴는 생각할 것도 없이 웃어 보였다.
“당연히 받아드려야지요. 앞으로 진 맹주······ 아니, 진 당주는 우리 성교와 한집안 식구입니다. 하지만 일개 당주 자리는 너무 낮군요. 곤륜마교를 재정비하면서 새 자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진청제 정도의 강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초휴의 세력은 곱절로 불어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더군다나 천하맹 사람들은 초야 출신이라 실력이 별 것 없어 보이지만, 그것은 진청제가 마음을 쓰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천하맹은 축적된 저력이 너무 없었다.
게다가 초야 방파이다 보니 수련 자원도 모자랐고, 꾸준히 가르치고 배울 환경도 안 되었다. 그러니 실력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곤륜마교에 가입하면 그런 것은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초휴 입장에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셈인데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거절할 턱이 있을까?
지금까지 천하맹을 어찌해 보려 하지 않은 건, 그래도 초휴가 최소한의 도리는 알고 한계를 지키는 사람이라서였다. 토끼도 자기 굴 주변의 풀은 먹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사소루, 진청제와 그리 친하게 지내면서 그 세력을 집어삼키는 건 못 할 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청제가 받아주길 자청하는 바에야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진청제는 아무렇게나 손을 내저었다.
“당주네 마존이네, 다 겉치레에 불과하지.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아. 육강하가 사대 마존 자리를 노린 지 몇백년이 되어 이제는 거의 집착 수준이니, 그 사람한테나 주게. 참, 전에 몰래 계획하던 건 대체 뭔가? 아주 궁금하더란 말이지.”
초휴가 곤륜마교 사람들끼리 천문 공격을 상의할 때 진청제는 눈치 있게 빠져 주었으나, 사실은 그도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이제는 같은 편이 되었으니 말해서 안 될 건 없었다. 초휴가 천문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주자 진청제의 눈에 확 빛이 돌았다.
천문 군무신의 이름은 그를 겁주지 못했다. 겁은커녕 오히려 흥분되었다. 그런 수준의 강자와 겨뤄보는 건, 진청제로서는 꿈에도 그리던 일이었다.
“그래서 상천량과 다른 사람들이 출관하면 천문 공격을 시작하겠다고?”
초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서두를 건 없지요. 천문을 공격하려면 먼저 힘을 빌려야 합니다. 천문에는 신장을 키워내는 비경이 있어요. 그들의 무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떻게 쌓아 올린 기반인데, 천문과의 싸움에 모조리 내던질 수는 없잖습니까.”
“그럼 어쩔 생각인가?”
초휴는 바깥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이용할 만한 세력이 적잖게 있지요.”
천문과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면, 초휴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아니 무조건 이긴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초휴 휘하 사람들은 번갈아 가며 대라천에서 수련했다. 다들 실력이 배는 강해졌다.
천문의 강한 전력은 그들의 비경이 대라천과 비교적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대라천 내 힘의 법칙에 영향을 받아서 원기가 비교적 풍요로웠다.
그러나 그것은 하계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의 이야기다. 초휴 쪽은 직접 대라천에 갔으니 지름길을 통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초휴는 남만 만족도 장악했고, 황천각 군수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광대한 남만 땅의 시골구석 황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각종 자원을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유리한 점이 많은데 천문 비경 하나만도 못하다면 웃음거리일 것이다.
그러나 초휴의 철학은 무슨 일을 하든 최소의 대가만 치르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머저리처럼 냅다 앞만 보고 달리는 건 초휴의 방식이 아니었다.
진청제가 손을 내저었다.
“그런 잔꾀······ 아니, 온갖 계책을 꾸미는 거야말로 자네의 장기이긴 하지. 나는 빠질 테니 싸움이 벌어지면 부르게나.”
초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실 진청제야말로 앞만 보고 달리는 머저리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바보처럼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면 그것도 보통 능력은 아니지 않은가.
풍운검총을 다 털었다고 판단되자 초휴는 우선 당아를 대라천으로 보냈다. 그곳에 있는 인원들이 출관하는 즉시 하계로 돌아오되, 인원의 구할만 복귀하라고 전했다.
초휴 본인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동황태일이었다.
* * *
동황태일은 한 덩어리 검은 안개로 변해 서초 밀림의 상공을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속은 온갖 생각으로 복잡했다.
초휴가 대라천에 들어가기 전 동황태일은 진작 천지통현에 올랐다. 그는 워낙 기초가 심후했다. 진화련신의 무도를 극한까지 연구한 후 자연스럽게 천지통현에 오른 것이다.
해서 예전의 육강하와 마찬가지로 초기의 불안정한 단계를 건너뛰어 곧장 힘을 부드럽게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동황태일도 무선에 대해서는 큰 경외와 동경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자기 눈으로 무선이 명을 달리하는 광경을 본 것이다. 그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