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16)
1316화 의문에 휩싸인 용맥 (1)
법칙의 힘을 빌려 바람을 제어해가면서 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허공을 타고 내달렸다. 그렇게 닷새를 내달린 그는 동제 대량성에서 연경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연경성으로 돌아오자마자 항려를 만나러 황궁을 찾아갔다. 그는 이미 황명으로 북연 황궁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도록 허락받은 몸인지라 이르는 관문마다 무사통과였다.
근자에 들어 항려에게는 평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초휴가 친히 출수해가면서 북연의 기강을 바로잡은 덕에 대라천의 무사들조차 감히 멋대로 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머리를 가뿐하게 비우고 행궁이나 새로 지으며 소일하는 중이었다. 특히나 오늘은 할 일도 없는지라 밤에 어느 후궁을 품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은, 북연을 세우고 동제와도 맞설 국력을 만든 부황이 아니라 동제의 여호창이었다.
자신의 아비는 밤낮으로 낙이라곤 없이 치열하게 머리싸움만 벌이다가 일찌감치 황천길에 올랐다.
반면, 여호창은 평생 먹고 마시며 여인이나 끼고 질펀하게 놀다가 백 세 가까이 장수를 누리지 않았던가.
막말로 혼군 소리를 들으면 어떻고, 공공연히 음탕한 짓거리를 벌이면 또 어떤가. 자고로 황제 노릇을 하자면 마음부터 즐거워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그가 오늘 밤 황은을 입을 후궁을 결정하기도 전에 초휴가 떡하니 대전에 나타났다. 그의 등장을 알리는 것처럼 갑작스레 불어 닥친 미풍에 항륭은 후궁이고 나발이고 정신이 번쩍 났다.
“초······ 초 교주, 여긴 어쩐 일로······.”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초휴가 서둘러 말했다.
“저를 북연의 용맥이 있는 곳으로 좀 데려가 주셔야겠습니다.”
항륭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아니, 이 자가 지금 용맥을 무슨 동네 뒷산이라도 되는 듯 말하고 있지 않은가.
용맥의 소재지는 북연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만큼,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는 곳인데 말이다.
“아니, 초 교주, 용맥에는 가서 무얼 하려는 거요?”
항려가 황당해하며 묻자 초휴가 인상을 확 구겨 보였다.
“왜요? 설마 안 됩니까?”
이에 항려가 움찔 놀라 물러섰다.
“안 되기는, 당연히 되지. 내 직접 데려가 주리다.”
항려는 자기가 누구 덕에 황제가 되어 떵떵거리고 지내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초휴의 도움이 없다고 해서 북연이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았겠지만, 북연 조정의 위엄이 곤두박질쳐서 자신의 꼴이 퍽 한심해졌을 것은 분명했다.
초휴와 곤륜마교가 든든히 앞뒤로 막아주고 받쳐주는 덕에 이 혼군 노릇도 맘 편히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초휴가 항씨로부터 황위를 뺏어가지만 않는다면 못 들어줄 요구가 어디 있겠는가.
이윽고 항려가 초휴를 데리고 황궁 뒷산을 오르더니 여러 황릉을 지나고 지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이르렀다. 그가 지하궁을 가리키며 말했다.
“초 교주, 바로 저 지하궁 아래에 용맥이 있소.”
북연의 용맥은 동제처럼 직접 힘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이곳에 맞바로 용맥과 연결된 구멍을 뚫는 대신, 그 위에 지하궁을 지어 황족들이 수련하거나 용맥의 기운을 빌려 병기를 만드는 등의 용도로 쓰고 있었다.
“북연의 용맥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습니까?”
항려가 황망히 손사래를 쳤다.
“들어있을 리가 있나! 그 중요한 곳에 감히 누가 함부로 무얼 갖다 둔단 말이오? 그랬다가는 풍수에 영향을 미치게 될 터인데.”
고개를 끄덕인 초휴는 다짜고짜 일권을 내질러 지하궁을 부숴버렸다. 항륭이 대경실색하여 입도 못 다물고 쳐다보는 가운데, 그는 용맥의 공간 속으로 성큼 발을 내디뎠다.
북연의 용맥 공간은 크기가 좀 더 작을 뿐, 기본적으로 동제의 것과 상당히 흡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안의 광경 역시 동제의 것과 똑같지 않은가!
이번에는 은백색 전갑 차림의 무사 하나가 용맥의 후미에 백골검을 꽂은 채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검 끝에 뚫린 부분에서 새어 나온 힘이 공간의 문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도 동제에서와 마찬가지였다.
북연 용맥의 상태까지 확인한 순간, 초휴는 확신했다. 누군가가 삼국으로부터 용맥의 힘을 뺏어가고 있는 것이다.
“너는 또 누구냐? 너도 오백년 전 무사인가? 독고유아가 보낸 게 분명할 테지?”
해괴하게도 오백년 전 죽었던 무사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이다. 원귀들이 득실댄다는 그 전설 속 지옥의 땅, 황천천을 빼놓고서는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은백색 전갑의 무사도 철황보 보주와 다를 바 없었다. 아예 소통 자체가 불가능했고, 다짜고짜 공격부터 해왔다.
그의 수중에서 은백색 장창이 떠오르더니 돌연 초휴를 찔러왔다. 그 창끝의 궤적을 타고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법칙의 힘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그 무사는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이중천 남짓의 실력으로 철황보 보주보다는 약했다. 이번에는 초휴도 대화를 포기하고 법천상지부터 시전하여 일권 만에 상대의 장창을 가루로 만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위축되기는커녕 두 눈에서 지독한 한기를 쏘아내며 한층 더 매섭게 달려들었다. 그 눈빛이 어찌나 차가웠던지, 초휴는 자신의 원신이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순간 초휴가 눈썹을 치켜떴다.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이다.
빙백신목(氷魄神目), 즉 상대의 혼백도 얼려버릴 신이한 눈을 가진 존재. 그는 오백년 전에 죽은 극북표설성 성주가 분명했다.
육도윤회탁이 진동을 일으키더니 금색 빛살 한줄기가 뻗어 나와 빙백신광을 철저히 훼멸시켰다. 그는 초휴가 법천상지로 자신을 잡으려 들자 괴이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그대로 뼛가루로 화하여 천지간에 흩어져버렸다.
당황한 초휴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백골검으로 향했다. 용맥에 꽂혀 있던 그 검은 극북표설성 성주와 함께 흩어지고 없었다. 이와 더불어 용맥의 힘을 취하고 있던 문 역시 사라진 뒤였다.
초휴의 표정이 굳어졌다. 늦었다. 또 늦어버렸다.
보아하니 이 ‘부활’한 오백년 전 무사들에게는 자유 의지가 조금은 있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자기가 언제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는 듯하니 말이다.
두 번을 다 실패했지만, 그래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직 한 곳이 더 남아 있지 않은가.
그곳은 물론 서초였다.
* * *
초휴가 용맥의 공간에서 나오자 밖에 있던 항려는 놀라 까무러치기 직전이었는데 심지어 여륭광보다도 더 심하게 놀란 눈치였다.
북연 황실은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용맥이 있는 곳을 파헤칠 엄두를 낸 적이 없었다. 그토록 대담한 자는 초휴가 처음이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뜬금없을 수가 있나! 도대체 저기로 들어갈 생각은 왜 했단 말인가?
항려는 초휴에게 묻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초휴가 또 선수를 쳤다.
“사람들을 보내 여기를 단단히 봉쇄해주십시오. 당분간 아무도 못 들어가게 말입니다.”
말을 마친 초휴는 항려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고 횡 하니 가버렸다.
* * *
이때 서초 황궁에서는 맹운성과 노천사가 대라천 강자들이 하계로 넘어온 일과 관련해 한창 의논 중이었다.
하계 삼국 중 동제에는 서역의 양대 정상급 종문과 성하무원이 자리를 잡았다. 거기다 더해 곤륜마교까지 끼어들었으니 얼핏 혼란스럽게 보일 수도 있었으나, 실제로는 안정된 국면을 이룬 상태였다.
북연 쪽도 초휴가 일벌백계의 강경한 태도로 북연의 규칙을 재정립함으로써 안정을 이룩했다.
오직 서초에만 대라천의 온갖 낭인 무사들과 군소 종문들이 난립하여 날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맹운성이 한껏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노천사, 듣자니 그대는 삼청전의 장문과 만났다면서요? 도대체 저들의 속내가 무엇입니까?”
천사부는 서초의 국교이니만큼, 맹운성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것은 항려가 초휴를 철석같이 믿고 의지하는 것과 비슷했다. 황제의 질문에 노천사가 씁쓸히 웃어 보였다.
“딱히 속내라고 할 거나 있겠습니까? 일단 멀찍이 나앉아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인 게지요. 이 늙은이의 실력이 하계에서는 제법 통할지 몰라도, 그 삼청전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젊은 제자 중에도 저보다 강한 자들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러니 삼청전 쪽에는 기대도 마십시오. 삼청전이 서초에 자리 잡은 건,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꾀하기 위함인 겁니다. 다른 이의 이익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관여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맹운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노천사 그대에게도 방법이 없다면 우리 하계 사람들은 이제 대라천 세력들한테 짓밟히는 수밖에 없는 거요? 피차 한 뿌리에서 비롯된 존재들이건만, 이렇게나 우리를 무시하다니!”
노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은 인정이 아닌 실력에 좌우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하계에 전혀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영현기 선배님 때문에라도 대라천 놈들이 함부로 굴지는 못할 겁니다. 게다가 하계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저들보다 뒤처진 건 사실이나, 그래도 절정의 기재는 늘 꾸준히 배출됐습니다. 일단 초휴 그 녀석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 사고 치는 재주가 어디 갈 리가 없는지라, 대라천에서도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더군요. 얼마 전에는 또 동제의 문제에도 개입하여 범교를 물리쳤고 말입니다. 확실히 인재는 인잽니다. 그리고 야소남도 대단합니다. 이 늙은이가 그자와 겨뤄본 적이 있어서 압니다만 확실히 저보다 훨씬 크게 될 인물입니다. 예전에야 이 작은 천지에만 얽매여 있느라 한계가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 한계마저 없어졌으니 분명 일비충천할 겁니다. 이제 마도의 부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듯합니다.”
맹운성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젓는 데 그쳤다. 초휴와 야소남이 인재이고 대세인 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서초는 그들의 힘을 빌릴 수 없었다. 일단 초휴는 서초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설령 무슨 관계가 있어도, 서초 황실이 나서서 외부 세력을 끌어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야소남은 워낙 수련에 미친 인물인 게 문제였다. 시간만 났다 하면 폐관에 들어가 버리니, 배월교 사람들조차 교주 얼굴 한 번 보기가 힘들었다.
바로 이때 밖에서 초휴가 알현을 청한다고 아뢰어왔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맹운성은 이게 꿈인지 생신지 얼떨떨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이렇게 공교로울 데가 있나.
“어서, 어서 안으로 모셔라!”
당금의 강호에서 초휴가 차지하는 위상 정도면 맹운성에게 이토록 극진한 대접을 받고도 남았다. 대전으로 들어선 초휴는 노천사를 발견하자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용맥 속 괴인들에 대해 알아내는 게 급선무이니만큼 불필요한 말을 섞을 시간이 없었다.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그새 어찌할 건지 생각을 정한 것이다.
맹운성이 공수의 예를 취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초 교주께서 우리 서초에는 어인 일이시오?”
노천사와 대충 인사를 나눈 초휴는 맹운성의 질문에 답했다.
“폐하와 거래를 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거래라니? 무슨 거래를 말함이오?”
초휴가 정색하며 말했다.
“제가 정보 하나를 입수했습니다. 서초의 용맥이 역외 삿된 마귀의 침입을 받아 파괴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그 마귀를 격퇴하시도록 제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대신,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셔야겠습니다. 곤륜마교 제자들이 한동안 용맥에서 수련할 수 있도록 윤허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