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공조
백금호는 황 영감이 초휴의 용모를 바꿔줬다는 말을 듣고, 변장한 그의 용모파기도 그려달라고 말하고는 이를 챙겨서 떠났다.
‘용모파기를 가는 곳마다 뿌려가며 최대한 신속히 놈의 동선을 추적한다면, 놈은 독 안에 든 쥐가 될 터.’
사실 초휴가 황 영감에게 연막을 뿌렸던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교란책에 불과했다. 그런데 저들이 덥석 미끼를 물어버릴 줄이야. 물론 초휴로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극북표설성은 황 영감의 말만 믿고 서초 쪽에만 역량을 집중시킨 탓에, 초휴가 위군에 거의 당도할 무렵까지도 수색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윽고 맹원룡이 수하들을 이끌고 서초 변방의 한 객잔에 서둘러 당도했다.
그는 허탕만 치고 있는 백금호를 비웃었다.
“당신이 입수한 정보가 정말 확실하오? 정말로 초휴가 서초 쪽으로 도망친 게 틀림없는가 말이오.”
“결단코 확실하다니까! 혹시나 해서 황 영감을 재차 닦달해 봤고, 빙혼신목(氷魂神目)으로 점검도 해봤지만, 그자는 사실을 말한 게 확실했단 말이지. 게다가 그 늙은이는 거짓말을 할 배짱은 아예 없는 자요.”
백금호가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하자 맹원룡이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껏 수색에 아무런 성과가 없는 거요?”
그 질문에 할 말이 궁해진 백금호가 주춤했다.
그러나 자신의 정보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대의 지적은 절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흥! 그놈이 마도 소굴에서 신출귀몰한 재주라도 배워온 모양이지. 예전에 ‘엽심인마’ 동개태도 용호산 천사부 고수들의 포위를 뚫고 빠져나가지 않았소?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하오.”
맹원룡은 백금호가 억지를 부려대는 게, 꼴같잖아서 대꾸할 가치를 못 느꼈다.
‘아무리 다급한 마음에 되는대로 내뱉은 말이라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 일과 이 일을 똑같이 취급한단 말인가.’
초휴의 도피처로 추정되는 서초 쪽은 뭣보다도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기도 전인 빽빽한 원시림이라는 게 문제였다. 섣불리 안쪽으로 들어섰다가는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기 쉬울뿐더러, 습기나 숲에 서식하는 독충의 공격으로 몸이 상할 위험도 상존했다.
만약 놈이 작정하고 그곳으로 숨어들었다면 수천 명, 아니 수만 명을 투입해 봤자 바다에서 바늘 건지기와 뭐가 다를까.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북연 쪽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셈이었다.
대로와 뒷길, 산길을 막론하고 어디든 인가가 자리 잡지 않은 곳이 없으니, 분명 초휴가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딘가에 들려 무슨 흔적이든 남겼을 가능성이 컸다. 아무리 도망치기가 급해도, 뭐라도 먹고 마셔야 달아날 힘도 생기지 않겠는가.
이때 취의장 제자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더니 맹원룡의 귓전에 대고 말했다.
“대인, 위군 근방에서 초휴의 행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자는 우리 예측과는 달리, 변장을 안 하고 맨얼굴을 살짝 가리기만 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엿들은 백금호의 두 눈이 일장 밖까지 튀어나올 기세였다.
맹원룡은 그를 돌아보며 대놓고 비웃었다.
“십삼야! 당하셨구먼 그래. 물론 황 영감은 당신을 속이지 않았을 거요. 초휴가 속인 거지. 당신은 처음부터 초휴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거라고. 이 지경이 되고서도 아직 모르겠소?”
울화가 치민 백금호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난리가 아니었다.
‘쥐새끼 같은 놈! 보란 듯이 기만책을 써서 수색 인력을 서초 쪽으로 죄다 끌어다 놓고, 정작 자신은 동쪽 위군 방향으로 빠져나가다니.’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맹원룡 앞에서 기죽는 게 싫었다.
“내 탓만 하지 마시오. 그러는 당신은 뭘 했는데! 날 따라 여기까지 올 때는 언제고.”
“당신과 입씨름할 시간 없소.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로 그놈을 영원히 놓칠지도 몰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들이 움직여봤자 별 도움이 안 될 상황이었다.
현재 초휴를 뒤쫓고 있는 네 개 문파 가운데 청룡회는 인원수가 얼마 안 되고, 신무문은 그저 추적하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극북표설성은 연동 지역에 딱히 세력이랄 게 없었다. 그러니 많은 인원을 동원해 실질적인 수색에 나설 만한 세력은 처음부터 취의장뿐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취의장마저 정반대 방향인 서초 쪽으로 유인되었다. 덕분에 초휴는 별로 걸리적거릴 것 없이 손쉽게 북연을 빠져나가 상망산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이윽고 위군과 상망산 근처에 당도한 맹원룡이 침울한 표정으로 상망산을 바라보다가 수하에게 물었다.
“초휴의 행적은?”
제자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흔적이 저 경계 즈음이었습니다. 그게 이틀 전이니, 이미 상망산 깊숙이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맹원룡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제자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대인, 계속 추격할까요?”
그의 시야에 들어온 상망산은 덩치도 크고 산세도 험준할뿐더러 숲도 울창했다. 저런 곳에 취의장의 모든 인원을 투입한들 과연 실낱같은 승산이라도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초휴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듯했다. 제자에게 즉답을 못 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상망산 산중으로 뒤쫓아 들어갈까? 하지만 그건 망망대해에 떨어진 바늘 하나 찾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헛수고에 그칠 게 뻔해. 그럼 차라리 때려치우고 말아? 그러면 놈을 못 잡은 건 둘째 치고, 취의장이 극북표설성과 힘을 합치고도 내강경 한 명한테 놀아났노라고 무림인들의 비웃음을 사겠지. 젠장, 돌아버리겠군.’
무엇보다도 그들이 초휴에게 도망갈 시간을 충분히 벌어주었으니, 그가 이미 혈옥영롱을 체화시켰을까 봐 걱정이 앞섰다. 혈옥영롱을 되찾을 수 없다면, 초휴를 잡아봐야 죽여서 화풀이하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북연을 대표하는 양대 세력이 뭉치고도 사람 하나 못 찾는다는 게 말이 되오? 설마 흐지부지 포기할 생각은 아니겠지? 이보시오, 맹 대인! 그거야말로 정말로 웃음거리가 되는 거요.”
어느샌가 나타난 천죄 타주가 뒷짐을 진 채,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면을 쓰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가시가 잔뜩 돋은 말본새는 그들을 조롱하는 게 분명했다.
타주의 모습을 보자 백금호가 화를 벌컥 냈다.
“천죄 타주!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 뻔뻔한 낯짝을 들고 나타나! 가면만 쓰면 다야? 당신이 더러운 수작만 안 부렸어도, 애초에 우리가 이런 개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잖아!”
하지만 천죄 타주는 그저 담담했다.
“보물은 능력이 되는 자가 차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극북표설성은 가질 수 있지만 나는 안된다는 개똥 같은 법이 세상 어디에 있지? 그만합시다. 오늘 싸우러 온 건 아니니까. 혈옥영롱과 같은 지보는 우리 세 명 정도는 되는 이들이라야 가질 자격이 있는 거요. 초휴, 그 배신자 놈한테 뺏길 순 없다는 말이지. 당신들이 중간에 포기해도 나는 끝까지 가볼 참이오.”
그러자 백금호가 빈정댔다.
“그놈을 찾으면 뭘 할 건데? 그때쯤엔 혈옥영롱은 초휴가 체화시킨 뒤일 텐데. 게다가 저렇게 넓은 산중에서 쥐새끼 한 마리를 무슨 재주로 찾는단 말인가? 당신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거 같소!”
천죄 타주가 상자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에 놈의 머리카락이 들어있소. 놈이 쓰던 처소에서 주어 모았지. 이걸 풍만루 점술사한테 가져갈 생각이오. 이 머리카락을 매개 삼아 놈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정확한 위치를 짚어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방향 정도는 점술사가 말해줄 수 있을 거요. 그리고 혈옥영롱의 체화 문제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소. 우리들이라도 최소 한 달은 걸려야 체화가 가능하니, 그놈은 두 달, 아니 더 걸릴지도 모르지.”
“그러니 두 달 안에만 놈을 찾아내면 되는 거요. 숨어든 방향을 알아내면, 설령 직접 잡진 못하더라도 제 발로 기어나오게끔 압박은 가능할 거요. 놈한테 혈옥영롱을 체화할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는 건 절대로 곤란하오. 당신들이 동의한다는 전제하에서, 이제부터 우리 셋은 공조에 들어갑시다. 진법사한테 의뢰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이 들 테니, 이왕 협조하기로 한 이상 함께 비용을 치르도록 합시다.”
백금호가 생각 끝에 내뱉듯이 말했다.
“돈이야 내겠지만 풍만루에는 안 가겠소. 당신 둘만 다녀오시오. 나는 여기서 들려오는 소식이나 기다리고 있겠소.”
사실 백금호는 풍만루를 대하기가 껄끄러웠다. 일전에 제원례가 백금호를 막아서는 바람에 마찰을 빚지 않았는가. 그 일로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한 백금호는 풍만루와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맹원룡은 까다롭게 굴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이처럼 세 개 세력이 초휴를 잡는 데 힘을 합치기로 한 무렵, 당사자는 이미 상만산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되는대로 적당한 동굴을 찾아낸 그는 한동안 거기서 숨어지낼 생각이었다. 이번 도주는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심지어 지난번 섭동류가 내린 수배령으로 임중군에서 쫓기던 때에 비해서도 부담이 덜한 편이었다.
물론 이는 극북표설성과 취의장의 추격대를 서초 변경지역으로 따돌린 덕분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이번 추격에 군소 세력들이 별로 참여하지 않은 것이 컸다. 물론 애초에 군소 세력들이 감히 끼어들 만한 일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난번 쫓길 때 초휴는 뒷배가 없는 선천경 무명지배에 불과했다. 적어도 지금에 비하면 당시의 그는 확실히 무명지배였다. 다만 젊은 연배의 무사치고는 조금 이름이 알려진 정도였다. 그런 까닭에 당시 취의장의 지시를 받은 여러 군소 무림세가와 문파들이 그를 만만히 보고 부담 없이 추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초휴의 실력부터가 내강경으로 올라섰고, 위상 면에서도 용호방 십팔 위에 오른 유명인사였다. 자신의 지략과 실력으로 혼자 악씨 가문을 멸문시키더니, 급기야 청룡회 살수들을 거느리고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요가장까지 붕괴시켜버렸다. 이 과정에서 당당히 외강경을 박살 내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가차 없이 매섭고 잔악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 보였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존재를 감히 군소 세력들이 어떻게 선뜻 건드리겠는가.
취의장의 분부가 떨어졌어도 자기 무덤을 파는 짓에 섣불리 동참할 바보는 얼마 없었다.
사실 연동 지역만 볼 것 같으면 외강경 실력만 갖춰도 막강한 무림세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그들조차 초휴와는 가급적 얽히고 싶지 않은 게 본심이었다.
천인공노할 대마두들은 늘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욕설을 퍼부어 댈지언정, 앞에 나서서 그들을 처단할 용기를 가진 자는 거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초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대마두 축에 들려면 멀었지만, 지금 그의 위세만으로도, 앞에서는 알랑대고 뒤에서 욕을 하는 저급하고 비겁한 부류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동굴에서 지내는 동안 초휴는 혈옥영롱을 체화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이런 지보를 체화하려면 일정한 기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니, 우선 전공옥간에 담긴 불가의 무공부터 살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