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불쏘시개를 집어넣다
초원승 무리를 놓친 음상자 측은 인적 피해도 막심한 데다 온몸이 먼지투성이인 것이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윽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음상자, 이제 어쩔 셈이냐? 초원승을 잡는 건 일도 아니라며 큰소리치더니, 지금 이 꼴이 뭔가 말이다. 저놈이 살아서 관중으로 돌아가기라도 하면 그 불벼락을 누가 뒤집어쓰라는 거냐고!”
그러자 음상자가 코웃음을 쳤다.
“저 쥐새끼 같은 놈이 저런 물건으로 장난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지금 누구 탓을 하려 는 거야? 당신들이 좀 더 과감하게 싸우기만 했어도 저놈을 놓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 아니냐고. 어쨌든 이왕 같이 움직이기로 했으니, 딴생각들 품지 말라고. 관중형당이 대수야? 관중만 벗어나면 쥐뿔도 아닌 주제에 발악하는 거니까. 마연노야(魔淵老爺)가 확실히 약속했어. 저놈 모가지만 가져오면 우리를 보호해주는 건 물론, 무공이든 자원이든아낌없이 주겠다고 했단 말이다.”
음상자가 들먹인 마연노야는 지난날 악명이 자자했던 마도의 무소속 고수로, 일찍이 초광가에게 크게 낭패를 당한 일이 있었다. 그의 검날을 피해 삼천 리 길을 도망친 끝에 체내의 기혈을 절반이나 태우고서야 구차하게 목숨을 건졌다.
그 이름을 엿들은 초휴가 속으로 냉소를 머금었다.
원래 마도 무사들은 장수를 누리기 힘든 팔자가 아니던가. 툭하면 사고를 치는 데다, 수련을 속성으로 해치운 만큼 살해도 빨리 당했다. 예외라곤 없었다.
마연노야란 자가 정말로 그들을 보호해줄 자신이 있었다면 애당초 자기 문하의 제자들을 보내지, 왜 음상자의 손을 빌리겠는가. 게임 원본 줄거리에 의하면 관중형당에서 고수들을 대거 출동시켜 초원승의 분함을 풀어줄 때, 그 마연노야는 코빼기도 안 비치고 음상자가 참살당하는 걸 구경만 했다.
음상자는 참으로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초원승 무리의 몇 배에 달하는 인원으로도 그를 어쩌지 못했으니 말이다. 만약 초휴가 이 일을 맡았는데, 이런 압도적인 우세로도 상대를 죽이지 못했다면 창피해서라도 자결을 해버렸을 것이다.
여하튼 슬슬 불쏘시개를 넣어줘야 할 때가 왔다.
게임 줄거리에 의하면 초원승 등은 두 패로 나누어 도주하게 된다. 음상자 이 바보천치는 엉뚱한 방향을 잡고 추격하다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때 초원승은 거의 관중에 당도한 뒤였다. 뒤늦게 다시 추격해서 초원승을 보호하던 호위 둘을 죽였지만, 결국 초원승은 놓치고 만다.
그렇다면 이제 초원승을 벼랑 끝으로 몰아줄 필요가 있었다.
그 정도로 긴박한 순간이 아니면 도와줘도 고마운 걸 못 느낄 테니까.
초휴가 내박인을 결인하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음상자의 눈앞에 나타났다.
음상자 등은 서로를 탓하는 데 열을 올리다가 불쑥 초휴가 나타나자 대경실색했다.
초휴는 온통 검은색으로 된 옷차림이었다. 얼굴은 검은 천으로 가렸고 머리에도 청룡회 시절의 철삿갓을 쓰고 있었다. 다만 금색 용 문양은 지운 상태여서, 얼핏 평범한 삿갓으로 보였다. 이 삿갓은 착용자의 기세와 호흡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는지라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누구냐?”
음상자 등이 앞다투어 병기를 꺼내 들며 초휴를 노려보았다.
“난 여러분을 도우러 온 사람이요.”
초휴가 한껏 목소리를 긁어 쉰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음상자 옆에 있던 거한의 칼잡이가 으름장을 놓았다.
“얼굴은 죄다 가리고 귀신처럼 나타나서 뭐 하는 짓이냐? 노부는 너 같은 놈들을 가장 역겨워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자의 칼이 치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검은 도강이 포효하며 도영(刀影) 위로 악귀가 슬피 울부짖는 허상이 어른거리는 게, 꽤 요상하게 보였다.
초휴는 눈도 깜짝 않고 앞으로 불쑥 나서며 홍수도를 빼 들었다. 순간, 핏빛 도광이 아름답게 허공을 수놓으며 도세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에 홍수도의 선연한 아름다움도 극한에 이르렀다. 뒤이어 혈련강기가 터져 나왔다. 흉악한 살기와 섬뜩한 핏빛이 어우러져 주변의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다.
거한의 요상한 도강은 사정없이 파괴되면서, 그 충격으로 손에 들었던 칼까지 멀리 튕겨 나가고 몸도 열 발짝 넘게 뒤로 밀려났다. 입에서는 선혈을 줄줄 흘리며 낭패한 몰골을 보였다.
“다짜고짜 칼을 휘두를 건 뭐요? 그건 바람직한 습관이 못 되오. 좋게 말로 하면 될 일을 갖고 말이지.”
초휴가 꾸짖듯이 말하자 음상자 등은 꼬리 내린 개 마냥, 위축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일단 그의 가공할 실력에 놀랐다. 그런 실력으로 자기들을 습격했더라면 다들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두려움도 컸다.
음상자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물었다.
“형씨는 대체 누구요? 우리가 초원승을 죽이는 걸 막을 생각인 거요?”
“아니, 그 반대요. 나는 당신들이 초원승을 죽이는 걸 도우러 왔소.”
초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약도 한 장을 던지듯 건넸다.
“그들은 두 패로 나누어 도주하되, 초원승은 이 경로로 가게 될 것이오. 어찌해야 할지는 당신들도 잘 알겠지.”
“우릴 돕는 이유가 뭐요?”
음상자가 약도를 힐끗 보며 석연찮은 표정을 지우지 못하자, 초휴가 등을 보이며 말했다.
“지난날 초광가는 많은 이들에게 죄를 지었소. 물론 그는 죽고 없지만, 그의 아들이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게 문제지. 초원승이 죽길 바라는 이가 세상천지에 당신 하나만은 아닐 터. 다만 지금 내 처지가 대놓고 나서기가 곤란하다는 거지. 그런 이유만 아니었더라면 내가 직접 저놈을 처단했을 거요.”
초휴는 말을 마치자 울창한 숲속으로 사라졌다.
초휴가 사라지자 그의 손맛을 보았던 거한이 다가와 물었다.
“저자의 말이 사실일까?”
음상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왕년에 초광가가 정도와 마도를 막론하고 무림인들과 충돌이 잦았던 건 사실이야. 조금만 못마땅해도 낄 자리 안 낄 자리, 가리지 않고 설쳐댔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사실 초원승을 죽이고 싶은 자가 마도보다 정도에 더 많을지도 몰라. 다만 정도 출신이라는 것들은 위선자들투성이니, 대외적인 체면 때문에라도 직접 초원승을 죽이기 곤란했을 수는 있지.”
“그래서 초광가가 죽은 지금까지도 그자의 아들한테 손을 대기 어려운 거지. 뒤에 숨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의 손을 빌리려는 자들이 어디 한둘이겠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내 보기에 방금 그자는 어느 큰 문파에 소속된 제자가 분명해. 그것도 정도를 대표할 만한 거대 문파 말이야.”
음상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어조를 바꿔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를 완전히 믿는 것도 곤란해. 초원승이 두 패로 나누어 도주할 거라 했으니, 일단 따라는 가보자고. 초원승이 정말로 패를 나누는지는 가보면 알 테지. 놈이 정말로 패를 나누면 우리도 두 패로 나뉘어서 쫓으면 되는 거야. 우리 실력이면 둘로 나뉘더라도 문제 될 건 없을 테니까.”
결단을 내린 그들은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과연 멀지 않은 곳에서 초원승이 두 패로 나누어 도주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중 하나는 흔적이 뚜렷한데 비해, 다른 하나는 다소 흐릿하고 어딘가 어설펐다.
게임 원본 줄거리에서 음상자는 뚜렷한 흔적이 초원승이 간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추격자를 속이기 위한 위장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자만한 끝에 결국 엉뚱한 방향으로 쫓아가는 촌극을 빚었다.
이번에 음상자는 두 갈래로 대오를 나누어 추격을 시작했다. 물론 초휴가 초원승의 예상 도주로를 알려주었지만, 다른 방향도 간과할 수만은 없었다. 음상자는 흔적이 뚜렷한 방향으로 대오를 이끌었다.
그 무렵 초원승은 외강경 무사 두 명과 함께 울창한 숲을 헤치며 도주에 여념이 없었다. 갈림길에 남아 있던 뚜렷한 흔적은 이들의 것이었다.
게임 원본 줄거리와는 달리, 도주가 급해서 흔적을 조작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음상자가 운이 좋게도 이번에는 방향을 옳게 판단해서, 헛다리는 안 짚은 셈이었다.
줄곧 제 잘난 맛에 살아온 초원승으로서는 이런 낭패가 낯설고도 당혹스러웠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그를 ‘초 대협’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 또한, 본인은 외강경일지라도 그의 곁에는 늘 천인합일의 고수들이 예를 다하며 따라붙었다. 적어도 관중에서 만큼은 대협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인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관중을 벗어났던 게 화근이었다.
초대를 받고 동제로 향할 때만 해도 그 위세가 사뭇 당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호위무사들도 대부분 도륙당했고, 본인은 꽁지 빠진 새 마냥 제 목숨 하나 보전하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결국,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두 호위무사를 돌아보며 우는소리를 했다.
“정말 자네들 볼 면목이 없구먼. 이번 동제행은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설마 일이 이리될 줄은······.”
“그런 말씀 마십시오. 소주(少主)님을 관중으로 안전하게 모셔가는 게 저희의 당연한 소임입니다.”
두 무사가 황망히 대답했다.
사실 초원승의 주변에는 실력이 막강한 호위무사들이 많았다. 기본이 내강경 또는 외강경이었고, 심지어 초원승보다 실력이 한 수 위인 자들도 있었다. 천부적 자질도 그보다 뛰어난 자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기꺼이 초원승의 호위무사 노릇을 자처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초광가에게 은혜를 입었거나, 입었던 자의 후손이었다. 일찍이 초씨 혈족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 속에라도 뛰어들겠다는 충성을 맹세했던 만큼, 충성심 하나만큼은 확고했다. 그들은 언제라도 초원승을 위해 한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있었다.
바로 그때, 음상자의 갈라 터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아직도 관중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꿈 깨시지그래.”
산길 저편에서 음상자가 수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외강경이 족히 네 명은 되어 보였고, 나머지도 죄다 내강경이었다. 이와는 비교되게 초원승 쪽 호위무사가 고작 둘인 것을 보고 음상자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체 모를 무사의 조언을 들은 덕에 초원승의 교란작전에 말려들지 않고 제대로 일을 해낸 셈이었다.
초원승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음상자! 오늘 나의 터럭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관중형당의 무수한 고수들이 하늘 끝 땅끝까지 네놈을 쫓아가 죽일 것이다.”
그러나 음상자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멍청한 놈! 지금도 네 아비가 당주인 줄 아느냐? 언제 적 위세를 부리고 처자빠졌냔 말이다. 관중형당에서 네놈 따위를 위해 그렇게 큰 수고를 할 리도 없고, 나도 든든한 뒷배가 버티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 헛소리 작작하고 그만 죽어줘야겠다!”
음상자가 수신호를 보내자 그의 패거리들이 일시에 돌격했다. 초원승 측 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호위무사들은 싸워도 승산이 있음 직했다. 그러나 왕년의 거협을 아비로 둔 아들의 실력은 의문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무공이나 자원을 막론하고 부족함이 없었건만, 다만 한 가지, 목숨 걸고 싸워본 실전 경험이 턱없이 모자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줄곧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강호의 불의를 척결해왔다. 천하의 불합리한 일에는 죄다 참견해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상대하는 사람들이, 그의 선친 및 관중형당에서의 위상을 봐서 체면을 세워준 면이 없지 않았다. 물론 모든 이가 그의 체면을 봐준 건 아니었지만, 그런 자들은 대개 큰 문파 출신들인지라 감히 상대와 맞붙을 엄두를 못 냈다.
그나마 유일하게 출수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해봤자 실력도 변변찮은 악당과 폭도들 정도라고나 할까. 물론 이 경우는 번번이 그의 압승으로 끝났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생사결(生死決)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물론 그런 기회가 있었어도 그의 호위무사들이 대신 나서 해결해 왔을 터. 따라서 지금 그는 상대와 맞붙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