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4)
1234화 진격의 혈무려
군무신의 일권이 내리 떨어졌으나 진청제는 피하지도, 물러나지도 않았다. 그는 내력진화를 거두더니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화산처럼 군무신과 맞붙었다.
일순간 강대한 힘이 폭발하면서 발아래 곤륜산맥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눈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진청제는 신음을 흘렸다. 오른팔은 이미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는 무선이 아니다. 진청제가 무선과 정면으로 맞붙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힘이 무선이 장악하는 법칙의 힘을 가루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군무신이 날린 것은 육신의 힘을 절정까지 끌어올린 일권이었다. 순수한 힘일 뿐이고 어떤 법칙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니 진청제가 무슨 수로 부수겠는가?
두 번째 주먹이 내리 떨어지자 진청제는 왼손으로 맞받았다. 왼팔이 그대로 으깨지자 그는 울컥 피를 토하고 말았다.
중상을 입고도 진청제는 물러날 줄 몰랐다. 눈의 투지는 더 짙어졌다.
그는 진화연신(眞火煉身)을 수련했다. 온몸 구석구석이 신병보다도 강고하게 단련되어 있는 것이다. 손이 없으면 발이 있지 않은가!
가장 가까이 있던 노천사가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는 온갖 뇌법을 전부 내던졌다.
그러나 군무신의 몸에 적중한 뇌법은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살갗에서 빛나는 범문에 모조리 막혀 사라진 것이다.
노천사는 발을 쾅 구르더니 이를 악물었다.
“좋다, 오늘 이 늙은이가 밑천을 다 털어 보여주마!”
인결을 맺자 끝없는 뇌부(雷符)가 그의 몸 주변에서 번쩍이기 시작했다. 푸른색, 붉은색, 자주색, 온갖 색이 다 있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뇌부에는 천사부의 크고 작은 무수한 정법이 담겨 있었다.
허공에 먹구름이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금방이라도 구름과 번개 속에서 신이 강림하려는 듯했다. 노천사의 인결이 작렬하자 무수한 뇌정이 빽빽하게 쏟아져서 군무신을 둘러쌌다.
기이하게도 그 뇌정은 액체처럼 변하더니, 서로 이어진 사슬처럼 군무신을 꽁꽁 얽어맸다. 물 같은 뇌정들은 끊임없이 우렛소리를 내며 군무신의 불멸금신을 갉아먹었다. 결국 그는 마지막 일권을 내리치는 데 실패했다.
노천사는 그 일 초에 엄청난 힘을 써 버린 듯했다. 그는 이마의 땀을 닦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늙은이는 전력을 다했네. 나머지는 여러분에게 달렸소이다.”
뇌정의 사슬에 묶인 군무신이 냉소했다. 범문에서 금색 광휘가 장엄하고 경건하기 그지없는 빛을 발했다.
그러나 불멸금신의 힘을 최대로 폭발시켜 사슬에서 벗어나려던 순간, 그는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변함없던 표정이 확 일그러지더니 선혈을 뿜으며 기세가 확 꺾였다.
노천사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언제 이리 강해졌지?’
* * *
천문 신장에게는 대전이 하나씩 주어진다. 여러 대전의 한가운데 있는 가장 웅대한 궁전은 천문 문주 군무신의 거처였다.
그 대전은 천지 원기가 가장 짙은 곳이어서 다른 신장의 대전보다 열 배는 더 강했다. 혈무려는 초휴가 천문을 총공격하기 전, 거기서 한동안 수련한 것만으로도 실력이 크게 늘었다.
보통 때였으면 제오적송을 제외한 다른 신장은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공로를 세운 신장만이 수행을 허락받았다. 그러나 지금 군무신과, 혈무려를 제외한 구대 신장은 모두 정신없이 싸우는 중이었다.
대전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진법의 핵심은 그가 부숴 버렸다. 즉 혈무려는 마음대로 군무신의 대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전에 들어간 혈무려는 기억 속 방향을 따라 가장 안으로 향했다. 구대 신장을 상징하는 아홉 개의 혼등이 보였다.
개중 네 개는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제천효를 제외하고도 이미 세 명이나 싸우다가 죽은 것이다.
혈무려는 혼등을 건드려 보려 했으나, 접근하자마자 진법에 튕겨 나갔다. 혼등 주위에는 진법이 처져 있었다. 그러나 방어용이 아니라 누군가 수련하다가 실수로 건드려 사고가 날까 봐 설치한 것이었다.
구대 신장의 혼등은 혈무려의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군무신의 혼등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왕좌가 보였다. 온통 순금으로 만들어졌고 번쩍이면서도 매우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왕좌를 지나치고 들어가자 황금색으로 빛나는 혼등이 보였다. 그 혼등의 불꽃은 다른 구대 신장의 혼등을 다 합친 것보다도 컸다.
옛날 천문 비경에서 수련하던 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오래전에 들어왔으나 실력이 모자라 한 번도 신장이 되지 못한 무사들이 천문의 여러 비밀을 알려 주었다.
역대 천문 문주는 다들 이상할 정도로 소심했다. 자신의 수명이 거의 다할 즈음에야 다음 문주를 지명해서 모든 권한과 전승을 넘겨주었다. 그러다 보니 신임 문주는 대부분 위엄과 명망이 부족했다.
천문의 역사에 남은 기록만 보아도 반란을 일으킨 신장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다만 모두 진압되었을 뿐이다.
언젠가는 선대 문주가 임종 때, 자기의 호오대로 후계자를 지명했다. 문제는 당시의 구대 신장 중에는 그 후계자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불만을 품은 자들은 여러 신장과 연합해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그때의 구대 신장 중에서 여덟 명이 죽었다. 새 문주로 지명받은 신장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문주는 자리를 계승하는 순간부터 신장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혼등 때문이었다. 문주 역시 신장처럼 원신 일부를 혼등에 남겨 놓는 것이다. 반란 같은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대 신장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이 혼등을 망가뜨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혈무려는 미친 듯이 진법에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문주의 혼등을 수호하는 진법이니만큼 그 견고함은 혈무려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를 꽉 깨문 혈무려의 눈에 독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이미 곤륜마교에 투신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렇다면 항복 문서도 멋지게 써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순간 그는 정혈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강대한 힘이 진법을 꿰뚫더니 끝없는 핏빛이 혼등을 둘러쌌다. 다음 순간 폭음이 터지며 진법이 무너졌다.
그는 마지막 남은 기혈의 힘을 날카로운 칼날로 만들어 혼등을 갈라 버렸다. 그 순간 강대한 원신의 파동이 대전 전체로 퍼져 나갔다. 혈무려는 충격으로 선혈을 울컥 토했다.
혼등에서 퍼져 나온 원신의 힘이 사납게 일그러진 군무신의 얼굴로 바뀌더니 노호했다.
“혈무려! 죽고 싶으냐!”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자 혈무려는 놀라서 머리칼이 곤두섰다. 얼굴은 삽시간에 공포로 물들었다.
군무신이 천문 문주 노릇을 얼마나 오래 해왔던가. 혈무려는 결국 그를 배반했으나, 막상 군무신이 눈앞에 나타나자 두려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것은 원신의 힘이 남긴 파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 한마디를 끝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혈무려는 그대로 주저앉아 선혈을 뱉어내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 정도면 항복 문서로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한 일은 없을 터였다.
* * *
전장에서는 군무신이 피를 토하며 무너지자 다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굳어 있었다. 노천사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혈무려, 죽고 싶으냐!’라는 군무신의 노호를 들은 초휴는 눈치를 챌 수 있었다. 틀림없이 혈무려가 손을 쓴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혈무려를 배반자로 꼬드기기는 했으나 기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초휴는 언제나 최대의 승산을 자신에게 거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었다. 간단히 말해 그는 혈무려를 별로 믿지 않았다.
게다가 혈무려는 풋내기 신장에 불과했다. 그러니 천문의 비밀에 대해 그리 잘 알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뜻밖의 기쁨을 가져다줄 줄이야. 혈무려가 무슨 수단을 쓴 건지는 몰라도 군무신에게 중상을 입힌 건 분명했다. 그 찰나를 초휴는 놓치지 않았다.
파진자의 일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아무런 도의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허공에서 끝없는 마기가 모여드는가 싶더니 달이 떠올랐다. 무궁무진한 예기 속에 군무신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구름 걷히니 달 빛나고, 푸른 하늘에 그림자가 비친다. 운개명월 청천조영!
그 힘을 느낀 군무신의 안색이 완전히 변했다. 벌써 세 번째 신통이 아닌가. 그것도 이렇게 강한 신통이라니, 그조차 전율을 느낄 만큼 엄청난 신통이었다.
군무신은 머릿속을 두들기는 원신의 고통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그는 불멸금신을 극한까지 펼쳐 노천사의 사슬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상태가 안 좋은 걸 눈치챈 위서애와 야소남이 동시에 출수하고 있었다.
위서애의 인결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불꽃이 맺히더니 군무신을 얽어매려 달려들었다. 그 불꽃의 실은 정말로 머리카락처럼 가늘어서 세세하게 감지하지 않으면 눈치챌 수도 없었다.
그러나 위서애가 전력을 쏟아붓다시피 해서 펼친 그 불꽃에 담긴 힘은 너무도 놀라웠다. 그것은 무근성화의 힘이었다.
지존신단을 소화한 위서애의 몸속에는 무근성화의 힘이 한 가닥 깃들어 있었다. 아주 미세한 일부에 불과했으나, 그가 응집하는 힘 역시 무근성화와 마찬가지로 천지에서 기원한 법칙의 화신인 것이다. 불꽃의 실은 가뿐하게 군무신의 범문을 끊어 버린 다음, 불멸금신까지 무너뜨렸다.
동시에 야소남의 보천심경이 극한까지 펼쳐졌다. 군무신의 주변에서 가닥가닥 균열이 생기면서 그를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공간의 힘에 짓눌리는 순간 벼락의 사슬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군무신은 ‘큭’ 하고 신음을 토했다.
세 사람의 협공이 드디어 군무신에게 중상을 입힌 것이다. 그가 마지막 반격의 기회를 놓친 사이에 청천조영이 떨어지고 있었다.
강대한 도의가 군무신을 꿰뚫었다. 군무신의 몸이 마디마디 찢겨나가기 시작하며 엄청난 선혈이 뿜어졌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길게 절규했다. 끝없는 고통과 흉포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균열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면서 군무신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었다. 기이하리만치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도 군무신은 다시 한번 육도부도환멸화륜을 끌어내서 위서애를 후려갈겼다.
청천조영은 육신을 베는 힘이다. 막아낼 방법이 없는 신통인지라 같은 육신의 힘으로 맞서야만 했다.
초휴는 그 상황에서조차 청천조영에 맞서는 대신, 계속 적을 공격하려는 군무신 같은 인물은 처음 보았다.
위서애 역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그대로 일격을 맞고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물론 예측했다 한들 저항할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무근성화의 힘을 응집하느라 거의 모든 힘을 다 써버렸으니까.
군무신은 몸을 돌리더니 인결을 맺어 자신이 흘린 선혈로 핏빛 장창을 만들어냈다. 그 창에는 여전히 허공을 불사르는 불길이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화룡점등이었다!
중상을 입은 채로 다시 신통을 펼친 군무신은 곧장 야소남을 찔러 들어갔다. 조금 전에는 초휴조차 화룡점등을 피할 수 없었다.
야소남의 보천심경이 신이하다 하나 그런 공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보천심경이 다루는 힘은 공간 법칙을 운용하는 것과 가까웠으나, 그 일창 앞에 모조리 소멸하고 말았다.
피하지 못할 것을 안 야소남은 과감하게 창 앞으로 달려들더니 한 손을 위로 치켜들어 인결을 맺었다. 마치 그 손으로 하늘을 메꾸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