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
저녁이 되자 장전은 상단을 이끌고 상망산으로 들어섰다. 상단의 일행이 백여 명에 불과하니 도적떼에 맞서기에 충분한 인원수는 아니었다. 상단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 장전은 정면승부가 아니라 피해가는 쪽을 택했다.
상망산이 이토록 넓으니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위험한 곳을 피해 다니면 도적떼와 마주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지나온 길 위의 흔적도 모조리 비질하여 없앴으니, 행여 도적들의 추격을 받을 염려도 없이 무사히 상망산을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설령 운이 나빠 도적떼에게 발각되더라도 물건을 내던지고 도망가면 그만이었다. 도적들이 제아무리 무자비하게 재물을 약탈하고 목숨도 앗아간다지만, 결국 그들의 목적은 살인보다는 재물을 빼앗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러니 일단 물건을 내줘서 놈들이 거기에 정신이 팔린 동안 유유히 도망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단이야 이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일상이라, 이런 일이 너무 많이 생기지만 않으면 초씨 가문에서도 딱히 질책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야 장사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금방 만회되기도 했고 말이다.
고개를 들어 어스름한 하늘빛을 확인한 장전은 상단 사람들에게 나직한 소리로 일렀다.
“조금만 더 가면 앞에 커다란 동굴이 나올 것이니 거기서 푹 쉬기로 하자.”
바로 그때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갈 거 없다. 쉬고 싶으면 바로 여기서 쉬면 된다.”
그 말과 함께 횃불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더니 무기 꺼내드는 소리가 차랑차랑하고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빽빽하게 늘어선 도적들이 모습을 드러내 그들 눈앞까지 다가왔다. 장전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지? 이 길은 그가 최근에 찾아낸 경로였다. 부근에는 도적의 산채가 하나도 없는 것을 미리 확인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재수가 옴 붙어서 생각지도 못하게 도적떼와 마주친다 해도 사전에 미약한 낌새라도 감지되기 마련 아닌가? 그런데 이 도적들은 상단의 이동 경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불쑥 나타난 게 너무도 놀라웠다.
“모두 도망쳐!”
외마디 고함을 지른 장전은 곧장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머지 총관들과 상단 사람들 역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도적들이야 두고 가는 물건들 챙기느라고 정신이 없을 테니, 달아날 여유는 충분할 거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 도적떼는 관병에 비견될 정도로 질서정연했고, 그들이 흘리고 간 화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곧장 그들에게 달려들어 피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도적들은 뛰어난 무공을 이용해 총관들만 골라 죽일 뿐, 상단의 호위무사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총관들이 하나 둘 도적들에게 쫓겨 살해당하는 것을 보면서 장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비수를 꺼내서 말 엉덩이를 냅다 찔렀다. 놀란 말이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죽을힘을 다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저 멀리서 둔중한 검 한 자루가 장전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게 보였다. 장전은 비록 상단의 총관이지만 할 줄 아는 무공이라고는 그저 주먹과 다리를 이용한 기본적인 타격초식 정도였다. 그가 상단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저 타고난 수완이 좋았기 때문이지 무공실력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장전은 엉겁결에 팔을 들어 날아오는 검을 막으려 했으나 정통으로 검에 맞은 두 팔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는 피를 토하며 말에서 떨어졌다. 잠시 후 마활이 그의 뒤에서 여유롭게 걸어 나와서, 공포에 질려 있는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이 장전 맞지? 초휴 공자가 이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군. 말을 잘하는 장 총관, 잘 가시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장전의 눈에는 공포와 경악의 빛으로 가득 찼다. 알겠다, 이제야 전부 알겠다. 초휴 그놈이 도적들과 결탁해 자기 집안의 상단을 공격한 것이구나.
하지만 이때 장전에게는 분노하거나 후회할 시간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 마활이 비수를 힘 있게 그의 가슴에 찔러 넣고 있는 힘껏 비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괴로워하다 숨이 끊어진 그의 시신을 땅에다 내던져버렸다. 마활은 비수에 묻은 피를 닦은 다음, 나머지 도적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시했다.
“가서 화물을 열어봐라. 초씨 공자가 우리한테 무슨 선물을 보내왔는지 한번 봐야겠다.”
이튿날 아침, 초씨 저택에는 상단이 처참히 공격당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상단 일행 백여 명 중 스무 명이 죽었고 물건은 모조리 잃었다. 총관 세 명이 한 명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고 모조리 죽었다고 했다.
오랜 세월 상단을 꾸려오는 동안 상망산 길을 잘 알지 못했던 초창기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적이 있을 뿐, 최근 몇 년간은 이런 일이 전혀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둘째 부인의 처소에서 초생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님, 이번 일이 혹시 초휴와 관련 있는 거 아닐까요? 장 총관이 초휴의 심기를 건드린 뒤에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잖아요.”
둘째 부인도 얼굴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르겠구나.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하면 초휴가 그렇게까지 대담할 수는 없을 텐데 말이야. 정말로 초휴 짓이라면 대인께서 아무리 친아들이라도 그놈을 가만두지 않으실 게다. 그런데 초휴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와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쳐도, 대체 북상망산의 도적떼들을 어떻게 움직인 걸까? 그 무지막지한 것들이 누구 말을 들을 놈들이 아닐 텐데, 정말 이상하구나. 지난번 보잘것없는 도적떼 하나 움직이는데도 은자를 일만 냥이나 썼는데, 초휴한테 그런 큰돈이 있을 리도 없고. 어쨌건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는 절대 이 일을 함부로 떠벌려서는 안 된다. 자칫 대인의 심기를 건드려서 우리가 눈 밖에 나면 안 되니까.”
초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불현듯 물었다.
“그러면 초휴의 하인들을 잡아다가 무슨 단서가 없나 알아볼까요?”
그 말에 둘째 부인이 코웃음을 쳤다.
“초휴가 남산에서 돌아온 후 부쩍 신중해져서 예전에 데리고 있던 종놈들을 남산으로 되돌려 보냈다더구나. 지금은 그 종놈들을 찾을 수도 없고 유일하게 딱 하나 곁에 둔 게 고비야. 그러나 그놈은 초휴의 심복이라 웬만해선 입을 열지 않을 게다. 그러니 초휴가 안심하고 곁에 두는 거겠지만.”
초생은 불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줄곧 큰형 초개만이 유일한 적수라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초휴가 튀어나와 자기한테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입힐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둘째 부인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불평은 이쯤 하자꾸나. 대인께서 좀 있다가 너를 불러 의논하실 테니, 해야 할 말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 해선 안 된다. 명심하거라.”
초생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방을 나섰다.
이번에 상단이 당한 사고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없었던 일이라서 초종광조차도 화들짝 놀라 총관 여러 명과 초휴를 비롯한 아들들까지 죄다 불러 놓고 회의를 열었다.
회의실에서 초휴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반면, 초생은 자꾸만 초휴 쪽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지옥 문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도망쳐온 상단 하인들이 아직도 공포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그날 저녁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애석하게도 딱히 건질 만한 정보는 없었다.
그들은 도적떼의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도적들이 다짜고짜 사람을 잡아 죽여 대는 통에 그저 죽어라 도망쳤는데, 그 와중에 그런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가만히 듣고 있던 초종광이 결국 살짝 짜증서린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다, 됐어! 이번에 얻은 교훈을 단단히 명심해서 다음부터 더욱 조심하면 될 일이다. 이만 물러들 가거라. 나는 폐관수련 하러 가야겠다.”
그때 초휴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아버님, 현재 상단을 지휘할 사람이 없으니 제가 상단을 이끌고 상망산에 다시 다녀올까 합니다.”
이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초휴의 세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초씨 가문이 통부주에 발을 디딘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른 가문들과 음으로 양으로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사람이 죽어나간 것을 제외하고, 상단 관련한 일로만 따진다면 이번 장삿길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처럼 재수가 없어서 도적에게 걸리는 날엔 자신의 생사를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초생 등이 상단을 관리해왔다고는 해도, 본인이 직접 상단을 따라나선 적은 없고 기껏해야 상단의 화물품목 등을 조정하는 일이나 해왔던 것이다.
초종광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공연히 따라나섰다가 짐만 될 작정이냐? 경험도 전혀 없는 네가 상단의 지휘를 어떻게 한단 말이냐?”
“지금 상단 사람들의 마음이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비중 있는 인물이 나서서 그들을 이끌어주지 않으면 아마 다시 길 떠날 엄두가 나기 어려울 겁니다. 다른 일은 지체될 수 있어도 약방 쪽이 문젭니다. 약재를 사오지 못해 약을 만들 수가 없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초씨 가문의 자손으로서 소자가 솔선수범하여 상단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니 아버님께서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초종광은 한심해 보였던 아들의 각오가 이렇게 남다를 줄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알겠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초휴는 공손히 인사를 올린 후 납득하기 어렵다는 좌중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회의실을 나왔다. 나머지 형제들도 이번만큼은 토를 달지 않았다.
고생길이 훤한 데다 여차하면 목숨까지 달아날 수 있는 그 일을 자기들은 맡긴다고 해도 극력 거절할 판이었으니 말이다.
참극을 겪었던 상단 하인 수십 명이 마당에 모여 있었다. 오가는 집안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궁시렁거리는 통에 그들은 기가 죽을 대로 죽어 있는 상태였다.
사실 이번 사고는 총제적인 난국이었다. 멀리도 못가고 산에 들어서자마자 일을 당했고, 물건도 지키지 못했으며 사람도 적잖이 죽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공포심에 못 이겨 더 이상 상단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 판이었다.
초휴가 그들에게 다가갔으나 고작 몇 사람만 미적대며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이공자님을 뵙습니다.”
초휴가 그들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모두 준비해라. 빨리 짐을 정리해서 연나라로 떠나야 하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단 사람들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한 사람이 일어나서 즉각 나서 항의했다.
“공자님, 저희는 끔찍한 일을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떠나도 이번 일을 피할 대책을 마련한 다음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않고 덜컥 산에 들어갔다가 또 이번처럼 도적떼를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이들도 일제히 머리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 정도로 그들은 끔찍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끝
ⓒ 봉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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