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2)
1232화 군무신의 힘
혈무려가 초휴에게 알려준 정보 중 천문의 진법에 관한 것은 없었다. 그는 진법에 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문의 진법은 대부분 상고 시대 강자가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천문은 일만년 동안, 오백년 전 독고유아를 제외하면 한 번도 공격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방어 진법의 효과에 관한 기록도 전혀 없었다.
“진단경 이하는 모두 물러나시오!”
초휴의 거센 고함이 군중 속에 울렸다. 대오 중 구할이 일순간에 빠져나갔다. 진법이 펼쳐진 한 저들은 있어 봐야 소용이 없었다. 헛되이 죽을 뿐이다.
동시에 군무신도 움직였다.
그는 진법의 폭주로 입은 부상이 다 낫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위세는 여전히 놀라웠다. 격렬한 폭음이 울렸다.
군무신은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기세로 허공을 가르며 단숨에 초휴에게 일권을 날렸다. 운석 같은 일권이었다. 강대한 힘이 허공을 진동하고 흩날리던 눈과 서리마저 일순 굳는 듯했다.
초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군무신이 다 낫지 않은 걸 눈치챈 것이다.
지금 그가 발휘하는 실력은 무선 사중천에서 오중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전에 싸워 본 극락마궁의 안비풍 정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힘과 전투력은 별개라는 것이다.
군무신은 무선 칠중천이다. 힘에 대한 이해도, 무도와 신통의 운용도 안비풍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초휴는 파진자를 치켜들었다. 무한한 예기가 손안에 맺혔다. 일도를 긋는 순간 눈앞에서 법칙이 찢겨나가며 시커먼 진공처럼 모든 힘을 빨아들였다.
칠대한 탄천이었다. 초휴는 첫 출수에 자신의 최강 도법을 쓴 것이다.
그러나 탄천의 일도는 군무신의 일권 속 법칙의 힘은 집어삼킬 수 있었으나, 그 일권 자체에 담긴 극한의 힘은 어찌할 수 없었다.
굉음이 터졌다. 탄천에 갈라져 생겨났던 거대한 동공이 사라지고 초휴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이 군무신을 둘러싸고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진청제의 몸에서 내력진화가 극한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산을 무너뜨릴 듯한 일권이 군무신의 등을 직격했다.
위서애가 인결을 맺자 법칙의 힘이 휘몰아쳤다. 곤륜산 꼭대기에 휘날리던 눈보라마저 그 손에 붙들려 강대한 마기와 융합하더니, 거대한 한빙의 마장이 되어 떨어졌다.
야소남을 둘러싸고 선회하던 월도가 군무신을 왼쪽에서 베어갔다. 달의 칼날이 스쳐 지나는 곳마다 원기와 법칙의 힘이 한데 뒤엉켰다가 가장 약한 힘으로 변해 흩어지며, 그 일도에 길을 비켜 주었다.
보천심경은 하늘을 메꾼다는 뜻이지만, 기실은 하늘을 거스르는 극한의 마공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법칙의 힘을 억지로 뒤틀고 바꾸는 것이니 패도의 극에 달한 무공이라 할만했다.
오른쪽에서는 노천사가 인결을 맺었다. 눈보라에 휩싸인 곤륜산 꼭대기에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오뢰정법, 자소신뢰, 구소천뢰 등 온갖 뇌법이 그의 손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더니 거대한 우레 폭풍이 되어 군무신을 후려갈겼다.
네 사람 중 셋은 무선이고, 하나는 무선은 아니지만, 법칙의 힘을 깨달아 무선보다 못하지 않은 노천사였다. 약속이나 한 듯 그들의 호흡은 척척 맞았다. 군무신이 막 초휴를 날려버린 순간 이미 공세는 완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 찰나 군무신이 인결을 맺자 등 뒤에서 육도부도환멸화륜이 터져 나왔다. 실체 같고 환상 같은 거대한 원반에서 육도의 힘이 회전하더니 다른 모든 힘을 말살해 버렸다.
진청제의 육신으로도 육도윤반의 힘을 받아내지 못해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입가에서 한줄기 피가 흘렀다.
그러나 그의 눈에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저 농후한 투지뿐이었다.
야소남의 신병은 육도윤회의 압박 속에 토막이 났다. 기령마저 완전히 사라져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군무신을 바라보는 야소남의 눈은 형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줄곧 추구해 왔던 경지이자 힘이 아닌가!
위서애는 연달아 물러나며 불러냈던 마장과의 연결을 끊었다. 덕분에 육도윤반의 힘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전투 경험이 가장 풍부한 노천사만 남았다. 그는 뇌법을 무더기로 던진 다음 한편으로 피해 육도윤회의 힘에서 벗어났다.
노천사는 가슴을 두드리며 탄식했다.
“이 나이를 먹고도 치고받고 싸워야 한다니, 아마 천사부 역대 천사를 다 뒤져도 나보다 늙어서 고생한 인물은 없겠군그래.”
일 초 만에 다섯 명의 공세가 모두 무너졌다. 군무신의 강대함은 전율이 일 정도였다. 그러나 군무신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아까 나가떨어졌던 초휴가 법천상지를 썼다.
거대한 마신의 몸이 하늘을 받칠 것처럼 우뚝 솟아오르더니 아예 구름을 뚫어 버렸다. 일권이 군무신을 향해 떨어지자 그 강대한 힘에 허공마저 흔들렸다.
“신통!”
군무신의 눈빛이 음험해졌다.
그는 이 신통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이 신통이 아니었으면 초휴는 진작 정두칠전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이렇게 살아있지도 못했을 테고, 이런 화를 불러오지도 못했으리라.
군무신이 보기에 법천상지는 전형적인 힘 계열 신통이었다. 기실 신통 중에서 힘을 쓰는 신통은 약한 축에 들었다. 단순한 힘만 써서는 응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까.
그러나 법천상지는 힘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신통이었다. 일권이 날아드는 순간 태고의 마신이 천지가 떨릴 정도로 포효하자 천도와 만물을 압살할 듯했다.
군무신이 인결을 맺자 육도부도환멸화륜이 극한까지 펼쳐졌다. 거대한 윤반이 머리 위로 치솟아 법칙의 힘을 모두 멸절해 버렸다.
하계에서건 대라천에서건 신통을 받아낼 수 있는 기술은 매우 드물었다. 기껏해야 초휴가 쓰는 칠대한 최후의 초식 탄천 정도일까.
그리고 지금 군무신이 시전한 육도부도환멸화륜이 그러한 매우 드문 기술 중 하나인 것이다.
요사함과 신이함을 하나로 합하고, 마음과 정신을 단련하여 윤회를 겪는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허무를 실체로 바꾸듯, 육도윤반으로 만들어내 만물을 말살하는 것이다.
초휴의 일권은 육도윤반을 뒤흔들었다. 진동이 터지자 곤륜산맥 전체가 떨리는 듯했다.
그러나 군무신은 초휴의 신통을 막는 데 성공했다.
* * *
종신수는 노도가 거세게 이는 동해에서 파도를 밟으며 걷고 있었다.
동쪽으로 갔다가 남쪽으로 갔고, 북쪽으로 갔다가 서쪽으로 가기도 했다. 마치 원을 그리며 도는 것 같았다.
그는 문득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았다. 눈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
“인과가 변했군.”
그리고 미간의 붉은 점에서 눈을 찌르는 듯한 붉은빛이 터져 나오더니 천지의 법칙 속으로 녹아들었다.
만일 초휴가 거기 있었으면 그 실의 정체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는 중주 왕사성에서 법칙의 힘이 구체화하여 응집된 실을 보았었다.
지금 종신수의 미간에서 폭발한 힘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순간 그는 ‘법칙의 힘의 화신’이라 해도 좋았다.
실이 천지 법칙으로 스며들자 종신수의 시야에는 온 세상의 풍경이 쉬지 않고 휘돌았다. 시간과 공간이 마구잡이로 돌면서 상상도 못 할 온갖 광경이 스쳐 갔다. 마지막에는 그도 버티기 어려워 큭 하고 신음을 토했다.
그는 손을 저어 법칙의 힘으로 만든 실을 끊어 버렸다. 서쪽을 바라보는 종신수의 눈은 다시 맑아졌으나,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인과가 흐트러졌나?”
보이지도 않고 말할 방법도 없었다. 종신수는 그 자리에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지나가던 상어가 먹이인 줄 알고 덥석 물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상어의 이가 부러졌고 종신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동해에서 빙글빙글 왔다 갔다 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 * *
초휴는 종신수가 그를 엿본 것을 알지 못했다. 군무신 또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법천상지의 일권을 군무신은 기술을 써서 정면으로 받아냈다. 가공할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초휴의 심지는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았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을 내지르면 되는 것이다!
법천상지의 힘이 극한까지 폭발했다. 연속으로 다섯 번을 내뻗은 주먹에 육도윤반은 결국 깨져 나갔다.
그러나 육도윤반이 깨져 나간 순간, 군무신의 전신에 법칙의 힘이 응집했다. 새빨간 법칙의 힘이 군무신의 손에서 엉겨들더니 붉은색 창으로 변했다.
그 창은 타오르는 불처럼 뜨거웠다. 눈과 서리로 가득하던 곤륜산을 숫제 화염산으로 바꿔 버릴 것 같았다.
새빨간 용창(龍槍)이 맹렬하게 뻗어지더니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순식간에 초휴에게 닥쳐들었다. 고작 이 초, 찌르고 후비는 동작뿐이었으나 창술의 정수가 극한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신통 창결, 화룡점등(火龍點燈)!
일순간 작렬하는 화염이 초휴를 둘러쌌다. 거대한 마신의 몸은 그 섬약해 보이는 창 앞에서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초휴의 몸이 격렬한 화염으로 뒤덮이며 내력 진기가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화룡점등, 화룡(火龍)이 불태우는 등(燈)은 바로 초휴 자신이었다!
법천상지가 삽시간에 흩어졌다. 그러나 불꽃은 뼈를 갉아 먹는 벌레처럼 여전히 초휴의 몸을 태우고 있었다. 그를 불태워 없애기 전에는 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초휴는 일순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래도 군무신을 좀 과소평가한 듯했다. 정확히 말하면, 군무신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다.
군무신은 두 번밖에 출수한 적이 없었다.
첫 번째는 종신수 앞에서 육도부도환멸화륜을 쓴 것이고, 두 번째는 그를 암습했던 정두칠전이었다.
그 외에는 전무했다. 그는 군무신이 신통을 몇 가지나 다룰 수 있는지, 얼마나 강한 힘을 쓸 수 있는지도 몰랐다. 출수할 때마다 초휴는 상대의 실력을 떠봐야 했으나 군무신은 언제든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때 위서애가 초휴 옆에 나타났다. 무한한 마기가 초휴를 둘러쌈과 동시에 무근성화의 힘이 폭발하면서 화룡점등의 요사한 불꽃을 날려 버렸다.
무근성화는 법칙의 힘이 구체화하여 실체를 갖춘 천지의 지보였다. 위서애로서는 그 힘의 한 가닥을 끌어내 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한 가닥만으로도 화룡점등에 담긴 법칙의 힘을 몰아내기에 충분했다.
진청제와 나머지 두 사람이 군무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셋 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진청제는 육신도 단단하고 힘도 강했으나, 그런 장점은 군무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군무신은 어디서 무슨 연체공법을 익혔는지 육신의 힘이 진청제보다도 더 좋았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에 진청제는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노천사는 무선이 아니었으나 그가 쓰는 뇌법에는 법칙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공격력은 무선에 뒤지지 않았다.
군무신은 그를 힐끗 보더니 인결을 맺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정통 도가의 구자진언인(九字眞言印)이었다. 허공에서 아홉 글자의 진언이 진동하며 천지를 울리자 뇌정은 허공에서 흩어져 버렸다.
야소남은 극한까지 보천심경을 펼치고 있었다. 이미 하늘의 구름마저 색이 변했다.
그가 일지를 세우자 허공에 희미한 균열이 생기면서 군무신을 삼키려 했다. 균열이 일어나는 곳마다 천지의 법칙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자신의 몸으로 하늘을 메꾸는 것이 보천이다. 그가 메꾼 하늘은 곧 야소남 자신의 하늘인 것이다!
군무신은 다소 신기하다는 눈빛이었다.
“강호의 무사 중 내 눈에 드는 자는 얼마 없다. 야소남 네가 개중 하나지. 한 가지 무공을 여기까지 연마했다는 것, 신통을 몰아세울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상고 시대에조차 몇 명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애석하구나. 너는 상대도, 길도 잘못 골랐다!”
군무신의 말이 끝나자 거대한 마영이 폭발하듯 일어났다. 일순간 마염이 하늘을 메우고 해를 가릴 기세로 곤륜산 꼭대기를 전부 뒤덮었다.
마영이 닿는 곳마다 온갖 변화가 일어났다. 허공의 균열이 메워지더니 마지막에는 한 덩어리로 뭉쳐져서 야소남에게 달려들었다.
만마귀허(萬魔歸墟)!
그 순간 초휴는 드디어 군무신의 무도를 이해했다. 그가 걸어온 길은 초휴와 같았다. 백가(百家)의 장점을 한몸에 받아들여 극한에 다다르는 전투의 최절정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