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04)
1304화 초휴를 죽이고 곤륜을 멸하라!
“대광명사 허운과 수보리선원 나마가 여러 대사께 인사드립니다.”
천라보찰 사람들의 눈은 끝없는 반가움과 기쁨으로 가득했다. 이번 하계행의 수확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 제자들을 거두어 잘 기르기만 해도 다음 세대 천라보찰의 실력은 폭발적으로 상승할 터였다.
제선선사는 온화한 얼굴로 웃었다.
“두 분께서 휘하 제자를 이끌고 우리 천라보찰에 의탁하러 오셨소? 천라보찰은 대라천 불종의 수장이외다. 두 분이 지닌 전승 역시 일만년 전 우리 천라보찰의 전승에서 비롯되었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기실 한 집안인 셈이오. 이제 두 분이 천라보찰에 들어오시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우리 불종 일맥으로 돌아오신다면 천라보찰은 기꺼이 환영하며 한 식구처럼 대할 것입니다. 우리 함께 불종의 찬란한 빛을 자아내도록 합시다.”
물론 서역 불종에는 범교도 있었으나, 천라보찰은 그들을 아예 없는 셈 쳤다. 범교는 이단의 무리다.
그들이 수련하는 것이 무슨 부처의 도리인가? 부처라고 부를 만 하기는 한가 말이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허운은 공수를 올리며 말했다.
“천라보찰이 어떤 곳인지 알기에 일부러 찾아온 것입니다. 우리는 돌아갈 집도 없는지라 감히 내걸 조건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천라보찰에서 같은 불종 일맥임을 생각해 우리 대신 멸문의 복수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천라보찰 사람들은 일순 말문이 막혔다.
어쩐지 천문 진법이 깨졌을 때 불종 사람은 안 보이더라니, 모두 멸문당했을 줄은 몰랐다. 이들은 생존자였던 것이다.
제선선사가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누가 그리 대담한 짓을 했소? 어찌 감히 천라보찰이 하계에 남겨 둔 불종의 도통을 멸했단 말입니까?”
허운은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원한 어린 어조로 말했다.
“곤륜마교 교주, 초휴입니다.”
천라보찰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듣자 굳어 버렸다. 초휴가 그런 짓을 했다고?
그들 대부분은 초휴에 대해 퍽 좋은 인상을 품고 있었다. 물론 제선선사 같은 사람은 그에게 꿍꿍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래도 반쯤은 맹우라고 생각하고 대해왔다. 적의 적은 친구인 게 당연하니까.
초휴는 범교와 불공대천의 원수였고, 그들의 제자를 범교 손에서 구해 주었다. 게다가 천라보찰과 손을 잡고 두 번이나 범교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던가. 그 정도면 꽤 괜찮은 맹우였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계에서 불종 일맥의 절정급 대문파 둘을 멸문해 놓고, 대라천에서는 눈썹 하나 까딱 않고 그들과 손을 잡았단 말인가?
옛날 초휴 덕분에 목숨을 건졌던 법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노한 소리로 외쳤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초 교주가 어찌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대라천에서 초 교주와 우리 천라보찰은 여러 번 손을 잡았습니다. 초 교주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범교에 우세를 점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초 교주는 남이 먼저 건드리지 않는데 자신이 나서서 일을 벌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필경 당신들이 먼저 초 교주에게 시비를 걸어 이런 상황이 된 것이겠지요. 당신들은 불종 제자를 자처하나 일만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당신들의 불법이 어떤 모양으로 변했는지, 우리 천라보찰과 같은 일맥이 확실하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단 말입니까?”
천라보찰 무사 대부분이 뭔가 질문하는 눈길로 대광명사와 수보리선원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그들이 시비를 분간할 머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법명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였다.
무려 일만년이 지났다. 무공도 달라진 부분이 있을 텐데 불법이라고 그대로일까? 무공과 마찬가지로 달라진 데가 없다고 누가 자신한단 말인가.
그리고 사실 이런 일을 판단하는 데는 누구를 먼저 만나느냐가 중요한 법이다. 그들은 허운과 나마 일행보다 초휴를 훨씬 먼저 만났다.
그리고 초휴는 자신이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맹우라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런데 허운이 느닷없이 몰려와서 초휴가 불종의 양대 종문을 멸문했다고 하니 의심이 들 만도 했다.
허운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천라보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비분강개하여 자신들 편에 서서 초휴를 성토해야 말이 되는 게 아닌가? 오히려 초휴의 역성을 드는 듯한 태도라니. 대체 초휴가 대라천에서 무엇을 했기에 천라보찰 불종 무사들이 이렇게 싸고도는 것일까?
제선선사가 일갈했다.
“입 다물어라! 같은 불종 일맥이 아니야. 불법이 어찌 변해도 불법이기는 마찬가지야! 허운, 나마, 두 분이 말씀해 보시구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법명은 허운과 나마가 쌓아 올린 기초를 알아볼 수 없었으나 제선선사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익힌 무공의 기운은 거짓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천라보찰과 같은 일맥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처음부터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초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았고 속이 시커먼 인간이라는 걸 말이다.
그가 하는 말을 안 믿을 수는 없지만 다 믿을 수도 없었다. 지금 보니 역시 문제가 있었음이 틀림없는 듯했다.
허운은 나마를 힐끔 보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초휴 그자는 당대의 마두입니다! 오백년 전 다음으로······ 아니, 어떤 면에서는 오백년 전 마교 교주 독고유아보다 더할 겁니다! 수단이 악랄하고 심계가 지독하지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사기꾼이란 말입니다, 한마디로 마 중의 마입니다! 하계 무림을 온통 휘저어 피가 강을 이루게 했습니다.”
허자의 죽음으로 허운은 지독한 원한과 집념에 빠져들었다. 그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악독한 형용사를 모조리 초휴를 말하는데 쏟아부으면서, 그의 굴기부터 대광명사 멸망까지 쭉 이야기했다.
다 들은 천라보찰 무사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도무지 믿기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허운이 묘사한 초휴와 그들이 아는 초휴는 동일인 같지가 않았다. 허운이 말한 대로라면 초휴는 그야말로 인간도 아니지 않는가. 이역의 천마가 하계에 강림해 세상을 멸망시키려 한다는 수준이었다.
나마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한숨을 쉬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허운에 비해 훨씬 객관적이었다. 그야말로 방관자의 각도에서 서술하는 듯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계 불종과 초휴 간의 은원은 정마 간 입장 차에서 온 것이다. 초휴가 마도 일맥을 선택한 이상 쌍방이 원만하게 공존할 방법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야기를 마친 나마는 탄식했다.
“수보리선원이 멸망한 후 저는 원신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수보리보수와 융합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거기서 법칙의 힘을 깨달아 무선의 벽 정도까지는 손이 닿아 있었지요. 그때 저는 이미 육신을 잃었고, 남의 육신을 얻는 법도 몰랐습니다. 동문 사형제들이 기꺼이 육신을 내주려 했지만 제가 거절했습니다. 저의 원신에는 이미 법칙의 힘이 깃들어, 순수하게 원신으로 만들어낸 몸만으로도 존재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때 길에서 도적 떼에게 살해당한 임산부와 마주쳤습니다. 해산을 앞둔 사람이었는데 본인은 죽었지만, 뱃속 태아는 아직 한 가닥 생기가 있더군요.”
“저는 이번 생의 원한과 집념에 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령을 흩어 버리고 원신을 그 임산부의 몸속에 융합시켜 아기로 태어난 것입니다. 앞으로 이 아이는 우리 수보리선원의 주지가 될 것이고, 복수할지 수보리선원 제자를 이끌고 종문을 재건할지는 아이의 선택에 맡길 생각이었지요. 그러나 이 년 전, 원기의 파도가 덮쳐오면서 몸속 진령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저도 옛 기억을 모두 되찾았으니, 천시이자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듯합니다.”
“우리 수보리선원은 천라보찰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원하는 바는 복수가 아니라 전승입니다. 제가 여러 대사께 원하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곤륜마교의 수중에 떨어진 우리 수보리선원 종문을 되찾는 것입니다. 초휴를 죽일지, 곤륜마교를 멸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나마의 이야기를 들은 제선선사와 사람들의 눈빛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드디어 나마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그는 환생한 신동이 아닌가!
사람들은 대부분 환생을 헛소리로 치부했다. 죽었으면 끝이지 다시 태어난다고? 그랬다간 온 천하가 강자투성이일 게 아닌가.
그러나 기실 천라보찰에는 그와 비슷한 기록이 있었다. 어떤 절정급 지존 강자가 수명이 다하기 전, 직접 생기를 흩어 버리고 아주 약간의 진령을 남겨 둠으로써,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몸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대단한 자질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전생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주 특별한 기연을 만나면 전생의 기억을 일깨워 환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환생이 아니라 죽음만 앞당긴 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이 얼마인가 하면, 거의 전무에 가까웠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록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나마는 그야말로 천시와 운명을 다 만났던 것이다. 그는 환생이 아니라 해탈하려고 그리했으나, 오히려 환생에 성공해 버린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곱씹어 본 제선선사는 힘주어 말했다.
“두 분의 부탁은, 하나는 초휴를 죽이고 곤륜마교를 멸하는 것, 다른 하나는 수보리선원에 돌아가는 것이구려.”
허운과 나마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선선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초휴를 죽이고 곤륜마교를 멸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오.”
허운은 놀랐다.
“어째서입니까? 천라보찰의 실력으로도 초휴를 죽일 수 없단 말입니까?”
제선선사는 다소 민망해하는 어조로 말했다.
“죽일 수 없는 것은 아니오만, 초휴는 우리가 꺼리는 비장의 패를 지니고 있는지라 죽여서는 안 되오.”
나마와 허운이 오백년 전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제선선사는 얼추 짐작이 갔다. 능소종에 봉인된 그 존재가 바로 오백년 전의 마교 교주일 터였다.
초휴가 왜 독고유아를 풀어주지 않는 것일까? 제선선사는 초휴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마교 교주는 초휴인데, 오백년 전의 마교 교주를 풀어주면 초휴 자신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한동안은 너무 독하게 몰아붙이지만 않으면 초휴도 독고유아를 풀어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바꾸어 말해 초휴를 꼭 죽일 생각이면 반드시 일격필살의 기회를 찾아야 했다. 진법을 발동할 시간도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일단 독고유아가 풀려나면 오백년 전의 광경이 재현될 터였다. 그러나 오백년 전의 일은 아무래도 좀 부끄러웠으므로, 제선선사는 그에 관해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두 분, 서두르지 맙시다. 초휴가 하계 불종 일맥의 도통을 끊은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요. 당장 곤륜마교를 없애고 초휴를 죽일 수는 없소만, 우리 천라보찰의 위세라면 일단 수보리선원을 되찾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안 될 거요.”
나마는 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수많은 일에 마음을 비웠으니 급할 것이 없었다.
허운은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이것이 무선 간의 싸움이라는 점은 그도 잘 알았다. 제선선사가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초휴는 정말 운명의 편애라도 받는 것일까? 대라천에 가서까지 온갖 풍운을 일으키고 천라보찰마저 건드리기를 꺼릴 수준에 이르렀다니.
* * *
초휴 휘하 사람들은 북연 일을 해결한 뒤 남만에 돌아와 수련하고 있었다.
아직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서인지 남만 땅의 천지 원기는 아주 농후했다. 이미 대라천 쪽 남만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북연에는 심비응과 백무기만 남겨 놓고, 진짜 곤륜마교 정예는 모두 남만에서 수련 중이었다.
그때 저무기가 다급하게 초휴의 폐관 밀실을 두드렸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큰일이 났네! 천라보찰 사람들이 우리 성교로 오고 있는데, 보고에 의하면 천라보찰 일행 중에 허운과 나마가 있다는군. 그리고 대광명사와 수보리선원 제자들도 그들과 함께 온다고 하네.”
초휴는 눈썹을 살짝 움찔했다.
“아, 그렇습니까? 좀 참았다가 나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