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3)
1233화 절기 총출동, 신통 대 신통
육도부도환멸화륜에는 불문 무공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고, 구자진언은 도문에 속하고, 지금 만마귀허는 마도의 공법인 것이다.
그리고 육신이 저토록 강한 이상, 연체공법도 익힌 게 분명했다. 게다가 초휴의 육도윤회탁의 공세에도 수십 번의 윤회를 버텨냈다. 의지력과 원신도 매우 강한 것이다.
도불마 삼맥의 무공에 통달하고 무수한 무도를 한데 결합했다. 육신에도, 원신에도 아무런 약점이 없는 것이다.
어찌 이토록 초휴와 닮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군무신이 이런 실력을 지닌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단시간에 정두칠전 급의 신통을 장악하지 않았던가. 오성과 천부적 자질이 그토록 대단한 인물인 것이다.
천문은 상계에서 하계의 문을 지키도록 남겨둔 것이다. 천문의 첫 세대는 각 대문파의 정예 제자였고, 그들이 남긴 무공은 당연히 백가의 장점을 포괄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진 곳이니 군무신이 그 길을 걸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야소남은 무수한 마영에 둘러싸여 금방이라도 중상을 입을 것 같았다. 초휴는 신통의 소모를 무릅쓰고 그를 도우려 했다.
지금 여기서 초휴를 제외하면 야소남의 실력이 가장 강했다. 그가 중상을 입으면 아군이 매우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그러나 초휴가 손을 쓰기도 전에 야소남은 방어를 포기해 버린 듯했다. 그는 마영이 자기 몸을 꿰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분오열하며 찢겨나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무수한 마영에 꿰뚫린 야소남의 몸에서 선혈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대로 깨지고 찢기기만 하더니, 다음 순간 일곱 빛깔 딱정벌레 무리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득시글거리는 벌레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야소남의 모습은 다른 편에서 나타났다. 그는 벌레를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대역고(代役蠱)가 전부 못 쓰게 되었군.”
그제야 다들 알아차렸다. 야소남은 묘강 배월교의 고술을 쓴 것이다.
기실 초창기 배월교는 고술로 강호에 이름을 떨쳤다. 지금도 배월교 제자의 절반 정도는 마공을 수련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고술을 익혔다. 물론 둘을 함께 수련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야소남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고술을 쓴 적이 없었다. 실력이 너무 강한 때문이었다.
힘만 가지고도 상대를 압살할 수 있는데 무엇 하러 자잘한 고술까지 쓴단 말인가? 그래서 다들 배월교 교주인 그의 고술이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군무신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냉소했다.
“묘강의 고술이라, 재미있는 재주로군. 대역으로 삼을 고충이 더 있나? 고충으로 마영을 막는다면 고충은 죽겠지만 마영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초휴와 손잡고 천문을 건드린 것이 후회되지 않나?”
초휴는 담담했다.
“군무신, 후회할 자는 네놈이겠지. 군무신 너의 실력이 강대하여 강호 제일이라 할 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희 천문 문주는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제 욕심만 차리는 돼지 같은 자들이었다! 수련에 가장 좋은 곳은 자신만의 몫으로 만들어 힘을 절정까지 끌어올렸겠지? 나머지 구대 신장은 어떤가? 저들이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나?”
방금 군무신은 다섯 명의 협공을 받고 있었다. 공격이 들어오는 대로 모두 받아냈고 전혀 열세에 처하지 않았으나, 다른 쪽 상황까지 주의를 돌릴 만큼 여유롭지는 않았다.
초휴의 말을 듣고서야 그는 상황을 알아차렸다. 천문의 진영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것도 참패였다.
구대 신장이 종문 하나를 상대할 때는 크나큰 위협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강호 전체가 연합하여 달려드니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진법의 가호가 있다고는 하나 구대 신장도, 비경 무사들도 적을 당하지 못했다. 줄곧 밀리고 쫓긴 끝에, 가장 내부의 진법만 간신히 사수 중이었다.
가장 핵심적인 진법은 방어 진법이라 그리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원길과 조황이 어느 틈인지 후방에 나와 있었다.
둘은 사람들을 지휘해 진법이 약한 곳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단번에 무너지지는 않았으나 진법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였다.
그러나 초휴 일행을 바라보는 군무신의 안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부하들이 막아낼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저들이 무너지기 전에 너희를 죽이면 전세는 당연히 뒤집힐 테니까!”
* * *
천문 내부의 제천효는 용을 써 가며 진법을 조종하고 있었다. 통통한 얼굴에는 실개천처럼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천문의 방어 진법은 꽤 오랫동안 가동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이라고 해 봐야 독고유아가 쳐들어왔을 때였다.
오백년 전 독고유아는 진법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고, 그 뒤로 진법은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천문이 고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고칠 수가 없었다.
옛날 천문을 세운 상고 시대 강자들은 당시 강호 대문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진법을 만들었다. 그를 이어받은 천문의 실력도 뛰어나긴 했지만, 상고 시대의 진법 대종사에 비할 바는 못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천효는 전력을 다해 진법을 조종하면서도 역부족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법의 위력은 자꾸 약해지고 있었다.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혈무려! 가만히 앉아서 뭐 하는 건가? 구경났어? 빨리 내력을 전해주게. 이러다간 내가 못 버티겠네!”
혈무려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떠올랐다.
“성질도 급하시군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내력이 필요한 줄 내가 어찌 알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지금 갑니다.”
핏빛 그림자가 그의 손에 맺히더니, 음침한 마기와 혈기가 함께 뒤섞여 날카롭기 그지없는 칼날로 변했다.
그는 천천히 제천효의 등 뒤로 다가갔다. 핏빛 칼날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제천효의 등에 내리꽂혔다. 푹 소리와 함께 칼날이 제천효의 가슴을 뚫고 튀어나왔다.
제천효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팍에서 튀어나온 핏빛 칼날을 보았다. 그리고 힘겹게 고개를 돌려 혈무려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 어째서?”
제천효는 점술이나 진법에 능할 뿐 싸움이 주특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역시 혈무려와 같은 진화련신이니, 사실 이리 쉽게 기습을 허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모든 정력을 진법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그와 털끝만 한 원한도 없는, 같은 천문 구대 신장인 혈무려가 이토록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줄 어찌 알았으랴.
순간 혈무려의 핏빛 칼날이 폭발했다. 진한 혈살의 마기가 삽시간에 제천효의 경맥으로 스며들어 그의 심맥을 짓이겼다. 제천효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자 혈무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날 원망 마시오. 당신들과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것뿐이니까. 당신들은 군무신과 함께 시커먼 어둠 속으로 떨어져도 좋을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살고 싶소.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단 말이오! 천문에서 신장 나부랭이 노릇이나 하며, 언제 떠밀려 나락에 떨어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삶은 넌더리가 난단 말이오. 오늘만 지나면 나는 곤륜마교······ 아니, 우리 성교의 당주가 될 거요. 그리되면 지전이라도 좀 태워 드리리다.”
혈무려는 제천효의 시신을 한쪽에 내던졌다. 그는 진법의 중추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사실 그건 상관없었다. 그는 진법에 관해 아는 게 없었으나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았다. 진법을 고치기는 어려워도 망가뜨리는 건 쉽다는 것을.
그래서 혈무려는 최대한의 힘을 폭발시켜 진법에 일격을 날렸다. 천문 진법의 중추가 아무리 강해도 안팎으로 쏟아지는 협공을 버틸 수는 없었다. 혈무려의 공격을 받은 순간 터져 나가고 말았다.
밖에서 열심히 진을 공략하던 원길과 조황은 일순 어리둥절했다. 그렇게 견고해 보이던 진법이 갑자기 끝장나다니?
진법의 중추를 망가뜨렸으니 혈무려는 사실상 할 일을 다 한 셈이었다. 초휴는 그더러 상황을 봐서 움직이라고 했고, 그는 진법을 깨뜨려 초휴 편의 시간과 손해를 크게 줄여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당당하게 곤륜마교의 당주가 되어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혈무려는 그래도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기 능력을 더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새 주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뒤쪽에 있는 여러 신장의 대전을 바라보다가, 문득 뭔가를 생각하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전장에서는 군무신이, 천문이 무너지기 전에 초휴 무리를 다 죽여 버리겠다고 말한 참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진법이 완전히 붕괴하고 말았다.
진법의 가호가 사라지자 천문 측은 패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반격 한 번 하지 못했다.
군무신의 낯빛은 삽시간에 음침하게 가라앉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쓸모없는 놈들이라고 제천효와 혈무려에게 욕을 퍼부었다. 진법조차 지켜내지 못하다니.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군무신, 너희 천문 무사들은 네 생각보다 근성이 없는 것 같군그래. 내 진작 말했잖나. 역대 천문 문주는 모두 자기밖에 모르는 돼지 같은 자들이었다고. 천문에 구대 신장이 있지만, 너희가 그럴 마음만 있었다면 신장을 구십 명 세울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천문 문주는 가장 좋은 자원을 독점하려고만 했지. 심지어 다른 신장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까 봐 일부러 그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걸 억눌렀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따라오는 법이지. 역대 천문 문주의 도량과 포부가 좀 더 컸다면 지금 같은 처지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테지. 이제 천문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
“영영 사라진다고? 웃기는 소리! 내가 곧 천문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천문은 건재하단 말이다!”
군무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불러온 마영이 하늘을 뚫을 듯이 솟구쳤다. 만마귀허가 다시 펼쳐지더니 모든 사람을 그 안에 가뒀다. 동시에 등 뒤에서 육도부도환멸화륜이 떠올라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그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 다섯 명 중에 가장 강한 자는 초휴였다. 신통을 다루는 사람도 초휴뿐이었다. 초휴만 해치우면 나머지는 걱정할 게 없다.
마와 불(佛)의 위세를 한몸에 입은 군무신의 기세는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진청제, 노천사, 야소남, 위서애까지 무수한 마영에 둘러싸여 끝도 없는 싸움을 하느라 지쳐갔다.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인결을 맺자 손바닥에서 불광이 터져 나왔다. 찬란하고 눈부신 불광이 하늘 끝까지 치솟고, 십자 모양의 연꽃이 활짝 피어나며 마영을 깡그리 녹여 버렸다.
군무신의 눈에 이채로운 빛이 돌았다. 두 번째 신통이다. 초휴가 또 다른 신통을 쓴 것이다.
군무신쯤 되는 무선으로서도 신통 하나를 익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휴는 어떻게 두 가지나 쓰는 것일까?
만마귀허는 녹아 사라지고, 십자연화인은 육도윤반과 맞부딪쳤다. 육도윤회의 힘이 끊임없이 십자연화인의 힘을 갉아먹고 있었다. 무도의 기술로 신통을 정면으로 막아내는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그 순간 군무신의 몸이 휙 흔들렸다. 그는 한 줄기 검은빛으로 변해,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느닷없이 진청제 앞에 나타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다. 군무신은 줄곧 초휴를 주적으로 삼아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난데없이 목표를 진청제로 바꾸다니? 전력으로 군무신의 공격을 방어할 태세를 갖추던 초휴 역시 당황했다.
군무신의 몸에서 금빛이 확 퍼져 나오자 전신에서 별처럼 점점이 빛나는 범문이 나타났다. 엄숙하고 경건하기 그지없는 얼굴은 마치 불종의 호법처럼 보였다.
그러자 초휴는 그 무공의 정체를 눈치챘다. 천라보찰의 불멸금신이 아닌가. 불멸금신은 정확히 말하면 무공이라기보다는 거의 신통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예전 중주에서 법명이 억지로 불멸금신의 주문을 몸에 새김으로써 그 힘의 일부를 빌려 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군무신이 펼친 건 진짜배기 불멸금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