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54)
1354화 칠중천
초휴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였다. 독고유아의 정혈에 담긴 힘이 강대하기는 했다. 그러나 초휴와 융합하면 폭발력이 다소 줄어들었다.
그는 용혼과 용단을 꺼냈다. 창룡의 혼은 여전히 쉬지 않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쇠약해져서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초휴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초휴는 용단을 무근성화에 던져 넣었다. 동시에 육도윤회탁이 쉼 없이 돌아가면서 용혼의 의지를 완전히 소모하기 시작했다.
이제 원길과 조황이 만든 진법 덕분에 무근성화의 힘으로 병기나 단약을 제련하는 것도 가능했다. 적어도 오백년 전 곤륜마교가 쓰던 수준은 되었다.
용단의 힘이 강하기는 했으나 무근성화의 불길에는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혼 역시 육도윤회탁의 소모를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진령이 사라지더니 순수한 원신의 힘만 남았다.
초휴는 법칙의 힘을 써서 용단과 용혼을 동시에 그의 몸속으로 흡수했다. 강대한 힘이 흘러들자 강인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육신에 가닥가닥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르는 포효가 터져 나왔다. 거대한 용의 포효였다.
미간에서 세 번째 눈이 열렸다. 음양 본원의 힘이 그의 육신을 진정시키며 결국은 가느다란 금을 모조리 재생해 냈다. 강대한 법칙의 힘이 그의 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초휴의 몸을 감싸고 도는 법칙의 힘은 점점 늘어났다.
밖에서 보기에는 초휴 근방 십 장 안의 공간이 통째로 이 세계와 분리되어 나간 듯했다. 지수화풍을 비롯한 온갖 힘이 그를 중심으로 돌다가 굉음과 함께 폭발하고, 빛의 기둥이 하늘을 뚫고 치솟았다.
곤륜산맥 전체에 거대한 눈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 곤륜산에 있는 제자는 얼마 되지 않았고 산기슭에는 더더욱 인적이 없었다. 그래서 초휴는 마음껏 힘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무선은 구중천으로 나뉜다. 그러나 초휴가 보기에 처음 삼중천, 가운데 삼중천, 마지막 삼중천까지 세 개의 구분으로 나누는 게 더 맞을 것 같았다.
이제 초휴는 칠중천에 올랐으니 무선의 마지막 관문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일중천을 오를 때마다 힘의 저력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바꾸어 말해 팔중천에 오르려면 다른 무선들처럼 연 단위 혹은 십년 단위로 폐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더 많은 영물이나 지보를 찾아서 그런 물건의 힘을 빌리든가.
애석하게도 그런 것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게다가 천혼이 가졌던 패도 거의 다 써먹었다.
곤륜산 정상을 벗어나자 산 전체가 몹시 적막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남아서 지키는 제자는 수가 적었고 대개는 폐관하고 있었다. 그들이 초휴 쪽에서 터져 나온 소리를 듣긴 했으나 감히 와서 확인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전에는 초휴가 경지를 돌파하고 출관하면 육강하나 매경령 같은 이들이 지키고 있다가 축하의 인사를 건네곤 했었다. 지금은 경지를 돌파하고 나왔는데도 그들의 축하가 없으니 좀 허전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초휴가 그런 겉치레나 가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자 그는 곧장 허공으로 떠올랐다. 곤륜마교 산문까지 가자 제자 두 명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교, 교주님······.”
그가 허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문지기 제자 둘은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초휴는 손을 내밀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내가 폐관을 얼마나 했나?”
독고유아의 정혈을 소화할 때는 아직 의식이 있었다. 한 달이 못 되어 모조리 소화를 마쳤다.
하지만 용단과 용혼을 소화할 때는 주의력이 모조리 거기에 쏠렸다. 게다가 곤륜산은 언제나 눈으로 뒤덮인 곳이라 시간의 흐름을 알기가 힘들었다.
문을 지키던 제자가 즉각 답했다.
“칠 개월하고 구 일, 네 시진입니다.”
초휴는 좀 의아한 눈으로 그를 힐끗 보았다.
곤륜마교에 영민한 인재가 많긴 하구나 싶었다. 시진까지 똑똑히 다 기억하다니.
그는 문지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제법이구나. 다음번 교대 때 단약을 더 챙겨 가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교주님!”
제자는 퍽 감동했다.
초휴가 떠난 후 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꽤 겁을 먹었던 모양이었다.
다른 제자가 궁금해했다.
“왜 그러나? 교주가 상을 내려 주셨는데 표정이 어째 죽다 살아온 사람 같으니 말이지?”
“방금 시진을 잘못 계산했던 것 같아서.”
“뭐라고? 그런데도 그렇게 딱 잘라서 바로 대답을 했단 말이야?”
“교주님이 물어보시는데 바로 대답 못 하고 어물어물해서야 되겠나? 그리고 교주가 알고 계시는 일이면 우리한테 묻지도 않으셨을 거 아냐.”
“······.”
* * *
시진은 좀 틀렸지만 칠 개월은 맞았다.
초휴는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폐관한 줄은 몰랐다. 남만 분전으로 돌아가 보니 이미 무선에 오른 사람들은 육강하를 제외하고 모두 폐관 중이었다.
육강하는 남만 분전의 큰일을 맡아보려고 남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백년이나 갇혀 있다 보니 폐관 공포증이 생긴 듯했다. 차라리 남과 치고받고 싸우는 방식으로 실력을 키울지언정 얌전히 폐관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래서 초휴는 육강하를 불러서 묻는 수밖에 없었다.
“근래 강호에 별 풍파는 없었나?”
육강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좀 기다려 봐. 물어볼 사람을 데려올 테니까.”
그는 즉각 사람을 시켜 진법을 수리 중이던 원길을 데려오더니, 그간 일어난 일을 말해 보라고 했다. 초휴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째 육 형은 남들이 다 폐관하는 동안 놀고 있었으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육강하가 얼른 말했다.
“놀고 있었다니, 나는 줄곧 수하들을 가르쳤단 말이야! 그 제자들은 우리 성교의 주춧돌이니 정성 들여 키워야 할 거 아냐!”
원길이 옆에서 조심스레 말했다.
“강호는 지난 몇 달 동안 평온한 편이었습니다. 사소한 일밖에 없었지요. 현천경은 이미 삼청전에 편입되었습니다. 바깥에다가는 현천경이 자청해서 그리된 거라고 선전한 모양입니다. 허운과 나마는 모두 무선에 올라 천라보찰의 핵심 제자가 되었습니다. 대광명사는 대광명각이 되어 허운이 상좌고, 수보리선원은 수보리원으로 나마가 상좌입니다. 넉 달 전 성하무원이 제자를 모집하는 일로 직하무원과 조금 충돌했습니다만, 진청제 대인이 나서고 위 선배님이 진무교더러 중재를 시킨 덕에 둘 다 양보했습니다. 하지만 직하무원의 존재 자체가 성하무원과 직접 부딪칠 수밖에 없으니 앞으로도 마찰이 있을 듯합니다.”
초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은 그가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만하면 대체로 평화로웠다고 할 수 있었다.
성하무원과 직하무원 간의 마찰은 초휴가 애초 동제의 기운에 손을 뻗었을 때부터 생각했던 바였다.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동제의 기운은 그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곤륜마교가 끼어든 이상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맹성하가 없으니 방도진 역시 크게 일을 키우지는 못할 터였다. 양측이 한 걸음씩 물러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지금 초휴는 퍽 들떠 있었다. 일이 커진다 해도 근심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방도진이었다. 그는 원길에게 말했다.
“풍만루의 방비범과 제원례, 그리고 신기문 사공담을 좀 데려오시오.”
육강하가 옆에서 의아하게 물었다.
“그 둘은 왜?”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찾을 물건이 좀 있어서 말이지.”
지금 초휴의 실력으로 더 빠르게 경지를 올리려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음양 본원뿐이었다.
마도의 본원 중 하범천의 본원은 초휴가 손에 넣었다. 명혼은 황천천과 대라천의 본원을 갖고 있었다. 상범천의 본원은 종적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극양의 본원 중 상범천의 본원은 초휴가 지녔고, 대라천의 본원은 범교에 있었다. 하범천은 알 수 없었다.
황천천 같은 곳에도 극양의 본원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있다 하더라도 이미 명혼이 손에 넣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아직 소재를 모르는 본원은 상범천의 마도 본원과 하범천의 극양 본원뿐이었다.
본원 하나만을 지녔을 때도 거기서 터져 나오는 힘은 놀라울 정도였다. 두 가지 힘이 하나가 되었을 때는 음양 본원이 서로 수미쌍관의 형세를 이루는지라 가히 경악할만했다.
특히 지금 초휴에게는 세 번째 눈도 생겼다. 처음 본원을 손에 넣었을 때처럼 수동적으로 힘을 받아내기만 하는 상황과는 달랐다. 여기에 또 다른 음양 본원을 지닌다면 더 큰 힘을 갖게 될 터였다.
* * *
사공담과 방비범은 초휴의 부름에 다소 불안해하며 찾아왔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초휴가 찾는다는 것은 뭔가 큰일이 벌어진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훑어보며 동시에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동업자의 냄새가 났던 것이다.
신기문은 제대로 된 강호 정보조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라천에서 하는 일은 강호 정보원과 거의 같았다.
그래서 마주친 둘은 언행과 안색을 관찰하는 능력으로 즉각 상대의 신분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두 사람한테 불안은 사라져버리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동업자는 원수지간이라 했던가. 초휴는 헛기침을 했다. 날카롭게 서로 바라보며 신경전을 펼치던 둘은 즉각 초휴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교주님, 분부만 내리십시오!”
“그렇게 엄숙하게 굴 건 없소. 이번에는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게 말한 초휴는 본원에 대해 한바탕 설명을 늘어놓았다.
“본원에 대해서 사공담 당신은 이미 조사해 보았고 그게 범교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경험이 있는 셈이지. 그러니 이번에는 다른 두 가지 본원을 찾아보시오. 아마 둘 다 하계에 있을 거요. 상범천과 하범천은 이미 융합되었으니까. 하계에도 자료나 기록이 좀 있을 것이고, 대라천에도 실낱만 한 실마리 정도야 있을 테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본원에 관한 단서를 찾아 주었으면 하오. 만약 성공한다면 진귀한 영단이든, 무선 강자의 가르침이든 아낌없이 내주어 두 사람을 무선에 오르도록 해줄 것이오.”
사공담과 방비범의 자질은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 평생 가도 무선에 들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초휴가 내건 조건에 둘 다 마음이 흔들렸다.
“교주님, 마음 놓으십시오. 소인 반드시 전심전력을 다 하여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사공담이 한발 먼저 나서 허리를 굽혔다. 그는 이미 초휴 밑에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공식적으로야 아니었지만, 소인이나 수하를 자청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다.
풍만루는 곤륜마교와 여러 번 합작하기는 했으나 정식으로 곤륜마교 아래 들어간 일은 없었다. 방비범 역시 그 문제가 고민이었다. 결국 그는 이렇게만 말했다.
“우리 풍만루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사람을 내보낸 뒤 초휴는 다시 폐관에 드는 대신 곤륜마교 제자들을 가르칠 준비를 했다. 육강하가 한 말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곤륜마교 제자들을 그냥 내버려 둔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해 그간 교주 노릇을 제대로 했다고 하긴 힘들었다. 곤륜마교 고위층은 대개 매경령부터 위 선배, 저무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다한 대소 사무를 맡아 보고 있었다. 초휴는 이걸 처리해라, 저건 어찌 되었느냐 하며 참견이나 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중견급으로는 당아나 안불귀처럼 초휴가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시절부터 그를 따르던 무사들이 있었다. 실력과 수단을 고루 갖췄으니 그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간판만 내건 종주 노릇도 이쯤 되면 강호에 견줄 사람이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남만 분전에서 수행하던 제자들은 한동안 큰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마교 교주한테서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