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0)
1229화 계략과 건성
곤륜마교의 위세를 무시할 수 있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당아가 어마어마한 죄목을 들먹이자 당가 무사들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당가보 대장로가 얼른 말했다.
“당가보가 그럴 리 있는가. 그저 가는 길이 하도 험해 며칠 기다려 달라고 했을 뿐일세.”
당아가 냉소했다.
“나를 머저리로 아나? 나도 파촉에서 십여 년을 살았소. 파촉 땅이 어떤 곳인지를 내가 모를까? 남은 열흘이면 도착하는 길을 보름이 걸려도 못 온다고? 파촉이 정말로 세상 바깥 별천지인 것처럼 말하고 싶은가 보군.”
당아가 여지를 주지 않고 몰아붙이자 당가보 장로 하나가 참지 못하고 그에게 손가락질했다.
“당동정! 이게 무슨 짓이냐? 지금 신분이 어떻든 너도 우리 당가보 사람이 아니냐. 같은 일맥이 아니냔 말이다! 곤륜마교가 우리 당가보를 위협하는데 나서서 막지는 못할망정, 곤륜마교 편에서 당가보를 협박해? 양심도 없구나!”
당아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등 뒤에서 안불귀가 한 줄기 잿빛처럼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그 장로 앞에 가 있었다. 당가보 장로는 진단경이었으나 안불귀 상대로는 출수할 기회조차 없었다.
안불귀가 검을 뽑는 것을 본 사람조차 몇 안 되었다. 그저 폭음을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본 광경은 안불귀가 검을 들고 서 있는 모습, 그리고 한 무더기 다진 고깃덩이와 혈무로 변해버린 당가보 장로였던 무언가였다.
삽시간에 당가보 전체가 무덤처럼 조용해졌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당아와 안불귀를 바라보는 눈에 공포가 가득했다.
좌중을 흩어본 당아가 싸늘하게 말했다.
“말했지. 나는 당동정이 아니라 성교 휘하 혈아당 당주 당아다.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가 감히 성교의 당주에게 손가락질이냐? 죽는 게 그리도 소원인가!”
그 순간 모든 사람이 당아의 속내를 깨달았다. 그는 복수하러 온 것이었다. 옛 원한을 갚으러 온 것이다!
당가 대장로는 자세를 낮추더니 쓴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당주 대인, 그때 일은 부인이 지나쳤던 것이지 우리는 대인께 잘못한 바가 없소이다!”
당아가 기괴하게 웃었다.
“그런가? 그토록 졸렬한 계략을 당신들이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공정하다고 자부하는 장로회에서, 왜 누구 하나 나서서 막지 않았나? 무서웠기 때문이겠지. 적통에서 진정으로 실력 있는 가주가 나오면 장로회의 권위가 실추될까 봐 두려웠단 말이지. 차라리 매번 당북비 같은 폐물이 가주가 되는 게 좋은 일이었을 테니까. 안 그렇소?”
당가 대장로가 힘없이 말했다.
“하지만 당씨 적통 간에 벌어지는 일에는 우리도 끼어들기 어려웠소. 그리고 그때 대인 편을 든 사람도 있었지 않습니까. 선대 대장로가 적통 출신이었지요. 그 사람이 나서지 않았으면 대인은 파산검파로 갈 기회조차 없었을 거외다.”
“그 선대 대장로는 어디 있소?”
“십년 전에 수명이 다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아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그런데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지? 내가 옛날의 그 우습지도 않은 원한을 복수하러 온 줄 아나? 안심하시오. 그런 건 진작 잊은 지 오래니까. 물고 늘어져 괴롭힐 생각도 없고 말이지. 당가보는 우리 성교의 위엄을 무시했다. 성교는 분노했고, 당신들은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천문을 공격할 때 당가보가 선봉을 맡는다. 그런 일에 앞장서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을 테지? 그러나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는 게 세상 이치인 법이다. 당신들이 앞장설 때다.”
당가 사람들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들더러 천문을 공격하는 선봉에 서라니, 죽으라고 내모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안 됩니다, 당주 대인! 정말 우리가 선봉에 서면 당가보는 멸망하고 맙니다!”
당아가 그를 바라보았다.
“당가보를 지키고 싶나?”
당가보 장로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당아는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내가 당씨이니 기회를 주겠다. 천문 공격까지는 아직 시일이 좀 남았지. 그동안 당신들이 내가 만족할 만큼 해내면, 위에 한 번 이야기를 해보겠다.”
당아는 손짓하더니 곤륜마교 무사들을 이끌고 그대로 떠났다.
당가보 문간에 선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볼 뿐,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망연자실했다.
대장로가 뒤편에 있던 여자에게 욕을 퍼부었다.
“망할 계집 같으니! 다 네가 악독한 꿍꿍이로 무고한 사람을 몰아붙인 탓이야! 너 때문에 우리 당가가 이런 화를 당하는 거란 말이다!”
그녀는 당북비의 본처이자 당아의 큰어머니였다. 하지만 그녀는 욕설을 듣고도 조금도 물러서는 기색 없이 마주 고함을 질렀다.
“당신들이 묵인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래 놓고 인제 와서 나를 원망해?”
당아와 퍽 닮은 얼굴에 화려한 옷을 걸친 젊은 무사가 더욱 분노한 어조로 외쳤다.
“대장로, 지금 우리 어머니를 모욕한 거요?”
대장로의 눈썹이 확 솟구쳤다.
“모욕? 당서행(唐西行), 네 어머니가 자질이 뛰어난 당동정을 내쫓지 않았으면 네가 당가보 보주 자리에 앉았을 것 같으냐? 당동정은 수십년 동안 강호를 떠돌며 이제는 진화련신의 강자가 되었다. 곤륜마교에서도 당주까지 올랐단 말이다. 폐물 같은 네놈은 우리 당가보의 단약을 그리 많이 처먹은 주제에 아직 진단경에도 못 들지 않았더냐! 쓰레기 같은 놈! 당동정이 성의를 보이라고 했으니 하라는 대로 다 내주어야겠다! 오늘부터 너는 당가보 보주가 아니다!”
당서행의 어미는 퍽 수완이 좋은 사람인지라 당가보에도 자기 심복을 심어 두었다. 그녀는 분노가 치솟아 소리쳤다.
“어디서 감히!”
그 말에 당가보 제자 일부가 그녀 뒤로 가서 섰다.
대장로는 개의치 않고 호통을 쳤다.
“감히 하는지 못하는지 똑바로 봐라!”
다음 순간, 당가보 전체가 화약 냄새로 가득 찼다.
* * *
당아의 뒤를 따라가던 안불귀가 입을 열었다.
“나는 네가 저자들을 모조리 죽일 줄 알았다.”
당아가 냉소했다.
“다 죽이면 교주께서 시키신 일은 누가 맡나? 게다가 세상에는 죽음보다도 두려운 일이 얼마든지 많거든. 당가보 놈들의 품성이야 내가 저들보다 더 잘 알지. 당가보 장로회는 자기들 권력을 지키고 싶어 하지. 그 여편네는 자기 아들을 당가보 보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생각이 없을 테고. 그럼 자기들끼리 실컷 싸워 보면 될 일이지. 어디까지 싸우라고 말한 적도 없으니, 전적으로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야.”
가끔은 아무 대가가 없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대가이기도 하다.
당아는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내뱉은 것뿐이었다. 당가보에서 얼마나 성의를 보일지는 사실 중요하지도 않고 알 바도 아니었다. 그처럼 별것도 아닌 곳에 무슨 신경을 쓰겠는가.
당가보가 합심하여 단결한다면 그리 큰 손실을 보지는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저마다 꿍꿍이가 다르니 내분은 불가피할 터였다.
당아는 그 점을 잘 알았다. 그가 던진 한마디로 인해 당가는 내부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게 분명했다.
안불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점점 교주를 닮아가는군.”
당아는 움찔하더니 퉁명스레 말했다.
“왜 욕을 하고 그러나!”
* * *
매경령과 저무기가 일을 마무리했을 즈음, 동제 대량성의 육강하는 이제야 사람들을 불러모은 참이었다.
육강하의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 동제가 너무 큰 탓이었다.
오래된 세력, 새로 굴기한 세력, 온갖 세력을 다 합치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렸다.
대량성의 저택 대청에 모인 사람은 백 명이 넘었다. 모두 동제의 크고 작은 문파 가주나 장문으로, 진무교 장문 육장류와 순양도문 능운자까지 와 있었다.
육강하는 헛기침을 하더니 위엄 있는 태도로 말했다.
“여러분은 아직 나를 잘 모르실 듯하니 일단 내 소개부터 하겠소. 본좌는 곤륜성교 혈마당 당주, 혈해마존 육강하올시다.”
일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몇몇은 의아한 기색이었다. 혈마당 당주라는 건 알겠는데, 혈해마존은 뭐란 말인가?
곤륜마교가 사대 마존을 새로 세웠나? 어떻게 당주가 마존이 된단 말인가?
육강하는 다시 헛기침했다.
“그만, 쓸데없는 말은 관두시오.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여러분은 그냥 본좌가 혈해마존이라는 사실, 이것만 기억하면 되는 거요. 오늘 여러분을 부른 것은 천문 공격 때문이오. 천문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강호의 도리를 무너뜨렸으며······ 좌우간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는 건 모두가 알 거요. 그러니 천문을 칠 때는 다들 나와서 싸우시오. 나오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 대가를 치를 거요!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요. 그럼 내 말은 끝났으니 해산하시오.”
말을 마친 그는 주저 없이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다들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우리가 삼척동자인 줄 아나? 그럴듯하게 가식적이고 입에 발린 소리 하는 것조차 귀찮단 말인가?
육장류가 얼른 일어섰다.
“육 당주, 기다리시오. 초 교주가 말했다는 천문에 관한 비밀은 사실이오?”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육강하는 따귀를 쳐서 날려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육장류였다.
육강하는 표정을 바꾸어 허허 웃으며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당연히 사실이지요. 육 장문, 눈치채지 못하셨소? 서초의 배월교와 천사부는 아주 조용하잖소? 왜 그런 거 같소? 우리 교주께서 진작 노천사, 그리고 야소남과 약조하셨기 때문이요. 때가 되면 함께 싸우자고 말이 다 끝난 상태란 말이오. 그 두 사람도 사실로 믿는 일인데 여러분이 의심할 게 뭐가 있겠소?”
영현기 그 늙은이가 아직도 대라신궁에 멀쩡히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육강하는 진무교 장문인 육장류에게 함부로 굴 수 없었다.
물론 영현기는 자신과 진무교는 그저 한때의 인연일 뿐, 각별한 관계는 아닌 척했다. 하지만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 일단은 조심하는 게 나을 터였다.
육장류의 질문에 육강하가 그럭저럭 잘 답해주자 다른 사람도 일어서서 질문했다.
“육 당주, 감히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곤륜마교를 따라 싸우는 것은 괜찮지만, 전력을 다 쏟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우리 주가는 사람이 적어 열 명 정도밖에 못 갈 겁니다. 육 당주께서 너그러이 봐 주셨으면 좋겠군요.”
육강하는 싸늘하게 웃었다.
“누굴 머저리로 아나? 구대 세가에 새로 이름을 올린 주가에서 고작 열 명을 보낸다고? 천문 진법을 없애면 모든 강호인이 이득을 보게 된단 사실을 알아야지. 주가에서 열 명만 보내겠다면 어쩔 수 없지. 싸움에 나서는 열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무공을 폐해 버리면 되겠군. 어차피 주가는 열 명 빼면 다 폐물이라고 밝힌 셈이니까!”
육강하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자 다들 얼떨떨해졌다. 순양도문의 능운자가 미간을 찡그리며 나섰다.
“육 당주, 다소 지나치구려. 사람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일은 있다지만, 남을 죽이라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소? 곤륜마교가 천문을 치겠다는 건 좋소. 강호의 누구도 막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전분 다 나서서 싸우라고 협박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소?”
육강하는 그를 힐끗 보더니 냉소했다.
“나는 오백년 전부터 제멋대로였다, 왜? 능운자, 당신 초 교주에게 덜 맞았나 보군그래? 감히 앞에 나서서 방자한 소리를 늘어놓으니 말야. 횡포라는 게 어떤 건지 오늘 본좌가 가르쳐 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혈의 힘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쳤다. 무수한 핏빛 가닥이 광포하게 용솟음치며 거대한 손으로 변하더니 능운자를 후려치려 들었다.
능운자의 몸에서 순양강기가 번쩍였다. 그는 반격하려 했으나, 거대한 손은 그의 기혈을 끌어당겨 동작을 아주 약간 늦추었다. 그 잠깐 사이에 거대한 손이 덮쳐들자 능운자는 그대로 얻어맞고 나가떨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