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27)
1327화 완벽한 제삼의 눈
육강하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상황이 난감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용도’라는 법명으로 불린 화상은 낯빛이 변해서 생령에게 소리쳤다.
“시간이 없다! 어서 제삼의 눈을 내게 다오!”
생령의 미간에서 제삼의 눈이 완전히 분리되었을 무렵, 초휴도 이미 그들을 발견한 상태였다.
황천천에 숨어있는 독고유아의 명혼이 이렇듯 이계에 깊고도 광범위한 마수를 뻗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삼국의 용맥 뿐만 아니라 일만년 전 비경에까지 손을 댄 것이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수하들을 침투시키는 수법으로 말이다.
생령의 미간에 제삼의 눈이 나타나자 초휴 체내의 음양 본원에서 한줄기 전율이 느껴졌다. 이에 초휴는 천혼이 확보하라고 했던 것이 제삼의 눈이었음을 직감했다.
생령의 몸 자체로도 엄청 공이 들어간 지보이겠으나, 아쉽게도 저것은 이미 자의식이 생겨버렸다. 저것을 차지한다 쳐도, 초휴와 생령, 이렇게 자의식이 있는 존재 둘이 완전한 융합을 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제삼의 눈이야말로 원신궁이 완벽한 생령을 만들기 위해 행했던 연구의 화룡점정이었다. 한마디로 완벽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물건인 것이다.
용도화상의 신형이 한줄기 금망으로 화하여 제삼의 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때 초휴도 성큼 내디딘 일보 만에 공간 내에 들어서 있었다.
초휴가 이처럼 다급히 진입하는 걸 본 제공선사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초 교주, 거기에 뭐가 있기에 그렇게 서두는 거요? 아니면 거기에 다른 누가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초휴의 대답은 없었다. 자칫하면 제삼의 눈을 뺏길 판인데, 제공선사의 질문에 대답할 여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다짜고짜 탄천부터 내지르자 그 강대한 도망은 유적 전체를 관통하며 모든 걸 반으로 갈라놓았다. 그 바람에 제삼의 눈과 용도화상은 서로 분리가 되고 말았다.
초휴가 제삼의 눈을 잡아채려 손을 뻗은 순간, 생령의 정수리에 난 두 뿔에서 흑색과 백색 광망이 돌연 터져 나왔다. 더없이 순수한 극음의 힘, 그리고 극양의 힘이 동시에 초휴를 완전히 뒤덮었다.
“그건 너의 것이 아니다.”
생령의 말에 초휴가 차분히 받아쳤다.
“마찬가지로 너의 것도 아니지. 너는 원신궁에서 만들어낸 존재다. 그렇다면, 너는 진정으로 너 자신의 것이란 말인가? 원신궁의 것이 아니고?”
초휴의 말은 생령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찌른 모양이었다. 줄곧 잔잔한 호수와도 같던 표정이 광기와 분노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나의 것이다! 원신궁은 신을 만들고자 했고, 내가 바로 그들의 완벽한 신, 원신(源神, 가장 근원이 되는 신)이니까. 인간 위에 군림하는 신이라는 말이다!”
그러자 뒤에서 용도화상의 다급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맞다! 너는 바로 원신이다.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진정한 신! 그러니 제삼의 눈을 놈한테 뺏겨선 안 돼!”
“시끄럽기는!”
초휴가 눈을 흘기더니 육강하 등에게 분부했다.
“먼저 저것들부터 처리하자고!”
육강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초휴의 분부가 떨어지자 으스스한 냉소를 날리며 용도화상에게 다가갔다.
“이봐, 용도화상! 당신은 나랑 할 얘기가 좀 있을 텐데? 무려 오백년 만에 얼굴을 보는데 인사라도 나눠야 할 게 아니냔 말이지. 왕년에 당신이 나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군그래. 본존이 강가에서 입에 풀칠만 하며 살던 그때, 당신들이 떼로 몰려와 본존을 무던히도 괴롭혔었잖아. 당신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그딴 건 사실 중요한 게 아니지. 설사 귀신이면 뭔 상관인가. 까짓것 한 번 더 죽여 버리면 그만이지!”
그런데 용도화상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닌가.
“너는 누구냐?”
“이런, 우라질! 본존이 누군지도 기억을 못 한단 말이냐!”
육강하는 순간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아니, 적어도 자신의 얼굴은 기억해야 할 게 아니냔 말이다!
격분한 육강하의 몸이 혈해로 화하더니 용도화상을 덮쳐갔다. 하지만 용도화상도 금강인을 결하자 광대무변한 불광이 벼락처럼 떨어져 육강하를 단번에 날려버렸다.
육강하 일신의 기혈도 그 불인이 가한 충격으로 적잖이 증발했다. 용도화상이 내보인 실력은 오중천 무선에 버금갔다. 현재로서는 육강하가 그의 적수가 못 되는 건 틀림없었다.
“제기랄! 한꺼번에 덤비자고!”
육강하의 외침에 상천량과 여봉선도 합세하여 용도화상에게 협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때 천라보찰 무사들은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한옆에 서 있기만 했다.
그들은 초휴의 수하들과 내기 대결을 벌이는 중이었고, 싸우고 싸우다가 여기까지 왔던 것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웬 괴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졸지에 이들은 닭 쫓던 개꼴이 되고 말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 하나와 자칭 신이라는 괴물 하나였지만.
하지만 허운 만은 다른 사람들과 반응이 달랐다. 그가 낯빛이 크게 변하여 소리쳤다.
“조사님! 어떻게 조사님이 여기에 계십니까?”
이에 제공선사가 움찔하며 물었다.
“누굴 보고 조사님이라는 거요? 혹시 저 화상이 그대의 조사되시오?”
허운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저분은 오백년 전 대광명사 방장을 지내셨던 ‘재세금강(再世金剛)’ 용도상인(龍圖上人)이시오. 대광명사 역사상 유일하게 중년이 다 되어 출가하여 방장 자리에 오르셨던 분이오. 하지만 입적하신 지 오백년도 더 된 분이 어찌 아직 살아계신단 말인가? 분명 당시 곤륜마교 무심마존에게 돌아가신 것으로 아는데.”
사실 아까부터 허운은 용도화상이 어쩐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오백년 전 죽은 사람인 데다, 허운 자신도 당시의 역사를 그리 깊게 알지 못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저 소싯적에 장경각에서 용도화상의 초상화와 살아생전 업적 등에 대해 접했던 기억이 전부였던지라, 한눈에 알아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금 용도화상이 금강인으로 육강하를 날려버리는 광경을 보자 상대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대광명사의 역사를 통틀어 금강인이라는 기초적인 무예를 입신의 경지까지 수련한 사람은 용도화상이 유일했던 것이다.
제공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백년 전에 이미 죽은 사람이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겠소? 당시 완전히 죽지 않았던 거라면 또 모를까. 이를테면 몸과 원신, 진령이 내내 봉인되어 있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오.”
그 말에 허운이 거세게 반박했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소. 당시 저분께서 피살당하고 원신도 소멸했다는 기록을 내가 분명 보았단 말이오. 시신도 선대에서 모조리 화장해서 사리까지 남겨졌단 말이오!”
이렇게 허운이 강하게 부정하자 제공도 덩달아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분명 이 일에 무슨 내막이 있기는 한 모양이구나 싶었다.
바로 이때, 제삼의 눈을 지키라는 용도화상의 말을 들은 생령, 아니 원신의 이마에 금이 한 줄 나타나더니, 그 틈에서 무수한 혈선들이 뻗어 나와 제삼의 눈을 회수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 눈이야말로 초휴가 상위 경지를 돌파하게 해줄 결정적인 매개체인 것이다. 눈앞의 저것이 사람이 만들어낸 거짓 신이건 아니면 진정한 신령이건 간에, 어떻게든 싸워서 뺏어야만 한다!
맞바로 육도사바중묘화륜이 시전되며 원신과 제삼의 눈을 그 힘 안에 가두어버렸다. 여섯 속성의 힘이 번갈아 충격을 가하여 원신을 꼼짝 못 하게 잡아두는 동안 제삼의 눈을 차지할 생각이었다.
원신은 일만년 전 만들어지자마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원신궁도 어떤 금기를 건드린 바람에 멸망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원신은 실전 경험이 전무했다.
하지만 원신궁의 모든 힘이 집중되어서 탄생한 ‘완벽한 생령’이기에, 태생적으로 출중한 전투 인자가 온몸 구석구석 박혀 있었다. 딱히 공법도, 무기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육신 자체가 최강의 공법이며 무기인 것이다.
원신의 정수리 뿔에서 발출된 음양의 기운이 일신을 휘감기가 무섭게 그의 신형이 초휴를 공격해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격렬한 폭음을 발하며 순식간에 음속의 벽을 뚫었을 정도였다.
동시에 육신만의 힘으로 육도사바중묘화륜의 봉쇄도 파훼시켰다. 그는 과감하게도 제삼의 눈을 먼저 확보하기보다는 초휴부터 해치우려 들었다. 그를 해치우면 제삼의 눈이야 당연히 도로 자신의 차지가 될 테니까.
순간적으로 이런 판단을 했다는 것도, 본능에 가까운 전투적인 자질에서 비롯된 그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인간도 아니고 경험도 없었기에, 이런 판단이 때로는 오판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기 마련이다. 비록 완벽한 원신이라고는 하나, 엄밀히 말해서 그건 진정한 완벽함이 아니었다. 그가 초휴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는 것부터가 치명적인 오류였던 것이다.
성마불멸신의 장착과 더불어 법천상지가 시전되자 초휴의 신형은 원신보다도 더 마신에 가깝게 변했다. 곧이어 ‘쾅’하는 폭음과 함께 원신이 멀찍이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놀랄 만큼 강건한 육신을 가진 그는, 법천상지의 일권에 가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손상을 입은 흔적이 없었다. 그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는 듯하더니 재차 공격해왔다.
이와 더불어 그의 몸 뒤에 난 네 개의 팔이 권인을 결하자, 동서남북 네 방위의 힘이 각각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힘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원신은 그 한가운데 우뚝 버티고 서더니 혼자 힘으로 진법을 구축하기까지 했다.
그걸 본 초휴가 감탄을 터뜨렸다.
“이거 흥미롭군. 보아하니 원신궁 일맥의 공법을 모두 익힌 모양이지? 그러니까 원신궁 최대의 성과는 공법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라는 말이렷다!”
초휴는 원신과 얽혀 길게 싸우고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상대가 내보인 실력은 대략 무선 오중천 내지 육중천에 상당했다. 다만 워낙 육신이 강하다 보니, 실제 전투력은 칠중천에도 필적할 만했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 초휴는 이미 법천상지와 성마불멸신을 동시에 운용했고, 이는 힘을 극한까지 사용했음을 의미했다.
말인즉슨, 제공선사와 같은 칠중천의 정상급 무선이라 할지라도 전력을 다해 막아야만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을 퍼부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원신은 오로지 육신의 힘만으로 법천상지를 막아낸 데다, 그것도 튕겨 나가기만 했을 뿐, 몸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상고 마신의 육신에 버금가는 금강불괴의 몸인 것이다.
하지만 초휴는 시종일관 이 세상에 진정으로 완전무결한 존재는 없다는 믿음이 확고한 사람이었다.
진정한 상고 마신의 환생체일지라도 말이다. 제아무리 강한 육신일지라도 그것을 갈라버릴 수 있는 더 강한 도날이 있는 법이다.
법천상지가 시전된 상태에서 강기가 응집되어 파진자의 도신을 빚어냈다. 그 예리한 도망이 허공을 비추자 더없이 찬란한 조각달이 응집되었다. 바로 운개명월, 청천조영이 시전되는 순간이었다.
이 도법은 세상에 도가 존재해온 이래 가장 예리한 도법으로, 이미 대라천 무선들을 무수히 도륙한 바 있었다. 육신을 참하여 상대를 완전히 끝장내버리는 이 도법을 막아낼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초휴가 이 술식을 시전하기 위한 기수식을 취했을 그때, 원신은 이미 위험을 감지했다. 완벽한 생령으로 태어난 존재답게 영감이 극도로 발달한 때문이었다.
기수식만 보고서도 자기를 끝장내고도 남을 최강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신에게는 감정이 없으나 원신에게는 있었다.
원신궁은 그에게 진정한 영성을 부여하여 신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감정도 부여하고 말았던 것이다.
얼핏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극도로 침착한 면모가 그의 전부인 듯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낄 줄 알았고 아까처럼 분노할 줄도 알았고, 지금처럼······ 두려워할 줄도 알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느끼는 공포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이건 인간, 아니, 모든 생명체의 본능인 것이다.
원신이 자신을 신이라고 칭했다고 해서 이런 공포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다.
따라서 청천조영이 시전되려는 순간, 그가 생각한 것은 제삼의 눈이고 뭐고 간에 그저 이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