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38)
1238화 뒤늦게 터진 문제
곤륜마교 사람들은 원래는 천문 신장의 거처였던 대전을 점거하고 수련할 준비를 했다. 초휴도 한동안 폐관에 들 생각이었다.
무선 삼중천을 영문도 모르고 뚫었지 않은가.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였으니 필경 경지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폐관 수련을 통해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폐관에 들어가기도 전에 대라천에서 그를 찾는다는 전갈을 원길이 보내왔다. 남역 천마궁 부궁주 원공성의 연락인데, 아주 급한 일 같다고 했다.
초휴는 원공성과 손잡고 극락마궁을 말살했다. 해서 천마궁은 이제 남역 마도 중 제일가는 대문파가 되어있었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매우 만족스러운 합작이었다. 그러니 시비를 걸 심산으로 원공성이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단 폐관 수련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남만으로 돌아가서 진법을 통해 대라천으로 넘어갔다.
* * *
창남부 대청으로 들어서는 초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원 궁주, 어서 오시지요. 폐관 수련 중이라 나가서 맞이하지 못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원공성이 괴이쩍은 낯으로 말했다.
“초 대인, 지금 웃음이 나오시오? 그간 정녕 아무것도 들은 바가 없소?”
초휴는 의아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대라신궁 선발전 뒤로 초휴는 모든 정력을 하계에 쏟고 있었다. 군무신에게 중상을 입혀 놓은 틈을 타서 최대한 빠르게 천문을 궤멸해야 했으니까.
군무신이 다시 회복하면 어렵게 잡은 기회를 날리는 셈이 될 터이었다. 그래서 대라천 쪽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원공성이 나직하게 말했다.
“초 대인, 대라신궁에서의 활약은 나도 들었소. 아주 대단했습디다. 천지통현의 실력으로 무선에 든 신가라를 이 초 만에 죽였다면서요? 그런 전적은 대라천 일만 년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거요. 대라신궁 선발에서도 마지막 여섯 명에 들어 삼청전의 천재 준걸 허귀산과 나란히 섰고 말이오. 단숨에 하늘과 사람의 간극을 뛰어넘어 무선에 오르기도 했고 말이오. 대라신궁에서 초 대인이 보인 활약은 그야말로 역대 대라신궁에 들어간 무사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 정도요. 하지만 다른 생각은 전혀 안 해본 모양이구려? 이번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척을 졌는지 말이외다. 천하검종 제자를 몰아붙여 스스로 한쪽 팔을 폐하게 만들었다면서? 그의 체면이 엉망이 되었다는 말이오. 게다가 고월존자, 진룡신장, 능천검존의 전인 셋을 죽였다고 들었소. 고존이 전인 하나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잖소. 그런데 단숨에 남의 전인을 끝장내다니. 좀 부적절한 말인지도 모르겠소만, 대를 끊어 버리는 것과 뭐가 다르겠소?”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지. 범교도 있으니까 말이오. 신가라는 이제 막 비슈누전 전주에 오른 참이었소. 앞길이 창창한 인물이었단 말이오. 본래 범교에서는 그를 무선 삼중천까지 끌어올릴 생각이었소. 그런 뒤에 범교로 돌아와 관정(灌頂, 불교에서 정수리에 물을 끼얹는 전승 의식)을 하면 실력이 족히 삼중천은 더 오르게 되오. 그러면 비슈누전의 형세를 완전히 안정시킬 수 있는 거요. 응? 그러고 보니 대라신궁에서 나올 때 이중천 아니었소? 어째서 그새 삼중천이 되어있는 거요? 아니, 일단 그 이야기는 접어둡시다. 좌우간 범교는 그렇게 계획을 짜 놓았는데, 초 대인이 출수하는 바람에 신가라는 대라신궁에 들어갈 기회는커녕 그대로 저승으로 가버렸소. 그러니 범교가 이 일을 그냥 넘어갈 리가 있겠소?”
“그래서 사람이 만사에 마지막 한 발짝은 남겨놔야 나중에 마주쳐도 얼굴 붉힐 일이 없는 법이오. 그리 독하게 굴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냔 말이오. 이미 내게 소식이 들어왔소. 천하검종이 앞장서고, ‘진룡신장’ 허천애(許天涯), ‘고월존자’ 방백도(方白渡), ‘능천검존’ 성구연(盛九淵)이 출수할 거라고 합디다. 어쩌면 범교도 손을 쓸지 모르지. 우리 천마궁과 초 대인의 합작은 아주 순조로웠고, 우리도 나름의 교분이 있는 사이 아니오. 그래서 귀띔해 주러 왔소이다.”
초휴는 눈썹을 슬쩍 움찔하더니 원공성에게 공수를 올렸다.
“원 궁주의 깨우침에 감사드립니다. 만사에 한 발짝을 남겨놓는 게 좋다는 건 나도 압니다. 다만 내가 남겨주고 싶어도 그쪽에서 그럴 여지를 안 주니 어쩌겠습니까. 더군다나 중주는 본래부터 서로 죽고 죽이는 곳 아닙니까. 그런 곳에서 죽은 것이 그리 이상합니까? 자기 재주가 저만 못해 죽은 것인데 인제 와서 내게 시비를 건다니요? 하하, 고존이라는 자들이 하나같이 우습기 짝이 없군요. 참, 고존의 전인이 강호를 주유하다 살해당하는 것도 흔한 일인데요. 그 세 사람이 인제 와서 내게 따지겠다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 아닙니까?”
원공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법도 같은 거야 그저 암묵적 규칙에 불과하잖소. 화가 나서 일시적으로 바꾼들 누가 뭐라 하겠소? 성구연과 다른 둘도 아마 대놓고 그 일로 찾아오지는 못할 거요. 하지만 천하검종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형식이라면 또 다르지. 내가 오기 전 천하검종은 이미 그 일에 관해 의논하고 있었소. 내가 오는 길에 좀 지체하기도 해서, 어쩌면 이미 오고 있을지도 모르오. 어쨌거나, 제때 대비를 하는 게 좋을 듯하오. 나는 이만 가보겠소. 일단은 나도 그들과 같은 남역 사람이니, 외부인의 눈에 띄어 좋을 게 없으니 말이오······.”
원공성은 총총걸음으로 떠났다.
그러나 가면서도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초휴의 얼굴에 근심이나 두려움이 전혀 없지 않은가.
천하검종에 여러 무선, 심지어 범교까지 노리는 상황이다. 황천각 혼자서는 그를 지켜주지 못할 텐데, 어쩌자고 저렇게 태연한 걸까?
그러나 더 묻지는 않았다. 그가 초휴에게 소식을 알려준 것은 도박에 판돈을 한번 걸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초휴와는 한 번 합작했을 뿐, 깊은 교분 같은 것도 없었다.
천하검종은 같은 남역 종문이니 서로 간에 간자를 심어놓기 마련이다. 게다가 천하검종은 이번 일을 그리 비밀스럽게 진행하지도 않았으니 정보는 그에게 금방 알려졌다. 그러니 원공성 입장에서는 초휴에게 알려줘도 그만, 알려주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원공성은 자꾸 어떤 예감이 들었다. 초휴란 자는 언젠가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곳까지 오를지도 모른다는.
그는 초휴가 천지통현이었을 때조차 그 실력을 완전히 뚫어볼 수가 없었고 지금은 더했다. 그러니 초휴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친분을 더 깊이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초휴가 죽는다 해도 그는 잃을 게 없었다. 반대로 초휴가 위기를 이겨내면 그에게 신세를 한 번 진 셈이 되지 않겠는가.
원공성이 떠나자 육강하와 매경령이 들어왔다.
초휴는 의아했다.
“폐관하러 안 갔습니까?”
매경령이 고개를 저었다.
“홍련마존의 홍련업화만 해도 줄곧 파고들어 연구하기 충분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금상첨화 격이 되어줄 평범한 비법 두 가지만 골랐어요. 폐관까지 할 것도 없는 것들이죠. 대라천 상황을 듣고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왔어요.”
육강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초휴는 대강 손을 내저었다.
“별일도 아닙니다. 자기편이 져 놓고 억울하니까 새삼 시비를 걸어보겠다는 수작이요. 진작 이럴 줄 알았습니다. 마침 잘 됐군. 나는 육 형과 함께 능소종에 갈 테니 여기에 남아 지켜주시죠. 만족에게도 일단 남역 무사가 오면 즉각 통보하라고 일러두시고요.”
초휴는 원공성이 알려준 사실이 놀랍지 않았다. 사실 이미 대비도 다 해 놓았다.
그는 언제나 상대편의 악의를 최대한으로 상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중주에서 그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면 너무 어리석은 일일 터였다.
고존이 세상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법도는 그 자신부터 별로 믿지 않았다. 대라천에 법도 같은 것의 구속을 받는 무선 강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한데 뭉쳐서 몰려올 거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초휴의 대책은 아주 단순했다.
먼젓번 그 엄청난 힘을 들여서 방응룡을 구해 주었는데, 그게 공짜로 해준 거라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능소종한테서 빚을 받아낼 때가 된 것이다.
* * *
능소성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초휴가 찾아가니 오 장로가 나와서 맞이했다. 능소종 무사들의 분위기를 본 초휴는 궁금증이 들었다.
“분위기가 좀 안 좋은데 왜 그렇소?”
그 말에 오 장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헌원무쌍이 대라신궁에서 요귀 손에 죽었잖습니까. 초 대인도 잘 아실 텐데요.”
오 장로의 말을 듣자 비로소 생각이 났다.
‘헌원무쌍 때문에 그랬던가.’
사실 초휴는 헌원무쌍의 죽음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헌원무쌍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초휴 입장에서는 길을 가다가 개미를 밟아 죽인 거와 같았다.
초휴는 군무신은 또렷이 기억했다. 자기를 죽일 뻔한 인물이니까. 그러나 헌원무쌍 정도의 인물들은 무의식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정말 순간적으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초휴의 태도에 육강하마저 심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죽여 놓고 숫제 기억도 못 한단 말인가. 헌원무쌍의 시체가 남아 있었더라면 분이 치솟아 관뚜껑을 긁어댔겠구나 싶었다.
아주 정중한 어조로, 그러나 속으로는 한 점 성의도 없이 오 장로에게 위로를 건넨 초휴는 방응룡을 만나러 갔다.
손님을 맞는 대전에 방응룡, 진백원, 영호선산까지 능소종의 세 무선이 모여 있었다. 그들을 본 초휴는 탄식하듯 말했다.
“헌원 형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세 분, 부디 마음을 잘 추스르십시오. 옛날 나와 헌원 형 간에 약간의 앙금이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를 이해했던 부분 또한 있었지요. 본래는 능히 무선에 올라 능소종을 이어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다시 만나 크게 웃으며 옛 은원을 털어 버리고 함께 동역을 지켜나가게 되리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대라신궁에서 칼끝이 꺾일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도, 헌원 형더러 함께 다니자고 이야기를 했었지요. 하지만 헌원 형도 자부심이 강한 사람인지라 꼭 자기 힘으로 요귀를 잡아야겠다고 하더군요. 그게 마지막 본 모습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초휴의 어조는 제법 애절했다. 너무 슬픔이 지나쳐 가식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너무 성의가 없어서 입에 발린 말처럼 들리지도 않았다.
정말 잘 알던 이가 세상을 떠나 상심한 것으로 보였다. 무선을 돌파하면 연기력까지 일취월장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가 아닌가.
초휴 뒤에 고개를 숙이고 선 육강하도 묵묵히 애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은 방응룡과 다른 사람들에게 기괴하게 변한 자기 얼굴을 보이기 싫었을 뿐이었다. 그는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하늘 아래 뭐 이렇게 후안무치한 인간이 다 있나!’
남의 제자를 죽여 놓고 가증스럽게 탄식하며 애도를 하다니, 가식의 극치였다. 육강하는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탄복할 지경이었다.
초휴가 교주고, 자신은 고작 마존인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구나 싶었다. 자신은 죽었다가 깨나도 초휴처럼 눈도 깜짝 않고 태연하게 저런 소리를 지껄여댈 자신은 없었다.
방응룡 등은 초휴를 의심하지 않았다. 증거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헌원무쌍이 요귀 손에 죽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그래서 방응룡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진백원도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운명인 게지. 물론 우리 책임이기도 하네만. 무쌍은 너무 성격이 드셌어. 우리는 그 아이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네. 만일 중주에서 반보 무선에 오르지 못하면 대라신궁 선발전에 참가는 허락할 수 없다고 말일세. 하지만 무쌍은 말을 듣지 않았지. 황천각의 육삼금을 보게. 실력은 무쌍보다 못하지만, 종추수의 말을 따라 얌전히 중주에서 수련한 결과 실력이 크게 늘었지 않은가. 무쌍은 그걸 몰랐어. 살아야 미래도 있는 것이고,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 말일세. 참, 초 소협. 우리 능소종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