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55)
1355화 말할 테냐, 안 할 테냐!
초휴가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수련 방법이 아니라 치고받고 싸우고 죽이는 방법이었다. 무도의 길이란 천부적 자질이 중요하고, 운에 따른 기연도 중요하다.
각각의 생각이 다른 만큼 곤륜마교의 선배들이 이끌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초휴는 간단히 말해서 사람을 잘 죽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석 달의 시간이 흘렀을 때 사공담과 방비범이 전갈을 보냈다. 초휴로서도 좀 의외였다.
본원이라는 게 지금껏 찾아본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만년이나 지났다. 그런 자료는 일부 종문의 오래된 사료 속에나 흔적이 있을 게 아닌가. 일 년이 걸려 조사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는 게 정상일 텐데,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올 줄이야.
두 사람을 불러온 초휴가 물었다.
“본원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소?”
둘은 서로 마주 보더니, 사공담이 고개를 저었다.
“교주님, 저와 방 루주가 함께 하계에 남아 있는 상고 대겁난 이전의 자료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리고 대라천의 황천각과 능소종도 방문해서 적잖은 기록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본원에 관한 단서를 찾기는 했습니다만, 그저 실마리일 뿐입니다. 게다가 그건 저희가 찾아볼 수 없는 실마리였습니다.”
“어째서?”
사공담이 조심스레 말했다.
“아마 저희 조사에 협조를 안 해줄 것 같습니다.”
초휴가 눈썹을 움찔했다.
“단서가 다른 세력에게 있다는 말인가?”
사공담은 손을 저었다.
“다른 세력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닙니다. 바로 지금 천마궁에 있는 무상천마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무상천마도 한때 상범천에 속했던 마도 본원을 찾으려 한 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는지 본원을 손에 넣지 못했고, 당시 강호의 강자들한테 협공당해 봉인된 것이지요.”
초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상천마라···. 그에게 실마리가 있다고 한다면 말이 된다 싶었다.
현재 실력이야 어쨌건, 일만년도 넘는 옛날 무상천마는 당대 마도의 일인자가 아니었던가. 마도 본원에 접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밖에 없을 터였다.
“수고가 많았소. 그 일은 내게 맡기고, 극양 본원에 대해서도 잘 찾아보도록 하시오.”
두 사람한테 분부한 뒤 초휴는 천마궁으로 향했다.
* * *
무상천마는 천마궁에서 아주 흡족하게 지내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원신뿐인지라 설령 다른 무사들의 기혈을 빨아들인다 한들 원신의 몸 밖에 재구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상천마는 어떻게 해야 육신을 되찾아 절정의 실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나 몸을 빼앗을 수는 있었지만, 거기서 다시 떠나는 게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초휴와 야소남의 육신에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몸을 빼앗기기는커녕 두 사람에게 미친 듯이 두들겨 맞기만 했다. 일단 피하기는 했지만, 한동안은 알맞은 육신을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천마궁에서 그에게 원하는 바가 있는지라 그들은 지금 무상천마의 요구라면 무엇이든 들어 주었다. 원공성이 무상천마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님, 우리 천마궁 궁주의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 궁주의 곤경을 해결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신다면, 우리 천마궁의 위세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선배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뤄드리기도 쉬워집니다.”
무상천마는 코웃음을 쳤다.
“뭐가 그리 급해? 본존이 약속한 걸 무르기라도 할까 봐서? 하지만 너희 궁주라는 자도 퍽 독특한 인물이군 그래. 제 육신을 지맥과 연결하려 하다니. 지맥이 뭔지는 아느냐? 용맥의 갈래란 말이다! 지금 본존은 육신이 없으니 그것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다. 억지로 갈라내자니, 그자가 제 육신을 버릴 담이 없을 거라는 게 문제지. 본존이 최상의 실력을 회복하면 지맥을 곧장 찢어버릴 수 있다. 그러면 네 궁주도 자유의 몸이 될 게다.”
원공성은 무상천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제자가 초휴의 방문을 알렸다.
무상천마의 원신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의아하게 물었다.
“초휴가 누구지?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무상천마가 고개를 갸웃하자 원공성은 조심스레 말했다.
“먼젓번에 선배님을 이겼던 그자입니다.”
그는 자신이 충분히 말을 돌려서 했다고 생각했다. 이겼다고 했지 죽도록 두들겨 팼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무상천마는 이미 울화가 터져서 머리칼이 다 솟구칠 지경이었다. 시커먼 기운이 온몸을 휩싸고 빠르게 돌았다.
“죽일 놈! 그놈이 감히 제 발로 찾아와? 무슨 속셈으로 여길 왔단 말이냐!”
원공성이 뭐라 하기도 전에 초휴가 이미 들어서고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온 거냐고?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지.”
정보를 쥔 게 원공성이었다면 초휴도 동맹 관계를 생각하여 좀 더 예의를 차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상천마한테야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무상천마는 노기가 충만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애송아, 본존이 그리 만만하더냐? 감히 제 발로 찾아와서 본존에게 시비를 걸겠다고?”
초휴는 그와 티격태격하기도 귀찮아 담담하게 말했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니까 그러네. 아직도 이해가 안 가나?”
“어린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원공성이 얼른 말리고 나섰다.
“초 교주, 잠깐만! 좋게 말로 합시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초휴의 이마에서 세 번째 눈이 열렸다. 일순 음양의 힘이 하늘을 뚫을 듯한 빛의 기둥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무상천마를 꿰뚫어 버렸다.
그는 지금 원신지체(元神之體)밖에 없었으나, 원신조차 음양의 압박 아래 일부분 흩어졌다. 무상천마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먼젓번에도 초휴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긴 했으나, 그때는 반격이라도 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일 초도 막지 못한 것이다.
무상천마의 원신이 다시 응집되기도 전에 초휴의 세 번째 눈에서 음양의 힘이 번쩍였다. 어마어마한 힘이 빛의 고리로 변하더니 음양이 서로 꼬리를 물며 무상천마를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 초휴는 십자연화인을 고스란히 무상천마의 몸뚱이에 퍼부었다. 검은 기운이 폭발하면서 무상천마는 참혹한 비명을 질렀다. 원신 일부분이 무너진 것이다.
“말할 테냐, 아니면 좀 더 버틸 테냐!”
쾅!
“해, 안 해!”
한 번 물을 때마다 십자연화인이 내리 떨어지면서 무상천마의 비명이 울렸다. 몇 번 그러고 나니 그의 원신은 막 풀려났을 때처럼 쇠약해졌다.
옆에 있던 원공성은 감히 초휴를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삼청전 일에 대해서는 그도 들은 바가 있었다.
자신이 초휴와 적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 반쯤은 맹우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무상천마는 천마궁에 필요한 존재였으나, 초휴가 공격하는 동안은 옆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막는 건 고사하고 제발 천마궁까지 말려드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초휴가 또 십자연화인을 내리치려 하자 무상천마는 거의 절규하다시피 외쳤다.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이냐? 답을 듣고 싶으면 먼저 질문부터 해야 할 게 아니냔 말이다!”
무상천마의 무공이 기이한 건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신이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진정한 원신의 불멸을 이룬 사람을 초휴는 둘밖에 보지 못했다. 하나는 독고유아, 다른 하나가 무상천마였다.
그러나 이자의 불멸은 맷집이 좋다는 것뿐이라서 원신이 극한까지 쇠약해지는 것도 가능했다. 독고유아처럼 육신이 망가져도 순식간에 남의 몸을 빼앗아 회복할 수는 없었다.
무상천마는 초휴 손에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았으나 초휴가 자꾸 원신을 약하게 만든 뒤 어딘가 구석에 봉인할까 봐 겁이 났다.
그는 이미 일만년을 봉인 당했었다. 그 침침하고 몽롱한, 심지어 시간의 흐름조차 알 수 없는 곳에서 지내는 기분을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 한때 천하를 종횡하며 거센 풍파를 일으켰던 대마두께서 결국 겁이 난 것이다. 굴욕적이지만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십자연화인이 폭발했다. 불광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무상천마는 한 번 더 참혹한 비명을 질렀다. 그는 노호했다.
“다 말하겠다는데 왜 또 때리는 것이냐!”
초휴가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하게 되었군. 신통을 중도에 거둬들이면 반작용이 너무 크니까 어쩔 수 없었어. 그리고 한 대 더 맞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흥분하나?”
무상천마의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형체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의 열세가 너무 뚜렷했다. 봉인 당하기는 싫으니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대체 본존에게 뭘 묻고 싶은 건데?”
초휴는 담담히 물었다.
“마도 본원에 관한 일이다. 일만년 전 마도 본원에 손댄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본원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겠지?”
무상천마는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그건 왜 찾는 건데? 본원 같은 건 네가 손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옛날 본존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단 말이다.”
“어디 있는지 물었는데 웬 잔말이 그리 많아?”
초휴가 또 십자연화인을 맺으려 하자 무상천마는 얼른 말했다.
“상범천의 마도 본원은 원시마굴에 있다. 옛날 내가 얻으려 했지만 실패했지. 마도 본원은 소화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상범천 원시마굴에는 그것이 출현한 이래 손에 넣으려고 찾아갔던 모든 마도 강자의 정혼(精魂)이 모여 있단 말이다. 그들은 거기서 죽은 뒤 원시마굴의 환경과 마도 본원의 영향을 받아 마괴(魔傀)가 되었는데, 그것들 상대하는 게 아주 귀찮다고. 물론 그 시절의 본존 실력이면 겁낼 것까진 없었지. 하지만 그들을 물리쳐도 마도 본원을 갖고 나올 수는 없었어.”
“상범천 원시마굴이 어디 있는지 아나?”
마도의 본원이 원시마굴 내에 출현했다면 이해가 갔다. 초휴의 하범천 마도 본원도 원시마굴에서 파진자와 함께 나온 것이니까.
“지도를 가져와라.”
무상천마가 말했다. 원공성이 즉각 사람을 시켜 하계 지도를 가지고 오게 했다. 무상천마는 하계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한 지점을 가리켰다.
“상범천과 하범천이 융합된 후 원시마굴 공간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아마 여기일 거다. 한 세계 안에는 원시마굴이 하나뿐이니까.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네 실력이라면, 일단 원시마굴을 찾아서 억지로 여는 건 가능하겠지. 어쨌거나 내가 갔을 땐 여기 있었으니 알아서 찾아봐라.”
초휴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무상천마가 가리킨 지점이 서막 땅이었기 때문이다.
지도에서는 퍽 작아 보여도 기실 아주 넓은 곳이었다. 게다가 드넓은 황무지에 인적도 드문 곳이니 까다로운 일이 될 듯했다.
정보를 얻은 그는 더 무상천마를 괴롭히지 않고 곧장 떠났다.
초휴가 완전히 가버리자 무상천마는 코웃음을 쳤다.
“새파란 애송이 자식 같으니! 오늘의 치욕은 본존이 반드시 배로 갚아줄 테다! 세상사는 돌고 도는 법이라는 걸 알아야지. 본존이 최상의 실력을 회복하기만 하면 세상을 아주 뒤집어엎어 버리겠다는 말이다!”
초휴가 떠나자 독한 말을 폭포처럼 쏟아붓는 무상천마를 보는 원공성은 다소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의 봉인을 풀어준 게 과연 잘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