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58)
1358화 만마조배(萬魔朝拜)
방칠소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전설로만 듣던 기운(氣運)의 아들인가? 패왕의 기를 내뿜으면 사방에서 고개를 조아린다는 그거 말이지. 다들 뭐라고 좀 해 보시라니까. 내가 지금 다른 검파에 가서 내가 곧 검이다, 하면 그자들이 나를 주인으로 모시고 내가 천하제일의 지존 검주가 되는 거냐 그 말이요?”
매경령이 그를 힐끗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정말 비천한 놈이다, 이런 자가 있다는 건 검도 일맥의 수치다, 이러면서 호되게 두들겨 팬 뒤 산문 앞에 매달아 조리를 돌리지 않을까요?”
“윽, 내 행동이 그렇게 남의 미움을 살 거란 말이오?”
방칠소는 목을 움츠렸다. 그러나 위서애가 고개를 저었다.
“이 마괴들은 주인을 고른 게 아니야. 마도 본원의 심지에 완벽히 들어맞는 존재를 고른 것이지. 대부분의 마도 무사는 기실 진정한 마가 무엇인지 몰라. 마도 무공을 수련하면 곧 마인가? 정도와 대립하면 그게 마인가? 아니면 무상천마처럼, 금기로 여겨지는 온갖 실험을 일삼고 불멸의 원신을 연구하여 모두에게 손가락질당하는 것이야말로 마의 모습일까? 그런 얕은 수준으로 어찌 이 마괴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단순한 광기로 굴복시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할 테지.”
방칠소는 괴이쩍었다.
“그리 잘 아시니 초휴가 아니라 위 선배님이 나서셔도 효과가 똑같지 않겠습니까?”
위서애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력도 중요한 법이지. 마괴의 힘이 몸에 들어올 때는 초휴쯤 되는 실력과 강대한 육신의 힘이 있어야 버틸 수 있지. 나 같으면 아마 얼마 가지도 못하고 몸이 완전히 터져 버릴 거요. 만마고두의 힘을 얻고 싶다면 당연히 그것을 버틸 힘이 있어야지.”
방칠소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기네 검도 일맥에는 이런 곳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별안간 낯빛이 확 변해서 거칠게 외쳤다.
“조심해! 초 형!”
거기 있는 사람 중 무선이 아닌 자는 방칠소뿐이었다. 그러나 대라천에서의 여러 단련을 거쳐 이미 반보무선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방칠소는 인과검도를 수련했으니 감지력이 지극히 예민했다. 엄밀히 말하면 감지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불현듯 떠오르는 느낌 같은 것에 가까웠다.
방칠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칠소가 평소 좀 실없는 행동을 잘하지만 방금 어조는 매우 진지하고 다급했던지라 그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육강하가 가장 빨랐다. 그는 몸을 날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인결을 맺었다. 한 갈래 혈영이 뻗어 나가더니 기혈의 힘 절반을 쑥 뽑아가 초휴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등 뒤에 나타났다.
동시에 먹처럼 새카맣던 원시마굴의 어둠 속에서 느닷없이 원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마치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것 같았다. 네 개의 팔이 동시에 인결을 맺고 초휴를 내리치려 했다.
그 권인 아래 육강하의 혈영이 터져나가서 혈무(血霧)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원신의 일격을 막는데는 성공했다.
다음 순간 매경령의 홍련업화, 위서애의 대천마장, 여봉선의 무쌍극이 연속적으로 내리 떨어졌다.
그들 중 가장 먼저 무선에 오른 위서애는 이미 용맥의 힘을 빌려 안정기를 넘어서 사중천에 올랐다. 여봉선은 자질이 워낙 대단하고 저력이 심후한지라 삼중천까지 오른 상태였다.
매경령은 조금 약한 편이었다. 무선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경지를 완전히 안정시킬 시간도 없어서 아직 일중천이었다. 그러나 홍련업화의 기이한 힘으로 원신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었다.
기습이 실패한 데다 여러 사람이 협공해서 반격하자 원신은 몸을 날려 즉각 멀리 도망쳤다.
멀리서 지켜보던 용도화상과 루나가, 모백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도화상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인과검도를 수련한 저 애송이의 감지력이 아주 대단하군. 아무런 속성이 없는 원신의 몸은 완전히 원시마굴에 녹아들 수 있으니, 저자만 아니었으면 필경 초휴에게 중상을 입히는 기습을 할 수 있었는데. 애석하구려. 간발의 차이로 실패했소.”
루나가는 석탑 꼭대기의 마도 본원을 응시하며 말했다.
“아니 늦지 않았소. 마도 본원이 아직 초휴에게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 * *
누군가 원시마굴에 매복하고 있다가 초휴를 기습했다!
초휴로서는 의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지금 초휴의 실력과 지위라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각각 지켜보는 자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어쩌면 사공담과 풍만루를 시켜 마도 본원의 단서를 찾게 했을 때부터 그를 주시하는 자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무리를 이루어 온 것만은 의외였다.
주변을 둘러본 초휴는 상대가 누군지 짐작이 갔다. 뒤에서 이들을 규합한 자는 용도화상이 아니겠는가. 그는 용도화상을 노려보며 냉소했다.
“한 번, 두 번은 있어도 세 번은 없는 법이지. 지금까지 두 번은 놓쳤지만, 이번까지 운이 따라주진 않을 텐데? 한 번 죽어본 사람은 명줄이 유지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법인데, 당신은 한 번 더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군그래.”
초휴의 비아냥에 용도화상은 담담했다.
“초휴, 너야말로 고작 그런 말이나 늘어놓는 게 전부일 테지. 이번에 꽁무니 빼고 도망가게 될 자는 내가 아니라 너다! 여기는 원시마굴이다. 대라천의 그자를 풀어놓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여기 두 분은 팔중천과 비견할 실력인데 어찌 싸울 테냐? 무슨 수를 써도 맞설 방법이 없단 말이다!”
용도화상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자 모백상은 묵묵히 검을 뽑아 들었다.
부러진 검이었다. 얼룩처럼 녹이 슬어 있었는데 그것이 녹인지, 말라붙은 선혈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낡고 보잘것없는 부러진 검이 검집을 벗어나 모습을 드러내자 검기의 빛이 대지를 휘돌았다. 그 찬란한 빛으로 칠흑 같던 원시마굴이 훤해질 정도였다.
그것은 모백상이 용도화상을 따라가 가져온 검으로, 만검절역에서 나온 것이었다. 거기 서린 검기와 예기는 몇만 년이나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니 두려울 정도로 힘이 응집되어 있었다.
모백상 정도로 평생을 검도만 수련한 칠중천 무선이 아니라면 누구도 다루는 것이 불가능한 병기였다.
초휴의 입가에 냉소가 떠올랐다.
“그런가? 하지만 한 가지 잊은 것 같군. 나는 마교 교주고 여기는 원시마굴이다. 이곳이야말로 나를 위한 무대라는 말이지. 고작 그런 협박으로 이 초휴의 패가 끝이라고 생각했나?”
초휴의 말이 끝난 순간 마괴의 힘이 완전히 그에게 흡수되었다. 짙은 마기의 먹구름이 초휴를 감싸는가 싶더니, 그의 눈은 칠흑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거세게 치솟는 마기의 기세는 루나가마저 은은한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다.
루나가는 용도화상을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도 예상하였소?”
용도화상은 고개를 저었다.
“원시마굴은 만 년이 넘게 봉인되어 있던 곳이오. 마도의 본원 외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알겠소? 초휴는 마교 교주이니 여기에서 기연을 좀 얻을 수도 있겠지. 별로 큰 문제는 아닐 테니 신경 쓰지 맙시다.”
용도화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가 고함을 지르자 그의 몸에 흘러들었던 마영이 모조리 터져 나왔다. 천지를 덮은 그림자들이 일제히 앞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절을 올렸다. 끝없는 먹구름의 마기가 법칙과 허공을 찢어발기며 결계를 형성하듯 그들을 완전히 감쌌다.
만마조배(萬魔朝拜)!
그것은 신통인 동시에 신통이 아니기도 했다. 원래 원시마굴에서 수 없는 세월 동안 쌓여온 마도 강자들의 힘이었던 것이다.
그 힘은 초휴의 몸에 흘러든 후 아직 완전히 소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마괴들의 의지, 혹은 그들이 남긴 집념이 만마조배로 변한 것이다.
고금을 통틀어 무수한 마도 강자들이 올리는 절이었다. 지고무상의 마주 외에 누가 그 절을 감당하겠는가. 용도화상이나 원신, 모백상과 루나가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저걸 보고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루나가가 노호하며 인결을 맺었다. 그의 등 뒤에서 두 얼굴에 네 개의 팔을 지닌 범천의 법상이 나타났다. 팔 하나마다 금빛 연꽃이 떠오르더니 찬란한 빛을 뿜으며 금색 연화대진을 형성하여 루나가의 몸을 감쌌다.
용도화상은 아예 루나가 등 뒤에 숨어서 불호를 외우기 시작했다. 금빛 불광이 그를 감싸는가 싶더니 부동여래(不動如來)로 변해 그를 수호했다.
모백상은 방어에 그리 능한 편은 아니었으나 지금 손에 쥔 검의 검의가 대단했다. 그는 검을 휘둘러 만마조배의 어마어마한 힘에 힘으로 맞섰다.
지금 가장 가련한 꼴이 된 건 원신이었다. 그는 원래 아무런 방어 무공을 익힌 게 없었고 도움을 받을 도구도 없었다.
그의 육신은 본래 아주 강인해서 초휴의 법천상지를 맨몸으로 받아낼 정도였다. 그러니 그냥 육신으로 상대의 공세를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초휴의 몸에 가득 차올랐던 강대한 마기가 밖으로 모조리 흘러나왔을 때, 그들의 몰골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루나가는 낯빛이 창백해졌고 금빛 연꽃은 모두 깨져나갔다.
그의 등 뒤에 숨었던 용도화상은 강대한 마기에 짓눌려, 전신에 가닥가닥 갈라진 듯한 혈흔이 비쳤다. 모백상, 그리고 순전히 몸으로 초휴의 공세를 받아낸 원신은 숫제 피를 토하고 있었다.
“다들 맷집이 좋구나. 여기까지 왔으니 살아서 나갈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다!”
초휴의 눈에 싸늘한 살기가 번뜩였다.
만마조배의 위력은 정말 경악할 만 했다. 심지어 초휴가 천지마반과 조화홍로를 연달아 시전해도 이만한 위력은 내지 못할 듯했다. 하지만 그 위력의 대가로 그는 마괴의 힘을 절반 넘게 써 버렸다.
마괴의 집념과 의지는 초휴에게 장악되어 만마조배로 시전되었다. 그러나 만일 그 힘을 써버리지 않았다면 초휴는 원시마굴에서 느긋하게 수련해서 그 힘을 소화했을 것이고, 그러면 칠중천 절정에 올랐을 수도 있었다. 그런 뒤 마도 본원의 힘을 더하면 팔중천을 뚫는 것까지도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자들 때문에 그 모든 게 물거품이 된 것이다.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미 말했듯이 원시마굴은 그의 무대였다. 용도화상 무리에 팔중천에 비견할 자가 둘이면 대수란 말인가.
정말 초휴가 할 줄 아는 게, 대라천에 봉인된 천혼을 들먹이며 겁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마영이 한 갈래씩 그의 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초휴의 일권이 내리 떨어지자 원시마굴 사방에서 귀가 터질 듯한 천마의 포효가 울렸다.
이제 루나가는 욕설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이 무언가에 잘못 홀려서 용도화상을 믿었구나 싶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라면서 완벽하게 초휴를 협공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떵떵 치더니, 현실은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방금 만마조배의 충격을 막느라 루나가의 소모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지금 초휴를 맞상대할만한 사람은 그나마 혼자밖에 없었다.
일곱 빛깔 영롱한 유리하광이 그의 몸에 떠올랐다. 거기 담긴 제각기 다른 힘의 법칙들은 모든 속성의 힘을 순수하고 깨끗한 생기로 바꿀 수 있었다.
일권을 날리는 순간 초휴의 몸뚱이가 확 불어남과 동시에 법천상지가 펼쳐졌다. 강대한 마도의 힘이 폭음을 내며 루나가를 그대로 날려 버렸다.
삽시간에 루나가의 낯빛이 변했다. 초휴가 대체 언제 칠중천에 올랐단 말인가?
무선은 구중천으로 나뉜다. 그리고 대부분 무사는 초휴와 마찬가지로 구중천이 세 단계로 나뉜다고 보고 있었다. 칠중천이면 무선 후기에 속하고 힘도 그 전 단계보다 곱절 씩 불어나는 것이다.
본래 초휴는 육신의 힘이 가공할만했다. 이제 칠중천에까지 올랐으니 루나가마저 단순히 힘만으로는 초휴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원신과 모백상도 출수했다. 초휴를 죽이겠다는 선택이 잘한 일이건, 아니건 상황을 돌이킬 순 없지 않은가. 이제 초휴를 해결하지 않는 한 모두 이곳에 묻히는 수밖에 없었다.
용도화상도 나서려 했으나 육강하등이 냉소하며 그를 둘러쌌다. 실력은 모두 오중천보다 아래였지만 모두 힘을 합하면 용도화상 하나를 해치우는 것쯤이야 자신 있었다.
판세는 그 순간 이미 변해버렸다. 본래 그들의 계획은 여기에서 초휴를 포위 공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되레 초휴 무리에게 협공을 당하게 된 것이다.
법천상지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초휴의 몸뚱이는 상고의 마신 같았다. 거대한 일장이 휘둘러진 순간, 쾅 하고 폭음이 터지더니 원신은 사정없이 땅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바로 그때 어마어마한 검기가 하늘을 가를 기세로 뻗어 나왔다. 가장 순수한 검기이자 가장 단순한 검기였다. 그러나 거기서 터져 나온 예리함은 초휴의 법천상지로도 버틸 수 없어 팔뚝이 찢겨나갔다.
초휴는 슬쩍 눈썹을 치뜨더니 파진자로 탄천을 날렸다. 칠대한은 본래 마도(魔刀)인지라 원시마굴 같은 환경에서는 위력이 삼할은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