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25)
1325화 곤륜마교의 강자들
망망 혈해가 육강하의 뒤에서 격랑을 일으키더니 천라보찰 무사들에게 덮쳐왔다. 제성도 일갈하며 불인을 결했다. 순식간에 불광이 크게 일며 그의 뒤로 천신의 법상이 떠올랐다.
호법신 위타가 강림하니 온 세상의 마귀가 굴복할 일만 남았다. 불인이 떨어지자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했다. 얼마나 엄청난 힘이 일거에 쏟아지는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망망 혈해가 불인의 위력 아래 맥도 못 추고 갈라지더니 무수한 혈선으로 화해 제멋대로 요동쳤다. 제공이 씨익 웃었다.
과연 허운의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던 것이다. 무선이라고 다 같은 무선일 리가 있는가.
아직 힘의 기반이 취약한 육강하, 저 허당은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아직 자기가 가진 힘에도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서, 딱 봐도 무선에 갓 오른 햇병아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사방으로 흩어졌던 혈선들이 돌연 제성의 몸 앞에 응집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거대한 핏빛 고치로 화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그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육강하는 수인을 결하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잘 가거라. 맛대가리 없게 생긴 문어 대가리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핏빛 고치가 심장 박동처럼 일정한 운율을 유지하며 뛰기 시작했다. 그 안에 갇힌 제성화상의 전신 기혈과 핏빛 고치는 이미 한데 이어져 있었다.
끔찍하게도, 고치가 계속 박동하더니 결국에는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뒤에 있던 천라보찰 무사들은 자신의 심장도 덩달아 터지는 것만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한 그들은 다급히 고치를 제거하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출수한 순간, 고치가 완전히 폭발하며 제성의 몸이 튕겨 나갔다.
고치 속에서 가뜩이나 기혈을 많이 뺏긴 데다 폭발의 충격으로 피까지 흠뻑 흘린 그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
“제기랄! 저게 어디로 봐서 변변치 못한 놈이라는 거요?”
격노한 제성이 허운을 노려보았다.
허운이나 나마처럼 나중에 들어온 무사들에게 잘 대해줘서 인심을 보듬어야 한다는 제선선사의 당부가 없었으면 엄청난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물론 허운은 육강하의 위세에 놀라 입을 떡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육강하는 초휴의 수하들 가운데 별로 이름이 알려진 편이 못 되었다.
아무리 오백년 전 일이라도 독고유아와 사대 마존 정도는 사람들이 기억했다. 하지만 곤륜마교 휘하에 당구가 몇 개나 있었는지, 부속 세력과 마사의 수는 얼마나 되었는지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설령 육강하가 왕년에 곤륜마교의 최강 무사였다 치더라도 일개 당주인 그의 이름이 후대에까지 널리 전해져 내려올 확률은 지극히 미미했다.
그러니 육강하가 사대 마존이 아니고 별 명성이 없다고 해서 그의 실력까지 도매금으로 폄하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의 성명절기인 혈신마공 중 팔 할은 그의 독자적인 노력의 결과물이고, 나머지 이 할만이 독고 교주에게 지도를 받아 수정을 거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일신의 무도를 본인 스스로 개척하여 독창적인 무도를 견지해온 셈이니, 어디에 갖다 놔도 종문 하나쯤은 세우고도 남을 인물인 것이다.
비록 대라천에 무도가 크게 번성했다지만, 무선들 대부분은 남들이 걸었던 무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 그치고 마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육강하가 스스로한테 크나큰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이상하다고는 할 수 없을 터였다.
육강하의 몸 뒤로 혈해가 크게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그는 제성 등을 가리키며 냉소를 퍼부었다.
“이놈들아, 단단히 기억해라! 본존은 혈해마존 육강하다. 이제 내 손에 죽더라도 네놈들이 나 같은 강자의 손에 뒈지는 줄이나 알라고 말해주는 거다!”
육강하의 이 말은 상대의 살의를 북돋고도 남았다. 순간 천라보찰 무리는 격노가 치밀어 올랐다.
천라보찰 앞에서 이토록 기고만장한 자가 그간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제성이 굳은 표정으로 수신호를 보내자 천라보찰 무사 전원이 몸에서 불광을 번뜩이며 일제히 덤벼들었다.
상천량이 한숨을 내쉬며 도리질을 쳤다. 육강하가 오백년 동안 갇혀 있었다고는 하나 잠만 퍼질러 잔 건 아니련만, 어째서 갈수록 애가 되어 가는지 이해를 못 할 판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곤륜마교 측도 응전에 나섰다. 상천량 등 세 명이 무선 초짜이긴 해도, 워낙 기본기와 저력이 심후한지라 오래된 무선 못지않게 힘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여봉선이 방천화극 무쌍을 휘두르자 일신의 칠흑빛 마기가 전갑 형상으로 응집되었다. 구소연마금신을 극한으로 시전하며 장극을 내리치자 자연스럽게 힘의 법칙이 견인되며 신통에 무한 근접하는 효과를 낳았다.
여봉선의 첫 상대는 천라보찰의 이중천 무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힘에서 전혀 여봉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연신 공격당하면서도 반격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종국에는 그 무사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기합을 내질렀다.
그러자 금빛 범문이 떠올라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것은 불멸금신이었는데 대성까지는 못했어도 결코 약한 수준은 아니었다.
바로 이때 여봉선의 전신 기혈이 응집되기 시작하더니 기혈이 화염처럼 작열하며 끓어올랐다. 이로 인해 생성된 힘이 그의 두 팔에 응집되자, 구소연마금신의 마기로 칠흑빛을 띠고 있던 팔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 상태로 일극을 내리치자, 허공에서 엄청난 파공음이 일며 고막을 때렸다. 그 일극의 궤적을 타고 공간이 찢어지며 진동이 일어났다.
그 극강의 힘이 가져온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두 유적을 품고 있던 단독 공간이 통째로 뒤흔들리더니 바깥세상까지 흔들어버렸다.
그 가공할 위력에 불멸금신을 시전했던 천라보찰 무사의 낯빛이 화들짝 변했다. 그는 급한 대로 만(卍)자형 불인을 결해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차원이 다른 그 힘 앞에서, 그리고 신통과도 비견될 만한 무쌍 일극의 위력 앞에서, 만자 불인은 너무도 허망하게 파훼 되었고 불멸금신도 여지없이 쪼개졌다. 사람 또한 사정없이 튕겨 나갔다.
그 무사의 입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여봉선의 두 팔에도 점점이 혈흔이 나타났다. 그런데 여봉선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무선의 힘을 처음 써 보는 탓에 제어가 잘 안 되어 너무 독하게 힘을 썼던 것이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상천량도 혀를 끌끌 찼다.
“나중에 난 뿔이 더 우뚝하다더니, 거 참 무서운 후배로구먼.”
상천량이 보기에 여봉선의 실력은 젊은 세대 중에서도 단연 정상급으로 인정받을 만큼 출중했다. 자기가 겨뤄보아도 진땀 꽤나 흘릴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여봉선이 초휴와 비슷한 연배라고 해서 둘을 비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상천량의 마음속에 초휴는 이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였으니까.
하지만 후배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상천량도 이에 질세라 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주위에 감돌던 기이한 운율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무선에 오른 뒤로 그의 성쇠 영역은 시간과 공간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가 일권을 내지르자 상대편 무사는 당황스럽게도 자신의 힘이 끊임없이 흩어지는 걸 느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단순히 흩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의 일신에 흐르는 힘이 다른 사람들보다 열 배, 심지어 수십 배나 더 빨리 흐르는 게 아닌가.
때문에, 출수하자마자 그의 힘은 급속히 흘러가는 시간과 비례해 무섭게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런 식이 반복되자 결국 그의 힘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상대에게 아무런 위협도 줄 수 없었다.
반면, 상천량의 일권은 허공을 일그러뜨렸다. 주위의 법칙이 왜곡되고 변환되기 시작하더니 종국에 가서는 상대 무사가 그 영향권 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공간 속에 가둬버렸다.
“부서져라!”
상대 무사가 일갈하자 그의 몸에서 하늘도 뚫을 기세로 웅혼한 기혈이 솟구치더니 불타 법상을 빚어냈다. 그것은 핏빛이 감도는 법상이었다.
법칙이 온통 왜곡된 탓에 아예 법칙을 운용할 수가 없는 지경이니, 여기서 벗어나려면 믿을 거라곤 기혈의 힘밖에 없는 탓이었다. 이에 상천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요즘 젊은 무사들은 어째 성질머리가 죄다 이 모양이지? 다짜고짜 목숨부터 걸고 보려 드는군그래.”
상천량이 수인을 결하자 기묘한 힘 한줄기가 터져 나왔다. 꽃이 피고 지는 건 사계 성쇠의 이치를 따른 것이다.
상천량은 녹도에서 나온 뒤로 줄곧 밭을 일궈왔다. 이는 녹도 시절의 척박했던 환경에 대한 일종의 보상 심리이자 그리움이기도 했다. 더욱이 그가 시종일관 견지해온 무도의 길과도 맞물린 것이었다.
그의 일권에는 강기가 하늘까지 솟구치는 요란함도 없었고, 법칙의 힘을 견인해낼 만큼 웅혼한 힘도 없었다. 그저 이 천지의 대도에 의해 흘러가는 사계의 성쇠만이 상대 무사에게 펼쳐졌다.
상대가 성쇠의 영향권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아니 아예 탈출은 꿈도 꾸지 못하게 쐐기를 박을 작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상대가 응집해냈던 강대한 불타의 허영이 성쇠의 힘 앞에서 사정없이 쪼개지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상대의 눈빛에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힘이 마치 상천량 개인이 아닌, 이 천지에 속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힘은 어떻게든 막아볼 수도 있고 역전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천지의 힘을 사람이 무슨 수로 당해낸단 말인가.
불과 몇 합 만에 곤륜마교 측은 우세를 점했다. 아니, 완전히 상대방을 제압한 수준이었다.
이때 공간 밖에서는 초휴가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제공에게 이 사실을 굳이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제공대사, 어째 내기를 하는 족족 운발이 그렇게 형편없소이까? 이번에도 패한 것 같소이다.”
제공의 내기 운이 신통찮은 건 분명했다. 적어도 시기를 선택하는 능력은 확실히 별로였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가 조금만 더 일찍 여기 왔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다. 상천량 등이 무선에 이르기 전이었으니까.
그러면 곤륜마교는 무선이 즐비한 천라보찰에 비해 턱없이 전력이 약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었다면 초휴도 승산 없는 내기를 하느니 자신이 직접 피 터지게 싸우거나 물러나는 쪽을 택했을 터였다.
그러나 상천량 등이 무선에 이르자, 초휴 측은 일중천에서 오중천까지 모든 경지의 무선을 고루 갖춘 셈이 되었다. 그것도 동급 무사 중에서도 정상급 실력자들로만 골라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천라보찰 무선들이 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상천량 등이 너무 강한 셈이었다.
상천량, 육강하, 여봉선은 하나같이 자기만의 무도를 꾸준히 개척해온 사람들이다. 치열하게 싸우고 기연을 차지한 끝에 오늘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반면, 천라보찰 각원의 상좌들은 무선일지라도 그저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답습한 경우가 많았다.
자기만의 무도를 개척하여 각원을 구축하여 전승까지도 도모할 수 있는 무선은 극소수였다. 일만년의 역사에 걸쳐 그런 자는 몇 명에 불과했고, 불행히도 당대에는 한 명도 없었다.
초휴가 제공선사를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제공선사,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 승복 못 하시겠소? 만에 하나 진검 승부라도 벌이게 되면 귀측의 손실이 막심할 거요. 그때 가서 우리 손속이 매웠다고 원망하면 곤란합니다.”
제공선사가 장탄식을 내뱉더니 양손을 합장하며 아미타불을 읊조린 후 입을 열었다.
“살고 죽는 건 모두 운명에 달린 것 아니겠소? 정식으로 생사결에 들어가더라도 무선의 경지에 오른 무사로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없을 거요. 대결은 이제 막 시작했고 아직 승부가 결정 나지는 않은 듯하니 좀 더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