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21)
1321화 마도 일인자, 두들겨 맞다 (2)
무사의 원신 의식이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예외가 없고 봐주는 법도 없이 한결같기만 한 천지 법칙보다 강할 수는 없다. 종국에 가서는 자신이 천지 법칙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무상천마는 엽유공과는 반대로 변칙을 썼다. 자신이 법칙에 녹아드는 대신, 반대로 법칙이 자신한테 녹아들게 했다.
물론 법칙을 통째로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기이한 방법을 동원해 법칙의 힘을 일부 갈라내어 자신의 원신과 합친 것이다.
그런 방법을 쓰면 원신이 잠시 손상되기는 하지만, 자신과 합쳐진 법칙이 불멸하는 이상 하시라도 복구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특이한 불멸인 셈이다. 법칙이 완전히 훼멸 되지 않고 천지간에 남아있기만 하면 그 역시 불멸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니까.
“죽어라!”
무상천마가 노호성을 내지르며 원신의 힘으로 법칙을 견인했다. 이로 인해 주위의 마기가 격렬히 타오르더니 매섭게 초휴를 향해 덮쳐왔다.
초휴가 법천상지를 시전해서 대응했다. 일권 만에 마염을 죄다 꺼버리더니, 몸이 지면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상대를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상대는 원신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닌가. 법천상지의 강력한 가격으로 온몸이 부서지긴 했으나 금세 원상복구 되었다.
하지만 상대가 재정비를 마치기도 전에 초휴가 또 일권을 내질러 그 몸을 거듭 박살 내버렸다. 초휴는 세상에 진정한 불멸의 존재가 있다는 가설 따윈 절대 믿지 않았다.
그건 독고유아와 영현기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인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미친 뼈다귀 따위가 이루었단 말인가.
더욱이 초휴는 상대의 원신이 한 번씩 부서질 때마다 원신의 본원도 그만큼 약해진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상대가 약해질 대로 약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봉인해 버리는 건 일도 아닐 터였다. 대충 휘릭 낚아채서 육도윤회탁에 던져 넣으면 그걸로 끝일 테니까.
“이 어린것이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본존이 실력을 회복하기만 하면 필히 네놈의 원신을 마괴(魔傀)로 만들어 영원히 환생도 못 하게 만들 테다!”
무상천마가 분을 못 참고 욕을 퍼부었다. 이에 초휴는 힘의 소모가 큰 법천상지 대신 육도사바중묘화륜을 시전했다. 놈을 거기에 가둬놓고 교살하면 몸을 다시 응집할 방도가 없게 될 터였다. 바로 이때 원공성이 허겁지겁 허공에서 내려오며 초휴를 다급히 말렸다.
“초 교주! 좀 봐주시오! 그것만은 아니 되오!”
초휴가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육도사바중묘화륜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저 요물이 천마궁의 것이었소?”
원공성이 애원하듯 미소를 쥐어짜며 해명했다.
“초 교주, 양해 바라오. 실은 예기치 못한 일이 좀 있었소. 저분은 상고 대겁난 전에 당대 강호에서 마도 제일인자로 추앙받다가 강자들의 협공으로 조금 전까지 봉인되어 있었던 무상천마라는 분이외다. 과거에 우리 천마궁과 인연이 좀 있기도 했던지라 천신만고 끝에 저분의 봉인을 풀어주었던 거요. 무상천마가 초 교주에게 출수했던 건 그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소. 천마궁은 초 교주를 적대시할 마음이 조금도 없으니 제발 믿어 주시구려!”
이때 무상천마가 육도의 진반 속에서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천마궁 애송이가 왔느냐? 그럼 빨리 저놈을 해치울 것이지, 뭘 하는 게야?”
원공성은 원래 천성이 신중한 데다, 특히 초휴에 대해서라면 이제 알 만큼 다 알았다. 그가 무선에 들기 전부터 교류를 해왔지 않는가.
원공성은 초휴가 대라천에서 굴기하는 과정을 내내 지켜보았다. 한마디로 자기 앞을 막아서는 자는 사람이건, 부처이건 간에 죄다 쓸어버리는 인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원공성의 선택은?
설령 상대가 전설 속 구중천 존재인 무상천마일지라도, 그를 구하겠답시고 초휴를 적으로 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더욱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그 대단하신 존재는 이미 초휴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반격 한번 제대로 못 한 게 분명했다. 그가 왕년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한다 쳐도 실제로 실력이 초휴를 능가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으니, 지금 섣불리 초휴와 맞서는 어리석은 선택을 원공성이 할 리가 만무했다.
“선배님, 그러기에 제 말을 끝까지 들으셨어야죠. 초 교주는 천마궁의 좋은 벗이니 절대로 그를 건드리시면 안 됩니다. 빙의에 필요한 몸이야 다른 데서 알아보셔도 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무상천마가 노발대발했다.
“이렇게나 못난 놈을 보았나! 간덩이가 생기다가 말은 게야? 그 알량한 배짱은 벼룩이나 줘버렸나? 에라이, 천마궁 선조들의 발바닥 때만도 못한 놈 같으니!”
이 말을 끝으로 그가 돌연 자기 원신의 절반을 폭발시켰다.
순간 터져 나온 폭발력에 힘입어 육도사바중묘화륜에서 벗어난 그는 냅다 서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놈아, 네 몸은 잠시 그냥 두겠노라. 본존이 당금 마도 제이인자의 몸을 구한 다음 다시 돌아와 네놈을 끝장내줄 테니 단단히 각오해라!”
원공성은 무상마존의 모습이 서녘 하늘 멀리 사라지자 한숨 돌리며 초휴에게 정식으로 사죄를 했다. 부디 오늘 일을 문제 삼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였다.
“초 교주, 저런 헛소리는 조금도 신경 쓰지 마시구려. 무상천마가 봉인 상태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터라 제정신이 아니라서 저 모양이요. 앞으로 절대로 초 교주를 귀찮게 하는 일이 없도록 내가 단단히 단속하리다.”
초휴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원 궁주가 이런 일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소. 그러나 내 짐작으로는 이 문제가 여기서 그냥 끝날 것 같지는 않군요. 저자가 사라진 방향이 다름 아닌 서쪽인 듯한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배월교 야소남을 찾아갈 듯하오.”
“야소남이······, 대하기가 좀 까다롭소?”
야소남이 하계에서 초휴 다음가는 마도 강자라는 사실은 원공성도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초휴의 존재감이 워낙 크니 아직 야소남과 같은 이인자에게까지 대라천 무사들의 시선이 옮겨갈 일은 없었다.
원공성의 질문에 초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까다롭진 않소. 그저······. 무서운 사람일 뿐.”
* * *
일전에 천혼이 말하길, 각 대라천 대파들이 하계로 넘어온 목적은 지난날 선조들이 남겨놓고 간 유물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천마궁이 하다 하다 저런 미치광이를 파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실 상고 대겁난 이전 시대의 마도 제일인자 같은 건 초휴의 안중에도 없었다.
기껏해야 당시 장생에 관해 연구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진 미치광이에 불과할 테니까.
시대를 막론하고 정상에 오른 강자들은 꾸준히 배출되어왔다. 구중천까지 이르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독고유아처럼 수백년 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바에야 감히 누가 영생을 누린단 말인가.
몸이 죽으면 그 몸이 익힌 도(道) 역시 사라지기 마련이다. 여하튼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으니 천마궁의 미치광이는 천마궁 스스로 수습하면 될 일이었다. 물론 원공성 본인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 * *
야소남은 초휴처럼 은근슬쩍 대라천에서 경지를 높이고 오는 편법을 쓰지 않았다. 그러고도 지금과 같은 경지에 이르렀으니, 어찌 보면 더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이때 야소남은 배월교 대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일곱 빛깔 운무가 그의 온 몸을 표표히 감돌다가 가슴팍 앞에서 응집되더니 종국에는 야소남과 똑같이 생긴 형상으로 화하였다.
야소남이 살짝 한 손을 뻗자 ‘두 명의 야소남’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 순간, 야소남의 실력이 오중천으로 솟구치더니 배월교 전역에 깃든 원기를 모조리 집어 삼켜버리기까지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황태일과 대제사, 그리고 용령아가 입을 모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마침내 지존쌍생고(至尊雙生蠱)를 성공적으로 대성해내심을 축하드립니다.”
야소남이 길게 날숨을 내쉬더니 손을 휘저어 칠색 운무를 다시 띄워냈다. 다시 야소남의 형상이 빚어졌으나, 이번에는 그의 실력에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칠색 운무가 빚어낸 야소남은 외모만 똑같을 뿐 눈빛이 흐리멍덩한 것이,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용령아를 향해 말했다.
“이번에 성녀가 가져온 고월존자 일맥의 쌍생환월비법 덕에 가까스로 지존쌍생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나를 대신해 그대의 사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주기 바란다.”
용령아가 웃으며 말했다.
“교주님, 굳이 감사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제 사부도 배월교의 고충술에 흥미가 많으시거든요. 고월 일맥에는 사부도 다 수련하지 못할 정도로 비술이 차고도 넘칩니다. 본인에게는 필요도 없는 비술로 배월교의 고충술과 맞바꾸었으니, 되레 사부가 이득을 본 셈이지요.”
야소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돌연 이런 말을 꺼냈다.
“지존쌍생고의 제련법은 봉인될 것이다. 앞으로 아무도 그것을 수련할 수 없도록 말이다.”
동황태일 등은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야소남이 무슨 생각에서 하는 말인지 알 길이 없었다.
천성이 옹졸한 사람이라면야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도에만 집착할 뿐, 여태 배월교 제자가 자기를 따라잡거나 능가할까 봐서 경계한 일이 전혀 없었다.
보천심경을 완성했을 때만 해도 즉시 장경각에 비치하여 모든 제자가 공람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다만 보천심경을 익히려면 천부적 자질과 출중한 의지력이 있어야 했기에 지금까지도 야소남 외에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익힌 자가 없었을 뿐이다. 야소남이 근엄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존쌍생고는 각기 색이 다른 일곱 혹심충(惑心忠)을 근간으로 한다. 이것들이 한데 합쳐졌을 때 비로소 또 다른 나를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다. 본체와 분신이 동시에 수련하면 이중으로 수련하는 셈이 되니 수련 효과가 배가될 것이고, 심지어 분신과 합체를 이루면 수련의 성과를 공유할 수도 있으니 그 이득은 막대하지. 그러나 방금 나는 합체를 시도하다가 문제점을 발견했다. 원래 따로 떨어져 있던 칠색 혹심충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들 멋대로 모여들어 흐릿하고 미약한 원신을 만든 것이다.”
“그것이 나를 본뜨려 했다. 내 겉모습만 본뜬 게 아니라 내 원신마저도 본떴단 말이다. 합체가 여러 차례 거듭되면 칠색 혹심충은 필히 반작용을 일으키게 되어있다. 종국에는 고충의 주도로 나와 융합될지 아니면 나의 주도로 고충과 융합될지도 알 수 없게 된단 말이지. 물론 전투 중에야 이런 고충들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수련을 하자면 고충과 융합을 일으키는 횟수를 엄격히 제한해야만 반작용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나는 그럴 자신이 있지만, 다른 이들은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의 설명을 듣자 그들도 영문을 알게 되었다. 배월교의 고충술이 신묘하긴 해도, 사악하고 위험한 측면도 꽤 있었다.
고충술마다 하나같이 결정적인 약점과 결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일전에 용령아도 장생고와의 융합을 시도하다가 골로 갈 뻔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무해한 고충은 극히 드물다고 봐야 했다.
바로 이때 배월교 밖에서 진법이 공격당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다들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계의 종문이라면 감히 배월교를 공격하지는 못할 텐데? 그렇다면 설마 대라천 종문들이 쳐들어 왔단 말인가?
다들 황급히 대전을 나서자 무상천마가 초휴 앞에서 등장했던 모습 그대로 마기를 내뿜으며 허공의 왕좌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다만 초휴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온지라 기운이 다소 쇠약해진 상태여서 아까만큼 위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누가 야소남이냐? 네 몸뚱이를 본존에게 바쳐라. 그러면 장차 본존이 너를 장생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세상 모든 이를 오시할 수 있게 해주마.”
야소남이 표정에 전혀 변화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무상천마의 얼굴에 불쾌감이 드러났다.
아까 읽었던 천마궁 제자의 기억에 의하면, 하계 마도의 제이인자는 천부적 자질도 뛰어나고 몸도 꽤 쓸 만하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응이 굼떠서 멍청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자기는 그저 상대의 몸뚱이만 원할 뿐이니까.
아무래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재촉하려던 그때, 야소남이 불쑥 허공에 일지(一指)를 찍어 천지 건곤과 음양을 분리했다.
그러자 천지 법칙에 적멸과 재조합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그것은 바로 보천지(補天指)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