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60)
1360화 새로운 방칠소
원신과 모백상은 용도화상과 루나가에게 모질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용도화상이 자기도 모르게 한 방 먹였다면 루나가는 고의였다.
용도화상의 계획에는 잘못이 없었다. 잘못이라면 초휴의 실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휴가 원시마굴의 힘을 이렇게까지 강하게 쓸 수 있을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루나가는 사실 용도화상이 죽자 초휴와 맞설 생각을 버렸다. 여기는 원시마굴이고 초휴는 마교 교주가 아닌가.
애초부터 초휴의 무대인 것이다. 그는 힘을 써도 금세 보충받을 수 있지만, 자신은 강대한 마기의 위압을 막으려고 더 많은 힘을 써야만 했다.
더군다나 초휴는 이미 칠중천에 올랐는데, 기초 저력은 팔중천인 그보다도 한 수 위일 정도였다. 계속 소모전을 벌인다면 먼저 죽는 쪽은 자신이 될 거라는 게 뻔하지 않은가.
그래서 모백상과 원신에게 초휴를 막게 해서 시간을 버는 동안 자신은 공간 틈새를 갈라서 도망친 것이다.
원시마굴 역시 별개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상계나 하계처럼 제대로 된 세계는 아니다. 공간 폭풍에 말려든다 한들 그의 실력이라면 살아서 탈출하는 게 가능했다.
초휴가 원신한테 눈을 돌리자 싸늘한 냉기가 스쳤다. 그는 원신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인결을 맺고 있었다. 육도사바중묘화륜이 펼쳐지더니 중상을 입은 원신을 안에 가둬 버렸다.
초휴의 손에서 육도윤회탁이 미친 듯이 돌아가며 원신의 정신력을 끌어당겼다. 그는 원신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한 손으로 머리를 누르더니 단숨에 힘을 폭발시켜 일순간에 원신(元神)을 터뜨려 버렸다.
그는 결국 완벽한 껍데기만 남은 원신을 대수롭잖다는 듯 공간 비전함에 넣었다. 초휴는 시신을 특별히 애착을 갖고 다루진 않았지만, 원신의 시신은 아주 쓸모가 많을 터였다.
원신의 시신 자체가 보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옛날 원신궁에서 모든 자원을 기울여 만들어 낸 존재이니 당연했다.
원신을 처리한 초휴는 깊은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모백상을 바라보았다.
천하검종과 초휴는 각자의 이상 때문에 다퉜다고 할 수 있으니 사적인 은원은 없었다. 또한, 그때 양측은 각각 동역과 남역을 대표하는 처지였으니 어차피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계에 온 이후 천하검종이 그를 귀찮게 군 적은 없었다. 그 정도면 얌전하게 지낸 셈이었으니 초휴도 일단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백상이 감히 이런 일에 나설 줄은 몰랐다. 이제 그의 목숨을 끊은들 초휴가 독하다고 탓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귀신에게 향을 태워 주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다. 두 번째는 곧장 천도인 것이다.
모백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 공포 같은 것은 없었고 그저 담담한 애석함뿐이었다.
이 대쟁지세에 천하검종은 절정의 기운을 누리지 못했다. 머리를 쥐어짜서 온갖 계획을 짰으나 결국은 실패한 것이다.
그의 부러진 검에서 하늘을 찌를 듯 눈부신 검기가 치솟았다. 그가 검을 쥐고 최후의 힘을 쏟아부으려는 순간, 방칠소가 나섰다.
“초 형, 잠깐만!”
방칠소는 초휴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초 형,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천하검종을 한 번만 봐달라고 하고 싶네. 물론 그게 과분한 부탁인 건 알아. 그러니 조건을 붙이면 어떨까? 만일 천하검종이 곤륜마교에 복종한다면 놓아줄 수 있을까?”
초휴는 한숨을 쉬었다.
“자네 말이라면 그리할 수 있지. 하지만 천하검종이 그리 쉽게 패배를 인정하고 투항할까? 천하검종이 투항하지 않는다고 해도 모백상을 살려 줄 수는 있어. 하지만 앞으로 천하검종이 나와 적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검을 수련하는 자들은 대개 옹고집이 아닌가?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법이지. 강맹하고 단단하지만, 임기응변이라는 게 부족하단 말이네. 그건 자네가 더 잘 알 테지.”
방칠소와 초휴의 교분이 있으니 그가 간청한다면 모백상을 살려주는 것쯤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조금 전에 방칠소가 제때 경고해 주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물론 초휴가 원신의 기습을 막아낼 수는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 그는 만마조배를 받으며 마괴들의 힘을 흡수하던 중이었으니 필경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리고 방칠소와 천하검종 간에 인과가 생긴 것도 애초에 초휴 탓이었다. 그가 방칠소를 천하검종에 간자로 들여보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 천하검종을 두 번 놓아줄 수는 있어도 세 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천하검종의 고집불통 같은 성격을 보면 아마 복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모백상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방칠소, 네가 우리 천하검종에서 간자 노릇을 했지만 각자 주인이 달랐으니 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우리 천하검종이 방심했을 뿐인 거지. 이미 일이 그렇게 된 이상 후회할 것은 없다. 그리고 우리 천하검종이 여기서 굴복할 수도 없다. 검이 부서져도 검사의 존엄은 지켜져야 하는 법이니까!”
그때 방칠소가 물었다.
“검이 무엇입니까?”
모백상은 저도 모르게 답할 뻔했으나, 목구멍에 걸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검이란 무엇인가?
오랜 세월 절정의 수준까지 검도를 수련한 끝에 무선이 되었다. 그러나 정말 진지하게 검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방칠소는 탄식했다.
“다들 검과 검사는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릴 이유가 뭡니까? 종문의 전승과 검사의 존엄 중 어느 게 더 중요합니까? 모 종주, 검은 그저 검입니다. 병기일 뿐이란 말입니다. 왜 그것에 그토록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까? 천하검종이 존재하는 의의는 무엇일까요? 온 천하의 검도를 수렴하여 검도 일맥의 완전한 전승을 계승하는 것이야말로 천하검종의 진정한 의의가 아닙니까. 검사의 존엄 같은 것은 둘째죠. 사람이 있어야 검도 있는 법입니다. 사람이 없다면 검은 그저 물건이고 병기인 겁니다.”
그렇게 말한 방칠소는 난데없이 손을 뻗어 모백상의 부러진 검을 움켜쥐었다. 부러진 검은 연달아 부르르 떨었으나 결국 검기를 거두어들이고 방칠소의 손에 몸을 맡겼다.
모백상은 믿을 수가 없어 눈을 크게 떴다. 그 검은 만검절역에서 나온 것인지라 지극하고 강대한 검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용도화상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고 모백상 자신도 칠중천의 검기를 쓰고서야 가까스로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무선에도 오르지 못한 방칠소가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잡는다고? 심지어 자신보다도 가뿐하고 편안하게, 아무 반작용도 없이?
방칠소는 부러진 검의 무게를 가능해 보며 말했다.
“천하검종은 오랫동안 검처럼 처신해 왔지요. 전혀 돌아갈 줄 모르고 곧게 내뻗었습니다. 막다른 길인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만 나갔단 말입니다. 그러나 살짝만 길을 틀어도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법이죠. 이 검의 검기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종주께서는 처음부터 자신의 힘으로 검기를 억누르고 억지로 다루려 하셨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검기를 인도하여 자연스레 내 것으로 만들어 볼 생각은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할 수 있으니 종주도 가능할 텐데요. 천하검종은 하계에 온 이래, 하계 종문과 합작한 적이 없지요. 이제 나는 검왕성 성주로서, 천하검종에 우리 검왕성과 손잡을 것을 제안합니다. 하계의 검사들을 모집하여 천하검도연맹을 조직하고, 동시에 곤륜마교와도 손을 잡는 겁니다. 상계의 능소종이나 황천각처럼 곤륜마교를 따르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천하검종의 앞날은 오로지 종주에게 달렸습니다.”
방칠소의 표정은 드물게 엄숙했다.
매경령은 그와 육강하를 번갈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면모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방칠소의 경우에는 성장한 것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았지만.
방칠소가 간자 노릇을 했던 것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천하검종과 검왕성 간에는 아무 원한이 없었다.
두 종문이 손잡고 만드는 천하검도연맹은 상하계 최강의 검도 종문 연합이 될 터였다. 그러면 수많은 낭인 검사들을 끌어모으는 것도 가능했다.
또한, 천하검도연맹의 자격으로 곤륜마교에 의탁한다면 초휴에게 천하검종을 봐줄 명분을 주는 동시에 사실상 천하검종에도 체면을 손상하지 않을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천하검종이 곤륜마교에 투항하는 게 아니라 천하검도연맹이 의탁하는 것이니까.
물론 사실상의 의미는 같지만 그래도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고집 센 천하검종 검사들로서도 별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터였다.
초휴 역시 방칠소의 제안이 모두에게 좋은 일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곤륜마교는 명분을 얻고, 천하검종은 물러날 곳이 생기고, 검왕성은 천하검종을 합병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검왕성의 세력은 약소하여 발언권을 크게 가질 수는 없겠으나, 앞으로 방칠소가 성장해 나가면 천하검도연맹 맹주의 자리가 그 외에 누구의 것이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되면 셋 중 누구도 밑질 일이 없었다.
모백상은 쓰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네가 천하검도연맹의 맹주다. 그 검도 네가 다루도록 해라.”
그러나 방칠소는 부러진 검을 모백상에게 돌려주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좋은 검입니다. 맹주 자리는 검왕성 성주보다 대단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강호는 실력을 따지는 곳입니다. 나는 무선도 안 되는데 맹주가 되어 봐야 남의 웃음이나 살 겁니다. 그러니 이 검은 종주······ 아니, 맹주가 쓰셔야지요.”
모백상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는 부러진 검을 받아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소 어색하게 초휴에게 예를 올렸다.
“초 교주, 그간 실례가 많았소이다. 부디 너그러이 넘어가주시구려.”
이런 경우 좀 더 낯가죽이 두껍고 속이 시커먼 자였더라면 어땠을까? 너 죽자고 나 죽자고 대판 싸우다가 상황이 바뀌는 즉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부를 했을 것이다. 사공담 같은 사람이 그런 경우였다.
그러나 모백상은 검도 무선인데다가 성격이 직설적이고 강경한 사람이었다. 이만큼 하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해야 할 터였다.
초휴도 고개를 끄덕였을 뿐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는 그런 인사치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꼭 남에게, 교주께서 천추만세 장수하셔서 강호를 일통하실 거라는 말을 들어야 속이 편해지는 건 아니다. 물론 아첨을 듣는 것도 제법 기분 좋은 일인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 천하검종을 휘하에 들이게 된 것만으로도 뜻밖의 기쁨이었다. 천하검종이 동역 공격 때 이미 많이 쇠퇴하기는 했다.
그러나 기본 실력을 갖춘 종문이고 문하 제자들의 능력도 하나같이 비범하니 잘만 쓰면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이렇게 일이 완전히 해결자 초휴는 다시 높은 탑 꼭대기의 마도 본원에 눈을 돌렸다. 지금까지의 한바탕 싸움에도 마도 본원에서는 한 가닥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 여전히 높은 탑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자 이제 더는 방해할 사람이 없으렷다?
* * *
처음 본원을 손에 넣던 때에 비하면 이제는 초휴도 익숙해졌다.
허공에 떠올라 탑과 마주한 초휴의 미간에서 세 번째 눈이 열렸다. 몸속 음양 본원의 힘이 탑의 마도 본원을 둘러쌌다. 일순간 마도 본원에서 칠흑의 무지갯빛이 터져 나오더니 초휴의 몸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본원의 힘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초휴는 이미 본원을 몸에 지녔으니 다른 본원을 흡수하는 것도 수월하고 순조로웠다.
겉보기에는 그저 마기 한 가닥이 몸에 흘러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만마조배로 받아들인 마괴의 힘보다도 더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그것도 일순간에 폭발하는 힘인 것이다.
그 순간 초휴의 몸은 시커먼 안개 같은 마기로 둘러싸였다. 강대한 힘이 초휴의 몸속을 모조리 뒤엎으며 원래 안정되어 있던 음양 본원까지 건드렸다.
그것 역시 움직이면서 힘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세 갈래 본원에서 순식간에 힘이 넘쳐나기 시작했다.